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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물류를 사랑했을까? 물류는 마케팅, 로켓배송 1년이 남긴 것들

by 엄지용 기자

2015년 08월 28일

쿠팡은 물류를 사랑했을까?

물류는 마케팅, 로켓배송 1년이 남긴 것들

 

글. 엄지용기자

 

Idea in brief

지난해 3월 쿠팡은 쿠팡맨을 통한 자체배송 서비스‘로켓배송’ 을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로켓배송은 빠른 배송, 지금껏 물류업계에 없었던 감성을 무기로 소비자의 호감을 샀다. 로켓배송 1년 만에 쿠팡이 만든 결과는 화려하다. 지난해 5월 세쿼이아 캐피탈로부터 1억 달러 투자 유치, 12월 블랙록으로부터 3억달러 투자 유치, 그리고 올해 6월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 달러 투자유치까지. 쿠팡에 투자한 VC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쿠팡의 물류시스템을 투자유치 결정의 이유로 꼽았다. 로켓배송 1년 4개월. 경계를 무너뜨린 자, 경계를 지키고자 하는 자, 경계의 언저리에서 시장을 관찰하는 자들에게 로켓배송이 남긴 것은 무엇일까.

 

쿠팡은‘소셜커머스’업체였습니다. 소셜커머스란 대량판매를 원하는 생산자와 보다 싼 가격에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여러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을 말합니다. 쿠팡은 2010년 8월 처음 소셜커머스 시장에 진입했습니다. 경쟁은 치열했습니다. 쿠팡보다 3개월 먼저 시장에 진입한 티켓몬스터가 시장파이를 키우고 있었으며, 후발주자로 위메이크프라이스가 따라왔습니다. 기존 오픈마켓의 소셜커머스 사업 진입은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5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습니다. 제 2의 이커머스 시장이라 불리던 소셜커머스 열풍이 사그라지고 제 3의 이커머스 시장이라 불리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시장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습니다. 쿠팡은 어떨까요. 지금 쿠팡을 소셜커머스라 부를 수 있을까요?

 

쿠팡 김철균 부사장은 지난달 SBS 인터뷰를 통해 “쿠팡은 더 이상 소셜커머스 업체가 아니다”밝혔습니다. 김 부사장은“작년 초부터 쿠팡맨을 통한 로켓배송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서비스의 중심이 상당부분 물류를 중심으로 하는 유통분야로 넘어갔다” 며 “쿠팡은 이제 고객의 주문부터 최종배송까지 연결시키는‘모바일 다이렉트 커머스’ 라 부를 수 있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실제로 쿠팡은 소셜커머스를 넘어 모든 것을 판매하는 업체가 됐습니다. 쿠팡이 판매하는 품목은 사실상 기존 오픈마켓과 차이가 없습니다. 지난 3월부터는 서브스크립션 분야까지 진출하면서 새로운 시장까지 파이를 넓혔습니다. 쿠팡의 초기 성장 동력이었던 소셜커머스 상품은 이제 쿠팡 전체 매출의 10%가채 안됩니다.

 

쿠팡은 경계를 무너뜨리고 소셜커머스 업체에서 ‘모바일 다이렉트 커머스 업체’ 로 진화했습니다.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것 뿐 아니라 배송까지 이르는 모든 과정을 직접 통제하는 것이 그 골자입니다. 그중심에는‘로켓배송’ 을 필두로 하는 물류역량이 있습니다.

 

지난해 3월 쿠팡 로켓배송 서비스 런칭 이후 불과 1년 4개월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이 짧은 시간동안 쿠팡이 물류업계에 남긴 파장은 엄청납니다. 물류업계가 가진 사고에 혼란을 준 시장 파괴자가 됐기 때문입니다. 로켓배송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로켓배송 모델의 성공 여부에대해 예단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로켓배송 1년, 무너지는 경계의 중심에 있는 쿠팡이 업계에 남긴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각 업계의 의견을 청취해봤습니다.

 

로켓배송’ 쿠팡의성장(?)을 견인하다: 쿠팡의 이야기

 

쿠팡의 성장의 중심에는 로켓배송이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도 거대한 적자구조를 면치 못하는 쿠팡이기 때문에 이런 평가는 다소 섣부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쿠팡 임원진들은 입을 모아 쿠팡의 무기는 ‘로켓배송’ 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28일 쿠팡 김범석 대표는 기자 간담회를 통해“쿠팡의 강점인 로켓배송을 통해 다양한 유아브랜드 판매 강화를 위한 글로벌 제휴를 확대할 것” 이라 말했습니다. 유아동 품목이 로켓배송 품목에 포함되어 있음은 물론입니다.

 

기세에 힘입어 쿠팡은 지난달 3일 소프트뱅크를 통해 1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밝혔습니다. 지난 2000년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알리바바에 투자한 금액이 2000만 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투자 규모는 실로 놀랍습니다. 실제로 이번 투자는 국내 스타트업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투자입니다.

 

김 부사장은“미국의 아마존, 중국의 알리바바와 같이 물류를 바탕으로 하는 유통업체들의 성공과 직접배송 서비스 쿠팡맨” 을 투자 유치에 대한 배경으로 언급했습니다.

 

투자유치 측면만 볼 경우 쿠팡의 로켓배송은 성공한 비즈니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비용’ 에 대한 문제는 로켓배송을 항상 따라오는 숙제입니다. 지난 4월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쿠팡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포워드벤처스(쿠팡)의 영업손실은 1215억원에 달합니다. 쿠팡에 따르면 대규모 영업 손실은 로켓배송 강화, 쿠팡맨 추가고용, 물류센터 확보 등 물류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로 인한 것입니다. 하지만 쿠팡은 비용에는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 부사장은“로켓배송은 단순한 이미지 제고가 아니라 쿠팡을 경쟁업체와 차별화할 수 있는 서비스” 라며“그 덕분에 쿠팡의 거래규모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밝혔습니다.

 

감성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 택배업계의 이야기

 

택배업계는 쿠팡의‘물류사업’진출에 촉각을 세웠습니다. 쿠팡의 직접물류 진출은 바꿔 말하면 기존 아웃소싱하던 택배물량이 감소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부터 쿠팡과 지속적으로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통합물류협회는 택배업계의 의견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한국통합물류협회 택배위원회(위원장 : CJ대한통운 차동호 부사장)는 CJ대한통운, 한진, 현대로지스틱스, 로젠 등 전국 15개 택배업체들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국통합물류협회 택배위원회 한 관계자는“GS홈쇼핑 같은 경우 기존 택배사와 협업을 통해 자사의 물건만 배송하는 전담반을 조직, 운영하는 방식으로 서비스 수준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며“기존 택배사와 협업을 통해 충분히 효율을 추구할 수 있는 데, 자가용을 이용한 운송행위를 하는 것은 명백한불법” 이라 말했습니다. 논란은 지속되는 가운데 법적 논란의 해결자가 될 수 있는 국토교통부는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몇몇 택배업체 관계자들은 쿠팡이 로켓배송을 오랫동안 지속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로켓배송 투자로 인한 외연 확장은 결국 쿠팡의 감성배송 철폐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국내 대형 택배업체 한 관계자는“현재 쿠팡의 로켓배송이 감성배송 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소량의 매입물량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하기 때문” 이라며“쿠팡의 로켓배송 투자가 지속되어 지금보다 규모가 커질 경우 서비스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 해서는 의문” 이라 말했습니다. 덧붙여“지금 감성배송의 주체인 쿠팡맨은 월급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로켓배송 물량 확대로 인해 임금은 고정된 채 업무강도만 늘어난다면 업무 이탈자가 대량 출몰할 것” 이라 예측했습니다.

 

또 다른 택배업체 관계자는“현재 로켓배송은 몇개의 동단위로 배송하는 택배업체에 비해 넓은 배송커버리지를 갖고 이는 당연히 필요 이상의 이동을 발생시켜 물류 비효율을 야기한다” 며“이는 아직까지 로켓배송 주문 물량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 라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쿠팡은 전체 거래 물량 중 로켓배송 품목 비중에 대한 질문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회피했습니다.

 

쿠팡의 감성배송 자체가 잘못된 방향을 잡고 있다는 의견 또한 존재합니다. 택배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원하는 것은‘감성’ 이 아닌 물품수령과 관련된 ‘정보’ 라는 이야기입니다.

 

택배CS 대행 어플리케이션 스마트택배 개발사 스윗트래커 김범수 COO는 지난달 본지 인터뷰를 통해“국내 택배 소비자의 택배 대면 수령 비율은 18%에 불과” 하다며“친절한 기사 육성보다 고객에게 물품 실수령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강조했습니다.

 

결국 택배사들은 쿠팡의 로켓배송을 조심스럽게 관망하고 있습니다. ‘한국통합물류협회’ 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며 법적공방을 벌이고 있긴 하지만, 이것은 유통업체들이 쿠팡과 같은 자체물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여 유통화주의 대규모 이탈을 막고자 하는 움직임에 불과합니다.

 

감성과 줄타기의 언저리 : 스타트업의 이야기

 

스타트업 입장에서 쿠팡은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할 대상입니다. 대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해 대기업과 경쟁하고 있는 스타트업이기에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시장을 지키고자 하는 업체들에게 공격당하고 있는 태풍의 핵이 되는 기업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쿠팡과 같이 서비스에‘감성’ 을 입히고자 시도하는 업체들은 여러 곳에서 관찰됩니다.

 

온디맨드 세탁물 수거, 배달 서비스 크린바스켓은 세탁물 배달과 함께 고객에게 고급 초콜릿을 함께 선물해줍니다. 남성의류 쇼핑몰 토키오는 VIP 고객에게 손 편지를 써주고 협찬 받은 제품들을 사은품으로 함께 제공합니다. 플라워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꾸까는 배송되는 부케를 장식하고 있는 꽃의 이름과 의미를 담은 엽서를 고객에게 함께 보냅니다.

 

쿠팡과 앞서 언급한 업체들의 공통점은 업의‘본질’ 과는 별개로 부가적인 감동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경쟁업체와 차별하기 위한 전략이 됩니다.

 

쿠팡의 법적 행보를 유심히 관찰하는 업체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쿠팡과 마찬가지로‘배송’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는 업체들입니다. 스타트업에게 있어서 수 천만 원에 호가하는 영업용 번호판을 직접 장만하기는 여간 부담이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온디맨드 이사 서비스 짐카는 빠른 시일 내에 자체차량 1호를 구매할 계획입니다. 차량 구매와는 별도로 1800만원에 호가하는 영업용 번호판 구매비용이 추가될 예정입니다. 짐카 정상화 대표는“기존 용달이사 서비스와 떳떳하게 경쟁하기 위해 영업용 번호판을 구비할 계획” 이라며“법적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투자자에게도 강하게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말했습니다.

 

반면 조심스레 상황을 관망하는 업체도 있습니다. 자체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스타트업 한 관계자는“쿠팡이 겪는 법적이슈는 우리가 하는 사업과도 큰 연관이 있다” 며“쿠팡과 물류업계가 겪는 법적 갈등의 결과에 따라 향후 추가적인 법적 대응을 준비할 예정” 이라 밝혔습니다. 로켓배송 2년을 바라보며 결과적으로 쿠팡은 성공적으로 시장에 자리매김한 스타트업입니다. 국내에서는 옐로모바일과 함께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유니콘 클럽에 이름을 올린 단 두개의 스타트업 중 하나이고 소프트뱅크의 10억 달러 투자로 그 위치를 공고히 했습니다. 지난달 24일 CB인사이츠가 발표한 세계 유니콘 순위에 따르면 쿠팡의 기업가치는 50억 달러(세계 17위)에 달합니다. 쿠팡이 장전한 무기는 거래액의 80% 이상을 차지하는‘모바일 장악력’ 과‘물류’ 입니다. 쿠팡에 따르면 로켓배송은 그 것을 지원하는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습니다. 로켓배송은 기존 택배업계에‘감성’ 이라는 화두를 던졌고, 소비자는 그것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로켓배송 서비스가 앞으로 수도권을 넘어 더욱 확장할 수 있냐 묻는다면 의문이 남습니다. 앞서 택배업계가 주장한 것처럼 규모의 경제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한정된 매입물량 물류만으로는 효율성 측면에서 한계가 오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쿠팡의 물류는 계속해서 어마어마한 비용을 소모하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업계에 쿠팡의‘택배업체 인수설’ 이 도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쿠팡의 물류는 기존 물류시장에 없던‘가치증대’ 의 물류입니다. 쿠팡 김 부사장에 따르면 현재 쿠팡의 물류는 비용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기억하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아직 시범 테스트 단계라는 사실입니다. 이는 비용이 가치를 초과한다면 얼마든지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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