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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업계에 ‘좋은 일자리’가 나타날 수 있을까

by 엄지용 기자

2017년 08월 06일

정부가 일자리 중심 성장정책을 국정 제1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물류업계에서도 ‘좋은 일자리’가 나타날 수 있을까. 본지 조사 결과 현행 물류업계 일자리는 ‘산업 비전’은 밝지만, ‘낮은 연봉’과 ‘일과 생활의 불균형’ 측면에서는 개선해야 될 부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현직자들의 이야기를 청취해본 결과 물류업계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가 될 수 있는 가능성보다는 개선해야 될 부분이 더 많다는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어진다.

▲ 물류업계에 관심을 갖고 있는 청년들이 바라보는 좋은 일자리를 판단하는 기준들. 표본은 한국청년물류포럼의 회원(현직자 : 5명, 대학생 : 28명)으로, 좋은 일자리를 판단하는 기준을 8개(기타 포함= 9개)로 나누고 최대 3개의 답을 선택하도록 했다.

 

본지가 물류업계에 관심을 갖고 있는 청년들이 바라보는 ‘좋은 일자리’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한국청년물류포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좋은 일자리를 판단하는 기준은 ‘높은 연봉(64%)’, ‘성장 가능성/비전(64%)’, ‘일과 생활의 균형(55%)’ 순으로 나타났다.

▲ 물류업계 일자리가 표본이 판단하고 있는 ‘좋은 일자리’ 기준에 부합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표본은 한국청년물류포럼 회원으로 동일하며, 좋은 일자리를 판단하는 기준을 8개(기타 포함= 9개)로 나누고 선택 제한 없이 답을 선택하도록 했다.

 

이어 같은 표본을 대상으로 한 물류업계 일자리 인식 조사 결과 물류업계 일자리는 성장 가능성/비전(76%), 전공 적합성(48%) 측면에서 좋은 일자리를 판단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물류업계 일자리는 일과 생활의 균형(67%), 사회적 인식(52%), 연봉(42%) 측면에서는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성장 가능성’은 무엇인가

 

설문조사에 따르면 물류업계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가 될 수 있는 요소로는 ‘성장 가능성/비전’ 하나로 압축된다. 인식조사에서 ‘전공 적합성’에 대한 응답이 높게 나타나긴 했으나 이는 설문 참가자의 48%(16명)가 물류·무역·산업공학 등 물류관련 전공학생이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 물류현직자 5명 중 물류업계 일자리의 강점으로 ‘전공 적합성’을 택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복수 설문조사 응답자들이 물류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본 이유는 ‘물류산업이 타산업과 융·복합하기 좋은 산업’이기 때문이다. 신세계·쿠팡과 같은 유통기업, 삼성SDS·우아한형제들과 같은 IT기업들이 각각의 방식으로 물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토교통부 또한 ‘융복합 물류’를 미래 물류 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 국토부와 해수부가 국가물류기본계획(2016-2025)을 통해 제시한 물류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물류, IT, 유통, 금융 등 이종산업이 결합되는 융복합 물류가 언급돼 있다.

 

한국항공대 물류학과에 재학중인 한 학생은 “물류산업은 타산업과 연계 가능성이 높기에 성장성이 높고 개선할 수 있는 것이 많아 물류 분야 취업을 물류 분야 취업을 고민하고 있다”며 “실제 물류 자동화 분야에 관심이 많고 프로그래밍 역량도 있기 때문에 이 역량과 융합할 수 있는 분야의 취직을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교육스타트업 슈퍼트랙의 위견 대표는 “물류는 본질적으로 타산업, 또는 다른 업무와 연결된다는 측면에서 산업간 융·복합 트렌드를 대표하는 산업이라 생각한다”며 “이커머스, O2O 서비스 발전의 배경에도 물류는 존재했으며, 앞으로 자율주행차, 드론, 하이퍼루프, 인공지능 등 여러 산업을 선도하는 핵심기술이 물류와 결합되며 더 큰 성장을 이룩할 것”이라 밝혔다.

 

물류는 뜬다는데, 내 연봉은?

 

설문조사에 따르면 물류업계 일자리는 ‘일과 생활의 균형(67%)’과 ‘사회적 인식(52%)’ ‘낮은 연봉(42%)’과 ‘수직적 조직문화(42%)’ 등 다양한 부문에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설문 응답자들이 꼽은 좋은 일자리 판단 기준에서 ‘수직적 조직문화(24%)’와 ‘사회적 인식(15%)’ 등은 상대적으로 그리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아니었음을 고려했을 때,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물류업계의 당면과제는 ‘낮은 연봉’과 ‘일과 생활의 균형’으로 파악 가능하다.

▲ 잡플래닛 DB기반 산업군별 평균연봉 추산. 해당 산업 평균연봉 상위 10개 업체와 하위 10개 업체의 데이터를 기반하여 산출했다. ‘운송/운수/물류’ 업계는 잡플래닛의 기준에 따라 유통/무역/운송 산업분야의 2차 산업군으로 분류된다. (단위= 만 원)

 

실제 물류업계 일자리는 타산업군의 일자리와 비교해 연봉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잡플래닛의 DB에 따르면 ‘운송/운수/물류’ 업계의 평균연봉은 5106만 원 수준으로 전체 산업군의 평균연봉 6228만 원에 비해 1000만 원 이상 차이가 난다.

▲ 잡플래닛 DB기반 운송/운수/물류 업종 평균연봉 TOP 10 기업. 대부분 선사, 대기업 화주 물량을 기반으로 한 2PL 기업임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잡플래닛 DB에 TOP10 기업으로 분류된 ‘한진해운’은 파산으로 인해 데이터에 포함하지 않았다.)(단위= 만 원)

 

특히 상위 몇몇 물류대기업에 고액연봉자가 집중되고, 그 아래 수많은 중소기업이 존재하는 물류업계의 특성상 실제 업계가 느끼는 체감연봉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잡플래닛의 DB에 따르면 ‘운송/운수/물류’ 업계 하위 10개 업체의 평균연봉은 2157만 원으로 상위 10개 업체 평균연봉인 7910만 원과 비교해봤을 때 5800만 원 가까운 차이가 나타났다.

 

유통기업 D사 SCM팀장은 “보관, 배송에 치중된 물류사업은 기본적으로 마진 구조가 좋지 않기 때문에 임금을 많이 주고 좋은 인력을 뽑을 수가 없다”며 “장기적으로 기업 수요예측, 네트워크 설계와 같은 컨설팅 영역의 사업 확장을 통해 마진을 높이고 고급인력이 활동할 수 있는 판을 만들 필요가 있다. 현재는 고급인력이 오더라도 그들이 가진 지식을 쓸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열악한 것이 사실”이라 말했다.

 

무너진 워라벨, 이러려고 물류 왔나

 

낮은 연봉과 함께 ‘일과 생활의 균형(워라벨, Work-life balance)’을 챙기기 어려운 것도 물류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특히 이는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고 있는 물류대기업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나타나는 문제로 파악된다. 실제 복수 물류대기업 관계자에 따르면 근무시간 12시간은 그냥 넘어갈 정도의 업무 강도에 주말근무도 수시로 있어 도무지 자기 생활을 챙기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설명이다.

 

물류업계 일자리의 ‘일과 생활의 균형’이 악화된 이유는 화주의 업무에 존속되는 산업구조에서 기인한다. 혹여 물류 프로세스 상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화주의 마감 시간이 끝나야지 물류의 업무가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현직자들의 증언이며, 이런 문제는 글로벌 화주의 물량을 처리하는 경우 더 심해진다는 설명이다.

 

물류대기업 H사 한 화주영업 담당자는 “국내 공장이나 아시아 국가와 일을 하고 있는 팀은 그나마 정시 퇴근이 가능한 편이지만, 반나절 이상 시차가 발생하는 글로벌 화주를 상대하는 팀은 근본적으로 퇴근이 늦을 수밖에 없다”며 “화주를 상대하는 일뿐만 아니라 내부업무도 처리해야 하니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것이 다반사”라 말했다.

 

그는 또한 “화주의 실시간 요구에 응대하는 당직근무자를 두면 어떠냐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만성적인 인력부족 때문에 결국 모두가 야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각각의 영업 담당자마다 맡은 사업 분야와 화주가 있고,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에 실시간 화주 응대는 담당자 개인의 몫이 된다”고 밝혔다.

▲ 50개의 리뷰를 기반으로 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만족도 평가. 워라벨이 좋다는 평이 많다.(자료= 잡플래닛)

 

복수 물류대기업 관계자에 따르면 ‘무너진 일과 생활의 균형’과 ‘낮은 임금’ 문제로 인해 많은 신입사원들이 이탈하고 있다. 이렇게 물류기업에서 이탈한 인력들이 다음 직장으로 고려하는 곳은 항만공사, 공항공사와 같은 일과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는 직장이나, (물류업체 대비)을의 위치를 벗어날 수 있는 ‘화주사’나 ‘선사’다.

 

물류대기업 C사 관계자는 “통칭 물류사관학교라는 이름에 걸맞게 물류전문가로 성장하고 일을 많이 배울 수 있는 회사인 것은 알겠지만 오래 있을 곳은 못된다”며 “살인적인 업무 강도도 문제지만, 최소한 일을 시킨만큼의 수당은 챙겨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화여대 사학과에 재학중인 한 학생은 “앞으로의 성장가능성 때문에 물류업계 취업을 희망했었다”며 “그러나 물류기업의 근무환경, 일과 생활의 균형, 을의 위치가 갖는 한계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결국 유통기업의 물류담당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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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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