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

편의점 도시락개론, 혜리의 도시락이 우리에게 올 때까지

by 김정현 기자

2016년 08월 23일

백종원, 혜자맘, 혜리의 도시락은 어떻게 편의점까지 도착할까
CU, GS25, 세븐일레븐 도시락, 생산관리부터 소비까지
 
글. 김정현 기자
 

Idea in Brief

 

편의점 도시락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BGF리테일(CU)에 따르면 편의점 전체 도시락 매출 규모는 2015년 3000억 원 규모에서 올해 5000억 원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도시락 판매 증가에 따라 편의점 상품 순위에도 변화가 생겼다. 과거 편의점 인기 판매상품 중 주류, 음료수가 상위권을 차지했다면 현재는 도시락이 이들 상품군의 매출을 제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 혼밥족(혼자 밥먹는 사람들을 지칭), 저성장 시대에 따라 경제적인 가격의 편의점 도시락의 소비가 늘면서 국내 편의점 각사는 찌개류 등 다양한 도시락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생산관리부터 소비까지, 편의점 도시락의 생산, 유통, 물류 이력을 살펴봤다.

 

“오늘 점심으로 편의점 도시락 어때?”
 
여의도, 강남 등 회사가 밀집한 지역에 위치한 편의점들은 점심시간만 되면 도시락을 구입하려는 직장인들로 북적거린다. 과거에는 길게 줄을 늘어선 식당에서 삼삼오오 모여 식사를 했다면 이제는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혼자 식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편의점 도시락이 소비자들에게 한 끼 식사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CU(씨유) 간편식품팀 담당자는 “1인 가구 증가 추세와 더불어 편의점 도시락의 맛과 품질이 뚜렷하게 향상되면서 편의점 도시락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 도시락이 편의점 생태계를 바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편의점 도시락 시장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BGF리테일 자료에 따르면 편의점 도시락 전체 매출 규모는 2014년 2000억 원, 2015년 3000억 원, 그리고 올해는 5000억 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편의점 업체별 도시락 매출 성장세도 뚜렷하다. CU 측은 올해 1월부터 6월 22일까지 도시락 매출을 집계한 결과, 전년 동기대비 307.8%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GS25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전년동기대비 180%, 세븐일레븐은 올해 1~4월까지 153.7%의 신장율을 기록한 것으로 전했다.
 
 
 
도시락 판매 열풍으로 편의점 인기 판매상품 순위에도 변동이 생겼다. 기존 편의점 매출 효자상품군인 주류, 음료수가 최근 도시락에 상위권 자리를 내준 것이다. CU 제공자료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시장에 진출한지 27년만에 처음으로 도시락이 전통적인 인기 상품인 소주, 바나나우유 등을 제치고 매출 1위에 등극했다.
 
 
도시락 판매 증가는 도시락카페를 만드는 등 편의점의 구조 변화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2014년 국내 최초로 도시락카페 KT강남점을 오픈한 바 있다. 국내 편의점의 평균 매출 규모보다 4배나 더 큰 이곳에는 1~2층에 앉아서 식사할 수 있는 취식 공간이 마련돼 있다.
 
세븐일레븐 KT강남점 매장직원은 “작년보다 올해 도시락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며 “주로 편의점 도시락의 주소비자는 20~30대 직장인과 대학생으로, 혼자 오거나 직장 동료끼리도 많이 찾아와 식사 후 커피까지 주문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 세븐일레븐 도시락카페 KT강남점
 
국밥에서 찌개까지, 백반집을 넘어선 도시락
 
편의점 도시락 이용고객이 늘자 편의점 업체들은 자체 PB(Private Brand) 도시락 다양화 경쟁에 나서고 있다. CU 백종원 도시락, GS25 김혜자 도시락, 세븐일레븐 혜리 도시락 등이 각 편의점을 대표하는 도시락 브랜드들이다. 관련 업계는 도시락 시장의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해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는 새로운 종류의 도시락 출시 역시 잇따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예를 들어 편의점 도시락 메뉴가 일반식당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 입맛에 맞춘 국밥이나 찌개류 도시락 제품의 출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CU의 순대국밥, GS25의 부대찌개정식과 콩나물국밥, 세븐일레븐의 된장찌개와 김치찌개 등 종류도 다양하다. GS리테일 관계자는 “GS25의 부대찌개 도시락의 경우 출시 약 3주만에 40만개 이상이 판매됐다”며 “찌개 등 고객의 반응이 좋아서 콩나물국밥 도시락을 연이어 출시했다”고 말했다.
 
종류만 다양해진게 아니다. 건강에 좋은 저칼로리 웰빙 도시락들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GS25는 장어덮밥, 고등어조림을 활용한 도시락과 별미밥상 도시락을 내놨으며, 세븐일레븐은 두부스테이크 샐러드 도시락, 꼬막 비빔밥, 정관장과 제휴하여 만든 홍삼불고기 도시락을 출시했다.
 
 
 
생산부터 꼼꼼하게, 편의점 3사의 품질관리
 
도시락 이용고객이 늘자 생산단계부터 유통, 소비까지 전 과정에 대한 품질관리에 대한 중요성 또한 함께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편의점 업계의 생산관리 시설 투자도 늘고 있다. 식품은 안전성을 이유로 감시와 관리업무가 철저해야 한다. 식중독 등 제품 안전관리에 문제가 생기면 기업 이미지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도시락은 편의점 매출의 효자상품인 반면 여타 상품에 비해 유통기간이 짧아 리스크가 크다. 이 때문에 편의점 3사는 상품의 생산부터 유통까지 품질관리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CU의 PB상품은 본사 직원이 직접 생산 현장을 찾아 서류부터 시설·생산까지 총 70여 개 관리 항목을 꼼꼼하게 점검한다. 이 기준을 통과해야 CU의 협력사로 선정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PB상품이 생산되기 전에 먼저 QC(품질관리)팀에서 제품 설계 과정을 거친다. 이후 본격적으로 생산 공정에 들어가기 전, 제품 시생산 과정을 거치며 다시 한번 도시락의 품질 및 위생 사항을 체크하는 몇 단계를 거친다.
 
▲ CU 품질관리
 
GS리테일은 그 해 수확한 국내 쌀과 안전 식재료를 사용해 도시락을 생산하고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위탁업체 선별기준도 해썹(HACCP: Hazard Analysis and Critical Control Points, 위해 요소 중점 관리 기준) 인증을 받은 위생적인 공장설비를 갖춰야 한다. 2013년부터는 자체 식품연구소를 설립해 고객 맞춤형 먹거리 개발과 품질 혁신을 위한 연구에도 투자하고 있다. GS25 부설 식품연구소는 매년 하절기가 시작될 무렵, 식품 공급 파트너사와 함께 식품안전세미나를 진행해 식품 위생 사고가 발생하기 쉬운 5월부터 9월까지 식품안전관리 특별 강화를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PB상품은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롯데중앙연구소에서 품질 관리를 한다. 도시락 제품의 론칭 과정은 다수의 후보 업체에 대해 2개 식품안전기관의 점검 후 업체를 선정한다. 제품 검사의 경우 위탁 전, 사양 검증, 출시 전 검사로 총 3단계로 진행한다. 또 생산된 제품의 경우에도 정기적으로 생산 공정을 방문해 상품 샘플링을 통한 품질 및 위생상태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각 편의점 도시락 제조 협력업체들의 품질관리는 어떻게 진행될까. 다수 편의점 업체의 도시락을 제조하는 A식품회사의 경우 도시락과 김밥만 제조하는 공장을 따로 운영 중이다. 그날 들어온 원자재의 경우 그날 완제품(도시락)으로 제조해서 출고한다. 당일 만들어져 당일 배송되는 프로세스 때문에 식재들도 냉동, 냉장 보관을 할 필요가 없어 창고 재고 보관률이 현저히 낮다는 게 A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1일 2배송, 품질관리는 계속된다
 
상품의 발주부터 배송과정을 거쳐 도시락이 진열되는 과정에도 품질 관리는 계속된다. 도시락의 경우 유통기간이 짧기 때문에 적정 수요예측을 통한 발주가 필수적이다. 수요예측이 어긋나는만큼 폐기하는 물량이 늘어나는 셈이다. 또 편의점사들은 상품의 운송 과정에도 실시간으로 화물운송차량의 적정 온도 상태와 위치를 파악하고 있으며, 일일 배송 횟수를 늘리고 있다.
 
CU는 상품 판매가 시작된 이후에도 QC팀은 정기적으로 생산 업체를 방문해 직접 확인한다. 또한 전국 CU매장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무작위로 구입해 품질을 검증하는 ‘제품 안전성수거 검사’를 시행한다. 이 검사는 도시락이나 삼각김밥처럼 매일 생산되는 신선식품부터 비식품까지 전 품목에 걸쳐 이뤄진다. 검사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제품은 더 이상 판매가 되지 않도록 전산시스템에서 차단하며 매장에 남아있는 분량도 전량 회수한다. 또한 도시락 폐기율을 낮추기 위해 발주단을 운영하여 1일 2회 배송으로 하루 도시락 출고량을 나눠 배송하고 있다.
 
GS25는 발주 시스템에 의해 도시락 생산을 위탁업체에 맡기고 있다. 생산된 도시락은 신선물류센터로 보내지고 즉시 냉장 시스템을 갖춘 배송차로 전국 점포로 배송된다. 배송된 상품은 바로 점포의 오픈쇼케이스에 진열된다. 상품이 운반되는 차량의 온도 또한 식약처 기준에 따라 0도~10도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수요가 급증하는 도시락을 포함한 김밥, 샌드위치 등 신선식품은 1일 2회 배송으로 진열대에 상품이 비어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있다.
 
세븐일레븐도 1일 2회 도시락 배송을 하고 있다. 상품의 신선도를 최상으로 유지하여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것인데, 수도권 거점 개발로 1일 배송횟수를 더 늘릴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최적의 위생상태 확보를 위해 도시락을 포함한 식료품 유통기한을 36시간으로 짧게 관리하고 있다. 여기에 매장에서 판매할 때 정기적으로 혹은 기획으로 유통상품 검사를 실시한다. 매장 발주 또한 편의점 거점별로 관리한다. 매장 발주 관리를 위해 LOT(설명)별검사 성적서를 첨부하도록 한다. 나아가 이미 상품이 판매된 후에도 클레임 관리와 부적합 관리(업체/제품)를 시행하고 있다.
 
수요예측과 전쟁 중인 편의점
 
올해 빨리 찾아온 더운 날씨에 편의점 시장에도 여름철 마케팅이 한창이다. 국내 편의점 3사에 따르면 빙과류, 음료류 등과 같은 상품군 매출이 공통적으로 급상승했다. GS리테일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더위가 빨리 시작돼 5월 초부터 여름철 상품의 매출이 증가했다”며 “특히 얼음, 음료수, 맥주, 아이스크림 판매가 급격하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CU는 기상예보를 통한 날씨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상품 발주를 담당하는 점주들을 위해 일주일간의 날씨 정보는 물론, 온도 상승에 따른 판매 상승 상품 안내를 제공하여 갑자기 증가하는 수요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GS25는 해마다 축적된 상품 판매 데이터를 축적해 데이터 기반의 재고관리를 하고 있다. 정확한 수요예측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적기 공급하는 목표를 세웠다. 본사 차원의 재고관리와 각 점포의 재고 확보도 동시에 진행하게 한 것이다. 재고뿐만 아니라 발주시스템도 바꿨다. 고객들이 여름철 많이 찾는 상품 카테고리는 매일 발주하는 시스템으로 변경했다.
 

세븐일레븐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의점 특성을 파악해 ‘날씨 경영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여 임계온도 분석을 통한 상품 진열과 재고 수준을 달리하는 등 상품별 맞춤 전략을 세우고 있다. 90년대 중반 편의점이 도시락 판매를 시작하면서 1997년 세븐일레븐은 ‘날씨 마케팅’을 도입했다. 상권별 최적화된 도시락 판매를 하기 위해 당시 기상청에서 제공하지 못했던 지역별 상세 날씨정보를 활용한 것이다.

 

 

 


김정현 기자

Work hard, have fun, make a difference




다음 읽을거리
추천 기사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