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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옴니채널 시대, 정말 ‘옴니’까

by 신준혁 기자

2018년 07월 10일

3조 규모 온라인 투자하여 옴니채널 완성한다는 롯데, 대표옴니 '스마트픽'은?

평일 평균 30건 사용, 브랜드 업체 고객관리 및 반품 불편 호소... 옴니는 어렵다
온라인 자동화와 오프라인(물류)의 연계, 옴니채널 열쇠 될 것

 

글. 신준혁 / 엄지용 기자

 

Idea in Brief

5월 15일. 전통 유통강자 롯데그룹이 온라인 사업에만 약 3조 원을 투하하여 ‘옴니채널’을 완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드디어 롯데의 옴니채널 시대가 오는 것일까. 롯데그룹이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상황. 롯데그룹의 대표 옴니채널 서비스 ‘스마트픽’을 직접 체험해봤다. 신동빈 회장의 적극적인 옴니채널 강화 드라이브와 함께 대대적인 온오프라인 통합 행보를 보인 롯데. 과연 롯데의 옴니채널은 안녕할까.

 

국내 대표적인 전통 유통강자 롯데그룹이 온라인 사업에만 약 3조 원을 투하하여 ‘옴니채널’을 완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롯데는 지난 5월 15일 기존 계열사별로 운영하던 8개 온라인몰을 통합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롯데는 오는 8월 오프라인 조직에서 온라인 조직을 분리, 통합한 ‘이커머스 사업본부’를 설립한다. 전국에 포진한 1만 1,000여개의 오프라인 점포망은 이커머스 배송 거점으로 재편된다.

 

롯데의 옴니채널 강화는 무엇보다 오너의 의지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오래 전부터 옴니채널의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지난해 초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2020년에는 온라인 주문 비중이 전체의 70%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옴니채널 구축을 통한 온오프라인 유통 연계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모바일 쇼핑이 급성장했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마치 하나의 채널처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자사의 ‘옴니채널 쇼핑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니즈가 상승했다는 것이 롯데 측이 설명하는 옴니채널 강화의 배경이다.

 

롯데는 그룹 산하의 유통 계열사를 독립적으로 운영했던 방식에서 온·오프라인 채널을 하나로 묶어 고객의 소비경험을 극대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옴니채널 사업을 주관하는 롯데멤버스는 260억 원 규모의 자본을 증자하며 투자금을 마련했다. 롯데멤버스는 작년 10월 말 전자지급결제대행(PG)업 자격을 승인받아, 전 계열사의 전자결제시스템 통합을 진행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 옴니 ‘스마트픽’, 잘 돌아가나요?

 

스마트픽은 롯데의 옴니채널 전략 중 가장 먼저 자리 잡은 서비스로, 2014년부터 시작됐다. 롯데가 운영하는 온라인몰 4개사에서 구매한 상품을 오프라인 거점인 롯데백화점이나 세븐일레븐 편의점, 하이마트에서 수령하도록 만든 것이 서비스의 골자다. 올해 초 롯데 측의 발표에 따르면 스마트픽(Smart Pick) 누적주문이 150만 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스마트픽 매출은 전년 대비 72%, 픽업건수는 2배 정도 늘어났다고 한다. 올해 1월에는 월 7만 2,000건을 달성하며 최대치를 기록했다.

 ‘롯데 온라인몰에서 주문하고 세븐 일레븐에서 픽업하세요’라는 슬로건과 함께 등장한 롯데 스마트픽 서비스

 

수치만 보면 일견 화려하다. 롯데의 대표적인 옴니채널 전략인 ‘스마트픽’을 검증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스마트픽’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롯데닷컴 모바일 앱에 들어가니, 스마트픽 서비스가 가능한 상품이 있었다. 구매할 상품과 방문 가능한 백화점 지점을 선택한 뒤, 결제를 진행했다.

기자가 방문 수령을 지정한 지점은 롯데백화점 잠실 롯데월드점이었다. 기자가 주문을 마친 시간은 오전 11시 정도였는데, 오후 4시 경 ‘오후 6시에 지정한 지점의 스마트픽 거점에서 주문한 상품을 수령할 수 있다’는 안내 메시지를 받을 수 있었다. 퇴근 후 잠실 롯데백화점에 있는 스마트픽 데스크에 들려 상품 교환권을 보여주니 이름을 확인하고 주문한 상품을 받을 수 있었다. 롯데닷컴에 따르면 당일 오후 4시 이전에 주문한 ‘스마트픽’ 상품이라면, 당일 수령이 가능하다.

잠실 롯데백화점 지하에 위치한 스마트픽 데스크

 

직접 이용해본 결과 스마트픽 이용 고객이 상품 수령과 관련된 정보를 받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이유는 스마트픽 배송 프로세스에서 찾을 수 있다. 가령 한 고객이 롯데닷컴을 통해 아디다스 운동화를 주문한다고 가정해보자. 해당 주문은 아디다스 온라인 사업부로 넘겨진다. 만약 스마트픽 거점이 있는 건물 내에 아디다스 브랜드가 입점해 있고, 고객이 선택한 상품이 재고로 있다면 해당 상품은 아디다스 매장에서 스마트픽 수령 데스크로 보내진다.

 

반면, 스마트픽 거점이 있는 곳에 아디다스 브랜드가 없거나 브랜드가 입점해 있지만 재고가 없는 경우라면, 아디다스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출고시켜 픽업 데스크로 보낸다. 이런 출고 프로세스로 인해 고객이 상품 수령과 관련한 소식을 받는 시간은 천차만별이 된다.

 

스마트픽을 ‘픽’하지 않는 이유

 

스마트픽 거점 중 하나인 잠실 롯데백화점의 스마트픽 주문 건수는 평일 평균 30건, 주말의 경우도 50건에 그치는 수준이다. 롯데 옴니채널의 대표주자라고 평가하기에는 내세우기 부족한 부분이 있다.

 

스포츠 및 의류 브랜드 업체 중에서도 ‘스마트픽’을 제공하지 않는 이들이 많았다. 실제로 2월 기준 잠실 백화점의 스마트픽 진행 브랜드는 전체 백화점 입점 브랜드의 약 40%(815개)였으며, 등록상품 수는 약 8만 6,000건으로 확인됐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스마트픽 상품은 대부분 직매입이 아닌 특약매입 상품으로, 모든 매장 상품을 ‘스마트픽’으로 주문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업체들이 처음부터 ‘스마트픽’을 이용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롯데백화점 복수 입점 브랜드 관계자에 따르면 매출, 매입 정산과정이 복잡해지고 반품과 고객관리 책임이 늘어나는 것이 스마트픽 사용의 대표적인 불편함으로 파악된다. 롯데백화점 한 입점브랜드 관계자는 “판매는 온라인에서 일어나지만 반품 업무는 매장에서 처리해야 하는 것이 번거롭다”고 밝혔다.

 

기자가 직접 스마트픽으로 구매한 상품을 반품해봤다. 스마트픽 데스크 직원이 전산 처리를 진행했지만, 바로 반품완료 메시지나 영수증을 받을 수는 없었다. 데스크 직원의 “반품 처리가 완료됐다”는 말이 전부였다. 30~4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반품 처리가 완료됐다’는 내용의 문자가 왔다.

 

해당 지점의 옴니채널 업무를 담당하는 롯데백화점 관계자에 따르면, 스마트픽으로 수령한 제품은 당일에 한해 현장 환불이 가능하다. 당일 이후에는 매장에서 직접 환불을 해야 한다. 롯데백화점 영업팀 관계자는 “스마트픽에 입점한 브랜드의 사업부가 주문을 받고, 배송부터 환불까지 전 과정을 처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온라인몰 통합이 신의 한 수 될까

 

글로벌 리서치기업 프로스트앤설리반(Frost & Sullivan)은 옴니채널을 “유통경로 간 경계가 사라져 ‘단절 없이’ 높은 수준의 소비 경험을 제공하는 방법”이라 정의했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본 결과, 롯데의 옴니채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단절 없는 구매라기 보단 단순한 기능 추가에 그치는 수준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여러 개로 나뉜 온라인 쇼핑몰을 통합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옴니채널이 제대로 작동할 리가 없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스마트픽을 이용하려면 롯데닷컴, 엘롯데 등 각각의 모바일 혹은 온라인 몰에 접속해야 한다. 유통 계열사의 온라인 사업이 따로 운영되고 있어 비효율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의 전자제품 유통업체 베스트바이(Best Buy)는 옴니채널 전략을 잘 활용한 사례로 꼽힌다. 2015년부터 베스트바이는 온라인 쇼핑몰을 개설하고, 상품에 대해 온·오프라인 모든 채널에서 같은 수준의 가격과 할인율을 적용시켰다. 이어서 자사의 쇼핑몰에서 구매한 상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수령할 수 있는 ‘픽업 서비스’를 개시했다. 그 효과로 베스트 바이는 2016년 상반기 24%의 인터넷 판매량 성장률을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이와 달리 롯데의 스마트픽은 사업부의 성장에 힘이 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롯데닷컴은 2014년 영업적자를 보였고 2016년에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6년 롯데닷컴의 수수료 매출은 약 2,042억 원으로 전년 대비 33% 역성장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39억 원 이익에서 303억 원 적자로 전환했다.

 

롯데 측에 따르면 온라인몰 통합 이후 이런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엘롯데, 롯데아이몰, 롯데마트몰 등 5개 사이트의 모듈부터 통합할 계획”이라며 “소비자가 찾는 온라인몰은 그대로 두고 물류, 고객관리, 디자인을 통합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전했다.

 

기대와 현실의 괴리, 옴니는 어렵다

 

사실 미진한 옴니채널 효과는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다. 해외에서도 옴니채널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한국에서 옴니채널이 막 유행하던 2015년, 미국 유통전문매체 RIS(Retail Info System)는 옴니채널의 실패 요인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RIS 보고서에 따르면 옴니채널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온오프라인 채널 간 소통능력 부재다. 매장 운영에 있어 오프라인에서 단절 없는 실시간 서비스가 효과적으로 실행되기 어렵다는 게 RIS의 주장이다. RIS 보고서에 따르면 옴니채널의 주체인 기업과 매장, 고객의 기대와 현실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매장 행사 또는 신제품의 재고 보충 능력과 온라인 판매, 픽업서비스 간 연계가 대표적이다.

(자료: RIS)

 

이에 전문가들은 옴니채널 전략을 완성하기 위한 과제로 작동오류를 막는 소프트웨어 관리와 함께 품절 및 고객 변심 등 변칙적인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즉, 높은 수준의 온라인 자동화와 오프라인 매장의 인력 관리와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옴니채널의 성공을 위해서는 온라인 인프라가 우선 구축돼야 한다”며 “국내 다양한 유통기업들이 옴니채널 전략을 시도하고 있지만 ‘트렌드를 쫓는 식’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온오프라인 유통과 물류의 효과적인 연계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준혁 기자

시류(時流)와 물류(物流). 흐름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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