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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징동·텐센트·바이두, 공간을 넘나드는 4人4色 물류전쟁

by 임예리 기자

2019년 08월 05일

유통기반의 알리바바·징동 vs IT기반의 바이두·텐센트, 이들의 물류 접근법은

알리바바, 택배사 네트워크 및 투자 통해 자동화·효율화에 집중

적자에 신음하는 징동, 물류 서비스를 다원화로 돌파구 찾기 나서

유통사 지분 투자하며 물류업계 넘보는 텐센트

All in AI 바이두, 자율주행기술에 집중

 

 

알리바바, 현장을 잇는 네트워크 

 

알리바바는 차이냐오(菜鸟)라는 물류자회사를 통해 자사의 유통플랫폼(타오바오, 티엔마오)에서 발생하는 주문을 처리한다. 차이냐오는 물류 데이터를 가진 플랫폼의 역할로, 배송 단계에서 차량이나 인력을 직접 구축하지 않고 택배사와 데이터 방면에서의 연계를 통해 협력해왔다. 알리바바 측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차이냐오 네트워크는 3000여 개의 물류업체와 연결되어 있다. 

 

차이냐오의 물류 플랫폼 전략은 처음부터 의도된 것이었다. 징동이 2000년대 초반에 이미 자가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기 시작한 데 비해 알리바바는 2013년 몇 개의 택배업체와 차이냐오를 설립하며 물류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차이냐오는 상품의 분류, 배차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자동화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다. 

 

특히 최근에는 무인 물류센터에 대한 자동화시스템 관련 연구에 비교적 힘을 쏟는 모습이다. 올해 1월엔 난징에 로봇을 활용한 분류센터를 설립해 자동화 분류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해당 센터에 있는 로봇팔과 AGV 등 로봇들은 슈퍼마켓 상품군의 90% 이상을 분류처리할 수 있으며, 사람이 분류할 때보다 1.6배의 효율을 낼 수 있다. 

알리바바 차이냐오 징동 텐센트 바이두 물류센터▲ 난징에서 시범 운행 중인 차이냐오의 자동화 분류 시스템(사진: www.news.cn)

 

알리바바는 타오바오와 티엔마오 같은 유통 플랫폼에서 나온 물량과 데이터를 차이냐오의 물류 기술 효율을 높여 물류업체들과 협력하는데 활용한다. 하지만 동시에 물류 업체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차이냐오의 동맹군을 구축해오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시가 택배업체에 대한 지분 확보다. 2010년 이후 알리바바는 몇 차례에 걸쳐 중국 내 대형 택배사들에 대한 투자를 이어왔다. 지난 3일에는 션통(申通, STO)에 47억 위안을 투자해 2대주주가 됨으로써, ‘사통(四通)*’이라 불리는 중국 상위권 택배업체의 대주주가 됐다. 

* 사통(四通): 택배업체 션통(申通), 위엔통(圆通), 중통(中通), 바이슬후이통(百世汇通)을 함께 부르는 말. 현재 알리바바는 션통, 위엔통, 중통, 바이슬후이통 지분의 14.7%, 11%, 8.5%, 27.8%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차이냐오는 배송 단계를 직접 수행하진 않지만, 중국 내 대도시를 중심으로 약 15개의 자가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차이냐오가 향후 직접 물류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지난 5월 말 알리바바의 물류자회사 차이냐오가 몇 개의 루어디페이(落地配)* 업체와 단냐오(丹鸟)라는 새로운 물류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당일배송, 익일 배송과 같은 빠른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루어디페이(落地配): 상품 시용, 야간배송, 반품 및 교환 서비스를 제공하는 택배서비스 

 

작년 초 이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먀오디(喵递)를 설립할 때에 알리바바 측에서 “차이냐오는 먀오딩서 배송기술을 담당한다”고만 했던 것에 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에 알리바바의 직접물류 가설도 이전보다는 강한 지지를 얻는 분위기이다. 

 

그럼에도 현재까지는 차이냐오가 향후 자동화, 효율화 방면에 더 집중할 것이라는 예상이 앞선다. 알리바바 측이 차이냐오를 자사의 신소매(新零售) 전략과 글로벌 온라인 유통의 발판의 역할로 삼았기 때문이다.이와 관련해 작년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는 “중국 24시간 내 배송, 글로벌 72시간 내 배송을 실현하겠다”는 목표와 함께 2022년까지 글로벌 스마트 물류 네트워크에 1000억 위안을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징동, 직접물류의 힘 보여줄 수 있을까

 

지난 5월 발표된 징동닷컴(JD.com, 이하 징동)의 2019년 1분기 매출은 1221억 위안, 순이익은 33억 위안으로 징동은 7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징동의 물류자회사 징동물류(京东物流)는 2018년 23억 위안의 손실을 기록하면서 12년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현지에서는 징동물류가 직접물류를 운용하면서 발생하는 비용부담이 징동 전체의 수익 개선에 압박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택배사와 제휴를 맺고 타오바오나 티엔마오의 상품을 배송하는 알리바바와 달리 징동은 주로 징동물류를 통해 물류센터 운영부터 장거리 간선 및 단거리 지선 물류까지 배송 전 과정을 총괄하며 주문을 처리한다. 풀필먼트(Fulfillment) 비용은 2016부터 작년까지 각각 186억 위안, 259억 위안, 320억 위안으로 증가했으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 7.1%, 6.9%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다는 평가다. 

 

세부적으로 물류비용에 가장 큰 부담으로 꼽히는 부분은 부동산에 속하는 물류센터로 나타났다. 현재 징동은 중국 전역에 7개의 풀필먼트 센터, 28개의 분류센터, 550여 개의 창고를 보유하고 있다. 징동이 가진 물류 부지를 모두 합하면 약 1200만㎡로(약 360만평), 쑤닝과 같은 전통 가전 유통업체나 주요 택배업체보다 넓은 수준이다. 

물류센터 운영비 외에, 운송 및 배송 부문에서 비용 압박으로 여겨지는 요인은 인건비다. 현재 징동의 택배기사는 약 17만 명 정도다. 징동은 작년 하반기부터 택배기사들의 기본급을 취소하고 배송 물량에 대한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으로 임금 제도를 개편해가고 있다. 이와 함께 공적금(公积金)* 비율도 기존 12%에서 7%로 낮춰 납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적금(公积金): 기업의 적립금, 준비금

 

기본적으로 물류사업은 규모의 경제가 커질수록 비용 부담이 적어지는 구조다. 징동물류가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에는 위처럼 원가를 절감하기보다는 배송량을 늘려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게 장기적인 성장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업계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징동닷컴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재 징동물류가 한해 처리하는 주문 건수는 약 27억 건 정도로, 이중 절반 이상이 징동닷컴발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즉, 징동닷컴의 주문 수가 늘어난다면 자연스레 징동물류의 처리 물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징동처럼 텐센트를 최대 투자자로 두고 있는 또 다른 이커머스 채널(핀둬둬, 위챗 등)의 물량 역시 징동물류가 확보할 수 있는 범위에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마냥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징동닷컴의 활성 구매자(活跃买家) 증가율은 꾸준히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연스레 징동의 풀필먼트 주문률의 증가폭이 줄어드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징동닷컴이 다른 이커머스 채널에서 발생한 주문을 수행하고자 할 때엔 택배업체들이 경쟁사가 되기에 ‘가격 경쟁’이 불가피하다. 

*활성 구매자(活跃买家): 지난 12개월 내에 상품 구매를 한 소비자로, Active Buyer이라고도 한다. 

 

 

징동 측은 올해를 ‘위기의 해’로 두고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전략이 물류 징동물류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물류 서비스를 다원화다. 징동물류는 작년 10월부터 도시 내 배송, 항공특송 등과 같은 개인 택배 서비스와 퀵서비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콜드체인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징동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물류비서’로 발톱 드러낸 텐센트 

 

중국 1위 메신저 앱 위챗(WeChat)의 운영사이자 게임 업계의 큰손으로 꼽히는 텐센트, 얼핏 물류와는 거리가 느껴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보이는 것보다 텐센트와 물류의 관계는 밀접하다. 직접 운영이 아닌 자본 투자를 통해 유통 플랫폼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무 위주로 사업부가 나뉘어진 텐센트 조직 구조를 보면, 게임, 모바일 등과 함께 스마트유통이 주요 사업 부문을 차지하고 있다. 

알리바바 차이냐오 징동 텐센트 바이두 물류센터

 

텐센트는 징동, 핀둬둬 등과 같이 알리바바의 유통 플랫폼의 뒤를 잇는 이커머스 플랫폼의 최대 주주다. 이 외에 중국 최대 음식 배달 앱 메이퇀뎬핑(美团点评) 꾸준히 투자를 이어왔다. 이 외의 소셜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투자도 지속되고 있는데, 2017년엔 8건이었던 것이 2018년에는 14건으로 늘어났다. 

 

2~3년 전부터는 오프라인 유통망을 가진 전통기업을 대상으로 한 투자도 늘려갔다. 2017년부터 작년 말까지 텐센트는 오프라인 유통업체 용후이마트(永辉), 부동산업체 완다상업(万达商业), 패션의류업체 하이란즈지아(海澜之家), 유통업체 부부가오(步步高) 등에 투자했다. 확보한 대부분 지분 5% 이하로, 알리바바의 투자보다는 규모 면에서 작지만, 향후 투자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관련해 마틴 라우 텐센트 홀딩스 사장은 “미래 트렌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이며, 텐센트는 오프라인 기업들에 숨은 보석이 있다고 믿어 투자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텐센트는 현재까지 징동물류, 중국 최대 화물운송 플랫폼 만방(满帮), 사물인터넷 기술업체 G7 등 물류 영역의 14개 업체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지난 6월 기준) 또한 슌펑과 함께 문자인식(OCR) 기술을 연구개발해 실제 운송업체가 도입하기도 했다. 이처럼 텐센트는 간접적이면서도 지속적으로 물류 영역을 주시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다 텐센트가 결정적으로 물류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것은 최근 위챗 내 미니 프로그램 중 이커머스(电商) 부문이 빠르게 성장하면서부터다. 타오바오, 티엔마오의 월간 액티브 유저(Active User) 수는 5~6억인 반면, 위챗의 월간 액티브 유저 수는 10억 정도다. 위챗의 결제 서비스인 위챗페이의 월간 액티브 유저는 8억이다. 메신저 내에서의 상품 거래가 빈번해짐에 따라 자연스레 이용자들의 주문관리, 배송, 교환 및 환불과 같은 물류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지난 3월, 텐센트는 ‘물류비서(物流助手)’라는 이름의 물류 서비스를 정식으로 론칭했다. 이에 따라 물류 서비스가 필요한 판매상은 간단한 오픈 API 설치를 통해 다수의 물류 및 택배업체와 연결되어 발송 처리를 하고, 소비자는 위챗을 통해 실시간 배송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물류비서의 공개와 함께 텐센트의 물류영역 진출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특히 텐세트가 작년 11월에는 ‘펭귄물류(企鹅物流, Tencent Logistics)’라는 상표명을 신청한 사실이 재조명받기도 했다. 텐센트 측에서는 이에 대해 “펭귄물류는 오직 텐센트 내에 필요한 물류 서비스를 통일성 있게 제공하기 위한 역할이며 대외 서비스 제공 계획은 없다”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펭귄물류는 플랫폼으로서 DHL, EMS 등 제3자 물류공급망 기업과 협력할 것”이라는 답변과 관련해 일부에선 펭귄물류가 알리바바의 차이냐오와 같은 방식으로 성장할 수도 있을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자율주행에 올인, 바이두

 

자율주행기술은 물류 영역에서 활용도가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기술 중 하나다. 중국에서 알리바바, 텐센트와 함께 3대 IT공룡으로 불리는 바이두는 유통 플랫폼을 직접 운영하는 알리바바, 지분투자를 통해 유통을 지원하는 텐센트와 달리 ‘물류 기술’, 그 중에서도 ‘자율주행’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 

 

바이두는 2017년  ‘All in AI’라는 구호를 내걸며 인공지능(AI) 기술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자율주행시스템과 네비게이션 기능이 탑재된 자율주행기술 플랫폼 아폴로(Apollo) 개발했다. 작년 진롱버스와 합작해 개발한  자율주행 레벨4의 상용 무인버스 ‘아보롱(阿波龙)’, 창저우(常州), 슝안(雄安) 등지에서 자율주행 시범 운행을 진행한 자율주행차 ‘신석기AX1’ 등 모두 아폴로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부턴 중국 내에선 처음으로 장샤(长沙)에서 무인 자율주행 택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알리바바 차이냐오 징동 텐센트 바이두 물류센터▲ 바이두와 진롱버스가 함께 개발한 '아폴로'

 

바이두의 ‘All in AI’는 자체 연구개발 뿐만 아니라 기업 투자에 대한 전략까지 포함된 것이었다. 그전까지 바이두가 투자한 물류 관련 영역은 SAAS, 외식배달, 라스트마일, 사물인터넷, 화물배차, 창고자동화 등으로 비교적 다양했다. 하지만 2017년 이후엔 물류 네트워크, 커넥티드 카 네트워크,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주 투자처가 됐다. 대표적인 스타트업이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즈싱저(智行者)다. 즈싱저는 2015년 설립된 자율주행 시스템 솔루션 업체로, 작년 바이두로부터 시리즈B+ 규모의 투자 유치해 성공했으며, 징동 등과 합작해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아폴로는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해 약 150여개 기업과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두 측은 2019년엔 아폴로의 상용화 안착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리옌훙(李彦宏) 바이두 CEO는 올해 초 “아폴로는 기업형 서비스에 초점을 맞춰 한층 더 넓은 영역에서 다양한 서비스 모델을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임예리 기자

三人行,必有我师。 페이쓰북 / 이메일: yeri@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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