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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포트] 잘나가던 온디맨드 스타트업 ´워시오´는 왜 무너졌을까

by 김정현 기자

2016년 09월 09일

워시오의 서비스 중단이 시사하는 것

´사업의 본질´과 '사람'에 대한 고민

 

우버, 에어비엔비. 모두 성공적인 온디맨드(On-Demand) 스타트업의 사례로 언급되는 기업들이다. 온디맨드의 서비스 영역도 넓어졌다. 택시, 의류, 음식, 숙박, 세탁, 가사, 세차 등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던 일상생활 서비스들이 온라인 혹은 모바일로 옮겨갔다. 온디맨드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마치 성공으로 가는 마법의 단어처럼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핑크빛 이면에는 시장의 기대와 함께 무너진 스타트업들이 존재한다. 테크크런치는 지난달 30일 온디맨드 세탁업체 ´워시오(Washio)´의 폐업을 보도했다. (관련기사= Washio on-demand laundry service shuts down operations)

 

워시오는 어떻게 문을 닫게 되었을까?

 

워시오의 부흥기

 

워시오는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산타모니카(Santa Monica)에서 서비스를 론칭한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세탁대행 서비스다. 워시오는 고객이 스마트폰을 통해 세탁물 수거시간과 배달 시간을 설정하면 ‘닌자(Ninja)’라고 불리는 배달원이 고객이 설정한 시간에 집을 방문하여 세탁물을 수거하는 서비스를 운영했다. 세탁이 끝난 세탁물들은 고객이 지정한 시간에 맞춰 다시 집으로 배달된다.

 

워시오는 빠르게 시장 영역을 확장하면서 세탁계의 우버로 떠올랐다. 창업 후 1년만에 약 8배에 달하는 매출 성장을 이뤘으며 기업 가치는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서비스 지역도 캘리포니아를 시작으로 점차 보스턴, LA,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뉴욕, 워싱턴 D.C. 등지로 빠르게 확장했다. 국내에서도 워시오는 여러 매체를 통해 성공적인 온디맨드 스타트업 사례로 전해졌다.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에 따르면 워시오는 가나안파트너스(Canaan Partners), AME 벤처파트너스 등으로부터 1682만 달러(한화 약 186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심지어 에쉬튼 커쳐(Ashton Kutcher)와 나스(Nas)와 같은 유명인사들도 워시오에 재정적인 지원을 했다. 그러나 워시오는 커져가는 서비스 영역과 투자유치 그리고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폐업을 선언했다. 불과 3년만에 발생한 일이다.

 

워시오의 실패, 그 이면에는...

 

온디맨드 비즈니스는 사업영역을 빠르게 확장하는 것이 관건인 비용민감형(Cost-intensive) 비즈니스다. 대부분의 온디맨드 사업들은 적은 마진을 남기고 사업을 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입지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워시오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고충을 겪었다. 핸디 클리닝(Handy cleaning)은 작년에 한 차례 고비를 겪었으며, 홈조이(Homejoy)는 결국 서비스를 종료하기에 이르렀다.

 

반면 워시오는 최근 몇 년간 플라이클리너스(Flycleaners), 린스(Rinse), 클린리(Cleanly)와 같은 세탁대행 경쟁사들과 경쟁하며 사업을 성장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시오가 갑작스럽게 서비스를 중단한 이유는 세탁사업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세탁’과 ‘근로자’에게 소홀했던 것에서 기인했다고 평가된다.

 

서비스 제공자가 무너지는 그 순간

 

워시오는 채용시 융통성있는 근무시간, 평균적인 근무시간, 높은 임금, 성장중인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 직원의 피드백을 중요시하는 기업이라고 공고했다. 배달 기사인 닌자(Ninja)의 경우 20달러의 시급을 받으며 배달 처리 건수가 아닌 배달 기사가 실제로 근무한 시간만큼 시간당 임금을 지급 받았다. 20달러는 미국 최저시급의 약 두 배에 이르는 만큼 좋은 근무환경처럼 보였다.

 

그러나 시급 이하로 노동력을 착취 당했다는 근로자들의 주장들이 터져나왔다. 워시오는 전직원들로부터 몇 차례의 소송건에 휘말리기도 했다. 세탁물을 배달하는 닌자들이 파트타임 근로자이기 때문에 아무런 제도적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이들이 배달에 사용하는 차가 회사차가 아닌 ´개인차량´인 점도 문제가 되었다.

 

INC는 워시오의 배달 기사 닌자들이 그들의 외모나 소유한 차를 통해 채용됐다고 전했다. 또한 매월 회사에서 진행하는 파티에는 세탁 시설에서 일하는 직원들(대다수가 이민자)의 다수는 초청받지 못했다. 해당 사건이 SNS로 일파만파 퍼져나가기도 했다. 서비스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근로자가 대우받지 못한 것이다. (관련기사= What the Fall of Washio Means for the On-Demand Economy)

 

 

본질이 무너지는 그 순간

 

워시오가 사업의 본질인 ´세탁´에 집중하지 못한 것도 실패의 이유로 평가된다. 워시오 역시 대부분의 온디맨드 업체들처럼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했다. 세탁업의 핵심역량인 ´세탁´은 워시오가 맡은 것이 아닌 제휴업체가 담당했다. 워시오는 서비스 중단까지 빈번히 위탁 제휴업체를 변경했고, 이에 따라 일괄적인 서비스 품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간 거래 비용 증가는 자연히 따라온 수순이었다.

 

워시오는 ´세탁´이 아닌 ´속도´에 강점을 두기도 했다. ´더욱 깨끗하게´가 아닌 ´더욱 빠르게´를 외친 것이다. 실제 24시간 내로 진행되던 워시오의 세탁물 수거시간은 1시간 내외로 빨라지기도 했으며, 세탁이 끝난 세탁물도 24시간 안에 배달됐다.

 

릭 로메(Rick Rome) 워시클럽(WashClub) 대표는 "세탁산업은 음식 배달과 달리 즉각적인 만족(Instant Gratification)을 고객에게 약속할 필요가 없다"며 "워시오의 총 비용중 60%는 실제 세탁을 아웃소싱하는 과정에서 나왔을 것"이라 추측했다. 적은 마진을 남기는 사업에서 서비스 비용은 더욱 높아지게 된 것이다.

 

▲ 워시오는 부가 서비스로 이용자에게 ´쿠키´를 함께 배달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쿠키와 함께 죽은 파리가 함께 배달되어 이슈가 됐다. (사진= yelp)

 

서비스의 본질을 간과한 탓일까? 결국 워시오는 서비스를 중단했다.

 

국내 온디맨드 서비스 스타트업 한 대표는 워시오의 폐업을 두고 “세탁의 본질은 맡긴 옷을 깨끗하게 세탁해 주는 것인데 워시오는 그 당연한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라며 “외부 고객도 중요하지만 내부 직원들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기업의 핵심역량”이라 평가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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