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우리 회사의 SCM 역량을 알 수 있는 7가지 진단법

by 설창민

2018년 09월 07일

공급망관리는 P(lan), D(o), C(heck), A(ction), 본격적인 실천 방법론

제대로 된 공급망관리의 시작 '내 수준' 알기

기준정보 통일성, 데이터 처리, 계획 관리, 계획 공유, 외부와의 연결, KPI, 조직간 협업...

공급망 진단을 위한 7가지 방법

글. 설창민 SCM칼럼니스트

 

Idea in Brief

공급망관리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새삼스러운 것이다. 우리가 이미 하고 있는 관리를 더 잘하자는 게 공급망관리의 취지다. 그렇기에 그 시작은 우리 수준을 아는 것부터다. 우리가 무엇을 못하는지 알고, 거기서 개선점을 도출해야 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지표와 검증된 체크리스트를 함께 제시하는 것이다. 이런 것 없이 ‘못하는 것’만 나열하면, 경영진을 설득할 수 없다. 그런 여러분을 위해 준비했다. SCM의 시작 ‘진단’. 진단을 위한 체크리스트다. 이것만 알고 가자.

 

지난 세 번의 연재를 통해 필자가 강조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SCM(Supply Chain Management)은 수요자 중심의 시장 대응과 유연성 향상을 목표로 한다. 지금껏 있었던 3정(正) 5S, 리엔지니어링, MRP(Material Requirements Planning),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와 같은 경영혁신들이 지향해 온 방향과 같다.

 

둘째, 4차 산업혁명 역시 급변하는 수요와 직접 연결된 유연한 생산을 지향한다. 때문에 4차 산업혁명과 SCM의 지향점은 같다.

 

그리고 마지막. 현재의 SCM을 일궈온 실무자들은 척박한 토양에서 그것을 발전시켜왔다. 하지만 우리 자라나는 젊은 세대는 다르다. 결국 기성세대가 척박한 토양을 바꾸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여기까지 읽어보고 SCM이란 것에 대해 뭔가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드실지 모르겠다. 그러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실천론’을 풀어보겠다.

 

SCM은 ‘새삼스러운 것’

 

먼저 한 가지만 알아두고 가자. 공급망관리는 새삼스러운 것이지 참신한 것은 아니다. 수요를 파악하고, 공장과 납기를 협의하고, 필요한 자재와 부품을 조달, 생산하고, 납품하는 일련의 과정이 과거에 안했던 것은 아니다. 그래서 몇몇 기업들은 ‘공급망관리’를 하면 대체 무엇이 좋아지는지 궁금해 한다. 혹은 공급망관리가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아예 모르거나, 이미 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더 나아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기억하자. 공급망관리는 이미 우리가 하고 있는 모든 관리를 수요자 중심의 시장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더 잘하자는 것이다.(사실, 실무자 입장에선 그나마 공급망 관리라는 게 있는지 알아주고, 그 노력을 인정하고 평가해주면 감지덕지긴 하다.)

 

더 나은 공급망은 ‘진단’부터

 

이미 하고 있는 관리를 잘하자는 게 공급망관리의 취지이기에 공급망관리는 스스로의 수준을 진단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진단이 왜 중요하냐고? 보통 뭔가 개선해야 한다고 경영진을 설득하려면 우리가 현재 못하고 있는 것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이 때 객관적인 지표와 검증된 체크리스트를 제시하지 못하면 사무실에서 무협활극을 찍게 될 수 있다.

 

가장 쉽게 체크리스트를 채울 수 있는 정보시스템 분야를 예로 들어본다. 사실 시스템이 있고 없고가 그렇게 중요하진 않다. 제대로 못쓰는 것이 오히려 문제다. 정보시스템을 관리하고자 하는 기업은 그나마 ‘아무리 열심히 정보시스템을 활용해도 뭔가 제대로 못하고 있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못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이런 기업들은 ‘우린 이미 시스템이 있어. 근데 안써’, ‘우린 다 있어. 근데 별 필요 없어’, ‘맨날 틀리는 시스템 뭣하러 써’와 같은 이야기를 한다. 시스템이 쓸모없다고 말하는 기업치고, 혼신의 힘을 다해 제대로 시스템을 써보고자 노력해본 기업은 별로 없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스템을 사용해서 일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그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시스템은 자기 생각과 틀리고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로 이력 관리도 못할 정체불명의 엑셀 파일이 대량 생산된다. 단언컨대 지금 주 52시간 근무를 두려워하는 기업의 상당수는 직원들이 장시간 노력해서 만드는 엑셀 파일이 없으면 일이 안 되겠기에 두려워하고 있을 것이다.

 

본격적인 진단 방법론

 

다음 표는 2015년 4월 일본 IT코디네이터협회의 IT개선 연구회가 발표한 자료(中小企業の「攻めのIT」は「つなぐIT」')의 일부를 한글화한 것이다. 중소기업의 IT 성숙도를 나타낸 자료인데, 중소기업에나 맞는 거 아니냐고 치부하기에는 범용 공급망 체크리스트로 손색이 없다.

다시 말해서, 종업원 수 300인 미만의 기업이면 종이서류나 오피스 프로그램, 중소기업용 패키지 프로그램 등으로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 이상의 규모가 되면 업무를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하게 된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사내 업무의 연결뿐만 아니라 사외 업무의 연결까지 바라봐야 한다.

 

거시적으로 조직을 점검하기 위해선 위 표를 참고하면 된다. 이제 미시적인 관점에서 조직을 점검해 보자. 시스템에 담기는 정보의 질과 그 시스템을 채워줄 프로세스 또한 점검해야 할 요인이다. 아래 7가지 기준을 참고하자.

​① 기준정보 통일성

 

공장별로, 영업조직별로, 서로 다른 기준정보를 관리하는 조직이 있다. 기준정보 관리는 한가한 사람이나 하는 거라고 생각하며, 기준정보가 문제가 생겼을 때 바꾼다. 이러면 안 된다. 공장과 영업조직이 여러 개라도 공통의 기준정보를 관리해야 한다. 기준정보 관리 담당자를 정하고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제품이나 상품명, 거래처 코드, 공급업체 코드 등 기초정보의 통합관리 여부 및 업데이트 주기를 점검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어떤 기업이 중국, 한국, 태국 공장에서 미국, 캐나다, 멕시코로 납품을 하고 있다고 하자. 국가 대 국가의 조합이 9개가 생긴다. 공장마다 미국 거래처 코드가 같다면 통일성 있는 기준정보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고, 다르다면 통일성이 없는 것이다.

 

이게 왜 필요하냐고? 만약 경영진이 “미국으로 가는 전체 물량은 모두 얼마지?”라고 질문했을 때 기준정보가 통일되어 있으면 금방 뽑을 수 있다. 그러나 중국 공장의 미국 거래처 코드와 태국 공장의 미국 거래처 코드가 서로 다르다면 주 52시간 근무는 남의 얘기가 되어 버린다. 거래처 코드별로 일일이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② 데이터 처리

 

수기로 출하 작업을 한 다음 당일 퇴근 직전에 시스템에 입력하는가? 아예 월말에 몰아서 시스템 입력 작업을 처리하는가? 데이터의 적시처리는 매우 중요하다. 거래처로부터 주문 입수, 공급업체 발주, 생산, 출하 등 각종 실행 데이터가 적시에 규격화되어 관리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관리를 잘 하는 기업은 공장이 몇 개건, 영업소가 몇 개건 정해진 시간에 생산, 입고, 출고, 매출을 마감한다. 또한 해당 행위 발생과 함께 데이터를 생성한다. 그리고 그렇게 데이터를 만들도록 적절한 시스템을 지원한다. 그렇지 않은 기업은 공장과 영업소마다 생산, 입고, 출고, 매출 마감시간이 다르다.

 

공급망 관리 시대의 중요한 점검사항 중 하나는 거래처 또는 공급업체에 대해서도 동일한 마감 행위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다. 거래처로부터 받을 거라고 해봤자 거래처에 있는 자사의 재고실적, 거래처의 자사 판매계획, 거래처의 자사 제품 판매실적 등 몇 가지 안 된다. 협력업체로부터는 자사가 필요로 하는 부품재고 현황, 자사의 발주에 대한 잔량, 발주 잔량에 대한 납품계획, 대금청구 실적 정도를 받으면 된다. 이러한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받을 수 있으면 가장 이상적이다.

 

③ 계획 관리

 

보통 기업들은 최소한의 판매계획, 생산계획, 조달계획을 관리한다. 이 때 각 계획별 관리 기준, 점검 및 갱신 주기가 정해져 있어야 하고, 그것을 실천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관리를 잘 하는 기업은 각각의 계획을 어느 요일 또는 어느 시점에 어느 부서가 수립할 지, 어느 시점의 실적과 재고를 가지고 수립할 지, 얼마나 상세하게 수립할 지, 어느 주기로 점검하고 갱신할 지를 정해 놓고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예를 들어 글로벌 기업은 특정 요일에 판매계획을 마감하고, 이를 위해 거꾸로 어느 날 몇 시 기준의 재고와 매출실적을 가지고 판매계획을 수립할 지를 다 정해 놓는다. 판매 현황과 시장 변화를 보고 판매계획을 적절하게 갱신한다. 판매계획과 공장의 생산능력 등 공급 제약을 보고, 그 조정을 하는 담당자와 담당 조직이 분명하다. 계획을 조정할 때 단순히 생산능력을 보고 원칙 없이 조정하지 않고, 재고 진부화, 중요한 거래처의 요구, 납기 지연에 따른 패널티 등 금전적 손실위험 등을 모두 고려하며, 조정 결과는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거친다.

 

관리를 잘 하는 기업은 모델이면 모델, 모델군이면 모델군, 계획의 ‘뎁스(Depth)’가 통일되어 있다. 계획수립을 금액으로 할 지, 수량으로 할 지, 금액의 기준은 무엇으로 할지도 정해져 있다.

 

계획 관리에 대한 기준이 없는 기업에선 이런 일이 발생한다. 이 세상에서 매출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판매계획을 마감하는 시간이 지나서 그 매출까지 반영해서 생산계획을 수립해 달라고 우긴다. 계획을 수립할 때 참고한 실적과 재고가 다르기 때문에 잘못된 계획이 수립될 가능성이 높고 계획을 세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판매 현황에 큰 변화가 나타나도 어차피 계획은 틀릴 거라 생각하고 판매계획을 수정하지 않는다. 생산능력을 감안한 조정에 원칙이 없다.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못 받거나, 경영진이 의사결정을 해도 매출이나 눈앞의 영업이익 앞에서 번복된다. 어떤 계획은 모델군 기준으로, 어떤 계획은 모델 기준으로 만든다. 금액의 출처가 불명확하다.

 

특히 공급망관리 수준을 가르는 부분은 ‘갱신 주기’와 ‘갱신 범위’에서 나온다. 관리를 잘하는 기업은 비교적 장기간, 최소한 납기가 긴 자재나 부품을 조달하기 충분한 수준의 계획을 수립하고 갱신한다. 예를 들어 납기가 3개월이 넘어가는 핵심부품이 있다면 그 부품을 사용한 완제품의 판매계획은 납기 3개월 + 자사 생산기간 + 자사 운송기간 + 판매안전재고 보유기간만큼은 돼야 조달이 가능해진다. 계획이라는 것은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가장 최신의 정보를 반영해서 수립하는 것이므로 계획을 수립한 순간부터 새로 생겨나는 모든 변수들을 다음주 계획에 대비해서 미리미리 반영해 둔다. 물론 그 계획은 지금 당장 확정은 아니다. 그것이 100% 미래의 계획으로 확정될 지 알 수도 없다. 하지만 계획에 반영해 두면 이해 관계자는 그것을 보고 미리 대비한다.

 

반면, 관리를 잘 못하는 기업은 계획을 짧게 관리한다. 어차피 틀릴 계획이라고 생각한다. 납기가 긴 부품 조달은 그야말로 ‘알아서’ 해야 한다. 계획마다 갱신 여부가 달라진다. 이미 시장의 변화가 감지됐는데 그것을 자기 머릿속에만 기억해 두고 계획을 안 바꾼다. 나중에 계획이 확정되고 나서야 시장의 변화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니면 계획을 확정하는 시점에서야 드러난다. 그리고 그것을 관철하기 위해 비공식적인 부서간 갑을관계를 동원한다. 이해 관계자들끼리 싸운다.

 

④ 계획 공유

 

계획을 수립하는 부서를 중심으로 어디까지 그 계획이 공유되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관리를 잘 하는 기업은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받은 계획을 거래처와 공급업체에도 공유하여 판매와 조달의 기본 계획으로 삼는다.

 

관리를 잘 못하는 기업은 담당자끼리 공유하고 조정한다.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받더라도 현장에서는 우리는 합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직간 갑을관계를 들이대면서 번복한다. 거래처와 공급업체에는 따로 편집한 계획이 공유된다. 자신 없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 주 52시간 근무는 저 다음 세상으로 보내 놓고 서로 다른 계획을 쓸데없이 양산해 놓고는 서로 남 탓 한다.

 

⑤ 외부와의 연결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는 공급업체로부터 자재나 상품을 공급받아 거래처에 판매한다. 따라서 거래처 또는 공급업체와 어떻게 업무를 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리를 잘 하는 기업은 거래처의 실제 판매실적인 POS(Point of Sales) 정보, 최종 소비자 정보까지도 공유 받아 활용한다. 공급업체는 1차 협력업체 뿐 아니라 2~3차 협력업체까지도 재고, 발주 정보를 공유하고 공유 받는다. 이를 위해 EDI(Electronic Document Interchange), 클라우드 컴퓨팅 등 정보기술을 충분히 활용한다. 돈이 들면 파일트랜스퍼(File Transfer), 웹EDI(Web EDI) 등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정보를 공유하고 공유받기 위해 노력한다.

 

관리를 잘 못하는 기업은 거래처로부터 자사 재고현황만이라도 제대로 받으면 다행이다. 공급업체의 경우 1차 협력업체의 재고현황만 파악해도 다행이다. 정보기술보다는 유선이나 이메일 등 불투명하고 사람이 편집할 수 있는 의사소통 수단을 사용한다. 제 때 못 받기 때문에 활용도 못하는 정보가 난무한다. 정확한 현황이 확인 안 되니 긴급발주와 긴급조달, 긴급납품이 난무한다. 악순환이다.

 

⑥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영업, 조달, 생산, 물류 등 기업의 가치사슬을 구성하는 조직들이 어떤 KPI를 관리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최소한 영업은 매출증가율, 영업이익률 못지않게 판매계획 정확도와 불용재고 등 악성재고 비중 정도는 관심을 갖고 관리해야 한다. 조달은 정시납품, 생산은 전통적인 가동률도 중요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생산납기 준수율, 생산 확정구간 내 생산순번 변경 비중 등을 관리해야 한다. 일단 이렇게 중요하게 보는 KPI가 있는지 점검한다. 월드 베스트 기업이 되려면 월드 베스트 KPI가 필요하다고 했다.

 

관리를 잘 하는 기업은 비단 촘촘하고 빈틈없이 KPI를 관리할 뿐 아니라 KPI간의 상충(Trade-Off)이 발생할 때 이를 경영진 의사결정을 통해 정리한다. 예를 들어 생산에서 전통적인 가동률을 중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산순번 변경이 불가피해진다. 생산라인이 멈추지 않도록 생산해야하기 때문이다. 가동률을 점검하는 담당자와 생산순번 변경을 점검하는 담당자는 서로 싸운다. 이 때 관리를 잘 못하는 기업은 담당자끼리 싸우게 놔둔다. 관리를 잘 하는 기업은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통해 이를 중재한다. 예를 들어 생산순번 변경을 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가동률 목표를 낮추거나 하는 등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⑦ 조직간 협업

 

상품기획, 연구개발, 영업, 조달, 생산, 물류 등의 부서 간 필요한 협업이 이루어지는지 점검해야 한다. 어찌 보면 가장 힘든 부분이다. 직원이 수십 명에 불과한 기업이라도, 협업에 약한 기업에서는 모두가 서로 자기 일만 한다. 자기 일을 다 했지만 다른 사람이 자기 일을 안 했으므로 문제라고 생각한다.

 

관리를 잘 하는 기업은 공급망 각 단계마다 참여해야 하는 관련 부서들이 정해져 있고, 이들을 반드시 참여시켜서 의사결정을 하며, 이를 위해 충분한 자료를 준비한다. 관리를 못하는 기업은 관련 부서들이 정해져 있지 않거나, 정해져 있어도 바쁘다는 이유로 참여하지 않거나, 사전 자료 준비가 부실하거나, 아예 배제하고 의사 결정한다. 자연스럽게 참여하지 않은 부서는 누구 마음대로 이런 결정을 했냐며 뒤늦게 항의하고, 문제가 불거지고, 담당자들끼리 싸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협업을 염두에 두고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서간 협업을 통한 의사결정을 실행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러한 의사결정을 자기 부서를 대표해서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으로 갈수록 인력 이탈이 많아져서 이러한 협업을 실행하지 못하고, 그 업무가 특정인에게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협업을 전제로 인력을 육성하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SCM은 ‘관리’의 집합체

 

많이 부족하지만 최초 자사의 SCM을 진단할 때 고려해야 하는 대표적인 항목들을 열거해 보았다. 물론 이것 말고도 더 있겠지만, 진단이라고 하는 걸 굳이 한방에 끝내야 할 이유가 있나 싶다. 팩트폭격 하나 해 드리자면 진단을 시작할 정도의 진전을 보인 기업이라면 진단 설문 많이 만들어봤자 답도 안 한다.

 

더 큰 목표를 향해서 나가는데 진단하는 단계부터 힘 뺄 필요는 없다. 우리가 선진국 대비 가장 취약한 것 중 하나가 전략적 행동을 못한다는 것이다. 무엇인가 하나의 목표를 설정하고 매진하지 못하고 늘 의사결정이 번복된다.

 

SCM은 관리의 집합체기 때문에 그렇게 해서는 절대 잘할 수 없다. 따라서 위에서 열거한 내용들만 가지고 5점 만점의 점수를 부여해 보자. 아마 4점 이상 나올 게 별로 없을 것이다. 진단 자체가 자사가 뭔가 모자라 보인다는 공감대에서 시작한 것인 만큼, 아무리 자사가 잘한다 해도 5점 만점을 주는 용기를 못내는 것이 사람의 심리다. 그것만으로도 할 일은 차고 넘친다.

 

SCM은 PDCA, 즉 계획하고(Plan), 실행하고(Do), 점검하고(Check), 행동하는(Action) 것이다. 혁신에 실패하는 조직을 들여다보면, 거기에 틀린 말 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다만 ‘뭔가를 해 보자’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사람이 있더라도 그를 따르는 사람이 없어서 혁신에 실패한다. 굳이 진단해 보고도 못 믿겠다면 직접 점검해 봐도 되고, 다시 진단해 봐도 될 일이다. 공급망관리를 해 보기로 한 이상 이제부터는 PDCA의 향연을 시작할 차례다.



설창민

군 복무 전 우연히 하게 된 창고 알바를 계기로 물류에 입문, 아직 초심을 안 버리고 물류하고 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 글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해서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dcscully)를 운영하고 있고, 다양한 실무 경험으로 물류업계 종사자들의 삶과 애환을 독특한 시각과 필체로 써내려가는 것이 삶의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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