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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특송기업 UPS의 ‘물류 공간’ 활용법 – 인천허브 & 강남센터 탐방기

by 신승윤 기자

2019년 08월 11일

세계 GDP의 3%를 운송하는 UPS, 그들의 공간 운용 철학은?

효율과 확장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인천허브 & 강남 영업소

볼매트, 미트포인트 등 'On Time'을 위한 UPS의 공간 설계

 

글. 신승윤 기자

 

 

1907년 8월 28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Seattle, Washington)에서 설립한 United Parcel Service. 현 본사는 조지아주 아틀란타 (Atlanta, Georgia)에 위치하고 있으며, 아태지역 본사는 싱가포르에 두고 있습니다. UPS는 매일 세계 GDP의 3%를 운송하고 있으며, 2018년 매출액은 720억 달러로 한화 86조 40억 원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2018년 한 해 동안 배송한 포장물 및 서류는 52억 개로, 하루에 2,070만 개에 달하는 물량을 처리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항공물량은 미국 일일 물량 300만 개, 국제 일일 물량은 320만 개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UPS가 한국에 진출한 것은 1988년입니다. 대리점 형식으로 영업을 시작했으며, 이후 1996년에는 대한통운과 함께 합작법인을 설립해 국제특송화물 운송 등을 진행했습니다. 2008년에 이르러서는 대한통운의 지분을 인수하며 한국지사로 설립 변경을 진행했습니다. 현재 전 세계 48만여 명의 직원 중 UPS 코리아 소속은 540여 명이라 합니다.

 

UPS의 공간 철학, 효율과 확장

 

본격적인 물류공간 탐방을 앞두고, UPS 측에 물었습니다. “UPS만의 공간 활용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지”에 대해 말이죠. 이에 대해 UPS는 고객중심의 ‘효율’ 그리고 ‘확장’ 두 가지를 들었습니다.

 

「Whether it’s a global or regional logistics hub processing hundreds of thousands of packages an hour, or a country distribution centre servicing the local community, there are two main factors we always need to consider in the planning and design of our UPS facilities – ‘efficiency’ and ‘expansion’.」

- UPS 인터뷰 원문 中

 

UPS는 효율(efficiency)을 위해 설비 공간을 분류 및 처리, 보관, 하역, 관리 총 4 가지 핵심 영역으로 구분합니다. 그리고 해당 영역들은 컨베이어, 벨트, 슈트(chute), 램프(ramp)를 유기적으로 편성 및 조직하여(orchestrate) 그 공간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설명입니다. 이 모든 프로세스의 최우선 순위는 고객이며, 빠른 속도의 운송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설비 공간 효율이 보장돼야 합니다.

 

확장(expansion)에 있어서는 각국 지사별 지속적인 성장에 따라 시설, 장비, 인력을 꾸준히 확보해 나가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더불어 공휴일, 연휴 등 시즌별 큰 폭으로 상승하는 물동량을 온전히 처리하기 위한 공간 확장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 또한 배송 시간 단축과 직결되는 영역, 즉 고객 만족을 위함이라 밝히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UPS는 본인들만의 독특한 사내문화와 조직 분위기 형성을 위해서도 따로 공간을 할애하고 있었는데요. 관련된 이야기는 아래 현장 부분에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UPS 인천 허브를 가다

 

▲ 인천국제공항 출입증발급소

 

먼저는 출입증 발급입니다. 살면서 몇 번 안 되는 해외출국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했을 때는 이런 시설이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이곳에서 신청서를 작성하고 나면 출입증과 함께 촬영허가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시간 단축을 위해 사전에 신청서 및 촬영허가증을 작성해 제출해 둔 상태였기에 그리 오랜 시간이 들지 않았습니다. 이 출입증으로 어디를 가느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여객터미널이 아닌, 전 세계 각종 물량들이 들락거리는 곳, ‘화물터미널’로 이동했습니다.

▲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 위치한 UPS 인천 허브

 

UPS 코리아는 국내 운영시설로 영업소 22 개, 사무실 4 개, 허브 1 개, 물류창고 6 개, 물품 보관 창고 3 개, 고객센터 1 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일한 허브는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통관 대행 운영까지 함께 합니다. 국내 항공기 편수로는 주당 68 편이 오가며, 기종은 B747-400, B747-800, B767, MD11을 포함합니다. 이 인천 허브를 거점으로 모든 국내 물량의 해외 발송과 해외 물량의 국내 배송이 이뤄지며, 국내 배송 수단은 밴, 트럭, 모터사이클 등을 포함해 총 119 대를 운영 중입니다.

 

인천 허브에 들어서자마자 만날 수 있는 공간은 입구에 위치한 PCM(Pre Work Communication) 공간입니다. 이곳에서는 매일 아침 업무 전 직원 간 소통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직원 안전 및 업무 주의 사항, 그날의 특이 사항 등을 전달하며, 안전한 작업을 위한 준비운동 시간을 함께 가집니다. 현장의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길 원하는 UPS는 체계적이면서도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한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직원들의 모습에서 흔히 말하는 ‘외국계 기업’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  PCM(Pre Work Communication) 안내판

 

PCM을 거쳐 본격적인 센터탐방이 시작됐습니다. 크게 특송을 위한 수출, 수입, 통관 및 보관 공간과 화물용 공간으로 구분되는 인천 허브는 각 구역마다 철저한 보안 검색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방문자용 조끼를 착용하고서 출입증, 촬영 허가증 등을 주렁주렁 달고서 매번 검색대를 지나야만 내부 출입이 가능했습니다. 가장 먼저 만난 공간은 수출라인 입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전국에서 모여든 수출용 특송 물량들은 수출라인을 통해 이동, 검색, 적재 과정을 거칩니다. 수출라인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시간은 오후 5시로, 오전에는 주로 수입라인 업무가 진행된다 합니다. 수출은 하루 동안 발생하는 물량을 모아 보내는 입장이기에 당연히 오후 시간이 적절할 것입니다.

▲ DWS(Dimension Weighing System)

 

수출 물량들은 라인을 따라 이동하며 오버헤드 스캐너를 거칩니다. 그 과정을 통해 화물의 무게, 부피를 측정하고, 적절한 적재 방식이 결정됩니다. 조세종 UPS 코리아 마케팅 이사는 “항공기는 공간 싸움이다. 최적의 무게와 공간배분을 통해 항공기 운영 효율을 극대화 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DWS 라인을 거쳐 내부 스캔까지 마치면 본격적인 적재가 시작됩니다.

▲ 스캔 후 라인을 따라 이동하는 패키지

 

‘공간효율’이 최우선

 

라인을 따라 현장 직원들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뒤편에는 지역별, 크기별로 구분된 컨테이너들이 위치합니다. 상자마다 부착된 송장 및 식별코드를 통해 직원들은 본인이 담당하는 컨테이너에 알맞은 박스들을 구분합니다. 이후 훈련받은 적재 방식에 따라 차곡차곡 박스들을 담아냅니다. 재미있는 것은 각각의 컨테이너들마다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조 이사는 “항공기마다 컨테이너의 크기와 모양이 다르며, 같은 항공기라 하더라도 컨테이너가 실리는 위치에 따라서도 그 모양이 다르다. 항공기 위쪽에 실리는 어퍼덱과, 아래쪽에 실리는 로우덱의 형태가 서로 다른 것이다. 그 결과 10 개 이상의 컨테이너 종류가 존재한다. 둥그스름한 항공기의 천장 모양을 따라 둥글게 깎인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공간 효율을 최대로 끌어올려 풀웨이트(full-weight)를 맞추기 위함”이라 설명했습니다.

▲ 다양한 형태의 컨테이너

 

적재에 있어서도 정해진 방법과 규칙이 존재합니다. 정기적으로 공간 활용 교육을 받고 있는 직원들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실어야 하며, 컨테이너 내부의 주춧돌(cornerstone) 역할을 할 3 줄의 상자를 먼저 실어야 하는 등 UPS 노하우에 따른 적재를 진행합니다. 이는 효율 외에 직원 안전과도 직결되기에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인데요. 상‧하역에 있어 상자가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작업자가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컨테이너의 이동입니다. 보통 2.5톤을 넘기는 컨테이너를 효율적으로 옮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UPS는 컨테이너 이동이 필요한 공간마다 볼매트(ball mat)를 깔아뒀습니다. 말 그대로 공들이 빼곡하게 박혀있는 바닥인데요. 이로써 작업자 혼자서도 컨테이너 하나를 거뜬히 옮길 수가 있습니다. 이 볼매트는 UPS 항공기 내부에도 설치돼 있다고 합니다. 재미있으면서도 실로 유용한 공간 활용 방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인천 허브 바닥 곳곳에 설치돼 있는 볼매트

 

▲ 볼매트는 항공기 내부에도 설치돼 있다는 설명이다.

 

어서 오십시오

 

다음은 수입라인입니다. 수출물량이 방사능 검사 게이트를 지나 항공기에 실리듯, 한국을 찾은 박스들은 게이트를 지나 수입라인에 실리게 됩니다. 수입라인에도 마찬가지로 오버헤드 스캐너가 설치돼 있는데요. 이를 통해 얻은 정보는 세관과 실시간으로 공유된다는 설명입니다. 가격 기준에 따라 바로 통과되는 물량들은 그대로 직진하지만, 일정 가격 이상 또는 스캔결과에 따라 세관에서 검사지정을 한 물량은 옆쪽으로 빠져 따로 분류됩니다.

▲ 가격 기준에 따라 두 갈래로 나뉘는 수입라인

 

▲ 필요한 경우 현장에서 바로 세관 검사를 진행한다.

 

모든 절차를 마친 수입물량들은 배송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롤테이너에 실립니다. 해당 롤테이너들은 전국에 위치한 UPS 영업소별로 구분돼 있습니다. 준비된 차량으로 옮겨진 물량들은 이제 최종 배송지로 향하기 위한 국내여행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와 별개로 화물용 공간에서는 지게차들이 분주히 팔레트를 나르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량의 규모와 성격만 다를 뿐, 수입수출 과정은 특송과 흡사합니다.

▲ 수입라인을 거쳐 대기 중인 패키지

 

UPS 강남 영업소를 가다

 

영업소로 옮겨진 특송 물량들은 이제 고객들을 만나기 위한 마지막 단계를 거칩니다. UPS 강남 영업소는 강남지역 뿐만 아니라, 동대문구, 중랑구, 성동구, 광진구 등 강동지역까지도 담당하는 핵심 공간입니다. 보통 배송 전날 오후에서부터 저녁까지 물량이 도착하면, 이를 다음날 오전에 분류해 배송을 시작합니다.

▲ 오전 배송을 준비로 분주한 UPS 강남 영업소

 

조 이사는 “보통 물량이 가장 많은 때가 월요일이다. 주말동안 받은 물량이 모두 모여 월요일에 출발한다. 다양한 종류의 배송차량을 보유하고 있으나 그중 가장 많은 것은 밴이다. 최근 B2C 화물이 많이 증가했는데, 이에 적합한 크기를 가진 차량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배송에 가장 많이 활용되는 밴의 내부 모습

 

라인을 통해 각 지역 담당자에게로 인계된 상자들은 각각의 차량에 실려 최종 목적지를 향해 달려갑니다. UPS는 라우팅을 배송담당자에게 직접 맡깁니다. 지역 전담자가 가장 효과적인 배송코스를 설정할 수 있다고 믿고 있으며, 실제로도 그러하다는 설명입니다. 단 사무실에서 각 배송차량의 동선 및 안전벨트 착용 유무, 급발진 여부 등을 기술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로써 동선 피드백 또는 안전사고 예방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UPS는 사고에 대한 피드백 및 예방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

 

오전 배송을 마친 담당자들은 오후에 다시 영업소에 돌아와 물량을 정리하거나, Meet Point로 이동해 다시 물량을 인계받습니다. UPS는 동선 효율을 위해 영업소로부터 먼 지역까지 배송을 떠난 담당자들과 만나 곧바로 배송품을 넘겨줄 수 있는 Meet Point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차장이나 공터 등을 설정하고, 이곳에서 공항에서 직접 소팅을 진행한 상자들을 넘겨줍니다. 공항에 배치된 강남 영업소 소속 직원들이 물량을 직접 확인 및 분류하고 있기에 가능한 효율화 방식입니다.

 

‘On Time’을 위한 공간설계

 

이로써 상자들을 따라 UPS 코리아의 핵심 물류공간들을 모두 돌아봤습니다. 인천 허브에서도, 강남 영업소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On Time’입니다. 국제 특송의 경우 국내에서 늦은 10여 분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해외 현지에서는 하루를 넘겨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정시배송을 위해 공간 구성에 있어 동선을 최적화함은 물론, 적재 공간 설계, 볼매트와 Meet Point 같은 특수 공간 구성까지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 사무실 입구에 전시돼 있는 직원 시상

 

더불어 UPS는 정시배송을 비롯한 서비스 품질 향상에 있어 구성원 간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모습이었습니다. 이에 PCM, 무사고 시상, 사고예방 및 피드백 등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을 위해서 공간을 적극 할애하고 있습니다. 최근 풀필먼트 등 이커머스 관련 서비스에 적극 진출할 것을 알린 글로벌 특송기업 UPS가 향후 어떤 새로운 공간 활용 방식을 탄생시킬지 지켜볼만 합니다.



신승윤 기자


'물류'라는 연결고리 / 제보 : ssym232@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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