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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디지털화' 2018 가트너 SCM TOP 25 살펴보니

by 송영조 기자

2018년 08월 09일

2018 가트너 SCM TOP 25 발표의 핵심, 디지털과 IT

'디지털 공급망', '고객경험'과 '순환 공급망'까지 물류업계에 세 가지 화두 던져 

 

글. 송영조 기자

 

Idea in Brief

 

올해로 14년째. 가트너가 지난 5월 ‘2018 공급망 선도 25대 기업(Supply Chain Top25)’을 발표했다. 국내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삼성전자가 전년 대비 8계단 상승한 17위를 기록하며 순위권에 올랐다. 디아지오 역시 전년 대비 7위 상승한 16위를 기록했다. 반면, 코카콜라는 전년 대비 8계단 하락한 22위를 기록했다. 이번 가트너가 선정한 기업들의 화두는 ‘디지털 공급망’과 ‘고객경험’, 그리고 ‘순환 공급망’이다. 누가 공급망 선도기업의 위치를 차지했고,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가트너는 올해도 어김없이 SCM(Supply Chain Management)을 선도하는 25개 기업을 발표했다. 가트너는 디지털 공급망관리 역량(Scaling Digital Supply Chain Capabilities), 순환 공급망으로의 변화(Moving to Circular Supply Chain Designs), 고객 경험(Focus on Customer Experience) 3가지 요인을 올해 공급망관리 역량을 평가하는 주요 화두로 꼽았다.

 

가트너가 공급망에 던진 세 가지 화두

 

DSCM(Digital Supply Chain Management)은 가트너가 올해 강조한 공급망 트렌드 중 하나다. 지금껏 제조, 물류 프로세스에서는 공정의 자동화가 가장 흔한 방식의 디지털 공급망 솔루션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트너가 보는 공급망의 디지털 역량은 다르다.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한 디지털화된 고객 서비스를 아우른다. 이는 주문부터 대금 회수까지 공급망 전 과정의 자동화를 의미하며, 마치 사람처럼 행동하는 향상된 인공지능 기술 기반의 챗봇이 포함된다. 가트너에 따르면 이제 공급망의 디지털화를 실현하기 위한 기업들의 1차 실험은 끝났다. 공급망관리를 선도하는 기업들은 실현 가능성이 높은 디지털 공급망 솔루션을 자사의 공장과 창고에 적용하고 있다.

 

가트너가 강조한 두 번째 화두. 순환 공급망 디자인은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물류를 위한 공급망 디자인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가치 사슬 전반에서 발생하는 환경에 대한 영향을 기업이 인지하고, 생애주기를 고려한 물류활동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는 기업의 사회공헌(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과 연관지어 살펴볼 수 있다.

 

세 번째는 고객 경험으로, 가트너는 고객 경험을 ‘소비자가 공급자(유통 채널, 회사의 시스템 및 제품, 직원 등)와 상호작용하면서 얻는 일련의 경험과 인식’이라 정의한다. 그리고 고객 만족도는 대부분 ‘공급망 경험’에 의해 좌우된다는 게 가트너의 설명이다. 소비자는 공급자의 늦은 배송에 실망하고, 반대로 빠른 배송에 감동한다.

 

2018년 가트너 발표의 핵심은 디지털과 IT로 해석된다. 우수한 중앙대 국제물류학과 교수는 “기술이 더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디지털 역량이 기존 수작업으로 해야만 했던 업무 대부분을 효율화할 수 있으며, 공급망 전반에 더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며 “디지털화된 공급사슬 관리역량은 선도업체를 중심으로 증강현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제반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와 공급자의 행동을 파악하고 재고관리 및 운송관리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이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가트너 선정 <서플라이체인 TOP25> 지난해와 올해 순위 비교

 

2017

2018

1

유니레버

유니레버(-)

2

맥도날드

인디텍스(↑1)

3

인디텍스

시스코 시스템즈(↑1)

4

시스코 시스템즈

콜게이트 파몰리브(↑5)

5

H&M

인텔(↑1)

6

인텔

나이키(↑2)

7

네슬레

네슬레(-)

8

나이키

펩시코(↑3)

9

콜게이트 파몰리브

H&M(↓4)

10

스타벅스

스타벅스(-)

11

펩시코

3M(↑1)

12

3M

슈나이더 일렉트릭(↑5)

13

존슨앤존슨

노보 노디스크(new)

14

코카콜라

HP Inc.(↑5)

15

노키아

로레알(↑5)

16

BASF

디아지오(↑7)

17

슈나이더 일렉트릭

삼성전자(↑8)

18

월마트

존슨앤존슨(↓5)

19

HP Inc.

BASF(↓3)

20

로레알

월마트(↓2)

21

킴벌리 클라크

킴벌리 클라크(-)

22

BMW

코카콜라(↓8)

23

디아지오

홈디포(return)

24

레노보

아디다스(new)

25

삼성전자

BMW(↓3)

 

누가 명단에 올랐나

 

구체적으로 가트너의 발표에 포함된 기업들의 변화를 살펴보자. 지난해 2위에 올랐던 맥도날드는 올해 공급망 분야 마스터(Master) 카테고리에 분류돼 기존 마스터 카테고리에 포함돼 있는 애플, P&G, 아마존 3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가트너는 2015년부터 최근 10년 동안 공급망 분야에서 리더십을 유지한 기업을 마스터 카테고리에 포함시킨다. 해당 기업은 발표 기업 리스트에서 제외된다).

 

우 교수는 “마스터 카테고리에 새로 선정된 맥도날드는 저장창고를 관리하는 데 증강현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이는 물류 관리에서 자동화 장치를 활용하기보다는 사람이 행하는 작업에 AR 안경과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업무의 편리성과 정확성, 안정성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 평가했다.

 

유니레버는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수성했으며, 자라(ZARA) 등 10여 개의 SPA의류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스페인기업 인디텍스(Inditex)는 지난해 대비 한 계단 순위가 상승해 2위를 기록했다. 캘리포니아 소재 다국적 기업으로 네트워킹 하드웨어와 보안 시스템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시스코시스템즈(Cisco Systems)는 지난해 4위에서 한 계단 올라 3위를 차지했다.

 

치약으로 유명한 미국 생활용품 제조유통업체 콜게이트-파몰리브(Colgate-Palmolive)는 지난해 대비 다섯 계단 상승해 4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인텔(Intel)과 나이키(Nike)가 각각 1계단, 2계단 상승해 차례로 5, 6위에 올랐다. 스위스 식료품 회사 네슬레(Nestle)는 2년 연속 7위를 차지했다. 펩시(PepsiCo), H&M과 스타벅스(Starbucks)가 각각 그 뒤를 이었다.

 

덴마크의 다국적 제약회사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와 독일의 스포츠용품 제조회사 아디다스(Adidas)가 신규 등재됐으며, 미국 가정용 건축자재 제조 및 판매업체 홈디포(Home Depot)는 3년의 공백기를 보내고 명단에 복귀했다.

 

삼성전자와 디아지오의 도약, 왜?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순위가 크게 달라진 기업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5위에서 올해 17위로 선정돼 8계단 상승했다. 삼성전자가 가트너 평가에서 높은 순위 상승을 달성한 이유로 올해 초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도 한 ‘1일 SCM’이 큰 역할을 했다는 해석이 나타난다.

 

백종실 평택대학교 국제물류학과 교수는 “2008년부터 3일 SCM 체제를 운영한 삼성전자가 최근 1일 SCM 체제를 구축하면서 재고를 축소하고 있다”며 “이는 세계 각국의 통신회사나 유통업체가 스마트폰 수요를 조정하면 다음날 제품생산에 바로 반영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일 SCM은 시장 수요예측과 공장의 생산(S&OP; Sales & Operating), 부품조달 속도 등 회사 전체의 관리역량이 최적화돼 있어야 실현 가능한 시스템이다.

 

삼성전자의 부품 범용화도 SCM 역량 상승의 한 이유로 꼽힌다. 백 교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카메라 모듈 등 시간 단위로 공급량을 조절하기 어려웠던 핵심부품을 여러 모델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시스템 기반의 의사결정을 도입한 것 또한 삼성전자 SCM 역량 도약의 이유로 꼽힌다.

 

세계 최대 증류주 생산업체 디아지오(Diageo)는 지난해 대비 7계단 상승한 16위를 기록했다. 디아지오는 공급망 전반에서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회사가 원재료의 구매를 책임지고, 농산물 공급자와 파트너십 체계를 구축하는 등의 노력을 보이고 있다. 백 교수는 “디아지오의 공급망관리 전략으로는 자산실사의 최적화, 훈련을 통한 공급자 역량 강화, 가치 창출을 통한 지역사업체 지원으로 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디아지오가 가트너 평가에서 지난해 대비 7계단 상승한 반면, 코카콜라는 8계단 하락해 22위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코카콜라는 지난해 14위에서 8계단 하락한 22위에 그쳤다. 백 교수는 “코카콜라는 최근 1년 동안 보틀링(bottling)이나 운송보다는 생산에 집중하기 위해 자국 내 제조와 유통 자산을 매각해왔다”며 “코카콜라가 직원의 전문성, 엄격한 품질관리와 첨단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상위 기업의 공급사슬 혁신에 비하면 다소 뒤처지는 것이 순위 하락의 원인”이라 분석했다.

 

공급망의 현재, 그리고 미래

 

SCM 측면에서 보면 지난 2~30년 동안 국제 무역의 자유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제조 방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에는 하나의 국가에서 물건을 제조하고 완성품을 수출하는 형태로 교역이 이루어졌다면, 지금은 제조 과정별로 특화된 여러 국가를 통해 최종제품을 완성하고 소비지로 배송하는 공급사슬의 지리적 확장이 이루어졌다. 이를 통해 완성품의 교역뿐만 아니라 원자재와 중간재의 교역이 크게 늘었고, 원자재 운송, 부품제조와 완성품 조립 등 기능별로 허브 지역이 형성됐다.

 

그러나 최근 미중간 무역 갈등으로 대표되는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공급망 전반의 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우 교수는 “미국발 보호무역주의가 장기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지금, 미국을 시장으로 겨냥하고 있는 기업은 필연적으로 공급사슬의 상당 부분이 미국 중심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꼭 미국에서 공급사슬이 만들어지지 않더라도 미국과 호혜적 교역조건을 유지하는 국가로 이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공급사슬 안에는 참여자간 힘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불공정성 문제, 공급업체와의 협력을 통한 친환경적 공급사슬 관리 문제, 정보공개와 투명성 강화 등 다방면의 과제가 산재해 있다”며 “기업 사회에서도 단순히 도덕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재무적 이유나 위험관리 측면에서도 사회적 책임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송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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