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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의 스타트업 스케일업] Do Nots! ② IR 자료 작성 시 피해야 할 요소 6선

by 이종훈

2019년 12월 19일

글. 이종훈 롯데액셀러레이터 투자본부장

 

 

스타트업 자료 작성 시 소소히 피해야 할 사항들.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효율적이지 못한 전달 방식과, 본 회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 일부는 투자자 입장에서 거슬리는 요소라 할 수 있겠습니다. 실로 다양한 요소들이 있으나,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거론되는 사항 6가지를 모아봤습니다.

 

‘Do Nots’ 시리즈를 통하여 스타트업이 벤처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IR 활동 전반에 걸쳐 꼭 피했으면 하는 요소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지난 기고문([이종훈의 스타트업 스케일업] Do Nots! IR 자료 작성에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서는 IR 자료 전반에 걸친 내용에 대해 다루었다면, 이번에는 다소 단편적이면서도 한층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스타트업 자료 작성 시 피해야 할 요소들.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효율적이지 못한 전달 방식과, 본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 투자자 입장에서 다소 불편한 내용들을 모아봤습니다. 실로 다양한 사례들이 있으나, 그 중에서도 특히 많이 거론되는 사항들을 몇 가지 모아 소개합니다.

 

① 전략이 없는 자아비판은 피하라! ‘SWOT 분석표’

 

10년 전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들의 소개 자료에서 SWOT 분석표를 발견하고는 합니다. 그 가운데 항상 불편한 내용이 바로 W: Weakness 부분입니다. 거의 100% 확률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접하게 되죠.

(출처: creativecommons.org)

 

약점분석: 자금력 취약, 낮은 브랜드 인지도, 양산 경험 부족

 

3가지를 말하고 싶습니다. 첫째, 스타트업은 시간이든, 공간이든 무엇 하나 낭비할 여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약점에 대해서 스스로 알고 있다는 점은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스타트업 소개 자료라는 중요한 공간에 시간과 노력을 들여 ‘모든 이가 알만한 너무나 당연한 취약점’에 대해 굳이 정리해서 알려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스스로의 약점에 대해 대외용 자료에 적으면서 자연스레 따라오는 심리적 위축감. 이를 굳이 느끼지 않았으면 합니다. 자신에 대한 솔직한 파악도 좋지만, 스타트업은 긍정적인 에너지가 충만했을 때 매력적입니다. 대외적으로 이 같은 모습을 항상 유지하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스스로의 약점에 관한 자료를 만들고, 또 이를 투자자 앞에서 직접 발표하는 순간, 창업자가 필연적으로 갖게 될 심리상태. 감정이입을 해보면 금방 이해되실 겁니다. 그러니 약점을 드러내는 과정이 IR시 불필요하다 판단된다면 완전히 제외시키는 것을 추천합니다.

 

셋째, 많은 사업계획서 작성법들이 SWOT 분석을 포함시키길 제시하지만, 이는 그 분석표를 제작해 포함시키라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이 분석 방법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전략을 세우고, 이를 자료 전체에 반영하길 유도하는 내용일 것입니다. SWOT 분석표를 포함해 각종 전략/분석 방법론을 사용하는 분들이 계시지만, 스타트업은 그 정해진 틀에 억지로 맞출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경우는 MBA 과정에 계신 분들의 사업계획서에서 자주 보이는 요소입니다.

 

② 진짜 비밀은 자연스레 유지된다! ‘Strictly Confidential’

 

회사의 소개 자료에서 비밀 유지에 대한 투자자의 주의를 요구하는 문구를 넣는 기업들이 꽤 많습니다. 관련 표현이 자료 하단에 크게 강조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고, 어떤 자료는 해당 페이지 내에서 사업 소개보다 비밀 유지 관련 내용이 보다 강조되어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작성자의 의도는 알겠으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정말 비밀로 지켜줘야 할 내용이 맞는가?’ 등의 의문이 생기는 아이러니가 발생합니다.

 

이렇게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진정으로 마음을 울리는, 혁신적 내용을 담은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는 다른 곳에 알려주기가 아까워서라도 자연스럽게 비밀이 유지됩니다. 때문에 저는 IR 자료에서의 ‘Strictly Confidential’ 표현은 ‘역설’이라고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오히려 창업자가 과한 신경과 노력을 비밀 유지에 기울여 다른 요소에 집중하지 못할까봐 걱정이 되는 부분입니다.

 

③ 인류의 행복과 발전은 영웅들에게 맡기자! ‘Mission & Vision’

 

실제 사례 하나를 소개합니다. IR 자료 내 깔끔한 디자인으로 다음과 같은 비전을 담아 제시한 기업을 만났습니다.

 

인류행복실현의 중추적 역할을 함으로써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제공하는 철학을 가진 기업
: 전 인류 행복의 숲을 이루기 위해, 그리고 소비자 중심 문화 형성을 위해!

 

비전/미션 부분은 다음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해당 페이지를 통해 그 회사의 정수와 방향이 무엇인지 알리고, 짧은 한마디를 통해 긍정적인 인상과 매력을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회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해당 내용이 없어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 오히려 실수라도 한다면 감점요소가 되는 존재입니다. 즉 핵심 가치를 간결하게 전달하면 좋으나, 무리해서 내용을 채우려다보면 시간을 많이 허비하게 되면서 내용은 어설퍼지는 양날의 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진정으로 전하고 싶은 내용이 없다면 차라리 해당 페이지를 빼버리고, 사업 내용 전달에 충실할 것을 추천합니다. 스타트업은 귀한 시간과 페이지를 낭비할 여유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구와 전 인류의 행복을 가져오는 일은 슈퍼히어로들에게 맡겨둡시다.

 

④ 투자자도 오글거리는 건 싫다! ‘전문용어, 외래어 오남용’

 

CLO의 독자라면 아래 문장을 읽었을 때 곧바로 불편함을 느끼실 것으로 예상합니다.

 

크라우드 컴퓨팅 관련 새로운 아이템을 클라우드 펀딩하려 합니다.

 

정확히는 클라우드(Cloud) 컴퓨팅과 크라우드(Crowd) 펀딩으로 쓰고 읽어야 합니다. 이 둘을 서로 바꾸어 말할 경우 전혀 다른 의미가 되겠죠. 종종 저와 같은(까탈쟁이) 투자자들은 IR 발표 시 이 두 단어를 잘못 사용하는 순간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 틀릴까…’ 등 저도 모르게 정신이 다른데 쏠려버리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용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곧 창업가가 실제 사업과 관련된 요소들의 핵심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만듭니다. 때문에 정확한 맞춤법 준수는 모든 자료를 작성함에 있어 항상 조심해야 할 부분입니다.

 

표기 오류와 더불어 IR 자료에서는 전문용어, 외래어의 오용 또는 과다한 사용을 반드시 주의하시길 추천합니다. 듣는 이에 따라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외래어 표현은 이를 한국어로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를 설명 없이 애매한 상태로 넘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한글로 표현하면 다소 밋밋한 내용을 다수의 영단어로 교체해 새롭게 포장하려는 시도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 자료 전체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다가도, 갈수록 구체적이지 못하고 허황된 내용은 아닌가 의구심이 들게 만들기도 합니다.

 

⑤ 당신은 스티브 잡스가 아니다! ‘검은 바탕’

 

검은 바탕의 발표 자료는 깔끔하니 보기 좋고, 집중이 잘되기도 합니다. 대형 콘퍼런스장과 같은, 시청각 장비가 잘 갖추어진 발표 장소에서는 더욱 멋지게 보입니다. 그러나 검은 바탕의 발표 자료는 작성과 활용에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들에게는 다소 불필요한 요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검은 바탕의 발표 자료는 확실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검은 바탕은 출력과 관련하여 애물단지가 됩니다. 토너도 많이 들고, 출력물에 투자자들이 메모를 할 수도 없습니다. 게다가 잉크젯 프린터일 경우 출력물의 품질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수십 장씩 출력할 때면 시간 소요도 엄청납니다. 종종 잉크와 용지의 품질이 낮을 경우에는 물에 불어 쭈글쭈글한 발표 자료가 되어버리기도 하죠.

 

둘째, 자료 제작 시에도 이미지 처리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검은 바탕을 활용하는 기업의 경우 대부분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쓰는 기업들인데, 각종 로고나 이미지 처리에 별도의 전용 툴을 사용하여 배경 처리를 해주어야 합니다. 자금을 형성하기에 바쁜 창업가나, 비용을 들여 고용한 디자이너들이 속칭 ‘누끼 따는’ 일에 많은 시간을 들이게 된다면 그만큼 비효율이 발생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⑥ 무겁고 느린 거북이 자료는 그만! ‘이미지 중심 대용량 자료’

 

여러분도 종종 경험하시겠지만, 넘겨받은 디지털 파일의 용량이 10MB를 훌쩍 넘는 경우가 있습니다.(최대 150MB도 받아봤습니다.) 스타트업의 IR 자료라면 이처럼 큰 용량의 자료 파일은 반드시 피하시기를 추천합니다. 동영상이 포함돼 있거나, 삽입된 이미지 용량을 조절하지 않은 경우, 또는 자료 전체를 일러스트레이터로 만든 후 다시 이미지로 저장한 PPT 파일은 용량이 상당히 큽니다.

 

큰 용량의 IR 자료파일은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매우 불리합니다. “내가 자료 하나 받았는데 바로 전달 드릴게요. 빠르게 봐주세요!”, “이거 파일이 너무 커서 첨부가 계속 실패하네! PDF 파일로 다시 저장해서 보내든지, 회사한테 다시 받아서 보내줄게요.”, “대표님, 이거 빨리 숫자 몇 개만 고쳐서 다시 보내주세요. 제가 직접 하려고 했더니 몽땅 이미지 파일이라 숫자 수정이 안 돼요!”, “이 파일이 저희 디자이너가 있어야 수정할 수 있는데, 지금 휴가라서 복귀하면 수정해 내일 보내드릴게요!”, “제가 외국에 나와 있어 그런지 로밍 속도가 느려서 파일이 안 열리네요!” 더불어 위와 같은 긴박한 상황이 매우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IR 자료는 항상 작성 및 수정 중인 문서이여야 합니다. 왜냐하면 회사의 경험이 점차 축적됨 동시에 내‧외부 환경이 매번 급격하게 변화하기 때문이고, 이를 누구나 언제든지 쉽게 수정 및 업데이트를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탄생한 자료는 상황에 맞춰 신속하게 공유되어, 필요한 사람의 손에 적기에 들어감으로써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총 6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스타트업이 IR 자료 작성 시 피해야 할 요소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 또는 이런 것까지 신경 써야할까 싶은 내용도 있을 줄 압니다. 하지만 기회는 항상 아주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되거나, 정말 사소한 것 때문에 떠나가고는 합니다. 이번 기고문 역시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진정성의 전달, 시간절약을 통한 기민한 움직임이 그 핵심입니다. 꼭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종훈

국민대학교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에서 전임교수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롯데액셀러레이터의 투자본부장을 맡고 있다. 기술경영학(MOT) 박사를 취득하였으며, 벤처기업 CFO로도 활동했다. 벤처기업 투자활동과 더불어 스타트업의 혁신, 액셀러레이팅, 벤처투자에 대한 연구 및 기고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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