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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스타트업백서]짐캐리가 만드는 ‘핸즈프리’ 부산여행

by 엄지용 기자

2017년 05월 09일

수하물 운송 업체 등장 배경…‘여행 정보가 넘쳐난다’

짐캐리의 경쟁력, ‘짐의 이동’에만 집중하는 것

트렁크, 여행

글. 엄지용 기자

 

대한민국 여행의 메카, 부산

 

최근 기자는 부산에 푹 빠졌다. 부산은 국내 최초의 국제 영화제 BIFF(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와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가 열리는(2020년까지) 문화관광의 중심 도시이다. 이 두 행사를 차치하더라도 부산은 ‘여행’할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기자가 동아대학교 출강과 예정에 없던 취재 일정까지 만들어가면서 부산을 방문한 이유는 부산의 이러한 매력 때문이다.(또 하나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부산이 대한민국의 해운의 ‘허브’라는 것이다.)

부산 깡통시장▲ 3월 12일, 기자가 방문한 부산 남포동의 부평깡통시장. 분주한 사람들과 기이한 음식이 눈길을 끈다.

 

2016년 5월에 발행된 한국관광공사의 보고서(2015 국민여행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은 전국 ‘광역시’ 중 국내 여행객(연 715만 8,553명)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도시이다. 또한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을 방문하는 국내 여행객 중 과반인 421만 1,520명이 부산에서 1박 이상 머무는 ‘숙박여행’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은 또한 월 7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방문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여객기를 통해 김해공항에 입국한 외래객은 지난 1월 기준 7만 5,929명이다.

여행지별 국내여행 참가자 수▲ 여행지별 국내여행자 수(자료: 한국관광공사, 2015 국민여행실태조사보고서)


 

여행객의 두 손을 가볍게

 

여행지를 방문하는 국내외 여행객의 첫 번째 니즈는 ‘숙박업소’, ‘관광명소’, ‘음식점’에 관한 정보이다. 당일여행이 아닌 이상 잠자리를 고르는 것은 여행객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특히 부산은 국내 여행객들도 숙박여행을 많이 하는 곳 중 하나다. 숙박을 해결했다면? 이제 그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관광명소를 찾아가야 한다. 관광명소를 돌아다니면서 지역 특산 음식을 먹는 것 역시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이런 세 가지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수많은 여행, 숙박, 맛집 플랫폼 업체가 만들어졌다. 해외 업체 중에는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er)’가 대표적이다. 한편 국내에서도 ‘마이리얼트립’처럼 통합 여행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과 야놀자(숙박), 망고플레이트(맛집) 등 특정 분야의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대거 나타났다. 이러한 ‘정보 플랫폼’의 등장으로 여행객이 좋은 숙박업체, 관광명소, 음식점 정보를 찾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됐다. 기업이 여행객의 ‘또 다른 니즈’를 발견하기 위해 고민하기 시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트립어드바이저▲부산 광안리에서 트립어드바이저를 통해 숙박업체, 관광명소, 음식점 정보를 찾은 결과. 트립어드바이저는 글로벌 및 로컬 방문객의 별점 리뷰를 기반으로 순위를 산정하여 지역 여행 정보를 제공해주는 글로벌 플랫폼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수하물 운송’ 업체가 등장했다. 이들 업체는 숙박업체, 관광명소, 음식점 사이를 이동하는 여행객의 ‘두 손을 가볍게 만들자’는 목표를 내세운다. 서울·경기권역의 ‘베이팩스’, ‘짐좀에어(서울·제주 서비스 제공)’, 제주권역의 ‘신딜리버리’ 등이 대표적이다. 내국인 여행객 수로는 국내 2위(시 기준), 외래객 방문으로는 국내 3위를 자랑하는 부산에서는 어떻겠는가. 물론 이러한 서비스 업체가 등장했다. 바로 ‘짐캐리’다. 짐캐리는 지난해 10월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부산 지역 수하물 운송 서비스 업체다.

 

택배, 퀵, 대중교통의 중간에서

 

짐캐리는 자택(숙소)에서 부산역 구간(15,000원), 자택(숙소)에서 김해공항 구간(20,000)의 수하물 운송 서비스(28인치 이상의 수하물 혹은 특수 대형 물품일 경우 5,000원 추가)를 제공한다. 저렴하지만 당일배송이 불가능한 ‘택배’, 빠르지만 비싸고 수하물 보관이 힘든 ‘퀵서비스’, 여행객 스스로 짐을 맡겨야 하는 탓에 많은 이동 시간이 소요되는 ‘대중교통’의 중간점을 찾아 합리적 가격에 당일 수하물 배송 및 보관 서비스를 만들었다는 것이 짐캐리의 설명이다.

짐캐리 서비스▲ 짐캐리가 웹페이지를 통해 제공하는 김해공항-숙소(자택), 부산역-숙소(자택) 두 구간의 서비스

 

짐캐리를 이용하는 고객은 오전 9시까지 자택(숙소)에 화물을 맡겨두면 부산역(출발시간 30분 전부터) 혹은 김해국제공항(출국 2시간 전부터)에서 짐을 수령할 수 있다. 부산역 및 김해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하는 수하물 운송 주문 역시 가능하다. 짐캐리는 자차 1대를 이용해 고객의 짐을 고객이 원하는 곳까지 옮겨준다.

 

짐캐리에 따르면, 2월 기준 짐캐리의 누적이용건수는 약 100건이며, 3월 14일 기준으로 누적 150건의 주문을 처리했다. 물론 이는 아직 내세울 만한 수치는 아니다. 실제 3월 기준 짐캐리의 하루 평균 주문 수는 1~2건에 불과하다. 수하물 운송을 위해 자차 1대를 운영하고 있지만, 밀크런(Milk Run)과 같은 물류 효율화 기법을 논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물량이다.

밀크런: 마치 우유를 배달하듯이 순회하며 고객 주문을 수거 및 배송하는 방법. 기본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물량이 있어야 가능한 전략이다. 짐캐리 또한 추후 개인 수하물의 두 가지 특성인 ‘무조건 빨리 가지 않아도 당일에만 배송되면 된다는 점’, ‘어느 정도 모았다가 일괄적으로 배송 가능하다는 점’을 활용해 밀크런 방식의 물류를 지향할 전망이다.

 

때문에 현시점(2017년 4월) 짐캐리는 서비스를 알리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1차적으로 부산 지역을 여행하는 20~30대 내국인 여성을 타깃으로 마케팅을 진행한다는 것이 짐캐리의 설명이다. 짐캐리는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구간으로 하루 100건 이상의 주문을 내다보고 있으며, 그 시점 이후에는 물류 고도화가 필요한 시점이 반드시 올 것이라 예측하며 성장하고 있다.

 

창업 꿈꾸던 부산 갈매기

 

짐캐리는 2016년 1월 부산 동아대학교 도시계획공학과에 재학 중이던 학생 3명이 모여 만든 팀이다. 2015년까지만 해도 그들은 다른 일반적인 대학생처럼 취업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이 창업을 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짐캐리 창업자들은 창업 전 부산역(부산 중구)에 있는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1년가량 일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당시 게스트하우스를 방문하는 여행객은 부산역 근방에 머물며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다가 이후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가량 걸리는 부산 해운대구 근방으로 숙소를 옮겨 그 주변을 관광하는 경우가 많았다. 게스트하우스는 이러한 고객 니즈를 파악하고 ‘짐제로’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만들었다. 게스트하우스 대표가 운영하는 해운대 게스트하우스와 부산역 게스트하우스 사이에서 고객의 짐을 옮겨주는 방식이었다.
 

그러던 중 짐캐리 팀원들은 짐제로의 한계를 발견했다. 짐제로 서비스는 부산역 게스트하우스와 해운대 게스트하우스 사이의 수하물 운송만 가능하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었다. 때문에 고객이 해당 게스트하우스가 아닌 다른 숙박업체에서 숙박을 할 경우 짐을 찾아 다시 자신의 숙소까지 옮겨야 하는 불편함이 발생했다.(짐캐리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이후 해운대 게스트하우스 연합이 만든 ‘아재짐좀’의 한계이기도 했다.)

 

더욱이 수하물 운송 스타트업이 이미 등장한 서울, 제주와 달리 부산에는 명확한 경쟁업체가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부산의 롯데호텔, 하얏트호텔, 파라다이스호텔 등이 수하물 운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지만 이 또한 주말밖에는 제공되지 않았다. 세 명의 부산 출신 대학생이 창업을 결정하게 된 까닭이다.

 

김우승 짐캐리 대표는 “짐캐리는 먼 길을 떠나는 이들의 캐리어, 시장에서 돌아온 어머니의 장바구니 등 수많은 짐과 물류 속에서 ‘개인 수하물’에 주목하여 창업한 업체”라며 “가방 없는 두 손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짐캐리의 작은 바람”이라 밝혔다.

 

김 대표는 “짐캐리가 국내외 여행객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서울이 아니라 부산에 창업을 한 이유는 짐캐리 팀원들이 부산에서 거주하고 부산에서 대학교를 다녀, 누구보다 부산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직접 기획한 서비스를 이용한 뒤 만족하는 고객을 보며 보람과 재미를 느꼈기 때문에 창업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두 차례의 지원금, 한 차례의 투자

 

짐캐리 팀원들은 지난 15년 동아대학교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사업단이 개최한 창업경진대회에서 해당 아이템으로 수상하여 2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고, 2016년 1월 팀을 결성했다. 이후 지난해 9월에는 부산지역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콜즈다이나믹스(이하 콜즈)’가 개최한 ‘부스타락셀 배치20 데모데이 2016’ 행사에서 우수상과 함께 8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두 차례에 걸쳐 받은 1,000만 원가량의 지원금은 학생 신분으로 초기 자본 없이 서비스를 시작한 짐캐리에게 큰 힘이 되었다. 짐캐리는 이후 공동 창업자로 웹디자이너 한 명을 새로 영입해 웹페이지/모바일웹을 오픈했다. 그 동안 광안리 불꽃축제, 지스타 2016 등 여행객이 많이 방문하는 행사를 통해 오프라인 홍보를 주로 했던 짐캐리는 웹페이지 오픈으로 인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게 됐다. 실제 짐캐리에 따르면 지난달 서비스 이용 고객 수는 전월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현시점(2016년 4월) 짐캐리는 콜즈로부터 초기투자 유치를 앞두고 있다. 콜즈가 지난해 12월 부스타락셀 데모데이 행사에서 수상한 업체 중 3곳(리턴박스, 짐캐리, 헬로컴퍼니)을 꼽아 2억 원 규모의 공동투자 협약식을 체결한 것이다. 콜즈에 따르면 짐캐리에 약 5,000만 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며, 정확한 투자 금액은 아직 협의 중이다.

 

짐캐리에 투자를 결정한 콜즈다이나믹스 강종수 대표는 “짐캐리에 투자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검증된 사업성보다는 우리가 제시한 과업지표(마일스톤)를 빠르게 달성하는 실행력 때문이었다”며 “국내 스타트업 중 아직까지 수하물운송 분야의 절대적 승자가 없기 때문에 짐캐리의 빠른 실행력은 시장은 선점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 말했다.

 

짐캐리의 경쟁력, 수하물배송 ‘올인’

 

짐캐리가 경쟁 수하물운송 업체와 비교해서 갖는 차별점은 무엇일까. 짐캐리는 자신들의 경쟁력으로 ‘짐의 이동’ 한 가지에 집중하고 있는 것을 꼽았다. 경쟁 수하물운송 업체는 대개 ‘짐을 통해 어떤 수익모델을 만들까’ 고민한다. 이에 반해 짐캐리는 ‘짐을 어떻게 옮길 것인가’와 ‘여행 수하물 외에 짐캐리가 다룰 수 있는 짐에는 무엇이 있을까’ 고민한다. 철저히 개인 수하물 배송에만 집중하겠다는 짐캐리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짐캐리는 개인 수하물 배송 이외에 그들이 제공하지 않는 다른 분야의 서비스는 외부 업체와 협업을 통해 제공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짐캐리는 그들의 배송 서비스와 결합할 수 있는 숙박업체, 여행사, 무인보관함 업체, 심지어 동종 수하물운송 업체와도 협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가령 부산 하얏트호텔과 파라다이스호텔은 자신들이 제공하지 않는 주중 수하물 운송 서비스를 짐캐리를 통해 제공한다. 짐캐리는 지난 3월 13일 광안리 아쿠아펠리스호텔과 홍보 제휴를 맺었다. 아쿠아펠리스호텔에는 짐캐리를 홍보하는 엑스배너가 배치됐으며, 호텔에서 3박 이상 묵는 투숙객을 대상으로 짐캐리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의 이벤트를 진행했다.

 

또한 짐캐리는 지난 3월 부산 지하철 역사에서 무인보관함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카텍’과도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기존에 짐캐리 부산역 사무실에서 취합되던 부산역발 짐캐리 화물을, 지하철 무인보관함을 거점으로 활용하여 고객이 머무는 숙소까지 전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2월에는 서울·제주권역에서 수하물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짐좀에어’와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양사는 협업을 통해 서울과 부산 간 문전배송(Door to Door) 솔루션을 제공하고, 나아가 국내 주요 도시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파트너십을 전개할 계획이다.

로카텍▲ 부산역 지하철 역사에서 볼 수 있는 로카텍의 무인보관함

 

김 대표는 “짐캐리에 짐 보관 서비스 등 짐 배송 이외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냐고 묻는 고객도 존재한다. 이에 짐캐리는 해당 서비스 제공 업체와 사업 제휴를 맺어 연결점을 만들거나, 그것이 힘들다면 부산 지역에서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업체를 고객에게 소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이는 짐캐리가 ‘수하물 운송’이라는 하나의 분야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 말했다.

 

또한 그는 “짐캐리는 현재 고객 니즈가 가장 크고 시장의 반응이 빠른 것으로 여겨지는 여행객 수하물 분야에 한정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실상 우리가 주목하는 시장이자 미래 경쟁력은 짐캐리가 개인 수하물 분야에서 쌓은 역량을 통해 드러날 것”이라며 “짐캐리의 물류 프로세스를 잘 가다듬어 여행객의 캐리어 이외에도 장바구니, 업무용 서류까지 포함하는 개인 수하물 배송 영역에서 경쟁력을 갖춰나갈 것”이라 강조했다.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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