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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양의 헬스케어 콜드체인] 헬스케어 콜드체인 물류, 왜 ‘도전’은 많은데 ‘성공’은 드물까?

by 김희양

2019년 03월 13일

'도전'은 많지만 '성공'은 적은 헬스케어 콜드체인, 그 원인은?

임상시험 강국 대한민국, 한국계 콜드체인 기업이 경쟁력 갖추려면

 

. 김희양 콜드체인플랫폼(CCP) 대표

 

 

‘성장 잠재성이 높은 헬스케어 콜드체인 물류 진출’, ‘부가가치 높은 바이오 물류 론칭’ 등 국내 물류 기업들의 새로운 사업 소식을 해마다 접합니다. 이러한 새로운 도전은 동종업계 입장에서는 경쟁자가 하나 더 느는 셈이니 바싹 긴장할 일이고, 고객 입장에서는 새로운 옵션이 더 느는 셈이니 환영할 일입니다.

 

그런데 유독 헬스케어 콜드체인 물류 분야의 경쟁자와 고객은 왜 이와 관련해 별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 것일까요? 물론 동종업계가 새로운 진입자를 견제하거나 이들의 동태를 주목하고, 고객들 또한 새로운 물류 서비스 업체에 대한 기대로 미팅을 하며 이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아가려고 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 활약하는 물류 기업들과 서비스 이용 고객들은 이제 관련 기사만 보아도 금세 알아차리고 맙니다. 이미 지난 이야기를 마치 새로운 것처럼 한다거나, 실무와 동떨어진 이야기를 한다거나, 수박 겉핥기식으로 알고 헛다리를 짚는다거나, 홍보와 실제 오퍼레이션의 간극이 상당히 크겠다는 사실을요.

 

외국계 글로벌 기업들이 헬스케어 콜드체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운송 한 건에 투입되는 업무 강도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같은 무게의 물품을 같은 곳에서 픽업해서 같은 곳으로 운송하는데 몇 배 또는 몇 십 배나 비싼 비용을 청구합니다. 이들은 어떻게 헬스케어 콜드체인 물류 시장을 전 세계적으로 선점하였으며,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으로 높은 비용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일까요?

 

그들은 어떻게 시장을 선점했나?

 

헬스케어 콜드체인 물류의 개척자인 프리미엄 쿠리어들은 대부분 미국과 영국계 글로벌 기업이며, 미국 및 유럽계 글로벌 특송기업이 이 분야를 함께 선점하고 있습니다. 물류회사뿐만 아니라 콜드체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포장재나 온도 모니터 기업들도 미국, 영국, 독일, 스위스, 프랑스계가 주축을 이룹니다.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려면 제약 산업, 그 중에서도 신약개발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앞서 언급한 이 몇몇 나라들이 성공적인 글로벌 신약개발의 경험을 보유한 나라들이기 때문이죠.

 

제약분야라고 해서 모든 의약품이 시간과 온도에 민감한 것이 아니며, 높은 수준의 콜드체인 물류 서비스를 반드시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약 시장 규모, 성장률, 수출입 물동량 등의 전체적인 동향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간주되는 헬스케어 콜드체인 물류 분야에서는 신약개발 프로세스 각 단계와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면서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고부가가치로써의 헬스케어 콜드체인 물류는 신약개발과 그 성장의 축을 함께 하는 물류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평균 10~15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며 길게는 30~40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투입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글로벌 신약 개발에는 평균 1~2조 원의 비용이 투자되는데, 그중 개발에 성공할 확률은 1% 미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많은 제약 기업들이 신약을 개발하는 이유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1 개를 개발하여 판매할 때 따라오는 막대한 수익성 때문입니다. 이렇게 제약회사가 세계를 무대로 고부가가치 신약을 만들 때 이를 서포트할 수 있는 물류서비스는 필수적입니다.

 

임상시험 강대국, 대한민국

 

‘카피약’으로 일컬어지는 화학합성 제네릭 의약품을 주로 만들거나,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국내에서만 임상시험을 할 경우 시간과 온도의 제약은 크지 않습니다. 때문에 고부가가치 헬스케어 콜드체인 물류 서비스가 딱히 요구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 말은 제약회사라고 해서 모두가 고부가가치 헬스케어 콜드체인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님을 의미합니다. 신약을 자체적으로 개발하지 않거나, 신약을 개발하더라도 온도에 민감한 바이오 의약품을 취급하는 제약회사가 아니라면 고부가가치로서의 헬스케어 콜드체인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죠.

 

우리나라가 헬스케어 콜드체인 물류에서 후발주자인 이유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볼까요? 이는 한국의 신약개발 및 임상시험과 깊은 연관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글로벌 신약 1호인 LG생명과학의 팩티브가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것은 불과 2003년의 일입니다. 외국계 글로벌 물류 기업들이 한국에서 헬스케어 콜드체인 물류를 본격적으로 선보인 것도 이 무렵입니다. 이 분야의 개척자로 알려진 미국계 글로벌 프리미엄 물류 기업인 월드쿠리어는 2003년 4월에 처음으로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였고 TNT, DHL, FedEx 등의 국제특송 기업들도 2005년을 전후로 이러한 서비스를 본격화합니다.

▲ 헬스케어 콜드체인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글로벌 프리미엄 물류기업 '월드쿠리어(World Courier)'

 

우리나라가 2003년 무렵부터 임상시험을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 그 배경입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글로벌 제약사의 다국가 임상시험을 유치하기 위해 선진국을 벤치마킹하였고, 대학병원 내 지역별 임상시험센터를 건립하며 임상시험을 활성화하는 등 인식 및 환경 개선을 동반한 임상시험 산업화를 국가적 차원에서 촉진하였기 때문이죠. 그 결과 우리나라의 임상시험 점유율은 2018년 기준 세계 6위, 서울은 글로벌 임상시험 1위 도시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헬스케어 콜드체인 물류 분야에서도 후발주자인 한국 기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힌트, 선두주자로부터 찾기

 

그런데 이 분야의 물류 선점은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전 세계 여러 곳에 지사를 운영하며, 수많은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헬스케어 콜드체인이라는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을 살펴보면, 회사 규모나 인력 등 외형과 수적인 면에서는 국내 물류 기업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미미합니다. 그런데도 어떻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몇 십 년 늦은 후발주자임에도 헬스케어 콜드체인 분야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면, 현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글로벌 프리미엄 기업들의 운영방식을 통해 힌트를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선, 가장 손쉬운 방법은 링크드인(LinkedIn)이나 그들의 SNS에 들어가 헬스케어 콜드체인 물류 분야를 선도하고 장악하고 있는 외국계 글로벌 기업들이 자신을 드러내는 접근 방식부터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약업계의 특성을 잘 이해하는 외국계 글로벌 기업들은 현재 고객들이 개발하는 의약품 트렌드에 물류 서비스를 녹여냅니다. 트렌드 속에서 고객들이 물류 측면에 있어 대비해야 할 리스크를 찾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소프트웨어적인 접근을 시도합니다.

 

이로써 고객들과 대화의 장을 만들고, 그들과 보다 가까워지며, 그들의 비즈니스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시장 관계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글로벌 컨퍼런스나 전시회 등의 이벤트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고객의 언어로 이야기를 하고, 고객에게 더 많은 정보를 끌어내 고객에게 맞는 서비스 상품을 개발합니다. 고객의 문제를 알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통해 헬스케어 콜드체인 물류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하고, 고객을 리드하면서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스스로를 포지셔닝 합니다.

 

한편,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하드웨어적인 접근을 합니다. 마치 국내 구직자가 스펙을 앞세우듯 ISO, CEIV, KGSP 등의 인증서 획득, 보유하고 있는 냉장·냉동 창고 규모 및 차량 수, 전체적인 제약 시장의 규모 등 표면적인 것부터 앞세워 홍보합니다. 이미 외국계 글로벌 기업들과 눈높이가 맞춰진 고객들, 다시 말해 고부가가치 헬스케어 물류서비스를 이용할 주고객층의 마음을 사로잡기란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 단계인 SOP(Standard Operating Procedure: 표준업무매뉴얼)에서 막힙니다. SOP가 없거나, 존재하더라도 미흡한 경우가 많습니다. 헬스케어 콜드체인 물류에 뛰어든다고 크게 홍보만 하고서 정작 내실을 놓칩니다. 고부가가치 헬스케어 콜드체인 물류를 필요로 하는 고객은 ‘검증’을 생명처럼 여깁니다. 이를 하드웨어적인 콜드체인 차량, 창고 등의 밸리데이션(validation) 정도의 검증으로만 받아들여서는 곤란합니다.

 

작지만 성공적인 사례 축적이 우선돼야

 

한국계 헬스케어 콜드체인 물류 기업으로 성공을 원한다면 동네방네 홍보에 집중하기보다, 우선 자체 시스템을 운영하며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을 축적해야 합니다. SOP와 시스템을 보완하고, CS·오퍼레이션·영업 등 전 직원이 자사의 서비스 상품에 대해 리더와 같은 페이지에서 고객과 소통할 준비를 갖추었는지부터 확인 및 검증하고, 지속적으로 교육해야 합니다.

 

이렇게 내부 검증을 거친 후 조용히 서비스를 출시하고, 타깃 고객에게 다가가 서비스를 소개하여 비록 작지만 성공적인 사례들을 하나씩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홍보는 그 이후에 진행해도 절대 늦지 않습니다. 홍보가 우선된 뒤 내실을 차차 갖추자는 방식은 대부분 득보다 실이 큽니다. 홍보 기사를 보고 연락했다가 서투른 고객 대응에 한 번 실망한 고객을 되돌리기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헬스케어 콜드체인 물류 분야가 유망한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신약개발의 트렌드는 온도에 민감한 바이오 의약품으로 바뀌어 가는 중이며, 2019년에는 우리나라 제약기업들의 국산 글로벌 신약들이 쏟아질 전망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제약 기업이 전 세계로 진출할 때, 글로벌 인프라를 구축한 한국 물류기업이 이들의 해외 진출을 서포트할 수 있다면 이 얼마나 멋진가요? 역량 및 가격 경쟁력을 갖춘 헬스케어 콜드체인 물류 서비스에 대한 니즈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한발 앞서간, 성공적인 글로벌 기업들을 찾아 벤치마킹해 봅시다. 그리고 국내 물류기업으로서 차별화되는 강점과 협력이 필요한 보완점을 찾아보는 작업부터 진행하시기를 권합니다. 여기에 분명 성공의 단서가 있습니다.

 

※ 본 시리즈는 <2: High Barriers to entry, 높은 진입장벽 살펴보기>로 이어집니다.

 



김희양

글로벌 특송기업 TNT에서 임상시험과 제약물류 서비스를 담당했고, 월드쿠리어에서는 제약(의약품)부문 영업을 담당했다. 마켄(Marken)의 첫 한국지사장을 지냈으며, 현재 콜드체인플랫폼 대표로 제약 콜드체인 물류와 관련된 정보와 교육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숙명여대 중어중문과 졸업, 인하대학교 국제통상물류전문대학원에서 물류경영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공급사슬 관점의 임상시험 물류 솔루션에 관한 연구’와 ‘적게 일하고 크게 어필하고 싶을 때 읽는 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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