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김희양의 헬스케어 콜드체인] High Barriers to Entry: 높은 진입장벽 살펴보기

by 김희양

2019년 04월 24일

 

글. 김희양 콜드체인플랫폼(CCP) 대표

 

미국의 제약 전문 미디어인 파마슈티컬 커머스의 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글로벌 전체 의약품 물류비는 820억 달러이며 그 중 콜드체인 물류비는 150억 달러로 전체 의약품 물류비의 18%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2022년이 되면 온도에 민감한 바이오의약품이 글로벌 100대 의약품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며, 의약품 콜드체인 물류비는 2018년 대비 24% 성장하여 18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헬스케어 콜드체인 물류에 대한 마켓 사이즈 수치는 조사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우리가 주목해야할 핵심은 헬스케어 콜드체인 물류의 지속적 성장성입니다.

 

지난 글에서 콜드체인 매니지먼트 역량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물류서비스에 대한 니즈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문제는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헬스케어 콜드체인 물류 시장의 진입장벽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것입니다. 특히, 한국계 물류 기업들에게 이 진입장벽의 벽은 더 높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 높은 진입장벽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요소들 때문입니다.

 

High Barriers to Entry ①: 품질 우선에 대한 편견

후발주자일수록 더 나은 품질로 그 역량을 부단히 입증해도 부족할 판국인데, 품질이 최우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느새 가격 대비 품질, 즉 가성비를 따지고 있습니다.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할 자리에서 프로세스 개선을 비롯한 품질에 대한 질문보다 콜드체인 포장재 가격 등에 더 관심을 갖습니다. 가격에 극도로 민감한 일반 물류 분야에서 일해온 습성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일까요?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인 제약회사의 관점이 아니라 물류를 운영하는 물류회사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기식으로 해석합니다. 글로벌 기준이 아닌 습관처럼 ‘우리 나라에서 이 정도면 괜찮지’ 라는 기준을 내세웁니다. 그렇게 되면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품질의 어중간한 가격대의 서비스가 나오게 됩니다.

 

품질 우선이라고 해서 가격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결코 아닙니다. 고부가가치 헬스케어 콜드체인 물류에서도 가격은 매우 중요합니다. 비용 절감은 모든 비즈니스에서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니까요. 다만, 가격은 콜드체인에 대한 역량과 서비스 품질이 모두 충족되고 난 이후의 비교 대상이라는 것입니다. 한 글로벌 조사기관에서 바이오·제약 헬스케어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했습니다. 콜드체인을 필요로 하는 의약품 운송 파트너를 선택하는 세 가지 우선순위를 묻는 질문에 대해 고려사항 1순위는 콜드체인 관리 역량, 2순위는 운송 전 과정에 대한 추적, 3순위는 가격 순이었습니다. 제아무리 가격이 좋아도 품질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논의대상에 오르지도 못합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온도 이탈을 비롯한 물류에서의 사소한 실수가 사람의 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큰 사건으로 돌변하기도 합니다. 물류 비용을 조금 줄이려고 품질을 포기하고 위험 리스크 떠안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습니다.

 

High Barriers to Entry : 장기적인 관점의 필요성

서비스의 요구조건과 가격조건이 맞는다고 바로 물량을 내주는 고객은 없습니다. 그 조건에 맞는다고 인정될 때, 물량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제야 어떤 프로젝트의 운송 플랜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출발선에 서게 되는 것입니다. 이 분야에서 잘나가는 외국계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지사도 그 지난한 과정을 거쳤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비딩이 있을 때마다 지속적으로 품질과 가격을 검증합니다.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서는 어프로치 단계부터 3년 내외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수개월에서 1년 정도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미팅을 합니다. 이 과정 동안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방식, 업무를 팔로업하는 방식, 일관적인 태도 등이 자연스럽게 검증됩니다. 이 단계에서 인정을 받으면 비밀유지계약서(Confidentiality Agreement)를 맺는 단계로 넘어가고, 비밀유지계약서 체결 후 프로젝트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짐과 동시에 QA팀으로부터 품질 질문서(Quality Questionnaire)를 받습니다. 굉장히 디테일한 품질 질문서에 대한 평가에서 합격을 해야 이용할 수 있는 벤더로 등록이 됩니다. 이제 비딩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 셈입니다. 단기간에 어떤 큰 성과를 노리며 의욕만 앞서 이 분야에 뛰어든다면 실망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헬스케어와 관련된 콜드체인과 물류 분야에서 탄탄한 글로벌 본사의 서포트와 브랜드 인지도를 등에 엎고 한국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계속해서 늘어갑니다. 본사의 브랜드 인지도가 있으니 그것을 믿고 한국 시장을 개척하겠다며 뛰어들어 몇 년을 보낸 이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어느 정도 예상을 하긴 했지만 자리잡는데 시간이 생각보다 더 오래 걸리네요” 라는 말입니다. 글로벌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도 한국 시장에서 정착하는 과정이 이러한데, 이제 갓 이 분야에 진출했거나 이제 곧 진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고충은 더 말하지 않아도 짐작하실 겁니다.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평균 10~15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고, 고가의 의약품을 맡기는 것인만큼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물류 파트너 선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제약 기업들의 프로세스를 잘 알고 있는 외국계 글로벌 물류기업들은 단기전은 물론 한결같은 태도를 일관하며 장기전에도 능합니다.

 

 

High Barriers to Entry ③: 인력 확보에 대한 어려움

헬스케어 산업과 이에 요구되는 콜드체인 물류에 대한 이론과 실무에 능한 인력풀이 한국에서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주로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외국계 프리미엄 글로벌 기업들마저도 신입을 채용하여 하나하나 가르쳐가며 인력을 양성하는 실정입니다. 신입들에게 취업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이 주어지는 분야가 고객 서비스 및 오퍼레이션인 만큼 물류학과가 있는 대학에서는 헬스케어 콜드체인 물류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경쟁력을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픽업 및 배송 업무 대부분이 콜드체인 포장재와 온도 모니터를 전문적으로 핸들링하고, 물품 운송에 관련된 영문 서류를 꼼꼼하게 체크해야 하는 만큼 드라이버의 전문성도 나날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영업 및 QA 업무의 경우, 글로벌에서는 이 분야의 특성과 사람을 속속들이 아는 제약 관련 경력자들의 물류업계 진출이 십여년 전부터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습니다. 헬스케어 콜드체인 물류를 선두하는 외국계 기업들이 마켓 트렌드를 읽고 이 서비스를 이용할 고객 관점에서 세심하게 접근하는 것은 이와 관련이 깊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여전히 물류에 대한 편견이나 업종 변경에 대한 두려움으로 제약 분야에서 물류 분야로의 경력 전환을 망설입니다. 한국계 헬스케어 콜드체인 물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외국계 글로벌 기업과 마찬가지로, 제약회사의 트렌드를 한발 앞서 읽고 기대 수준을 이해하고 품질을 그 수준에 맞게 끌어올릴 수 있는 역량있는 영업 및 QA 분야의 인재 확보가 중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콜드체인 물류에서의 빅데이터 분석이 나날이 중요해짐에 따라 IT 소프트웨어 및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도 과감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뒤늦게 헬스케어 콜드체인 물류분야에 진입하려는 한국계 물류기업들의 마음은 조급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들인 외국계 글로벌 기업들도 처음부터 헬스케어 콜드체인 전문가여서 이 사업을 시작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요. 이 분야의 높은 진입장벽의 본질은 외형적인 것이 아니라 결국 축적의 시간에 있다는 사실을요. 장기적으로 큰 그림을 보고 접근하고, 하루 빨리 직접 경험을 해보면서 경험의 시간을 축적하는 것이 답입니다. 시행착오를 통해 끊임없이 배우고 훈련하며, 지속적으로 프로세스를 개선해서 품질을 높이다 보면 어느새 진입장벽이 차차 낮아지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될 것입니다.

 

 



김희양

글로벌 특송기업 TNT에서 임상시험과 제약물류 서비스를 담당했고, 월드쿠리어에서는 제약(의약품)부문 영업을 담당했다. 마켄(Marken)의 첫 한국지사장을 지냈으며, 현재 콜드체인플랫폼 대표로 제약 콜드체인 물류와 관련된 정보와 교육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숙명여대 중어중문과 졸업, 인하대학교 국제통상물류전문대학원에서 물류경영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공급사슬 관점의 임상시험 물류 솔루션에 관한 연구’와 ‘적게 일하고 크게 어필하고 싶을 때 읽는 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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