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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물류로봇 스타트업 ‘트위니’를 만나다

by 신승윤 기자

2020년 11월 23일

글. 신승윤 기자

 

 

실내 자율주행 이동로봇을 만나러 직접 대전을 방문했습니다. 스타트업 ‘트위니(TWINNY)’는 카이스트 석·박사 출신 연구진들이 주축이 되어 실내 자율주행 이동로봇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요. 복잡한 실내 환경에서도 스스로의 위치를 정확히 추정하고, 장애물을 부드럽게 피해갈 수 있다는 트위니 자율주행 이동로봇. 그 탄생 배경과 더불어 어떻게 이 로봇들이 다른 시장도 아닌 ‘물류’에 뛰어들게 되었는지 천홍석 트위니 대표를 만나 이야기 나눴습니다.

 

로봇 개발에 뛰어든 배경 및 과정

 

트위니의 구성원들 중, 특히 ‘인공지능로봇연구소’ 일원들은 카이스트 출신이 많습니다. 천 대표가 카이스트 전기전자과 박사이기도 하고, 교내 학우 및 후배들을 적극 영입했기 때문인데요. 교내에서 자율주행로봇을 연구할 때부터 창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는 천 대표가 가장 먼저 찾은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쌍둥이 형제였습니다.

▲ 대전에 위치한 자율주행 물류로봇 스타트업 ‘트위니’ 사옥

 

천 대표는 “또 다른 천 대표, 천영석 대표는 제 쌍둥이 형제이자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8년을 일한 경험이 있다”며 “창업에 앞서 많은 조언을 구할 수 있었고, 차근차근 준비하던 중 ‘이 때다’ 싶을 때 전 직장을 정리하고 함께 창업에 나서게 됐다. 2015년 9월에 법인을 설립했으니 벌써 5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고 트위니의 첫 시작을 회고했습니다.

 

천 대표는 연구를 거듭해 준비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학교 후배 2명을 영입해 본격적인 자율주행 이동로봇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더불어 ‘모이고’라는 사내업무, 동호회, 소모임 등 그룹소통 맞춤형 메신저를 개발해 지금까지 꾸준히 서비스 및 업데이트하고 있는데요. 스타트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습니다.

▲ 천홍석 트위니 대표

 

천 대표는 “트위니는 자율주행 이동로봇 개발과 모이고 플랫폼 개발 두 가지 사업을 투 트랙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때문에 트위니 구성원들이 모두 카이스트 출신의 공학 박사인 것은 아니다. 주로 로봇본부에서 이론정립 등 연구에 카이스트 인력들이 투입되며, 그 외에 정말 다양한 출신과 능력을 가진 구성원들이 많다. 트위니 인재상에 따라 능동적이고 진실된 이들이 모인 조직이라 자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 사옥 내 위치한 트위니 인공지능 로봇연구소

 

왜 물류로봇인가?

 

그렇다면 왜 트위니의 자율주행로봇은 하필이면(?) 물류 시장에 뛰어들게 된 것일까요? 천 대표는 “답은 물류 밖에 없기 때문”이라 답했습니다. 그는 “자율주행로봇이 사람을 대체해 도움을 주려면 결국 이동에 도움을 줘야한다. 물론 사람이 투입되기에 위험한 곳도 있고, 현재 진출해있는 병원 같은 시장도 있지만 그 시장 규모가 작다. 가운데 물류 창고를 직접 방문할 기회가 생겼는데, 정말 끊임없이 밤낮없이 움직이고 나르더라. 이거다 싶었다”고 답했습니다.

▲ 자율 주행형 물류 로봇 '나르고' 스펙

 

한편 자율주행기술을 이미 개발했다면 자동차는 어떨까? 천 대표는 “자율주행 자동차 역시 답은 물류라고 생각한다”며 “물론 자율주행기술은 상당한 고도화를 마쳐 도로 주행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시민들과 섞여 일반 주행한다면 역시 안전문제 때문에 쉽지 않다.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날씨, 도로환경, 갑작스레 튀어나올 수 있는 사람이나 차량 등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많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자동차와 달리 실내 자율주행기술은 다른 점에서 참 어렵고 힘든 과정이었다”며 트위니가 보유한 소프트웨어의 특징을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했습니다.

 

‘실내’ 자율주행 이동로봇이 갖춰야 할 것

 

▲ 실내 / 실외 자율주행기술의 차이점

 

자율주행 자동차는 사실 현재의 기술력으로 충분히 구현 가능하며, 도로를 돌아다니기에도 큰 무리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정확한 법률과 규칙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율주행 인공지능은 빨간불에서 서고, 파란불에서 가면 됩니다. 차선과 정지선을 지켜 움직이고,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등 기존 교통법규만 철저히 지키면 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실외 환경은 모두 도로를 기준으로 매핑을 마친 상태고, GPS 기술로 현 위치까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즉 인공지능은 지도와 GPS를 활용해 현 위치를 파악하며 이동경로와 거리, 방향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입니다. 교통상황에 따라 최적의 경로를 설정해주는 내비게이션 안내만 따라가도 되죠.

▲ 시운행 중인 자율주행 물류로봇 ‘나르고’

 

▲ 3D 라이다(LIDAR), 카메라 등 센서를 활용하는 트위니 로봇

 

단 이 모든 장점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이 있으니, 바로 실외 환경입니다. 인공지능이 실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변수들을 미리 예측할 수 없으며, 아니 예측한다고 하더라도 적절한 대응이 즉각 가능할지 알 수 없습니다. 단순히 날씨 변화만 보더라도 센서로 주변 환경을 파악하는 자율주행차는 비나 눈, 햇빛 반사로 인해 오류를 일으킬 수 있고, 이는 자칫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늘 위 정해진 코스를 정확한 일정에 맞춰 서로 움직이는 여객기 자율운행 환경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반면 실내 자율주행로봇은 어떨까요? 역으로 실내 환경은 실외보다 변수가 적고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것 외에는 갖춰진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트위니 로봇기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지요. 바로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 기술과 노이즈 제거 기술입니다.

▲ 인공지능로봇연구소 내 개발실

 

천 대표는 “로봇이 ‘A에서 B까지 이동한다’라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실내 지도를 확보하고, 스스로의 위치를 찾아야 하며, 이후 경로에 따라 장애물 등을 피해 목적지에 다다라야 한다. 때문에 실내 자율주행로봇은 SLAM 기술 적용이 필수인데, 보통 매핑을 마치더라도 실내 환경에 사람이나 사물이 섞여있으면 매핑 정보에 혼선이 생기기 마련이다. 트위니 로봇은 혼선을 유발하는 노이즈 데이터를 제거하는 기술을 자체 개발 및 적용해 자유자재로 피하고 정지하며 목적지에 정확히 다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장 적용 방식과 성과

 

현장 적용에 있어 천 대표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트위니는 소프트웨어 기업’이라는 것인데요. 이는 즉 자율주행기술을 기반으로 하드웨어의 경우 고객이 원하는 어떤 형태로든 개발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실제 현재 개발 및 실제 납품을 마친 ‘나르고’와 ‘따르고’는 물류창고나 풀필먼트 센터, 이커머스 물류 환경에 필요한 방식으로 커스터마이즈한 제품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인프라 구축비용이 들지 않기에 로봇을 대여해 곧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KT 서부물류센터에 도입된 나르고

 

천 대표는 “현재 오프라인 마트를 온라인 판매와 연결해 새로운 물류 환경을 계획하고 있는 모 기업과 함께 물류 프로세스 최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트위니는 로봇이 필요한 영역과 동선 등을 계산해 최대 효율을 낼 수 있는 적용 방식을 고객과 함께 고민한다. 또 필요에 따라 하드웨어 커스터마이즈도 진행할 수 있다. 일 예로 로봇 주차를 위한 조이스틱 설치, 충전에 있어서 자동 도킹 또는 배터리 교체 방식 선택 등 고객과의 대화를 통해 추가된 옵션들이 많다. 앞으로도 꾸준히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작년 10억 매출을 달성한 트위니는 매출의 절반이 해외에서 발생했습니다. 특히 중국 고객들은 새로운 기술 도입에 있어 거칠 것 없이 빠르게 도입하고, 적용한다고 합니다. 물류창고 외에도 제조공장, 대형마트, 병원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트위니 로봇. 조만간 현장에서 직접 만나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트위니의 목표와 비전

 

4층짜리 건물이 통째로 트위니 사옥인 것을 알았을 때(물론 전세라고 합니다) 참 놀라웠는데요. 내부에 엘리베이터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스타트업이라니. 허나 더 놀라운 것은 기업 문화였습니다. 1층 매점(이름은 매점이지만 모두가 자유롭게 음식을 꺼내먹는)에서 진행된 인터뷰 가운데 여러 구성원들이 오가며 직위에 관계없이 허물없는 모습으로 대화하며 일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천 대표는 “향후 3년 안에 전 세계 자율주행 로봇이 대유행 할 것”이라며 “그 가운데 트위니가 독보적인 로봇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 ‘직원들이 행복하면 회사는 발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구성원들과 함께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이 기세라면 10년 안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자신이 있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더불어 “앞으로 WMS와 자율주행 이동로봇을 접목한 서비스를 개발할 것”이라며 “고객이 현재 활용하고 있는 플랫폼들에 접목해 물류 프로세스 효율화에 도움을 줄 계획이다. 현재 트위니 로봇의 대여비용은 인건비의 1/8 수준이다. 현재 창고 운영에 있어 WMS가 필수로 자리 잡았듯, 자율주행 이동로봇 또한 완전히 물류 시장 필수 요소로 자리 잡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 트위니는 로봇 중앙 관제 시스템과 WMS를 접목한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물류창고 내 노동집약적 환경이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물류센터와 택배터미널은 ‘죽음의 알바’라는, 오명 아닌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요. 과연 자율주행 이동로봇과 같은 신기술이 물류 효율화 및 최적화에 새바람을 가져올 수 있을지 기대해보겠습니다.



신승윤 기자


'물류'라는 연결고리 / 제보 : ssym232@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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