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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선 CU와 GS25, 편의점택배의 향방은

by 김정현 기자

2017년 05월 02일

CU와 GS25택배의 결별선언, 그 이유는

CU와 신중함과 GS25의 과감함이 차이 만들까

갈림길
 

글. 김정현 기자

 

편의점이 진화한다

 

편의점이 국내에 들어온 지도 25년이 넘었다. ‘서양식 구멍가게’로 여겨지던 편의점은 이제 우리 일상 깊숙이 녹아들어 ‘생활편의시설’로 변모했다. 이에 발맞춰 편의점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2016년 말까지 집계된 편의점 시장규모는 약 20조 4,000억 원으로, 이는 전년보다 약 19% 상승한 수치다. 작년 말 기준, 점포수도 3만 개가 넘었다.

 

편의점 시장이 커짐에 따라 편의점이 제공하는 서비스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 편의점은 식음료와 생필품을 판매하던 조금 세련된 슈퍼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편의점은 교통카드 및 핸드폰 충전, 전기차 충전, ATM 현금인출 및 금융서비스, 택배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최근 주목받는 편의점 서비스는 바로 ‘택배’다. 편의점에서 택배를 보내는 것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매년 증가하는 택배 물동량은 편의점에 ‘택배 서비스 제공자’의 역할을 부추겼으며, 이에 따라 편의점이 새로운 ‘물류 거점’으로 부상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편의점택배 물동량은 2011년 585백만 건에서 2014년에 1,029만 건, 2015년에 1,237만 건으로 증가했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분포된 편의점 중 약 90%이상이 택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물류거점으로서 편의점의 역할이 중요해짐에 따라, 3월 바이더웨이(현 세븐일레븐), LG25(현 GS25), 훼미리마트(현 CU) 등 편의점 3사는 30억 원의 자본금을 공동출자하여 ‘CVSnet’을 설립했다. 편의점 3사 간 협업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포수를 늘리고 물동량을 확보하기 위해 CVSnet을 설립한 것이었다. 즉 택배산업에서 중요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작년 12월, CVSnet을 통해 택배 서비스를 공유하던 편의점 업계 1, 2위 CU와 GS25가 각자 다른 길을 걷기로 결정했다. 현재 CVSnet은 GS리테일이 100% 출자한 형태로 변경됐다. 반면 CU(법인명 BGF리테일)는 CVSnet의 전태진 대표를 영입한 뒤 자회사 BGF포스트를 설립했다. 이에 따라 CVSnet이 GS25의 물량을, BGF포스트가 CU의 물량을 전담하게 됐다.(한편 바이더웨이는 세븐일레븐으로 바뀜에 따라 현재 롯데택배를 이용하고 있다.) 왜 이들은 갈라서게 되었을까?

BGF포스트▲ BGF리테일의 자회사인 편의점 택배 전문 업체 BGF포스트

 

그들은 왜 갈라섰나

 

사실 CU와 GS25는 갈라지기 전부터 조금씩 다른 행보를 보여 왔다. 가령 CU는 티몬 등 소셜커머스와 제휴를 맺고 픽업서비스를 출시했다. 반면 GS25는 무인택배함을 이용한 픽업 시스템인 스마일박스를 구축했다. 결국 이들은 각자 개성과 경쟁력을 갖춘 택배서비스를 만들어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갈라선 것으로 추측된다. BGF포스트 관계자는 “각자 하고 싶은 부분이 달랐기 때문에 분리를 결정했다”며 “각자 제 갈 길을 가야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양사가 독립된 서비스를 운영하기로 결정한 또 다른 이유는, 편의점택배 시장이 급성장하여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수준에 올랐기 때문이다. CVSnet에 따르면 2011년 설립 당시 CVSnet 택배 이용건수는 약 100만 건이었다. 그러나 매년 택배 이용건수가 증가했고, 2015년에는 그 수가 1,550만 건으로 급증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편의점이 택배서비스를 막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 물동량이 크게 늘었다”며 “서비스 규모가 커지고 서로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보니 자연스럽게 분리된 것 같다”고 밝혔다.

 

과감한 GS25, 신중한 CU

 

그런데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독자적인 법인을 설립한 것이 무색하게, CU와 GS25가 제공하는 편의점택배 서비스는 현지까지 두드러진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양사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비슷한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CU 무엇이 달라졌나▲ 결별선언한 CU와 GS25택배, 무엇이 달라졌나(CU포스트 홈페이지)

 

세븐일레븐이 처음 무인사물함 픽업 서비스를 시작한 뒤, 앞서 언급한 것처럼 GS25가 이와 비슷한 스마일박스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CU도 마찬가지로 티몬과 택배 픽업을 위한 제휴를 체결했다. 어딘지 비슷해 보인다. 심지어 이런 식의 발전은 2000년대 초반 편의점이 지향하던 바와 크게 다르지도 않다.

 

하지만 GS25와 CU가 비교적 두드러진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있으니, 바로 ‘새로운 서비스 출시에 대한 태도’이다. GS25는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할 때 매우 과감하게 일을 진행하는 반면, CU는 새로운 사업을 준비함에 있어 신중에 신중을 더한다.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올해 4월 GS25는 새로운 서비스 몇 개를 시범적으로 선보였다. 그중 하나는 GS25가 지난 4월 11일에 내놓은 ‘당일택배’ 서비스다. 당일택배는 CVSnet이 운영하는 편의점택배 포스트박스가 퀵업체인 ㈜핫라인퀵과 손잡고 시작한 서비스다. GS25의 당일배송은 일반배송과 퀵서비스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서비스다. 소성은 GS리테일 MD는 “당일택배는 퀵서비스처럼 빠르지는 않지만 일반택배보다는 빠르며, 비용은 퀵보다 저렴하다. 우리는 퀵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고객 니즈에 부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고민해왔다”며 “당일택배는 고객 주문접수 시점부터 4시간에서 최대 7시간 내에 배송을 완료한다”고 설명했다.

 

GS25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4월 25일 GS홈쇼핑과 함께 ‘편의점 픽업’ 서비스도 출시했다. 이에 따라 GS홈쇼핑에서 상품을 주문한 고객은 집 근처 GS25 점포에서 이를 수령할 수 있게 됐다. 고객이 주문한 상품이 편의점에 입고되면 이 사실이 고객에게 문자로 전송된다. GS홈쇼핑 관계자는 “GS리테일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서비스를 론칭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GS픽업▲ 현재 모바일로만 제공되는 GS25의 ‘편의점 픽업 서비스’(4월말 기준)

 

이처럼 공격적으로 서비스를 전개하는 GS25와는 달리 CU는 새로운 서비스 출시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CU는 편의점이 O2O 거점으로 거듭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며 “GS25가 당일배송 서비스를 이미 실시 중이다. 우리도 관련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다만 아직 솔루션이 100% 완성되지 않았고, 변수에 대한 대응이 완벽하게 돼 있지 않아 출시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GS25가 공격적인 서비스 전개로 시장 선점효과를 노린다면, CU는 시스템의 안정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BGF포스트와 CVSnet이 분리돼 운영되고 있지만 고객이 당장 차이를 느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부터 경쟁사와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초석을 다질 것”고 밝혔다.

 

한편 작년 말 CU는 티몬과 제휴를 맺은 뒤 티몬에서 온라인 및 모바일로 구매한 상품을 전국 7,000개 CU 매장에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았으며, 얼마 전 11번가와도 제휴를 체결해 ‘11Pick(십일픽)’ 서비스를 선보였다.(참고 ‘택배의 진화’, 11번가서 주문하고 CU서 받는다)

 

결과적으로, 두 편의점 택배서비스의 차이는 아직까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씩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 ‘조금씩’이 나중에 커다란 차이를 만들지도 모르겠다. 편의점 택배의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결별을 택한 두 편의점이 편의점 택배 산업에 또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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