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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화의 물류돋보기] 아마존은 왜 ‘뉴욕 맨해튼’에 물류센터를 차렸을까

by 송상화

2017년 07월 14일

아마존, 물류센터

글. 송상화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등장, 풀필먼트

 

아마존(Amazon)의 8세대 물류센터를 소개하는 유튜브 비디오가 공개된 지도 벌써 2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첨단 로봇과 신기술이 대거 적용된 아마존의 새로운 물류센터는 기존 ‘창고’의 개념을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물류의 미래를 보여준 아마존의 동영상이 물류 산업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은 물론입니다.

 

아마존의 뉴욕 맨해튼 오피스가 위치한 비즈니스 빌딩에는 약 4,600m2 규모의 물류센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비싼 임대료로 유명한 뉴욕 맨해튼 중심부의 비즈니스 빌딩에 ‘물류센터’가 있다? 언뜻 보면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흥미로운 사례가 하나 더 있습니다. 새로운 유통 모델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박스드(Boxed)의 사례입니다. 박스드는 물류센터를 완전 자동화하면서도 기존 인력을 전혀 해고하지 않고 대신 새로운 업무로 전환 배치했다는 뉴스(http://fortune.com/2017/04/27/boxed-fulfillment-center-automated/)를 전한 바 있습니다. 박스드 역시 물류센터의 전체 공간을 자동화 설비로 리모델링했고, 기존에 100명의 인력이 일하던 공간을 ‘무인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아마존과 박스드가 공개한 물류센터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물류센터’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들 물류센터는 대신 ‘풀필먼트센터’라고 불리며, 온라인 유통 비즈니스의 한 축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풀필먼트는 고객이 원하는 복잡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만족시키는 전체 프로세스를 의미합니다. 이를 단순히 물류 프로세스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온디맨드 시대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방식으로 만족시킬 것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이 시대에는 보관과 운송 방식 모두 크게 변화하게 됩니다.(참고: [송상화의 물류돋보기] 풀필먼트센터 탄생의 역사)

 

산업 패러다임이 제조업 중심이던 시대, 그러니까 ‘창고’가 그저 창고였던 시대에는 좁은 공간에 최대한 많은 제품을 보관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창고는 면적당 임대료를 책정하여 수익을 창출했습니다. 창고업은 물류업이라기보다는 부동산 임대업에 가까웠습니다. 운송 역시 대규모 트럭, 기차, 선박 등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이후 유통의 시대(창고가 물류센터로 불리던 시대)에는 얼마나 빠르게 제품을 공급하는가가 중요했습니다. 반면 온디맨드의 시대, 풀필먼트센터의 목표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족시키는 것입니다.

 

다시 아마존의 사례로 돌아가 봅시다. 아마존이 뉴욕 맨해튼에 설치한 풀필먼트센터는 전통적인 창고나 물류센터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비용을 아무리 낮춘다 하더라도 뉴욕 중심의 높은 임대료를 고려할 때 1회 배송마다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앞서 강조했듯 풀필먼트센터에서는 고객의 복잡한 니즈를 효율적으로 만족시키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창고에서는 면적당 보관료가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물류센터를 지나 풀필먼트센터까지 오게 되면 더 이상 면적당 보관료는 무의미해지고, 그 자리를 ‘서비스당 요금’이 차지하게 됩니다.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포장하고, 라벨을 부착하고, 고객마다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풀필먼트센터는 복잡한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어야만 합니다.

 

아마존의 8세대 풀필먼트센터나 박스드의 풀필먼트센터는 단순 자동화 설비가 아니라 ‘로봇’에 기반한 ‘조립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한 번의 주문에 여러 상품을 포함하더라도 한 치의 오차 없이 이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물류가 아니라 풀필먼트

 

즉 풀필먼트의 목표는 개별 프로세스에서 비용을 절감해 프로세스당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아닙니다. 풀필먼트의 목표는 고객에게 서비스를 ‘잘’ 제공하는 것, 그리하여 고객만족을 끌어올리고, 고객을 유지하는 것에 있습니다. 아마존이 개별 프로세스의 수익성을 고려했다면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창고를 만들어 자동화된 로봇 기반의 설비를 도입할 이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소비자는 소규모의 불확실한 주문을 하는데다가, 요구하는 것도 까다롭기 그지없습니다. 대량 운송과 대량 보관에 맞춰진 물류프로세스로는 이러한 주문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수요의 불확실성/변동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로봇 기반의 시스템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CB인사이츠(CBinsights)의 물류창고 관련 스타트업 현황 분석(https://www.cbinsights.com/blog/warehouse-tech-startups/)에는 이와 같은 변화가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CB인사이츠는 물류창고를 혁신하는 스타트업을 로봇, 온디맨드 창고중개, 자산 트래킹, 창고 아웃소싱 및 풀필먼트, 창고 및 재고관리 정보시스템으로 분류했습니다. 로봇과 온디맨드, 풀필먼트, 정보시스템이 창고 혁신의 전면에 등장한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유통산업의 핵심은 어느 위치에 오프라인 매장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커다란 매장을 열고, 이를 활용해 임대업을 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고객이 제품과 만날 수 있는 채널은 적었습니다. 고객은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 제품을 구매해야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위치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온디맨드의 시대, 산업의 핵심경쟁력은 풀필먼트로 변화했습니다. 위치의 중요성은 다소 떨어졌습니다. 대신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충족시켜 주는 것, 이 모든 것이 소비자의 삶에 물 흐르듯 녹아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된 것입니다. 물류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변화의 방향이 궁금하다면, 풀필먼트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송상화

한국지역난방공사, 홈플러스그룹, POSCO, CJ대한통운, 현대엠앤소프트 등 제조, 유통, 물류 분야의 기업들과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하였고, 삼성전자, LG전자, CJ제일제당, 한국능률협회컨설팅, 한국생산성본부, 국군수송사령부 등과 함께 SCM 및 물류혁신 관련 교육을 진행하였다. Marquis Who's Who, IBC 등 인명사전 등재 및 논문상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관심분야는 SCM 최적화, 물류 및 유통 혁신, 위치 기반 서비스 및 네비게이션 최적화 등이 있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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