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다시 타오르는 대기업 혁신 허브 CVC,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②

by 이종훈

2019년 11월 29일

※ 본 기고는 [다시 타오르는 대기업 혁신 허브 CVC,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①]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스타트업만 위한 것? 대기업과 스타트업 모두의 혁신 촉진하는 CVC

사례를 통해 살펴보는 성공적인 CVC 설계 및 운영조건

 

글. 이종훈 롯데액셀러레이터 투자본부장

 

(필자가 CVC를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미지, 출처: e27)

 

대기업-스타트업 모두의 혁신 & 기업가치 제고를 담당하는 CVC

 

아래 그림과 같이 CVC는 그 영향과 혜택이 단순히 이를 운영하는 대기업의 관점에서 단편적인 수준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CVC는 모기업과 벤처기업 양측의 기술혁신과 가치 제고에 기여하여, 대·중·소기업 상생 및 혁신적 벤처기업 육성을 촉진 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최근 급변하는 사회경제적 흐름에서 대기업 혁신을 위해서도 스타트업의 도움이 필수적입니다.

(출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자료를 재가공)

 

일반적으로 동반 성장이라 하면 대기업이 위에 서서 아래에 있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을 끌어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많은 대기업들이 혁신에 있어 오히려 더딘 경향이 있습니다. 때문에 스타트업 투자와 협력을 통해 이들을 성장시키고, 나아가 그 과정에서의 혁신성을 내부적으로 받아들여야만 대기업들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CVC는 중요한 개방형 혁신 수단으로 선진국들의 주목받고 있는데, 실제로 어떤 효과들이 검증되었는지? 어떤 경우에 그 효과가 운영 기업과 스타트업에 두드러지는지? 등이 궁금하실 겁니다. CVC 활동은 이미 오랫동안 사회경제적 주목을 받은 분야임에 따라, 그 동안 국내외 많은 연구자들이 CVC의 역할과 효과에 대해 의미 있는 연구 결과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번 글을 위하여 2000이후에 발표된 20여 편이 넘는 그 동안의 국내외 실증연구 결과들을 분석하였는데요, 이를 통하여 CVC가 어떤 성과를 만들어 내었는지, 또한 이 같은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 파헤쳐보고자 합니다.

 

모기업을 건강하게 만드는 CVC, 핵심은 전략적 설계

 

먼저 ‘CVC가 이를 운영하는 모기업의 혁신과 가치에 실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일단, 결론은 ‘그렇다’ 입니다. 본고를 위해 살펴본 과거의 실증연구에서 밝힌 결과들에 따르면, CVC는 분명히 특허 출원과 기업의 가치 상승에 기여하며 기업의 R&D에도 보완적인 역할을 합니다.

 

다만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러 제반 조건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성공을 위한 제반 조건의 핵심은 모기업이 운영상 전략적 목적을 뚜렷하게 가지고, 일반 VC와 유사한 운영 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CVC를 통해 운영기업이 누릴 수 있는 구체적인 혁신 성과와 그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조건 및 환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리해 놓고 보니 결론이 참 쉬운 것 같지만, 실제 CVC를 운영하는 담당자 입장에서 보니 하나하나가 답답한, 걸림돌이 적지 않네요.

 

1-A. CVC가 운영기업에 주는 영향

- CVC 투자가 인용 특허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침

- CVC 투자가 기업가치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침

- CVC '투자 건수'와 '특허 출원 수'가 역U자 관계에 있음(최적의 CVC 투자 수준 존재)

- 기업-벤처기업 간 관계가 소원할 경우 CVC '투자 건수'는 '혁신 성과'와 역U자 관계

  (전략이 없을 경우 굳이 추가적인 투자를 진행할 필요 없음)

- CVC 투자 포트폴리오인 벤처기업들의 '산업적 다양성'과 '회사의 이익 창출'의 관계는 U자형 관계

  (다양한 산업에 골고루 투자하는 것이 정답!)

 

1-B. 성과 창출을 위한 조건 및 환경

- CVC를 통한 성과는 모기업이 전략적인 목적을 더 명확하게 가진 경우 증가

- CVC-벤처기업 간 전략적 중복(Strategic Overlap) 관계일 경우

 (특히 특허의 중요성이 강한 동일 산업에 CVC 운영기업과 벤처기업이 함께 속할 경우)

- 산업적으로 산업 지재권 보호가 약할수록 효과↑, 특히 IT 분야에서 가장 높음

- 모기업의 조직 특성상 외부로부터의 이전지식에 대한 흡수 능력이 높을수록 더 효과적

- CVC의 운영 성과는 매니저에 대한 보상체계가 투자성과 기준일수록 더욱 커짐

- 기업의 비효율적인 권한 위임, 불충분한 보상체계는 실패를 야기

 

CVC가 벤처기업에 미치는 혁신 성과와 가치제고, 그리고 제반 조건

 

이번에는 ‘CVC의 지원이 벤처기업의 기술혁신 및 가치제고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결과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결론 역시 ‘그렇다’이며, 앞장과 마찬가지로 CVC는 분명히 특허 출원과 가치제고에 기여하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제반 조건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 경우 또한 성공의 핵심 제반 조건은 모기업과의 기술·전략·산업적 근접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이 CVC 투자유치를 통해 누릴 수 있는 구체적인 혁신 성과와 그 성과를 이루어 내기 위한 조건 및 환경은 다음과 같이 정리 됩니다.

 

2-A. CVC가 피투자 벤처기업에 주는 영향

- CVC 투자가 일반 VC에 비하여 투자 대상을 상장(IPO)시킬 확률이 더 높음

- CVC 투자기업은 상장(IPO) 및 피인수 대상이 되는 경우에도 더 높은 시장가치를 인정받음

- CVC 지원 이후 특허등록 건수 증가(IT 기업에서 더욱 효과적)

- CVC 지원 이후 투자기업의 무형자산투자 비중이 CVC 지원 이전보다 증가

 

2-B. 성과창출을 위한 조건 및 환경

- 벤처기업의 혁신 성과는 모기업과 벤처기업 간 전략적 중복(Strategic Overlap) 및 기술적 근접도(Technology Fit)가 있는 경우 더욱 성공적

- 벤처기업이 CVC 기업과 특정한 보완적 자산을 가진 경우 더욱 효과적

- 변동성이 높은 사업 환경·분야일수록 CVC가 벤처기업의 성과에 더욱 효과적

 

CVC와 함께 하려는 자! ‘흡수능력’ 키우고 ‘상호보완’ 따져라!

 

실제로 CVC를 운영하다 보니, 상당히 많은 스타트업들이 우리의 투자와 그룹사 연계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낍니다. 그러나 누구나 CVC의 투자를 통해 그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설명한 성공의 제반 조건들을 잘 살펴보면, 임소진, 이정동의 2006년 문헌이 제시한 그림과 같이 두 가지 메커니즘으로 정리됩니다. 바로 흡수능력을 통한 지식의 이전과, 상호보완성에 기반 한 상호협력이 스타트업 성과의 Key Point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흡수능력(Absorptive capacity)은 외부로부터 습득한 자원과 정보를 흡수하고 이용하는 능력입니다. CVC는 포트폴리오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CVC를 설립한 모기업으로부터의 지식이전을 촉진하고, 협력을 유도함으로써 투자된 벤처기업의 성과를 높입니다. 그 가운데 필요한 자원과 정보가 모기업의 전문 분야와의 연관성 및 근접성이 높을수록 용이합니다.

(출처: 임소진, 이정동 2006, 기업벤처캐피탈 투자성과의 결정요인 분석)

 

상호보완성(Complementarity)은 사전적으로 서로 모자란 부분을 보충하는 관계에 있는 것으로 기업 간 협력을 유도하고 성과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대-중소기업간 협력에서 상보성은 그 중요도가 상당히 높은데,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가진 상보적 자원을 이용해 자신의 혁신적 아이디어를 상업화시키기 위해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술집약적 신생기업은 자본, 사회적 네트워크, 생산 및 R&D 시설과 같은, 성공적인 상업화를 위해 필수적인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대기업과의 제휴를 통한 상보적인 자원의 결합은 신생기업에 있어서 더 높은 가치 창출을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좀 어려운 말들인 것 같은데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이렇습니다. 투자금이라고 무조건 유치하기보다, 가급적 필요한 부분과 공유할 부분이 서로 명확한 경우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또 내부적으로 상호 제휴에 적합한 인적준비가 되어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CVC(대기업)와 스타트업간 불필요한 미팅과 무의미한 협력 시도로 인한 리소스 낭비가 지나치게 발생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대기업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만, 모든 방면에 리소스가 부족한 스타트업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로 귀결될 수도 있음을 꼭 알아주길 바랍니다.



이종훈

국민대학교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에서 전임교수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롯데액셀러레이터의 투자본부장을 맡고 있다. 기술경영학(MOT) 박사를 취득하였으며, 벤처기업 CFO로도 활동했다. 벤처기업 투자활동과 더불어 스타트업의 혁신, 액셀러레이팅, 벤처투자에 대한 연구 및 기고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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