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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캠퍼스 후기] 현장에선 ‘누가’, ‘어떤 일’을 하나요

by 양석훈 기자

2017년 11월 22일

CLO캠퍼스, 청춘물류캠프▲청춘물류캠프. 아홉 명의 연사와 수많은 참가자가 모였다.

 

지난 9월 23일, CLO캠퍼스의 두 번째 프로젝트 ‘청춘물류캠프’가 열렸다. 본격적인 강연이 시작되기 전에 CLO 엄지용 기자가 짧은 발표를 했다. 발표의 핵심은 ‘물류는 어디에든 있지만, 모든 곳에서 물류가 대접받는 것은 아니다’였다. 그렇다. 물류는 어디에든 있다. 책이든 맥주든, 그 자리에 있는 모든 것은 다른 곳으로부터 이동한 것이니까. 그래서 물류는 어디에든 있다.

 

그러나 모든 곳에서 물류가 대접받지는 못 한다. 많은 기업이 여전히 물류를 비용 절감의 수단으로만 바라본다. 국내 물류현장의 현실은 열악하고,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작업 환경에 대한 문제제기도 자주 일어난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곳으로 가야할까.’ 물류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취준생은 고민이 된다. 좋은 방법은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곳의 물류현장에 직접 찾아가 보는 것이다. 하다못해 물류센터에서 ‘까대기’라도 한 번 해볼 수 있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다보면 가야 할 방향이 조금은 정해진다.

 

사실 이번 행사는 취준생의 이러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취준생에게 까대기의 품을 덜어주기 위해, 물류 전공서는 잘 알려주지 않는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9명의 연사가 선뜻 연단에 서주었다. 지금부터 강연 속으로 들어가 보자.

 

물류기업에선 무슨 일을 하나요?

 

CJ대한통운, 범한판토스, 현대글로비스 등등. 취준생이 가고 싶어 하는 소위 말하는 ‘물류기업’들이다. 그런데 이런 물류기업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걸까. 물류기업 안을 들여다보면 직무도 각양각색이다.

 

이런 궁금증을 해결해줄 첫 번째 연사는 ‘잡플래닛 TOP10 고연봉 3PL 기업’의 프로젝트 물량 수출입 담당자(이하 3PL 연사)였다. 프로젝트 물량이란 뭘까. 3PL 기업은 화주와 계약을 맺고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 계약에는 보통 두 가지가 있다. 스팟성 계약과 프로젝트성 계약이다. 스팟성 계약은 1~2달 정도로 짧은 기간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약이다. 반면 프로젝트성 계약은 1년에서 5년까지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약을 말한다. 3PL 연사에 따르면, 프로젝트성 계약을 맺는 화주는 보통 해외에 플랜트나 마을을 짓는 EPC 기업들이다.

 

그렇다면 프로젝트 물량 수출입 담당자는 어떤 일을 할까. 가령 국내 A사가 동남아시아에 공장을 증축한다고 해보자. 그러면 수출입 담당자는 국내 공장에서부터 국내 수출항만(POL)까지 기자재를 어떻게 옮길지 ‘루트 서베이(Route Survey)’를 한다. 그 다음 그 항만에 기자재를 실어 나르는 배가 들어올 수 있는지 등의 항만 정보(Port Information)를 조사한다. 그리고 어떤 배를 통해 화물을 선적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도착항(POD)의 상태를 확인한다. 끝으로 도착항에서부터 동남아 현지(Job site)로 내륙운송은 어떻게 할지 다시 한 번 루트 서베이를 한다. 이 모든 계획이 짜이고 난 뒤 계획대로 물류가 진행되는 것이다.

 

프로젝트 물량 수출입 담당자는 현지에 나가 루트 서베이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외국어 능력이 요구된다. 3PL 연사는 해외에서 일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에게 해당 직무가 적합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차로 인해 새벽에 고객으로부터 전화가 오는 등 외국인 고객을 상대하기 때문에 겪는 불편함도 있다고 밝혔다.

 

물류기업에서는 다소 낯선 마케팅 직무에 종사하는 담당자(이하 마케팅 연사)도 연사로 참여했다. 많은 물류기업에는 마케팅 부서가 없다. 물류에 마케팅이 필요 없다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하지만 DHL이나 UPS, 페덱스(Fedex) 등은 그들만의 고유한 색깔과 심볼로 회사를 ‘브랜드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물류기업 마케팅 직무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까. 첫째, DHL 등의 사례에서처럼 국내외 브랜딩 작업을 한다. 유니폼과 차량 등에 일관되고 통일성 있는 색깔과 심볼을 넣는 것이다. 마케팅 연사는 “우리만의 느낌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젊고 세련된 이미지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둘째로, 영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마케팅 툴을 개발한다. 영문 브로셔나 리플렛, 홍보 영상 등을 부문별, 산업별, 국가별로 제작하고 지원하며 관리하는 것이다. 셋째,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각종 스포츠 행사 등에 스폰서로 참여한다. 물류기업이 스포츠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가령 UPS는 ‘스피디’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F1 행사에 스폰서로 참여했다.

 

물류기업의 ‘영업’에 대해 소개한 연사도 둘 있었다. 첫 번째는 물류대기업 H사의 벌크선 영업 담당자(이하 벌크선 연사)였다. 물류기업의 영업도 기본적으로는 다른 기업의 영업과 다르지 않다. 벌크선 연사의 업무는 화주의 오더를 검토하고, 운임을 제시한 뒤 계약이 체결되면 선복 성약 후 결정된 배를 화주사에게 통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업무가 하나 더 있으니, 바로 ‘시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벌크선 영업은 시장 상황, 수요·공급의 변화에 민감하다. H사는 배를 직접 보유하지 않고 빌려서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시황에 따라 용선 가격이 엄청나게 차이 난다. 시황이 좋을 때 비싸게 배를 빌렸는데, 시황이 갑자기 나빠지면 수억 원의 손실을 입기도 한다. 때문에 영업 담당자는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물류기업의 영업에 대해 소개해준 두 번째 연사는 대형 포워더 업체 포워딩/수입 영업 담당자(이하 포워딩 연사)였다. 포워딩 연사는 “포워더는 화주를 데리고 와야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영업이 꽃이라고 할 수 있다”며 강연을 시작했다.

 

포워딩/수입 영업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질까. 포워딩 연사에 따르면, 예전에는 소위 말하는 ‘빌딩치기’가 많이 이뤄졌다. 빌딩 꼭대기부터 명함을 뿌리며 한 층 한 층 내려오는 거다. 하지만 최근 물류 영업에서 요구하는 것은 빌딩치기가 아니다. 이제는 운임과 서비스로 고객을 설득해야 한다. 수출입에 필요한 최적 전략을 수립하고 화주에게 그 전략을 제시해 설득하는 게 필요한 것이다. 계약을 따냈다고 영업의 일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실제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후 A/S까지 철저히 해야만 한다.

 

포워딩 업체는 배나 항공기를 보유하지 않는다. 사람만 있다. 때문에 사람들과 튼튼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이유에서 포워딩 연사는 포워딩 영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고객과의 ‘신뢰’를 꼽는다. 물론 신뢰를 쌓는 방법에 정석은 없다. 자신만의 방법을 개척해야 한다.

 

포워딩 영업을 하는 데는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 우선 기본적인 무역 관련 지식이 필요하다. 또한 외국인 고객과 연락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외국어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적 수출입 전략을 설계하고 고객에게 제시하며 설득하려면 고객 니즈를 파악하고 시장을 분석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이 뭐 하는 곳인가요?

 

이번 행사에는 위에서 소개한 전통적인 물류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에서 나온 연사도 있었다. 첫 번째는 코팩으로 유명한 커머스 M사의 물류센터 운영 담당자(이하 커머스 연사)였다. 커머스 연사는 이커머스 물류가 가장 가까우면서도 동시에 가장 먼 물류라고 소개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온라인 쇼핑을 하고 택배로 물건을 받지만(가장 가깝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커머스 물류만큼 막연한 곳(가장 멀다)도 없기 때문이다.

 

커머스 연사에 따르면, 커머스 물류가 전통적 물류와 비교해 갖는 가장 큰 차이는 제조와 같은 ‘앞단’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 커머스 업체가 물건을 OEM 방식으로 제조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커머스 물류의 범위는 비교적 작으며, 거의 대부분의 자원을 ‘포장’에 집중한다.

 

하지만 포장이라고 해서 간단하지만은 않다. 온라인 판매량은 세일이나 광고 여부에 따라 급변하고, 상품과 샘플 등의 증정품을 함께 넣어 포장하는 경우가 많으며, ‘생일축하 카드’ 동봉이나 합포장 등 까다로운 고객의 주문도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까다로운 주문을 처리하고 배송하는 데 주어지는 시간도 많지 않다. 당일배송의 시대라서 그렇다. 많은 커머스 업체가 자신만의 물류 솔루션을 찾기 위해 고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요컨대 커머스 물류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길’을 찾기 위한 고민이다. 커머스 연사는 “박스 포장 하나에서도 남들과 다른 것을 보여주고, 소비자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하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며 “커머스 물류는 쉽지 않지만 본인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빠르게 성취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과 관련한 두 번째 연사는 유니콘(진) 물류스타트업 배송 담당자(이하 물류스타트업 연사)였다. 스타트업은 언제나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 스타트업에서는 자신이 일을 안 하면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물류스타트업 연사 역시 “늘 절벽과 절벽 사이를 뛰어다니는 심정으로 일을 해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스타트업이기에 갖는 장점도 분명히 있다. 물류스타트업 연사는 무언가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고, 고정된 업무만 하는 대기업의 업무환경이 싫어서 물류스타트업에 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현재 다니는 스타트업은 무언가 건의하면 바로 피드백을 주기 때문에 야근이나 특근을 할 때도 ‘내가 지금 무언가 하고 있다’는 성취감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물류스타트업 연사는 욕심 많은 사람이 스타트업에 온다면 많은 것을 얻게 될 거라고 말한다.

 

여기서도 물류를 한다고?

 

한편, 이날 행사에는 ‘물류는 어디에도 있다’는 행사의 전제를 증명하듯, 물류기업이 아닌 일반기업의 연사도 참여해 그들만의 ‘물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IT 대기업 S사의 솔루션 담당자(이하 솔루션 연사)는 흥미로운 질문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럭비공은 왜 구형이 아니라 타원형일까?’ 정답은 따로 있겠지만, 이를 물류적인 관점에서 풀어 보면 ‘구형보다 타원형 공이 박스에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솔루션 연사는 이처럼, 물류기업이 아닌 곳에서도 물류적 관점으로 바라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IT와 물류를 살펴보자. 언뜻 둘은 무관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물류적 관점으로 둘을 이을 수 있다. 가령 수요에는 종속수요(Dependent Demand)와 독립수요(Independent Demand)가 있다. 종속수요는 다른 물건의 수요에 의존하는 수요이기 때문에 수요예측이 필요 없다. 반면 독립수요는 시장 조건에 의해 결정되는 수요로 수요예측이 필요하다. 하지만 예측은 아무리 잘해도 어긋나기 마련이다. 그러면 채찍효과가 발생한다. 이때 IT 기술을 활용해 수요예측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즉 IT는 SCM의 가시성(Visibility)과 속도(Velocity)를 높이고, 반대로 변동성(Variability)은 낮춘다. 이렇게 생각하면 IT와 물류의 연결고리가 생겨난다.

 

유니콘(급) 제조스타트업 사업운영 담당자(이하 제조업 연사)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물류적 관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제조업과 물류 역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가령 제조업 연사가 일하는 제조 스타트업은 MTO(Make to Order)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한다. MTO란 주문생산, 즉 고객이 주문을 확정한 순간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방식을 말한다. MTO 방식의 장점은 재고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효율적인 비용 발생을 줄여야하는 스타트업에게 재고는 그 자체로 리스크다. 이렇게 물류(재고관리)와 제조가 연결된다.

 

여기까지가 강연의 내용을 요약하여 정리한 것이다. 이번 행사는 물류현장을 직접 찾아가 보고 겪어야 하는 취준생의 ‘까대기’ 품을 줄이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글을 시작하며 말했듯 물류는 어디에든 있고, 물류의 세계는 넓다. 이번 행사에서 아홉 명의 연사가 다룬 내용은 그 넓은 세계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이번 행사로 물류 취준생의 눈이 더욱 넓어지고, 전보다 더 많은 것을 고민해야겠다는 새로운 ‘숙제’를 떠안고 갔기를 조심스럽게 바라본다.



양석훈 기자

따봉충이 되고자 합니다. 단 하나의 따봉(좋아요)이라도 더 받기 위해 공부합니다. (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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