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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카카오, 플랫폼 공룡의 딜레마

by 엄지용 기자

2015년 10월 17일

* 해당 기사는 CLO 통권 63 호 (9 월호 ) 에 게재된 기사를 일부 발췌했습니다

 

“온디맨드, 제도의 사선에서 ”

플랫폼 공룡의 딜레마

글 . 엄지용 기자

 

Idea in Brief

다음카카오가 적극적인 인수합병 추세를 이어 나가고 있다. 지난 3월 20일 케이큐브벤처스 인수 이후 셀잇, 록앤올, 탱그램디자인연구소, 카닥을 연이어 인수합병하면서 ‘온디맨드’ 합동 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모습이다. 재밌는 것은 이렇게 다음카카오가 접근하고 있는 업체 중에는 ‘배송’영을 포괄하고 있는 스타트업 또한 있다는 사실이다. 다음카카오가 대리운전, 배달 등 새로운 사업 진출에 대한 업계의 예측에 신중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다음카카오의 온디맨드 합병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법은 기본적으로 제도권 안에서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시장 안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지원해줄 수도 있으며, 시장에 침범하는 새로운 세력을 막는 울타리 역할을 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법은 원칙이며 규율이기 때문에 절대적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때때로 변하기도 합니다. 지난해 1월 28일 개정, 신설된‘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18조(우편물 등의 운송)’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해당 조항의 신설로 이전 여객운송만 가능했던 운송수단을 통한 소화물 운송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사업이‘고속버스 퀵’입니다.


법보다 명분

이러한 제도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실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미 제도권에 들어와 있는 자들은 이방인의 존재를 환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방인의 시장 침투가 기존 그들의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반발은 더욱 거세게 나타날 것입니다. 법은 당연히 기존 제도권 안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움직입니다. 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결국 명분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명분이란 한 기업의 이익이 아닙니다. 명분이란 일정 규모 이상의‘공론’을 의미합니다. 기존 시장의 움직임을 상쇄시킬만한 거대한 공론이 모인다면 결국 법은 움직입니다. 법의 개정보다 명분이 앞선다는 이야기입니다. 국토교통부 물류산업과 박현근 사무관은 지난달 21일 본지와 국토교통부가 주최한 ‘물류스타트업 활성화 정책토론회’에서“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개정은 공익적인 명분이 있었기에 예외조항이 탄생한 것”이라며“공익보다 영리행위에 가까운 목적의 개정을 이끌어내는 것은 실질적으로 무리”라 평했습니다.

다음카카오 플랫폼 딜레마

 

우버발 택시전쟁

이러한 제도의 저항을 받은 국내 대표적인 사례로 ‘우버’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우버는 지난 13년 7월 부터 본격적인 국내 서비스를 런칭했습니다. 초기 우버는 리무진 서비스를 대행하는 업체들과 제휴를 통해 고급 리무진 서비스‘우버블랙’으로 한국 시장에 진입합니다. 결과적으로 우버는‘소비자’의 뜨거운 반응은 몰고 왔을지 몰라도‘공급자’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합니다. 우버코리아는 렌터카를 활용하여 ‘우버블랙’ 을 운영했으며, 이것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상 ‘렌터카의 유상 운송 알선 금지’를 위반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때부터 시장의 반발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지난해 12월 우버의 대중 활용 택시서비스‘우버엑스’의 상용 서비스 런칭을 통해 본격 가시화되기 시작했습니다.

 

택시업계는 자신의 업에 전면 침투한 이방인의 존재에 반발하여 연이은 우버 퇴출 시위를 벌였고, 서울시 또한 우버택시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영업을 신고하는 시민에게 포상하는 조례 개정안을 발표하며 우버와의 전면전을 시작합니다. 결국 우버는 기존 택시기사를 활용하는 플랫폼 ‘우버택시’를 제외한 모든 플랫폼을 한국에서 철수합니다.(‘우버블랙’은 제한적 허용)한창 우버 논란이 격화되고 있던 지난해 8월. 카카오는“택시와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시스템인‘카카오택시’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사내 TF팀을 구축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카카오택시는 우버와 달리 처음부터 기존 택시사업자들과 제휴를 하는 형태로 준비됐습니다. 우버 사례를 통해 시장 진입의‘명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카카오택시는 우버와 달리 처음부터 기존 택시사업자들과 제휴를 하는 형태로 준비됐다.
시장 진입의‘명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카카오택시’는 승자(?)

다음카카오는 지난 3월 31일 카카오택시 정식 서비스 시작을 발표했습니다. 택시 서비스 공급자는‘택시기사’였으며 카카오택시는 그저 택시업체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역할만 맡았습니다.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택시 런칭을 위해 처음부터 공급자 친화적인 정책을 이어나갔습니다. 다음카카오는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서울특별시택시운송사업조합,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과 업무협약 체결을 통해 공급자 친화적인 이미지를 구축했습니다. 또한 KT와 제휴를 통해 기사 회원에게 데이터 무료 혜택 제공 등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해주기도 했습니다. 택시기사들에게 부가되는 수수료 또한 없었기 때문에 택시기사 입장에서는 카카오택시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카카오택시가 서비스 3개월 만에 500만 건의 누적 호출 건수를 기록하며 단숨에 다음카카오의 간판 서비스가 된 것은 이러한‘공급자’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다음카카오는 지난달 12일 서울특별시택시운송사업조합, 하이엔 등과 함께 ‘고급택시 서비스 업무협약’을 맺고 해당 사업을 시범 운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실상 이는 우버가 한국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했던‘우버블랙’서비스와 같습니다. 우버발 택시전쟁은 결국 공급자의 지지를 뒤에 업은 ‘카카오택시’의 승리로 끝나는 모습입니다.


다음카카오, 플랫폼 공룡을 꿈꾸다 최근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택시를 위시한 O2O 서비스를 중심으로 보다 넓은 시장으로 외형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음카카오가 보이는 적극적인 M&A; 행보는 이를 반증하고 있습니다. 다음카카오의 인수 행보는 공식적으로 보도된 것만 봐도 재밌는 그림이 그려집니다. 지난 3월 20일 케이큐브벤처스 인수를 기점으로 다음카카오의 M&A; 행보를 살펴보겠습니다.

 

다음카카오는 지난 3월 20일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케이큐브벤처스(대표 : 임지훈)를 계열사로 편입했습니다. 케이큐브벤처스는 지난 12년 국내 스타트업발굴 및 지원을 위해 설립된 벤처캐피털로 다음카카오 김범수 의장이 지분 100%를 출자하여 세워진 회사입니다. 다음카카오는 케이큐브벤처스 인수를 통해“초기 스타트업 대상 투자 활성화와 노하우 전수는 물론, 미래를 위한 신성장성 동력 및 사업 기회 확대를 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다음카카오는 케이큐브벤처스 인수 후 같은 달 31일‘카카오택시’정식 서비스 시작을 발표합니다. 이어서 5월 8일에는 지난 1월 설립한 투자전문 자회사 케이벤처그룹을 통해 전자제품 중고거래 커머스‘셀잇’을 인수합니다. 재고를 보유하는 형태의‘매입형 커머스’를 품에 안은 것입니다.

 

같은 달 19일 다음카카오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김기사’를 서비스하는 록앤올의 지분 100%를 626억 원에 인수하여 자회사로 편입합니다. 다음카카오는 인수의 이유로 ‘록앤올의 방대한 교통 정보 및 실시간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과 ‘보다 다양한 O2O 비즈니스로 확장 가능한 교통 관련 서비스’를 꼽았습니다. 다음카카오는 인수 행보를 이어가며 6월 8일에는 케이벤처그룹을 통해 UX 디자인 전문 기업‘탱그램 디자인연구소’의 지분 51%를 인수, 자회사로 편입합니다. 다음카카오는 탱그램디자인연구소 인수를 통해 “사람과 사물을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영역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음카카오는 지난달 4일 케이벤처그룹을 통해 자동차 외장수리 앱‘카닥’의 지분 53.7%를 인수, 자회사로 편입합니다. 케이큐브벤처스 박지환 대표는“카닥 인수를 통해 O2O 서비스 영역에서 장기적인 가치를 만들어나가겠다”며 인수 이유를 밝혔습니다.

 

다음카카오의 연이은 M&A;는 중요한 시사점을 내포합니다. 첫 번째는 웹 포탈, 메신저를 중심사업으로 두고 있는 다음카카오가 카카오택시를 중심으로 교통 분야에 대한 수평적 통합을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커머스, IoT 등‘교통 분야’를 중심으로 수직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또 다른 사업군 또한 통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재밌는 것은 서로 다른 분야처럼 보이는 이 분야를 수직적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물류’라는 매개체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다음카카오는 공식적으로‘물류’분야 진입을 위해 사업을 통합하고 있다고 발표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O2O라는 이름을 통해 모든 사업을 연결시키고자 하는 다음카카오의 움직임을 보자면 어떤 의미로든 통합이 이루어지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카카오式물류(?), 우선은‘명분’

다음카카오는 현재 보다 다양한 온디맨드, O2O 서비스를 확보하고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음카카오가 접근하고 있는 업체 중에는‘배송’영역을 포괄하는 업체가 있음은 물론입니다. 다음카카오와 제휴 차원에서 미팅을 가졌다고 밝힌 몇몇 스타트업 대표들은‘배송-배달 서비스’를 포함하는 O2O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당 업체들은 결과적으로 다음카카오의 온디맨드 파트너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다음카카오가 배달, 배송 영역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O2O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앞서 M&A;를 통해 다음카카오가 확보한 역량을 나열해보겠습니다. 우선 ‘카카오택시’를 통한 여객 공급자 플랫폼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류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이는 ‘운송모드’에 해당합니다. 둘째는 ‘김기사’를 통한 교통 지원 시스템 확보입니다. 김기사는 카카오택시와 연동하여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방대한 교통정보를 바탕으로 과거와 현재의 교통 흐름을 분석하여 정확한 길안내를 제공합니다. 셋째로 ‘셀잇’을 통한 상품 조달 및 유통 역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셀잇은 C2C 중개 플랫폼으로 중고상품을 매입하여 재판매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커머스입니다. 현재는 ‘택배’를 통해 소비자에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탱그램디자인연구소‘는 사물인터넷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제품의 디자인, 개발, 마케팅, 유통까지 모든 과정을 수행하고 있는 업체입니다. ‘카닥’또한 튜닝 등 자동차 애프터마켓까지 시장 확대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음카카오의 M&A; 행보는 일반적으로 플랫폼을 기반으로한 오프라인과 온라인(O2O)의 전방위 연결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재밌는 것은 이 모든 기업을 하나하나 놓고 보자면 다음카카오가 제품 개발, 유통, 그것을 관제할 수 있는 시스템, 전체를 지원할 수 있는 지원사업에 이르는 모든 기업들을 흡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만약 ‘물류’라는 하나의 선이 있다면 이 모든 기업들은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수직적으로 통합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카카오택시를 통해 퀵운송이 실행된 사례도 있습니다. 카카오택시를 운행하는 한 택시기사는 “카카오택시를 ‘퀵 서비스’개념의 화물 배달을 의뢰한 사람이 몇몇 있었다”며“출퇴근, 야간 시간 등 피크타임이 아니면 하루 2시간가량 공차 운행시간이 생기는데 그 시간을 화물 배달로 활용할 수 있다면 그런 주문을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다음카카오 측은 “배달 사업을 포함한 다양한 O2O 관련 신사업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까지 가시화된 것은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아무리 가능성이 열려있더라도 무턱대고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기존 업계의 반발을 초래합니다. 지난 7월 20일 전국대리운전연합회가 다음카카오 사옥 앞에서 다음카카오의 대리운전시장 진출 반대 집회를연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다음카카오는 대리운전 시장 진출에 대한 공식적인 성명을 하지 않았음에 불구하고 전국대리운전연합회는 다음카카오의 O2O 외연확장에 위협을 느끼고 나타났습니다.

 

결과적으로‘택시’를 활용한 화물운송은 현행법상 불법입니다. 기존 시장에서 업을 영위하고 있는‘이륜차 운송업계’가 전면적으로 반발할 명분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다음카카오는 아주 신중하게 시장에 진입할 것입니다. 이미 제도화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명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우버의 전례를 통해 충분히 배웠던 다음카카오입니다. 다음카카오가 논란이 되는 사업 진출에 앞서 시장의 호감, 즉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경주할 것이라 생각되는 이유입니다.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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