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캘리포니아 구하러 온 ‘터미네이터’

by 콘텐츠본부

2010년 09월 17일

캘리포니아 구하러 온 ‘터미네이터’


고속철 등 한국기업 러브콜 뒤에 숨긴 재정확보





동북아 3국 방문 '칭찬' 일색…日 400억달러 차관 제의










  • 캘리포니아 주지사인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한국무역협회 를 방문하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한국보다 국내총생산(GDP) 2배. 면적은 4배. 전 세계 8위 경제규모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주지사인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한국을 방문했다.

    캘리포니아주 숙원사업인 고속철도에 한국기업의 참여와 투자유치 등 경제협력을 위해서다. 지난해 7월 재정 비상상태를 선포한 캘리포니아주가 터미네이터를 앞세워 위기극복에 나섰다.


    재정 비상상태를 선포할 당시 캘리포이나주의 재정적자는 263억 달러(약34조4000억원)에 이른다. 이런 위기는 수년간 재정이 방만하게 운영된 상황과 높은 실업률 및 부동산 가격 폭락이 더해지면서 세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캘리포니아주는 실업률이 미국 전체 평균 9.4%보다 크게 높은 11.5%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 5개월간 소득세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4% 감소했다. 주의 신용등급은 미국 50개주 가운데 최저인 A-로 강등됐다. 주민의 95%가 “경제가 어렵다”고 생각한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영화배우에서 주지사가 된 슈워제네거는 ‘터미네이터’에서 ‘거버네이터’가 된 후, 캘리포니아 주 운영경비를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우선 주 공무원 은 무급휴가를 보냈다. 이어 교육예산을 삭감하고, 자신이 임기 내에 해야 할 핵심 업무였던 친환경 정책도 접으며 엄청난 반발을 샀다.


    그리고 그는 올해 191억 달러 적자를 이어가며 예산이 없는 상황에서 동북아 순방을 강행, 이달 9일부터 15일까지 60여 명의 무역대표단을 이끌고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3국을 방문했다.


    주지사가 밝힌 방문 이유는 캘리포니아 고속철도 건설 때문.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고속철도 입찰에 나선 위 아시아 3국과 프랑스, 독일, 스페인, 벨기에를 차례로 순방해 주 재정지원방안 등을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미국 서부 의 새크라멘토∼LA∼샌디에이고를 잇는 총연장 1250㎞의 구간에 고속철도를 건설할 예정이다. 사업비만 430억 달러(한화 약 49조 8800억 원). 국내 연간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에 버금가는 엄청난 규모의 사업이다.


    특히 연방정부가 캘리포니아주에 고속철 사업 예산 22억 5000억 달러를 배정했고, 앞으로 플로리다·텍사스·일리노이주 등에서도 고속철사업 계획을 가진 만큼 이 사업을 따내면 앞으로 엄청난 특수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현재 고속철도 노선 선정과 관련된 환경영향평가 를 진행 중이며, 내년 중 노선선정 절차를 마치고 오는 2012년부터 단계적으로 고속철도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12일 중국 상하이를 방문해 고속철 ‘허시에(和諧號)'에 올랐고, “매우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현금이 풍부한 중국은 캘리포니아주가 가장 필요로 하는 투자자금 모집을 조건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는 전략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14일에는 일본 도쿄 를 방문해 1시간 정도 ' 신칸센 '을 타본 뒤, " 조용 하고 쾌적했다"고 평가했다. 현지 언론 은 일본은 1964년 개통 이후 50년 가까이 운행하면서 단 한 번도 인사사고를 내지 않은 안전성을 앞세워 수주전에 나섰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본이 캘리포니아 주정부에 400억 달러 규모의 차관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일본 일정을 마치고 14일 한국 서울을 방문한 슈왈제네거 주지사. 바쁜 일정을 소화한 그는 15일 서울역에서 한국 기술로 개발한 KTX 산천(KTXⅡ) 에 탑승했다. 한국은 최신 고속철 시공경험, 국산기술 을 통한 차량 제작, 저렴한 공사비 등을 전략적 우위 요소로 꼽고 있다.


    슈워제네거 주지사가 KTX에 오른 15일, 철도주도 반짝 강세를 보였다. 이날 오전 코스닥시장에서는 대아티아이, 세명전기, 동양강철, 지아이블루, 삼현철강 등이 전날보다 2%-5% 정도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특히 국내 1위 철도신호제어 시스템 업체 대아티아이는 전날보다 7% 오른 2880원에 장을 마감하는 등 마지막까지 강세를 보였다.


    슈왈제네거 주지사의 방한으로 한국경제도 들썩이는 듯하다. 하지만 지금 더욱 교류에 목메는 쪽은 주정부의 곳간을 메워야 하는 슈워제네거 주지사다. 한국이 캘리포니아 경제부활에 일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1박 2일 방한 기간 동안 엄청난 일정을 소화했다. 14일 오후 서울공항 에 도착하자마자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만나 수원 화성행궁을 관람하며 캘리포니아주-경기도 간 우호 증진과 교류 협력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다음날에는 한국무역협회와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주최로 한미 양국의 정·재계 지도자 600여명이 모인 조찬모임 자리에서 한국과 캘리포니아의 관계를 강화하고, 한·미 FTA의 조속한 비준을 지지하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그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만나 L.A. 윌셔 그랜드 호텔 과 업무용 건물에 10억 달러를 투입해 최첨단 호텔과 오피스 타워로 개발하는 한진그룹의 윌셔 그랜드 프로젝트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프로젝트로 L.A에 7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기고, 완공 후에는 4000명 이상의 지속적인 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한진그룹은 기대하고 있다.


    특히 조양호 회장은 월셔 그랜드 프로젝트가 매년 L.A에 1000만 달러 이상의 세수 증대 효과를 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슈왈제네거 주지사는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투자 기업 지원을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을 만나 현대차의 캘리포니아 투자와 사업현황과 고속철 사업 등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정 회장은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지난 1985년 현대차가 미국법인을 설립할 때부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현대차는 앞으로도 캘리포니아에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1억 5000만 달러를 투자해 2012년까지 현대차 미국법인(HMA) 신사옥을 건립한다. L.A 카운티 경제 개발 기관 측은 현대차의 이번 신사옥 건설로 1500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기고 2억 7300만 달러의 경제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김누리, 김철민 기자 olle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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