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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그룹 믿고 땅 내줬더니…"

by 김철민 편집장

2010년 09월 06일

[단독] "LS그룹 믿고 땅 내줬더니…"
2년 전 건립계획 세우고도 차일피일 미루기만
'부동산 투기 의혹' 매입 후 땅값 2~3배 올라
속 타는 상주시, 투자유치 불발될까 노심초사


[이코노미세계] 지역경제 활성화란 명분을 내세워 주민으로부터 물류센터 부지를 값싸게 사들인 LS네트웍스가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이면서 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LS그룹 계열사인 LS네트웍스는 경북 상주시에 대규모 물류센터 건립계획으로 매입한 땅의 가격이 2~3배 이상 오른데다, 건립계획을 밝힌 지 2년이 다 돼가지만 현재까지 착공에 들어가지 않고 있어 땅 투기 의혹을 사고 있다.


LS네트웍스(대표 이대훈)와 상주시는 2008년 10월 21일 총 400억원 규모의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날 LS네트웍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낙동면 55번지 일원 13만7000㎡(건물 2만5300㎡)에 2009년 8월까지 지구단위계획 수립 등을 마무리하고 같은 해 9월 물류센터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당시 이대훈 LS네트웍스 대표는 다수 언론을 통해 “최근 국내외 경제상황이 어려운 현실이지만 계획된 일정에 따라 실질적인 투자에 필요한 절차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LS네트웍스의 태도는 1년이 채 되지 않아 돌변했다. 공식적인 이유는 부지매입이 완료되지 않아 사업타당성 재검토에 따른 일정에 차질이 생긴 것이란 입장이다.


LS네트웍스가 말을 자꾸 바꾸자 상주시도 시의회에 경과보고를 번복했고, 곤혹스런 지자체를 바라보는 지역주민의 불안감은 더해졌다.


본지가 입수한 상주시의회 회의록(2008년 11월 11일, 임시회)에는 손OO 상주시 기업유치팀장이 주요사업 업무보고를 통해 “LS네트웍스가 낙동면 매입대상부지 57필지 중 52필지를 매입해서 92% 매입을 완료했다”고 보고했다.


또 1년 뒤인 2009년 상주시 산업건설위원회 행정사무감사(2009년 6월 30일)에서는 김진욱 상주시의원이 LS네트웍스의 사업진척 현황을 묻자 당시 전OO 기업유치지원팀장은 “LS가 지금 지구단위 계획 용역발주를 했다. 그런데 잔여부지 중 한 명이 매각을 하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 내년 초(2010년)에는 (LS가) 추진을 한다고 했다”고 기록돼 있다.


상주시와 지역주민은 전체부지 중 70%만 수용해도 지구단위변경 신청이 가능한데 LS네트웍스가 올해 또 다시 이런저런 이유로 착공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대운하 부동산 투기(?)=LS네트웍스를 바라보는 지역주민과 상주시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상주시 내부에서 LS네트웍스가 애초부터 물류센터 건립보다는 낙동강 주변 땅 투기에 관심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만약 사실대로라면 상주시는 대기업의 부동산 특혜를 안겨준 꼴이 되고, LS네트웍스는 지역주민을 기만한 대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런 배경에는 LS네트웍스가 낙동면 일대 물류센터 부지매입에 들어간 시점이 석연치 않아서다. 2008년 하반기에는 낙동강을 포함해 한반도 대운하 물길 따라 땅 값이 출렁이기 직전이었다.


이 지역 부동산중개업자 OOO 씨는 “2008년 8월경에 LS가 사업예정지 대부분의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당시 평당(약 3.3㎡) 시세인 2~3만원 보다 높은 5~6만원선(임야 포함)에 사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중개업을 운영 중인 OOO 씨는 “당시 토지소유자들 입장에서는 LS가 제시한 보상가가 매력적일 수 있었지만 그해 (LS가 땅을 사들인 이후) 낙동면 일대의 평당 시세가 한두 달 사이에 평당 12~20만원으로 올라서 현재까지 변동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주민들로서는 매우 억울한 일”이라고 말했다.


◆사실확인 요청에 묵묵부답=이 같은 지역주민의 불신과 의혹에 대해 LS네트웍스는 묵묵부답이다. 본지가 LS네트웍스 측에 일부 오해에 대한 입장과 사실여부를 확인해 줄 것을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공식적인 답변을 피했다.


LS네트웍스 마케팅팀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이라 해당사업팀으로부터 그 어떤 질의에 대해서도 대답해 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짧은 답변만 남겼다.


상주시는 LS네트웍스의 이런 태도에 투자유치가 불발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상주시 한 관계자는 “LS가 토지매입에 나섰을 때, 시청 직원 중 낙동면 출신자들이 일대 토지 소유자들을 일일이 만나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지역경제에 좋은 일이다보니 사업취지를 설명했고, 당시 시세보다 1~2만원 더 얹어서 보상해주다 보니 해당지역주민의 반발은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LS네트웍스의 투자유치가 더 늦춰지거나 무산된다면 올 추석에 동네주민의 얼굴을 뵐 면목이 없어지지 않을까 두렵다고 이 관계자는 속내를 털어놨다.


한편, 취임 2개월째인 성백영 상주시장은 지난달 기자와 만나 “LS 투자유치 건은 전임 이정백 시장 시절에 이뤄진 계약이어서 아직 자세한 내용은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7월 12일 LS네트웍스 이대훈 부회장이 상주시를 방문해 현재 매입하지 못한 부지를 제외하고서라도 올해 물류센터 착공을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며 올해 LS의 투자유치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철민 기자 olleh@segye.com





김철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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