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코로나19 이후, 새벽배송시장의 합종연횡(合從連橫) : 박스와 데이터 전쟁의 서막

by 이강대

2020년 07월 03일

코로나19 이후의 배송, 속도 이상의 경쟁력 필요할 것

소비자-기업의 접점, '박스' 데이터가 가진 가능성

"박스 패러다임 전환이 새벽배송 ‘생존 인프라’ 될 것"

 

글. 이강대 연세대학교 과학기술대학 교수

 

 

코로나19가 세기적인 영향을 우리에게 미치고 있다. 이것을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던 4차 산업혁명마저도 한풀 꺽은 코로나이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 이후 시대를 뉴노멀(New Normal*)이라고 말하는 칼럼과 보고서도 흔하게 접하게 되었다.

* 시대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으로, 경제 위기 이후 5∼10년간의 세계경제를 특징짓는 현상(출처: 시사경제용어사전)

 

새벽배송시장의 등장에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일일이 나열하지 않더라도 소비 트렌드의 변화와, 변화를 만든 소비자가 촉매제 역할을 하였다. 소비자를 이길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겠는가. 그런 면에서 배송시장의 생존전쟁은 과거부터 오늘까지 여전히 치열하다. 누구도 ‘내가 강자다’라고 말할 수 없다. 한때 시장에서 자리매김하던 기업이 신흥기업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은 흔하다. 이런 생태계에서 기업은 고민하고, 이 고민이 고객과 연결될 때 비로소 살아남게 된다. 현장에서 테이블에 올라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가 배우고, 고민하고, 묻고 생각하는 경영인이 많을수록 시장은 건강하게 되고 고객서비스는 향상된다.

 

코로나19는 시장에 몇 가지 새로운 문제를 떠오르게 했다. 이것은 주문결제 이후 기다리기 지루해하는 고객을 위한 속도경쟁과는 다른 것이다. 빠른 배송만으로는 ‘내가 더 잘한다’는 말을 꺼내기가 민망해졌다. 배송속도라는 서비스 요소는 시장에서 균형점에 도달했고, 소비자는 이에 무뎌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는 빠른 배송은 당연한 것이고 또 다른 서비스에 더 예민해지고 까다로워지고 있다. 이런 소비자의 변덕스러움은 소비트렌트와 소비행태를 늘 새롭게 만든다. 그리고 경영자에게 새로운 숙제를 던진다.

 

속도 이외의 새로운 숙제, 데이터

 

데이터는 코로나19만큼이나 시장의 생태계를 바꿔놓는다. 블록체인이나 사물인터넷, 빅데이터와 같은 다소 웅변적인 이야기를 꺼내지 않더라고, 앞으로 데이터가 기업의 새로운 이윤을 형성하는 자원이 된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에 관해 기업이 ‘어떤 결정을 해야 살아남는가?’, ‘현 시점에서 무엇이 필요한가?’, ‘무엇을 해야 경영자 자신이 확신의 단계를 넘어 신념의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까?’, ‘데이터가 중요한 것은 알겠는데, 그래서 지금 뭘 어쩌란 것이냐?’ 이런 질문을 여러 번 던져 어느 정도의 해답을 가졌거나 시행착오를 겪었다면, 함께 동행 하고 싶다는 말을 건네고 싶다. 이런 질문에 답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과정인지 알기 때문이다.

▲ 새벽배송을 비롯한 신선/저온유통식품에 있어 데이터는 항상 강조되어 왔다. 그러나 기업들이 직접 생존전략으로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는 신선/저온유통식품에 있어 콜드체인과 관련된 기술과 시스템 도입의 필요성이나 당위성을 강조하는 말을 세미나 및 컨퍼런스에서 많이 들어왔다. 그러나 행사장에서 쏟아진 말이 실제로 기업에서 작동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돈이 들고, 인력이 투입되고, 그런 일련의 시간투입은 기회비용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답처럼 세상에 뱉어진 말과 정보가 팬시하게 들리는 이유는 비용투입의 책임을 고스란히 기업이 져야하고, 멘토나 전문가는 자신의 말에 대한 책임지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때로는 많은 자료를 토대로 잘 만들어진 논리만큼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이끄는 것도 없다.

 

아마존과 같이 새 비즈모델을 위한 실험예산이 많다면 그건 다른 문제이겠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이커머스 배송기업은 그만한 실험 자본을 갖고 있지 않다. 이런 환경은 실험 자본을 가진 기업과 가지지 못한 기업으로 하여금 서로 다른 생존전략을 세우게 만든다. 이것저것 실험해 볼 수 있는 기업이 존재하는 반면에 이와는 다른 선택해야하는 기업이 존재하게 된다. 이런 까닭에 새벽배송시장에 발을 담근 기업은 합종(合從)이든 연횡(連橫)이든, 살기 위해 서로 다른 방도를 찾게 된다.

 

소비자-기업의 접점, ‘박스’가 만드는 데이터

 

요새는 사람들이 모바일로 원하는 제품을 주문하고 결제한다. 그 중에 새벽배송 제품은 온도관리가 필요한 품목이 대부분이다. 배송 시의 온도관리 전략은 B2B와 B2C가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B2C라 불리는 라스트마일에서는 택배포장이라고 불리는 박스가 소비자와의 오프라인 접점이다. 소비자가 자신이 주문한 제품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그 상태를 확인하는 일은 박스를 언박싱할 때 시작된다. 박스는 모바일 폰과 함께 소비자가 기업을 만나는 오프라인 접점인 것이다. 이 박스를 통해 기업은 친환경 이미지 생산이나 언택트 서비스 같은 전략을 구사한다.

 

또한 박스가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도 전문가 사이에 회자되어 왔다. 그러나 어떤 종류의 세부정보가 누구에게 얼마만큼 중요한 것인지, 그 정보로 비용이 절감되었거나, 이윤이 확대되었거나 하는 믿을 만한 사례는 거의 없다. 이커머스기업, 배송기업, 포장기업, 그리고 소비자로 이뤄진 제품 흐름의 가장 간단한 채널에서 조차도,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그 정보는 누가 어떻게 생산하는지, 그런 정보가 이윤을 어떻게 형성하는지도 알 수 없다.

▲ 소비자와 기업 간의 오프라인 접점 역할을 하는 박스. 그만큼 다양한 데이터를 지니고 있다. (사진: 팀프레시)

 

이 사실은 경영자가 확신을 가지고 데이터와 박스에 돈을 투입해야하는 근거를 빈약하게 만든다. 만약 전문가의 입에서 회자되는 그 말이 실제라면, 그것이 돈이 되었다면, 이미 시장에서 관찰될 법한데도 그렇지 못하다. 그 이유는 기존 시장 룰의 지배를 받는 생태계에서는 나타날 수 없는 비즈모델이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기존 시장의 룰과는 전혀 다른 룰을 작동시키는 비즈모델이 필요하다. 박스의 온도관리 문제나, 친환경 문제나, 언택트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비즈모델이 요구된 것이다.

 

데이터가 비즈니스로 성장하려면

 

소비자가 오프라인에서 기업을 만나는 접점이 모바일 폰과 박스라면, 그리고 모바일 폰과 함께 박스가 유용한 데이터를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면, 왜 기존 시장에서 이런 비즈모델이 발견되지 않았을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미 정해진 시장의 룰에 따라 이해관계자가 똑 같은 일을, 똑 같은 방식으로 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래선 새로운 것을 얻지 못한다.

 

B2C 채널에서 정보나 데이터 이야기를 꺼내려면 적어도 소비자가 가진 모바일을 눈여겨봐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뉴노멀에 대응하기 위해 세상의 모든 기업은 필사적으로 미래 먹거리에 매달려 있다. 특히 전자/정보통신 기업도 새벽배송시장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한다. 기업 생존을 위해 자신의 영역만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뉴노멀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 이종이든, 동종이든, 서로 살기 위해 누구와도 손잡을 수 있다. 새로운 형태의 기업 설립도 대안으로 두면서 말이다. 그것이 조인트벤처나 작은 파일럿 테스트나 어떤 형태로든 건너야할 생존의 강이다.

 

코로나19 이전 시장에 뿌리를 둔 각자의 비즈모델에서, 고객을 바라보는 각자의 프레임에서, 각자의 기술력과, 각자의 업종과 업태를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쓰며 버티는 것은 위험하다. 그 동안 영위하던 비즈모델의 핵심만 남기고, 나머지는 새로운 비즈개발 영역에 가져다 놔야 한다. 그리고 마치 처음인 것처럼, 낯선 비즈모델을 찾는 설렘이 있어야 한다.

 

박스 패러다임 전환, 새벽배송의 ‘생존 인프라’ 될 것

 

고객과의 접점인 모바일에서 생성된 데이터만으로는 경쟁 우위가 어렵다. 또 다른 접점인 박스로 눈길을 옮겨야 한다. 시장의 룰에 한번 빠지면 새로운 룰이 보이지 않는다. 모바일만 보였고 박스는 보이지 않았다. 이 박스는 기존 시장의 룰에 따른 주문생산 방식이나 단가 경쟁방식을 통해 공급받던 박스다. 그러나 이런 박스로 아무리 재주를 부려도 경쟁수단이 될 수 없다. 사회적 이슈는 만들 수 있지만, 만들어진 이슈가 생존을 위한 기본 인프라는 아니다. 또한 데이터도 공급자 중심에서 생산되었던 기존 것이 아니다. 현재 이커머스 새벽배송기업의 데이터 종류나 품질로는 미래 먹거리를 만들기에 역부족이다. 데이터는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지만, 이 데이터의 질과 콘텐츠도 역시 의심 받아야 한다.

 

코로나19 이후의 생존 키워드인 친환경 문제나 언택트 문제는 박스와 데이터로 풀린다. 새벽배송시장에서 친환경과 언택트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들은 매일 테이블에 올라 올 것이고, 이들은 해변가의 모래알만큼 많을 것이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박스 온도성능을 잡고, 친환경 이미지를 생산해내고, 언택트 서비스 개발에 밤을 새우더라도, 기업이 변화된 생태계에서 생존하지 못한다면?

 

박스와 데이터는 코로나19 이후 새벽배송시장의 새로운 비즈모델을 만드는 좋은 재료이다. 동시에 생존 인프라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새로운 소비자에겐 새로운 비즈모델이 필요하다.

 

다음 연재에서는 <데이터는 배송박스를 타고 : 데이터의 양과 질의 트레이드 오프>란 제목으로 새벽배송시장에서 다뤄왔던 데이터가 어떻게 확장되고 가공되어야 기업 생존의 직접적인 도구가 될 수 있을까? 이를 위한 배송박스의 역할은 무엇일까? 기능은 어떠해야 할까? 그리고 과연 돈은 될까? 등과 같은 생태계의 원초적인 질문에 대한 고민을 독자와 함께 해보고자 한다.



이강대

저자는 한양대 공대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그는 2010년 3월부터 연세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물류관련 논문63편과 지적재산권 13개 중 6건의 기술이전 경험이 있는 교수다. 교통물류계획(2005)외5종의 저역서가 있으며, 알버트 넬슨 평생공로상(2018)을 수상한 바 있다. JAT(Journal of Advanced Transportation) Lead Guest Editor를 맡은 바 있으며, 물류/공급망의 정보공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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