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협력이 만드는 풀필먼트 진화론, 플랫폼의 영역으로

by 박찬재

2018년 03월 27일

고객만족을 위한 풀필먼트의 지향점은…‘플랫폼’

‘풀필먼트 센터’ 활용한 물류 서비스의 진화로 이어져야

 

 

글. 박찬재 두손컴퍼니 대표

 

Idea in Brief

서비스 업체라면 모두가 고민하는 ‘고객만족’. 이커머스 업체는 그게 참 어렵다. 고객과 직접 대면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커머스 업체들의 경쟁은 자연스럽게 화려한 포장, 1+1 사은품, 마일리지 지급과 같은 곳으로 흘러가게 됐다. 세간을 뜨겁게 달궜던 ‘당일배송’ 전쟁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 발생한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고객을 만족시키는 지점이 너무나 다양하여, 보편적인 방법론을 찾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이 숙제를 ‘풀필먼트’가 해결해준다면 어떨까. 물론 혼자서는 못한다. 라스트마일 물류, 역물류, 크로스보더 물류와의 협력은 풀필먼트를 플랫폼으로 만들 수 있다.

 

한 고급백화점의 아침 조회시간이다. 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판매원들을 일렬로 세운다. 판매원들은 개장과 함께 곧 밀려들어올 손님들을 상상하며, 배꼽인사와 함께 미소 짓는 것을 연습한다. ‘고객만족’이라는 소명을 나누고 있어서인지 사뭇 진지한 분위기다.

 

위와 같은 장면은 백화점 뿐 아니라, 은행, 호텔 등 고객을 응대하는 직종이라면 낯설지 않은 광경일 것이다. 하지만 고객만족을 실천하고자 하는 것은 비단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전유물이 아니다.

 

온라인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들의 최우선 고민 또한 단연 ‘고객만족’ 이다. 제품을 수령하는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야말로 판매사들의 생존과 직결됨은 물론이거니와, 고객의 평가가 온라인을 통해 더욱 쉽게 전파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온라인 업체들이 ‘고객만족’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이커머스의 사정

 

문제는 이커머스 업체들의 경우 고객에게 ‘배꼽인사’를 선사할 기회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 ‘택배’ 라는 편리함을 선택한 대신, ‘고객대면’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택배비2,500원으로 하루에 수백 박스의 배송을 하는 택배기사님들에게 마치 백화점 점원 수준의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1)

1) 2017년, 한진택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인가구 및 부재시 위탁 배송 사례가 늘어나 대면배송율이 20% 이하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따라서 고객을 만족시키겠다는 이커머스 업체들의 경쟁은 자연스럽게 제품의 화려한 포장이나 행사가격, 1+1사은품, 마일리지 지급 등으로 흐르게 되었고, 이마저도 비용이나 경쟁이 한계점에 다다르면서, 일부 업체들에서는 수천억 원을 투자해 ‘당일배송’ 서비스를 만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커머스 업체들은 아직 ‘고객만족’이라는 사명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그 이유는 더 빠른 배송을 구현하지 못해서이거나, 더 멋진 포장을 하지 못해서만은 아니다. 더욱 본질적인 문제는 ‘고객 만족을 만들 수 있는 수요지점이 너무 다양하다’는 점이다.

 

어떤 고객들은 ‘빠른 배송’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면, 어떤 고객들은 ‘반품/교환’을 서비스 만족의 방점으로 삼기도 한다. 또 다른 고객들은 제품이 느리게 오더라도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한 제품들이 모두 한 박스(합포장)에 담겨 배송비를 아끼기를 원한다.

 

따라서 저렴한 배송서비스를 만들면 빠른 배송을 원하는 고객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게 되고, 멋진 포장을 제공받는 고객은 반품시에 번거롭다며 푸념을 하는 촌극이 연출된다.

 

풀필먼트가 플랫폼이 된다면

 

그렇다면 이커머스 업체, 특히 중소형 업체들은 고객만족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우리는 이 난제의 실마리를 ‘풀필먼트의 플랫폼화’에서 찾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라스트마일, 역물류 등 각자의 영역에서 업체들이 별도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에 물류 서비스의 확장성이 결여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제품을 이미 한 공간에 보유하고 있는 ‘풀필먼트 센터’가 다양한 업종의 서비스들이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된다면 어떨까.

 

가장 먼저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스트마일 물류업체와 협력을 예상해볼 수 있다. 운송업과 창고업은 엄연히 다른 구조의 사업이다. 하지만 양쪽이 유기적으로 골고루 성장하지 않는다면 혁신적인 서비스들이 나오기 힘들다.

 

만일 풀필먼트 센터의 재고관리 노하우와 라스트마일의 운송 노하우가 만나게 된다면, 모든 이커머스 업체들이 ‘로켓배송’을 만들지 않더라도 더 많은 고객들에게 균등한 수준의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역물류(반품 전문) 업체와의 협력을 예상해볼 수 있다. 물론 국내 일반고객 입장에서 반품/회수 과정은 이미 택배사를 통해서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판매자들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반품 제품이 택배사로 운송되는 동안은 재고 데이터로 동기화가 되어 있지 않아 판매가 지연될 수도 있고, 반품으로 오는 제품들을 확인한 뒤 환불하는 과정이 길어질 수 있다.

 

하지만 풀필먼트 센터와 반품 서비스가 연동될 수 있다면, 판매자들은 반품 배송 일정에 맞춰서 이른 판매가 가능하고, 반품 정보도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해서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이 가능하여 환불도 더욱 빠르게 진행 가능하다. (반품재고의 데이터화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지난 기고 <옴니채널 만든 ‘와비파커’와 ‘보노보스’의 숨은 비법> 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크로스보더의 거점으로 작동할 수 있다. 흔히 직구와 역직구로 표현되는 CBT(Cross Border Trade) 서비스가 앞으로도 끊임없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에서는 배대지(배송대행지)에서 국내로 배송을 하고, 국내에서도 구매 대행을 해주거나 업체에서 직접 페덱스나 UPS와 같은 쿠리어(Courier)를 활용하여 배송을 한다.

 

다만, 업체별로 쿠리어를 사용하게 되면, 법인 계약 과정이나 송장 출력 등의 행정업무들이 각 업체별로 발생하여 비효율적일 수 있다. 이 때 풀필먼트 센터가 CBT의 거점으로 역할을 해준다면 중소업체들의 해외 수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밖에도 제품 생산, 부자재 구매, CS까지 모든 공급사슬(SCM)이 풀필먼트 센터라는 플랫폼을 바탕으로 일원화될 가능성이 크다. 어찌됐던 물류 인프라에 수천억 원을 투자하지 않아도 고객을 더욱 만족시킬 수 있다면, 대다수의 중소형 업체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박찬재

성균관대학교에서 무역 및 외국어를 전공하였으며, 2012년부터 두손컴퍼니의 대표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2015년 풀필먼트 서비스 '품고(poomgo)'를 런칭하여, 지금까지 100곳 이상의 이커머스 셀러들, 15,000종 이상의 제품들에 대한 물류를 수행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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