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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로켓직구로 관세법 위반 논란 "쿠팡글로벌이 뭐길래"

by 엄지용 기자

2017년 05월 16일

로켓직구 단독입점 판매자 '쿠팡글로벌', 쿠팡 임원이 현직 대표 맡고 있어

두 회사 특수관계 입증된다면 '관세법 위반' 논란 휘말릴 가능성 제기

 

▲ 쿠팡이 내건 로켓직구의 혜택(출처: 쿠팡 홈페이지)

 

쿠팡의 로켓직구 단독 입점 판매자 ‘쿠팡글로벌(Coupang Global LLC)’의 대표가 쿠팡 등기임원인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만약 실제 두 회사가 특수 관계에 놓여있다면 쿠팡이 ‘관세법 위반’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제기될 전망이다.  

 

쿠팡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로켓직구는 기존에 쿠팡이 제공하던 ‘쿠팡직구’의 상품 수(Selection)를 늘리고 기존 4일 배송을 3일 배송으로 축소하여 브랜드화한 서비스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쿠팡직구에는 여러 셀러가 입점했지만, 로켓직구는 현재까지 쿠팡글로벌(Coupang Global LLC)이라는 이름의 한 업체만이 단독입점한 상태다.

 

회사 측은 쿠팡과 쿠팡글로벌이 전혀 관계가 없는 별개의 회사라고 선을 그었다. 쿠팡 홍보팀 관계자는 “로켓직구 판매자 입점 기준은 까다로우며, 쿠팡글로벌은 그것을 통과한 회사”라며 “쿠팡글로벌의 회사 이름에 ‘쿠팡’이 들어간 이유는 모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정확히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쿠팡과 쿠팡글로벌은 별개의 회사라는 것”이라며 “쿠팡은 아이템마켓과 동일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업자이고, 쿠팡글로벌은 판매 셀러”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쿠팡의 주장과는 달리 쿠팡글로벌의 대표는 현직 쿠팡 임원들이 맡고 있다.

▲ 미국 총무처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한 쿠팡글로벌 기업정보. 리차드 송과 브래드 하박이 공동대표로 명기돼 있다.(출처: 미국 총무처 홈페이지)

 

미국 총무처 홈페이지(https://sos.wa.gov)에 따르면 워싱턴 시애틀 소재의 쿠팡글로벌(Coupang Global LLC) 법인 대표(Governor)는 리차드 송(Richard Song)과 브래드 하박(Brad Harbach)이다.

 

쿠팡 미국홈페이지(http://www.coupang-usa.com)에 따르면 리차드 송은 쿠팡의 CFO이며, 링크드인에 따르면 브래드 하박은 2015년 2월부터 현재까지 쿠팡 글로벌 수입 담당 이사(Director – Global Imports)를 맡고 있다. 브래드 하박은 쿠팡 로켓직구 판매 페이지에 쿠팡글로벌의 ‘대표자’로 명기돼 있다.

▲ 쿠팡 미국홈페이지와 쿠팡 한국홈페이지 판매정보에 노출된 리차드 송과 브래드 하박의 이름. 쿠팡에 따르면 리차드 송이 쿠팡 CFO인 것은 맞으나, 브래드 하박의 경우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출처: 쿠팡 미국홈페이지 및 한국홈페이지 발췌, 합성)

 

여기에 더해, 쿠팡 미국홈페이지에 올라온 현지 채용공고에는 쿠팡글로벌 LLC의 규약(Policy) 안내가 하단에 거론돼 있다. 개별회사의 정책이 쿠팡 채용공고 하단에 언급된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담당자의 실수일까.

▲ 쿠팡 미국홈페이지 채용공고 하단에 적시된 ‘쿠팡글로벌 LLC’의 이름. 현재 쿠팡 미국홈페이지에선 워싱턴 시애틀의 글로벌 수입담당 매니저 등을 채용하고 있다. 그리고 쿠팡글로벌 LLC는 워싱턴 시애틀 소재 법인이다.(출처: 쿠팡미국홈페이지 발췌, 합성)

 

쿠팡 관계자는 쿠팡 현직 임원이 쿠팡글로벌의 대표로 명기된 상황에서 이를 개별 회사라 보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해당 정보를 통해)관계가 있는 회사라 볼 수 있겠지만, 법인 자체가 다른 회사인 것은 분명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두 회사의 연결고리, 관세포탈 논란 제기

 

만약 쿠팡과 쿠팡글로벌 두 회사 간의 특수관계가 인정된다면 쿠팡이 ‘관세 포탈’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쟁점이 되는 내용은 개인(소비자)이 납세의무자가 되는 직구 물품에 대해 150달러 미만 상품의 소액면세, 수입 물품 검역 면제 등의 혜택이 부여되는 가운데 쿠팡과 쿠팡글로벌이 특수 관계가 있는 회사라면 ‘납세의무자’를 누구로 봐야 할 것인가이다. 

 

실제 특수 관계를 맺고 있던 구매대행업체를 통해 전자상거래 특수통관 혜택을 받아 탈세 혐의로 처벌된 법원 판례도 존재한다. 서울행정법원의 2012년 판례(2011구합27186 판결)에 따르면 구매대행업자인 미국에 거주하는 동생과 국내소비자 사이에서 미국 건강기능식품 판매를 중개한 인터넷쇼핑몰의 관세 및 부가가치세 처분취소 청구를 기각했다.

 

판례에 따르면 “▲소외1(구매대행업자인 동생)이 도매업자로부터 직접 건강기능식품을 매입하여 창고에 재고를 구비하여 두었던 점, ▲쇼핑몰에 기재된 가격은 도매업자로부터 매입한 가격이 아닌 새롭게 책정한 소비자가격인 점, ▲쇼핑몰에는 상품의 기능, 제조사, 성분 등이 상세히 기재되어 있고 그 구매를 유도하는 광고성 설명이 대부분인 반면, 배송 및 결제 등에 대한 설명은 부수적인 것에 불과한 점, ▲쇼핑몰이 제품의 하자에 관한 책임을 부담하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쇼핑몰은 전자상거래업자가 스스로 거래의 책임을 부담하는 형태인 ‘수입쇼핑몰형 거래’에 해당한다”며 “수입쇼핑몰형 거래 유형에 해당하는 물품인 경우 전자상거래업체가 수입화주로 규정되며, 따라서 쇼핑몰 운영자는 수입화주로서 관세 및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가 된다”고 밝혔다.

 

물론 위 판례는 2015년 이어진 대법원 판결(2014두2270 판결)에 의해 관세 및 부가가치세 부과 처분이 취소됐다. 국내사업자(쇼핑몰)가 해외 판매자(구매대행업자)의 소득이나 수익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였더라도 국내사업자와 국내 소비자 간에 별도의 국내 거래가 있었다는 사정이 증명되지 않는다면 물품을 수입한 실제 소유자는 국내사업자가 아니라 국내 소비자로 봐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가속되는 논란, 침묵하는 쿠팡

 

하지만 판례와는 별개로 쿠팡과 같은 사례의 불법 여부는 상존한다는 관세업계의 의견이 존재한다. 이와 함께 관세법의 회색영역에 있기에 불법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업계의 주장이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관세법인 A사의 한 관세사는 “2012년 판례는 국내 사업자와 해외판매자가 있는데 그 사업자들이 특수 관계에 있다는 것으로, 쿠팡과 쿠팡글로벌의 관계에 대입해도 거의 일치한다”며 “만약 조사를 해서 문제가 나타났다 해도 쿠팡은 로켓직구 운영에 있어 재고를 보유하지 않기 때문에 쿠팡이 아닌 구매대행업체가 계약당사자로 조사대상이 되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그러나 2015년 판례를 봤을 때는 쿠팡이 쿠팡글로벌을 통해서 상품을 매입하고, 그 물건을 다시 소비자에게 보내는 것이 아니라면, 쿠팡과 쿠팡글로벌의 거래형태가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며 “이러한 사례는 관세청 내에서도 상당한 이슈가 되고 있으며, 관련 연구와 논문 작성을 통해 관계를 정립하고자 하는 논의가 진행중”이라 전했다.

 

관세법인 B사 대표관세사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더라도 전자상거래업체와 구매대행업체 간의 특수관계 거래를 인정하는 것은 관세법 체계 자체를 흔들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논란이 될 것”이라며 “상식적으로 이런 거래형태가 인정된다면 한국 법인 모두가 해외로 나가서 회사 차리고 구매대행 형태인 것처럼 한국에 판매하면 세금 면제에 검역도 안 받아도 되는데 누가 B2B 컨테이너 통관 받고 세금 다 내려고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법원 판례가 나왔더라도 플랫폼 업체가 구매대행업체의 CS처리, 광고와 같은 직구 사업과 직접 연관이 없는 부수적인 업무를 도와주는 형태로 면세를 받을 수 있다는 취지가 되기 때문에 논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크로스보더(Cross Border) 물류업체 C사 대표는 “특수 관계가 있는 구매대행업체와 전자상거래 업체의 직구 서비스는 국내 직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와 셀러 사이에서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며, 성실하게 수입하는 사람들이 억울할 수 있지만 불법은 아닌 편법”이라며 “확실한 것은 소비자들은 이득을 보고 있다는 것”이라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오히려 궁금한 것은 업계 관계자들이 보기에 뻔히 이익은커녕 적자밖에 남지 않을 직구 사업에 쿠팡이 들어온 이유”라며 “과거 지마켓과 옥션이 이베이 매각 전에 해외사업 진출을 가속화했던 것을 통해 유추해 봤을 때, 쿠팡이 로켓직구를 통해 매각이나 후속 투자유치를 위해 보여주기 위한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고자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쿠팡과 쿠팡글로벌의 관계 사실 확인과 로켓직구 불법 논란 제기에 대해 쿠팡 측은 “쿠팡글로벌의 대표가 누구인지는 밝힐 수 없지만, 두 회사는 별개 회사”라며 “관세와 관련해서는 관련 법령을 준수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 해당기사의 취재과정인 프리퀄기사는 <논란의 실마리, 쿠팡 로켓직구 ‘3일배송’의 비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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