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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물류로 보다 - 대한민국 물류 스타트업 백서(6) 베이팩스(BAYPAX)

by 엄지용 기자

2015년 11월 16일

* 해당 기사는 CLO 통권 64 호 (10 월호 ) 에 게재된 기사를 일부 발췌했습니다


여행객의 짐꾼이 되다

공항 수하물 픽업 서비스

글. 엄지용 기자

 

Idea in Brief

창업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인프라를 활용한 물류스타트업을 창업할 경우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하다. 물류가 포괄하는 운송, 보관의 영역은 직접 인프라를 보유하거나 이미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와 협업을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베이팩스는 올 7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업체다. 세 명의 대학생이 함께 창업했으며 한국에서 귀국하는 여행객을 위한 호텔에서 공항까지의 수하물 운송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서비스에 운송과 보관과정이 포함되는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인 것이다. 전혀 자본이 없었던 학생들이 운송 인프라를 확보하고, 외부 사업자와 제휴하며 하나의 물류스타트업을 탄생시키는 모습을 살펴봤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15년 국내 해외 관광객 수는 1265만 명(올해 8월까지)이다. 같은 기간 방한한 외래 관광객 수는 837만 명으로 방한 외래 관광객과 국내 해외 관광객을 합치면 그 숫자는 2100만 명에 육박한다. 단순 추산으로 올 상반기에만 한국 전체 국민수의 40% 이상 되는 해외 관광객이 오고간 것이다.

 

여행과 관련된 O2O 스타트업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이유다. 대표적으로 국내 최대 스타트업 연맹 ‘옐로모바일’은 자회사인 옐로트래블그룹 아래 19개의 여행 관련 스타트업을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의 여행관련 스타트업들은 ‘숙박업체 정보’, ‘여행지 정보’, ‘최저가 항공권 예약’ 등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이런 플랫폼들이 제공해주는 정보는 어찌 보면 여행객들이 장거리(해외) 여행에 앞서 당연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그렇다면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재밌는 상상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가령 여행을 물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여행 산업에서 흔히 보이는 ‘정보 제공형’ 플랫폼과는 다른 서비스가 탄생하기도 한다.

 

베이팩스는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수하물 운송 서비스 업체다.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한국에서 귀국하는 여행객을 위한 호텔에서 공항까지의 수하물 픽업 서비스다. 두 번째는 한국에서 해외로 출국하는 출장근무자를 위한 사무실에서 공항까지의 수하물 픽업 서비스다. 가방 한 개당 운임은 1만원이다.

 

지난 7월부터 론칭한 서비스는 지난달부터 주문량 증가가 가시화되어 월 80개, 하루 평균 2~3개의 주문을 소화하고 있다. 세종 호텔, 케이와이헤리티지 호텔 등 서울시내 6개 호텔과 사업제휴를 하고 있기도 하다.

 

베이팩스에는 특별한 시스템이 없다. 그 날, 그 날 예약주문에 따라 고객의 수하물을 픽업하고 공항까지 배송하고 보관, 전달하는 과정을 모두 현장인력이 직접 수행하고 있다. 현재 단 3명의 대학생 창업인원으로 사업을 일구고 있는 베이팩스는 맨손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스타트업’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맨 주먹 불끈 쥐고!

베이팩스는 연세대, 고려대 연합 창업학회 인사이더스(Insiders) 출신 세 명의 학생들(고세현, 고려대 전기전자 4년, 이기선 연세대 행정 4년, 홍석환 고려대학교 경제 4년)이 만들었다. 호텔 체크아웃 시간과 여객기 출항 시간의 격차가 존재하는 것, 그리고 그 격차로 인해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점에 착안하여 서비스를 개발하여 지난 7월부터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베이팩스의 서비스는 운송, 보관 서비스를 포함한다. 우선 호텔, 혹은 사무실부터 공항까지 수하물을 운송해야 하며, 공항까지 운송된 수하물을 고객이 도착할 때까지 보관해야 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플랫폼을 홍보하여 사용자를 모으는 것뿐만 아니라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한 인프라가 필요했던 이유다.

 

베이팩스는 사업 아이디어를 통해 두 번의 지원금을 유치했다. 하나는 지난 4월 정보통신산업진흥재단을 통해서 획득한 1000만원이며 둘은 지난 8월 정주영 창업경제대회 장려상 수상으로 획득한 500만원이다. 이렇게 획득한 지원금은 고객 수하물 운송을 위한 차량 구매 비용 및 홍보비용으로 사용됐다. 사무실 임대는 정보통신산업진흥재단의 도움으로 무료로 해결할 수 있었다. 특별한 배경이 없는 학생들이 아이디어 하나로 초기 사업에 필요한 기본 인프라를 확충한 것이다.

 

홍보 발상의 전환: C에서 B로

베이팩스가 사업이 진행되기 위한 기본 인프라를 확충하긴 했으나, 사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알리는 일이 남았다. 특히 기존에 없었던 신생 서비스를 고객에게 알리고 서비스의 신뢰를 확보하는 부분은 굉장히 큰 어려움이 됐다.

 

베이팩스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비스 론칭 전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인사동에서 서비스에 대한 고객반응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서비스 론칭 후에는 주로 SNS를 통해 사업 홍보를 했으나 실질적인 마케팅 효과를 얻기는 어렵다고 자체 판단했다. 홍보 방향을 소비자가 아닌 기업으로 전환한 이유다. 아직 서비스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만큼 거시적인 SNS 홍보보다는 호텔 방문 관광객이라는 확실한 수요에 접근하는 것이 더욱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비스 홍보를 위해 처음 접근한 기업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숙박업체들이었다. 대형호텔은 픽업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소규모 도미토리(Dormitory), 게스트하우스, 비즈니스 호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초기 게스트하우스 쪽에 집중했던 홍보정책은 낮은 고객반응으로 인해 중규모 관광호텔, 레지던스호텔 중심의 홍보로 바뀌었다.

 

호텔과의 제휴 또한 베이팩스가 발로 뛰면서 만들어 냈다. 대부분의 호텔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베이팩스’ 서비스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호텔에 제공하는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됐으며, 베이팩스는 호텔 프론트에 수하물 운송 서비스에 대한 아크릴배너, 홍보물을 비치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했다. 베이팩스는 지난달 기준 세종호텔, KY해리티지 등 총 6개의 중소규모 호텔과 제휴하고 있다.

 

 

야생의 물류스타트업

지난달을 기점으로 베이팩스의 주문량은 서서히 늘고 있다. 지난달 기준 하루 평균 2~3건의 예약을 받아 주문을 처리하고 있다. 현재 베이팩스의 주문량은 아직까지는 세 명의 인력, 한 대의 차량으로도 처리 가능한 양이다.

 

베이팩스의 세 명의 공동대표는 각각 포지션에서 최대한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세현 공동대표는 인천공항 내의 보관 장소에서 수하물 보관 및 전달을 맡는다. 홍석환 공동대표(영업, 관리 담당)는 마케팅, 홍보, 제휴 등 사업 운영과 관련된 모든 것을 맡는다. 이기선 공동대표(기획, 운송 담당)는 호텔별로 예약된 수하물을 오전 10시까지 픽업하고 오후 2시까지 공항으로 운송하는 일을 담당한다.

 

베이팩스는 물류업을 하고 있지만, 흔히 물류업계에서 사용되는 TMS(Transportation Management System) 등 시스템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베이팩스가 사용하는 한 대의 차량을 라우팅(Routing)하는 것은 사람의 감으로도 충분히 루트 설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밀크런(Milk Run) 방식의 운송을 하고 있긴 하지만, 하루 주문량 2~3건에 그 용어를 붙이는 것도 조금 부끄럽다. 베이팩스가 아직은 ‘물류’보다 서비스를 알리는데 집중하는 이유다.

 

하지만 베이팩스의 주문량이 지금보다 늘어난다면 분명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미 베이팩스는 한 대의 차량으로 소화할 수 없는 주문량 증가에 대응하여 ‘공유차량’을 활용한 수거 및 ‘공항철도’를 활용한 배송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자체 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선에서 탄력적인 수거, 배송을 하고 있지만 사업규모가 더욱 커진다면 외부 보관 및 운송업체, 숙박업체와의 제휴는 분명 필요한 부분이 된다.

 

홍석환 베이팩스 공동대표는 “아직은 우리 사업을 충분히 다듬어야 되는 단계”라며 “차마 생각지 못했던 ‘공항철도’ 이용도 최근에 시작한 것인 만큼 항상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 말했다.

 

스타트업을 선택한 이유

현재 베이팩스를 구성하고 있는 인원은 전부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이다. 일반적으로 다른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취업이 아닌 창업을 선택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졸업시즌이 다가오며 취업하는 친구들이 하나씩 생기자 그런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기도 했다.

 

경제학과 출신의 홍 대표가 가지고 있는 꿈은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었다. 기술을 배운 엔지니어는 아니었기 때문에 좋은 회사를 발굴하고 그들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투자업계에 가고자 하는 꿈을 꿨었다. 그러나 막상 취직을 준비하며 직접 업계에서 일도 해보고,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의 경험을 듣고 보니, 지금까지 꿨던 꿈의 결과가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홍 대표는 취업이 아닌 창업을 선택했다. 홍 대표가 꼽은 창업의 이유는 결국 ‘행복’이다. 스스로의 아이디어로 직접 뛰며 소비자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막다른 곳에 다다를 수도 있고, 보잘 것 없는 일로 끝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우선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것을 해보고 싶다”며 강조했다.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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