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

아이슬란드에 드론이 떴다!

by 신준혁 기자

2018년 05월 25일

이스라엘산 드론이 아이슬란드로 간 이유는?

국내서 드론 도입 활발해지려면 규제 완화 필요해

플라이트렉스 드론 물류스타트업 이스라엘

▲ 플라이트렉스의 소형화물 배송용 드론 ‘뮬(Mule)’(사진: 플라이트렉스)

 

플라이트렉스(Flytrex)는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Tel Aviv)에 위치한 드론 스타트업이다. 기존 배송이 어려웠던 지역 수요에 맞춘 온디맨드(On-Demand) 배송 플랫폼을 제공하는 업체다. 창업자인 야리브 배쉬(Yariv Bash)는 구글 엔지니어 출신으로 항공·우주 스타트업인 스페이스아이엘(SpaceIL)을 설립해 달탐사 우주선 경진대회인 엑스프라이즈(X-Prize)에 참가했었다. 이후 드론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네덜란드 투자기업 아르마다(Armada)로 부터 300만 달러(약 32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플라이트렉스가 내세우는 강점은 소형화물 배송에 특화한 맞춤형 무인비행 솔루션이다. 드론 제조보다는 무인 비행, 배송 시스템 개발과 최적화된 경로 구축을 목표로 한다는 게 플라이트렉스의 설명이다. 중국의 DJI를 비롯해 글로벌 드론 제조업체와 파트너쉽을 맺고 완성 드론에 물류 기반 산업용 배송시스템을 탑재시키는 형태다.

 

플라이트렉스가 최근 공개한 신형 드론 ‘뮬(Mule)’은 작은 냉장고 크기의 옥토콥터(날개가 8개인 헬리콥터형 비행체)로 최대 2.72kg의 화물을 옮긴다. 또한 최고 72km의 속도로 22.5km의 거리를 비행한다.

 

야리브 배쉬 대표는 “아마존이 배송하는 물품의 80% 이상이 2.7kg 미만의 소형화물”이라며 “플라이트렉스는 소형화물에 최적화된 B2B, B2C 배송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플라이트렉스 스타트업 드론

 

왜 아이슬란드인가

 

플라이트렉스는 현재 아이슬란드에서 드론 화물배송을 테스트하고 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인 플라이트렉스가 북해 너머 ‘섬나라’에서 드론 비행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플라이트렉스에 따르면 가장 큰 이유는 ‘규제’ 때문이다. 아이슬란드는 드론운행을 위한 항공법 허가가 비교적 수월하며, 최신 기술 실험에도 적극적인 나라다. 아이슬란드 당국은 상업용 플라이트렉스의 드론 비행을 승인했고, 정부 감독하에 경로설정과 실험을 마쳤다.

 

플라이트렉스는 아이슬란드 항공당국(ICETRA/Icelandic Transport Authority)으로부터 비행과 보험 가입을 명시한 허가를 받았다. 이후 인구 밀집지역 상공의 ‘비가시권(BVLOS: beyond-visual- line-of-sight)’을 승인 받았다. ‘비가시권(BVLOS: beyond-visual- line-of-sight)’이란 무인자율비행체가 관리자의 조종 없이 장거리로 비행할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한다.

 

플라이트렉스의 부사장인 아미트 레게브(Amit Regev)는 “생활 편의뿐 아니라 온디맨드 배송 시장이 탄력을 받아 드론 기반 물류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플라이트렉스의 성과가 드론 개발 경쟁에 불을 붙였을 뿐 아니라 항공법 규제 완화에 대한 각 정부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평가했다.

 

‘마켓플레이스’와 손잡고

 

플라이트렉스는 아이슬란드 정부의 허가를 받은 이후 현지 마켓플레이스 ‘아하(AHA)’와 손잡고, 아이슬란드 수도인 레이캬비크에서 드론배송 서비스를 개시했다. 아하는 특히 햄버거, 초밥 등 조리 식료품,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 안의 100개 이상의 레스토랑과 고객을 연결하고 배송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물류스타트업 AHA 이스라엘 드론 플라이트렉스 ▲ AHA에서 판매되고 있는 식료품

 

플라이트렉스와 아하의 드론배송 시스템은 이렇다. 고객이 온라인으로 상품을 주문하면 소형 무인 드론 시스템이 매장에서 상품을 픽업하여 주문지까지 이동한다. 목적지에 도착한 드론은 인에어(In Air) 와이어 기술을 활용해 상품을 15m 길이의 줄에 매달아 고객의 마당이나 문 앞에 내려놓는다. 드론이 지상에 착륙하지 않기 때문에 빠르고 효율적인 배송이 가능하다는 게 플라이트렉스의 설명이다.

물류스타트업 드론 이스라엘 플라이트렉스 ▲ 플라이트렉스 인에어 와이어 기술(사진 : 플라이트렉스)

 

한편, 레이캬비크는 연중 70일 이상 눈이 내리는 도시다. 또, 넓은 항구가 위치하고 폭 2.5㎞의 만(灣) 중심으로 도시가 나눠져 있기 때문에 그동안 주민들은 배송과 물류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게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마론 크리스토퍼슨 (Maron Kristofersson) 아하 대표는 “플라이트렉스가 상업적으로 실현 가능한 온라인 배달 솔루션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기후와 지형 등 아이슬란드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드론 배송을 통해 도심 물류 문제를 해결하고, 실제 주문이 증가할 것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아이슬란드 이스라엘 스타트업 드론 플라이트렉스 ▲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의 전경. 거대한 만을 사이로 도시가 나뉘어져 있다. 플라이트렉스가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드론배송을 시작한 또 다른 이유는 물류가 불편한 ‘지형’이었다.

 

플라이트렉스는 생소한 드론 배송에 대해 생길 수 있는 고객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고객은 모바일앱으로 드론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수령, 반품 및 승인 등 상품수령까지의 과정을 직접 관리할 수 있다. 플라이트렉스는 또한 안전사고와 배송 오류를 막기 위해 실시간으로 무인비행을 통제하는 관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리드타임’, ‘비용’ 두 마리 토끼 잡다

 

플라이트렉스 드론 배송의 효과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플라이트렉스는 아하의 차량배송 네트워크와 함께 추가적인 인력채용 없이 배송 능력을 향상시켰다고 발표했다.

 

아하의 실험 통계에 따르면 드론 배송으로 이미 60% 이상의 배송비용을 절감했다. 또, 기존 레이캬비크 지역에서 지상 배송을 했을 때 평균 25분이 걸렸던 배송시간은, 약 4분으로 줄었다.(평균거리 2.5km 기준)

아이슬란드 이스라일 물류스타트업 드론 플라이트렉스 ▲ A와 B 지점 간 드론과 차량 배송 경로 비교. 만을 돌아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차량과 달리, 드론은 만을 가로질러 목적지로 직행할 수 있다.(사진: 플라이트렉스)

 

마론 크리스토퍼슨 대표는 “최근 수개월 간, 특히 소매 제품의 온라인 배송 주문이 증가했으며, 향후 수개월 내에 식료품 공급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통의 미래는 드론을 통한 배송 인프라의 변화로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 주장했다.

 

한편, 플라이트렉스가 아이슬란드 도심에서 드론 배송을 상용화했지만, 아직까지는 실험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도 있다. 주문 가능한 상품수나 경로가 적고 운영 중인 드론 수도 20여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CNBC 등 복수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플라이트렉스가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역내 거주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서비스 범위와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

 

국내에서 드론은?

 

지난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 드론 1,218대가 군집 비행으로 오륜기를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올림픽 개막식 이후 드론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실제 국내 드론시장은 촬영, 측량용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드론 관련 규제와 안전사항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따라서 국내 드론 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는 업계의 의견이 이어진다.

 

물론 드론이 ‘규제’받는 이유는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안전이다. 드론이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고도 150m 이하 공역에서 비행 중인 헬리콥터나 다른 비행체와 충돌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일본 기후현 오가키 공원의 로보패스2017 행사 중 드론이 군중 사이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행사 도중 군중을 상대로 선물을 뿌리며 비행하던 드론이 기술 문제로 추락한 것이 그 골자다. 추락한 드론으로 인해 최소 6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훈 CJ미래경영연구원 수석은 “국내외 드론 시장이 활발히 발전하고 있지만 안전문제에 대한 논의를 갖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켜봐야한다”며 “플라이트렉스처럼, 도서 지역이나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는 드론 배송이 강점을 가질 수 있지만, 인구밀집 도심에서는 육상 드루이드(지상으로 배달하는 소형 자율주행차량)를 이용한 무인 배송 시스템이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드론은 상업용과 공공기관에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 가능하지만, ‘사회적인 가치’를 만드는 측면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혈액’ 운송이 대표적이다. 아프리카 국가인 르완다는 UPS와 협력해 르완다의 서부지역에 위치한 21개 수혈시설에 매일 최대 150건의 혈액을 드론으로 배송한다.

 

운영사인 로봇공학 스타트업 지프라인(Zipline)이 공개한 ‘지프(Zip)’는 두 개의 날개로 비행하는 글라이더 형태로, 왕복 150km까지 이동할 수 있다. 또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양인 1.5kg의 혈액을 배송할 수 있다.

 

박 수석은 “대규모 상업용 배송보다 공공자원으로써 드론을 이해하고 꼭 필요한 사회적 서비스에 우선 투입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17년 말까지 세계 드론 출하량은 300만 대, 총 규모는 60억 달러(약 7조 원)에 이르며 2020년까지 최대 112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신준혁 기자

시류(時流)와 물류(物流). 흐름을 읽습니다.




다음 읽을거리
추천 기사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