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전기 화물차 국내 도입은 실현될까

by 박정민

2018년 10월 17일

전기 화물차 국내 도입을 위한 조건, '비용'과 '주행거리'

한계 극복한 신기술의 등장?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느림보'

 

 

글. 박정민 이빛컴퍼니 대표 / 장수백 컨설턴트

 

Idea in Brief

 

최근 배송 업무에 전기 트럭을 도입하겠다는 유통업계의 발표 소식이 종종 들려온다. 놀라운 뉴스 같지만, 사실 몇몇 물류회사는 2년 전부터 전기 트럭 배송을 위한 TFT를 출범했다. 아직은 풀어야 할 숙제도, 넘어야 할 장벽도 많다. 그러나 이를 극복한다면 기업은 친환경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심의 매연을 줄이는 등 공익적인 역할까지 톡톡히 해낼 것이다. 전기 트럭 배송이 상용화되면 트럭의 매연과 소음으로 아파트 입구에서부터 출입 제재를 받던 택배 차량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전기 화물차 도입의 효용

전기 트럭은 내연기관 차량보다 단순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소위 자동차의 이동에 필요한 구성요소인 파워트레인 부분과 전력을 공급하는 배터리만 있으면 움직일 수 있는 게 전기차다. 경영자 입장에서 내연기관 차량을 운용할 때보다 전기차를 운용할 시 고정비용 지출을 줄일 수 있다.

 

변동비 또한 줄어든다. 전기트럭의 연료인 전기요금은 디젤차의 연료비의 1/7 수준이다. 이는 상승하는 유가에 대한 확실한 피난처가 될 수 있다. 차량의 잔고장이 디젤차량에 비해 적어 유지보수비 역시 줄어들고, 자연히 차량 정비에 필요한 인원이나 비용이 줄어든다. 더불어 환경 친화적인 ‘녹색물류’ 실현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도 있겠다. 즉, 전기트럭은 수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효율화를 실현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도입이 쉽지 않은 이유

전기 화물트럭이 갖는 장점은 분명하지만, 상용화까지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도 명확하다. 우선 주행거리 문제가 있다. 전기차는 완충시 도달할 수 있는 주행거리가 화물차에 비해 짧다. 전기차 도입으로 차량의 1회 주행거리가 짧아지면 배송 업무는 심각한 정체 현상에 부딪힌다. 특정한 코스 안에서 일정 거리를 고정적으로 운행하는 버스가 아니기 때문에 전기 트럭은 충전에 대한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한다.

 

특히 한국 배송시장은 대부분이 배송건당 돈을 버는 지입차주들로 구성돼 있기에 차주들이 충전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령 택배만 하더라도 박스당 평균 약 800원의 수익을 충전시간과 맞바꿔야 한다. 한 개라도 더 많이 배송하기 위해 택배기사들은 배송 중에 대충 식사를 때우는 경우가 다반사다. 배송기사의 입장에서는 하루 1시간 정도의 충전시간은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앞서 전기차 도입의 비용 효용이 명확하다고 이야기했지만, 초기 도입에 있어서는 ‘비용’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전기 화물차를 도입하려면 우선 기존에 운영하던 내연기관 차량을 팔아야 하고, 전기 트럭 적재함 제작비, 랩핑비, 충전기 설치비, 정비 교육비, 정비 관련 장비 구입비 등이 추가적으로 소요된다. 투자수익률은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전기 트럭 도입 초기에 막대한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국내에는 아직 전기자동차 정비 자격에 대한 검증된 제도가 없어서 만족스러운 정비업체가 지점별로 배치되어있는지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전기 충전기의 설치와 관리 문제는 또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다. 아무리 비싼 전기차라고 해도 전기가 공급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배터리 용량에 따른 주행거리의 예시를 보자. 버스는 평균 1Kw의 전기로 1km 내외를 주행할 수 있다. 1Kw의 전기로 약 5km를 주행할 수 있는 전기 승용차에 비하면 주행거리가 아주 짧다. 작금의 상황에서 전기 트럭을 운행하려면 차량 운행시간을 현장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중, 단거리를 이동하는 차량의 충전회전율을 감안해 충전하는 순번을 정해서 써야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한계를 넘는 기술의 등장

전기 화물차 도입과 관련된 제반 기술이 아직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전기 화물차 확산의 큰 한계로 거론된 ‘배터리’와 ‘충전’ 문제를 해결한 업체가 있다. 이 업체는 배터리 교환방식으로 특허를 내고 판매인증을 받았다. 과거 일체형 휴대폰이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 배터리를 탈착할 수 있었던 그 방식을 생각하면 편하겠다. 충전소에 들려 배터리 충전을 하지 않고도 배터리 교환을 통해 장기 운행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아쉽게도 이 업체는 전기 트럭이 아닌 전기 오토바이와 초소형 전기자동차에 적용한 모델을 우선 출시할 예정이다. 전기이동수단 도입을 적극 고려하고 있는 우정사업본부가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의 차량이나 오토바이에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어서 반갑게 여길 수 있을 것 같다.

 

이 업체가 도입한 배터리 교환(swap) 방식은 이미 대만에서 성공적인 BM으로 검증되었다. 배터리만 교환하면 되기 때문에 충전시간이 혁신적으로 짧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충전 대기시간이 사라지는 것이다. 또한 충전기가 배터리 교환기(charging station) 형태로 바뀌면서 충전 장소와 위치에 대한 제약이 사라지게 된다. 만일 이런 제품군이 물류 트럭으로 확장된다면 전기 화물차의 시대가 앞당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 대만의 전기 스쿠터 고고로의 배터리 교체형 디자인

 

전기차 확산 그 이후의 선택지

전기 화물차가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만약 확산된다면 필수적인 고민은 ‘충전기’ 설치가 될 것이다. 그리고 충전기를 설치하는 주체는 수많은 전기차를 운용하는 물류(혹은 유통)기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 때 기업이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를 첨언하고자 한다.

 

전기 충전기는 비개방, 부분개방과 완전개방형 방식으로 나뉜다. 비개방형은 설치자가 허용한 사람만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고, 부분개방형은 일정 시간을 제외하고 공용 사용을 허가하는 방식이다. 이때 전기 이용료의 일부를 소유자가 수익으로 가져갈 수 있다. 완전개방형은 공용충전기로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이 방식에서는 충전기회사가 수익 전부를 가져간다.

 

물류회사는 전기 충전기를 도입할 때는 비개방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24시간 내내 전기차 충전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보안상의 문제도 있어서 비개방형 충전방식의 도입은 필수불가결하다.

 

물류회사에 한정해 얘기해보자. 한 장소에 급속충전기만 많이 설치하면 될까? 아니다. 충전기는 다양한 장소에 다양한 종류가 설치돼 있어야 한다. 초급속(100kW 이상), 급속(50kW), 중속(24kw), 완속(7kW) 충전 솔루션이 함께 설치되어야 한다. 전력공급량과 충전패턴을 충분히 분석하고 충전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배터리의 수명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회사 차량을 운행하는 운전자의 운전 습관도 충전방식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충전기의 수량은 어떨까? 일정 수량 이하는 1:1 충전방식이 맞을 수도 있지만, 그 이상이 되면 1:N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판단된다. 건물의 예비전력 보유량, 보조금, 일평균 운행 거리, 계절별 사용 환경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서다. 충전 인프라를 컨설팅할 수 있는 전문가를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느림보 대한민국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왜 1톤 트럭의 외형은 모두 같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답은 간단했다. 대한민국에서는 현대기아차에서만 1톤 상용 트럭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은 태생적으로 내연기관 차량의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전기 배터리를 비치할 공간이 없다. 탑 형태의 적재 박스를 필요로 하는 물류 차량의 경우, 전기 트럭에 관한 법적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마음대로 차량을 개조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전기 화물차 활성화를 논하기 이전 1톤 전기 트럭의 프로토타입이 시장에 출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2001년 삼성자동차가 ‘1톤 야무진’ 판매를 중단한 이후 약 17년간 현대와 기아차가 국내 시장을 독점해왔던 1톤 트럭 시장에 르노삼성이 전기 트럭 전용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내년 양산체제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개인적으로는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진다는 것에 대해 적극 환영이다.

 

그럼에도 해외를 보자면 우리보다 훨씬 빠르다. 중국은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급성장을 이뤘고, 버스 및 조업 차량 이외에도 전기자동차 전 라인업을 판매하기 위해 국내의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마트에서 전기 자동차를 판매하는 시대가 왔고, 제로백(시속 0km/h에서 100km/h까지 걸리는 시간)은 전기차가 1등이다. 유럽에서는 덴마크가 물류 및 유통 분야에서 전기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도 공익을 위해 전기 트럭 및 전기이동수단 보급에 다년간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규제 완화 등 세계적인 변화의 추세에 발맞춰 발 빠르게 대처한 모범 사례로 여겨지고 있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고, 전기차는 이동수단에서 변혁의 리더가 되고 있다. 문제는 대한민국의 관련 부처가 아닐까 싶다.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낙후된 규제와 법률은 이제부터라도 전향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개방시장에서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떤 경쟁력을 갖추어야 할 것인지도 깊이 고민하기를 바란다.



박정민

2001년부터 2010년까지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에서 트레이드와 마케팅을 담당했다. 2010년 자동차 외형 제작사업(M2CORETUNE)을 시작, 운영했다. 2017년 이빛컴퍼니를 설립하여 전기자동차 제작 및 고전압안전교육, 전기차 관련 토탈솔루션 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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