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

‘주방, 그 이상을 공유하다’ 위쿡이 추구하는 공유주방 플랫폼이란

by 김민화 기자

2019년 08월 28일

세계가 '공유주방'에 주목하는 이유? 단순 임대 아닌 '플랫폼' 역할

공유주방은 무엇을 공유하는가? 스타트업 위쿡(WECOOK) 사례

진정한 F&B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해 남은 숙제는 무엇인가

 

글. 김민화 기자

 

 

미국의 공유주방 사업체는 2013년 130여 개에서 2016년 200 개를 넘어섰다. 최근 5억7500만 달러 규모의 투자에 아마존이 최대 투자자로 참여해 화제를 모은 영국의 '딜리버루'는 싱가포르와 홍콩 등 아시아에 진출했으며,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Travis Kalanick)은 자신이 이끄는 CCS(City Storage Systems) 클라우드키친 서비스의 다음 타깃으로 대한민국을 선택했다. 이미 국내에도 배민키친, 셰플리, 심플키친 등 다양한 공유주방 서비스가 등장한 상황. 그 가운데 단순 임대사업이 아닌 ‘F&B 플랫폼’을 꿈꾸는 스타트업이 있다는 소식에 위쿡(WECOOK) 사직동 사옥을 방문했다.

 

공유 경제 기반의 비즈니스 대상이 다채로워졌다. 차량이나 자전거 등 도구와 장치를 공유하기 시작해, 주차장과 같은 공간, 나아가 이제는 운전이나 배달 등 노동력까지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즉 앞으로는 단순히 무언가를 ‘공유하는 것’ 자체만으로는 전혀 새롭지 않게 됐음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공유 이상의 ‘가치’를 주는 것이 중요한 시대. 그 가운데 공유주방 스타트업 위쿡이 전하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공유주방이 뜬다

 

2017년 우버 CEO에서 물러난 트래비스 캘러닉 Travis Kalanick 은 지난해 3월 우버의 주식을 처분해 1,500억 원 가량의 자금을 마련했다. 이후 10100(ten one hundred)라는 이름의 벤처펀드에 투자한 그는 로스엔젤레스 Los Angeles 에서 CSS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CSS는 공유주방 서비스 클라우드 키친(Cloud Kitchen)과 유통/물류 서비스 클라우드 리테일(Cloud Retail)로 나뉜다. 그중 공유주방 클라우드 키친은 지난 5월 1일부터 한국에서도 공식 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그 가운데 국내 공유주방 스타트업 위쿡 또한 꾸준히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종로구 사직공원 근처에 위치한 위쿡 사옥에는 공용 및 개별 주방부터 식자재 구매와 보관, 유통, 사무, 미팅 등 복합적인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김희종 위쿡 이사는 “위쿡이 추구하는 공유주방은 단순한 공간임대가 아니다. F&B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려 한다. 창업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하고, 실패확률을 낮추며, 더 나은 비즈니스로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 사직동에 위치한 공유주방 스타트업 '위쿡' 사옥

 

식자재도 ‘공구’하자

 

농림축산자원부의 통계에 따르면 외식업체의 매출 대비 지출 비용 중 가장 많은 부분은 식재료로, 무려 40.6%에 달한다. 대기업의 경우 많은 양의 식자재를 한 번에 주문함으로써 이러한 비용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 허나 영세한 자영업자들은 이런 방식으로 식재료비를 절약할 수 없다. 주문량이 적기 때문에 식자재 유통 회사와 대량 구매 계약을 맺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위쿡은 입주자들을 대상으로 식자재 유통회사를 직접 연결해 통합 구매를 진행한다. 직접 유통사를 확보 및 검증하여 위쿡 입주사들과 연결한다는 설명이다. 유통사는 위쿡 입주사에게 식자재 구매를 위한 아이디를 개별적으로 발급한다. 주문 마감 시간은 오후 10시며, 마감 이전이라면 언제든지 필요에 따라 시스템에 접속해 식자재를 주문할 수 있다.

▲ 위쿡 입주사들은 주방공간과 더불어 식재료의 구매와 보관도 서로 공유하고 있다.

 

주문 소요기간은 약 1~2일로, 배송 당일 오전 10시 이내에 통합 배송된다. 이 같은 공동구매 방식을 통해 입주사들은 시중보다 5~10% 저렴한 가격으로 식자재를 구매 할 수 있다. 위쿡에 등록된 약 80여 개 업체 중 대부분이 해당 시스템을 통해 식자재를 구매하고 있다.

 

공간은 물론 ‘경험’도 공유하자

 

위쿡이 제공하는 공유 주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100평(약 330㎡) 규모의 공용 공간을 시간 단위 및 작업대 수에 따라 임대하여 사용하는 공용 주방과, 5평(약 16㎡) 규모의 독립적인 생산 공간을 월 단위로 임대하여 사용하는 개별 주방이 있다.

 

공용 공간의 경우 임대료가 시간당 6,000 ~ 1만5,000원 수준이다. 총 36개의 테이블이 있으며, 최대 사용 인원은 72명이다. 현재 80여 개의 팀이 24시간 내내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다. 개별 공간의 경우 월 임차료 220만 원 가량이 드는데, 최소 계약 단위는 3개월이다.

▲ 공용 공간에 위치한 공지판. 주방 외에 사무공간 또한 함께 공유할 수 있다.

 

공용 주방에는 식품 제조와 관련된 다양한 설비와 인프라, 그리고 기본적인 주방 도구 등이 갖춰져 있다. 냉장창고는 공용 주방 전체 면적 중 약 1/10 정도의 규모를 차지하며, 주로 입주사를 위한 개별 창고로 활용된다.

 

공용 주방은 대부분 메뉴 개발을 위한 연구 목적 또는 창업을 앞두고 자신의 음식을 미리 테스트해보고자 하는 입주사가 이용한다. 입주사는 당일 생산한 음식과 관련해 시식회 등을 열어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아 보거나, 위쿡 측에게 위탁판매를 요청할 수 있다. 이로써 입주사 및 개인 창업자들이 개발과 실험과 관련한 비용부담 및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고, 신제품에 대한 시장 반응을 미리 경험할 수 있도록 해 보다 생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독립성에 확장성을 더하다

 

한편 개별 주방의 경우 총 4 개의 공간으로 구별되며, 입주사 모두가 현재 외식업을 운영하고 있다. 샐러드 배달 서비스 스타트업이 대표적이다. 개별 주방에서 생산 및 포장을 진행한다. 포장을 마친 제품의 일부는 출고를 위해 창고에 보관하고, 일부는 정해진 시간에 맞춰 출하한다. 생산, 포장, 보관 등의 제반 공정에 위쿡의 인프라를 다방면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입주사들이 위쿡의 개별 주방을 이용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수요와 공급에 따른 유연한 생산시설 확보이다. 즉, 개별 주방은 하나의 생산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주문량 증가 시 용량 확보를 통해 공급부족에 따른 위험부담을 줄 일 수 있다. 또한 생산 시설을 직접 마련하는데 들어가는 초기 투자에 대한 부담을 확연히 낮출 수 있다. 가령 샐러드의 경우 여름에 더욱 높은 수요를 보이는 계절성(Seasonality)의 특성을 갖고 있는데, 위쿡과 같은 공유주방을 이용하면 집중된 수요에 대해 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유통·판매 채널도 공유하자

 

위쿡 사옥의 1층에는 위쿡에서 직접 운영하는 베이커리 Arc가 있다. Arc는 위쿡 제품의 위탁 생산을 담당하는데, 개별 주방 입주자인 Arc는 수요에 따른 즉시 생산이 가능하다. 판매 금액의 약 20%의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이 Arc의 매출로 집계된다.

▲ 위쿡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Arc의 작업공간

 

지하 1층에는 그로서리스토어(Grocery Store) 서리(Serry)가 위치하고 있다. 서리에서 판매되는 제품 대부분은 공유주방에서 생산되었으며, 위쿡이 푸드메이커로부터 사입한 제품이다. 또한 위쿡은 푸드메이커들과 함께 공유 식당 브랜드들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역에 위치한 일식당 부타이(ぶたい)는 위쿡 푸드메이커 두 팀이 운영하고 있으며, 각각이 개발 및 판매한 메뉴에 대하여 수수료를 제외한 수익을 개별적으로 가져간다.

 

위쿡의 오프라인 매출은 Arc, 서리, 그리고 선릉에 위치한 부타이까지 총 3 곳에서 발생한다. 이는 1월 기준 위쿡 전체 매출 가운데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김샛별 위쿡 매장 설계 총괄매니저는 “위쿡의 외관과 더불어 1층에 위치한 Arc, 지하 1층의 서리와 관련해 설계 및 인테리어 차원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입주사들 각자가 직접 판매 채널을 보유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다양한 업체 및 제품들을 품을 수 있으면서, 이들이 해당 시설을 실질적인 유통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 위쿡이 운영하는 그로서리스토어 '서리'. 입주사들은 판매공간까지 공유가 가능하다.

 

나아가 위쿡은 위쿡마켓 WECOOK market 이라는 자체 온라인 판매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위쿡마켓에 입점하기 위해서는 먼저 위쿡 MD의 검증이 있어야 한다. 입점 프로세스는 1차로 위쿡 매니저가 공용 주방을 통해 생산한 제품을 검증한다. 위쿡의 선정기준 및 품평회 등을 통한 평가 등 일정 단계를 통과하면 MD의 최종 확인을 마지막으로 마켓 담당자와 함께 입점 준비를 시작한다.

 

입점 허가와 동시에 입주사에게 위쿡마켓 계정 하나가 발급되는데, 이를 통해 직접 주문을 처리 할 수 있다. 위쿡마켓에서는 주로 잼이나 마카롱 등 가공식품이 판매되고 있다. 반찬 및 죽 종류 식품의 경우 위쿡이 보유한 냉동 창고에서 곧장 출고되며, 일부 다른 품목의 경우 외부의 물류창고를 이용하기도 한다.

▲ 온라인 및 오프라인 스토어 모두에서 위쿡 입주사들의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로써 입주자들은 위쿡이 제공하는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판매 채널 확보와 관련된 비용부담을 줄일 수 있다. 관련해 김희종 위쿡 이사는 “식품위생법과 관련된 법적 규제로 인한 문제가 해결된다면 편의점, 카페, B2C 매장 등 더욱 다양한 유통 채널을 확보할 예정”이라 전했다.

 

‘F&B 플랫폼’ 될 수 있을까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2017년도 자영업 폐업률은 87.92%에 육박한다. 이는 전년도보다 10.2%나 증가한 수치로, 특히 음식점 페업률은 9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0 곳이 문을 열면 단 1 곳도 살아남기 힘든 현실이다. 게다가 중소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 중 60% 이상이 2 곳 이상의 금융기관으로부터 빚을 지고 있다. 실패하거나, 또는 빚을 져가며 사업을 이어가야 하는 현실이다.

▲ 위쿡 푸드메이커들이 함께 운영하는 공유식당 '부타이' (출처: 부타이 인스타그램)

 

어쩌면 공유주방은 이러한 현실 가운데 비교적 안전한 투자 방식이 아닐까. 공간 확보와 설비, 인테리어에 들어가는 초기비용을 줄일 수 있고, 식자재를 보다 저렴하게 공동구매할 수 있으며, 자유로운 메뉴의 생산과 개발, 나아가 유통채널을 보장받으며 판매 경험까지 쌓을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칸막이 없는 공유주방과 관련해 위생문제 책임소재 등 해결해야 할 규제들이 남아있다. 과연 남은 숙제들을 잘 해결해 나가면서, 공유주방 서비스가 진정한 F&B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지켜볼만 하다.



김민화 기자

제보 : daisy@clomag.co.kr




다음 읽을거리
추천 기사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