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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물류스타트업백서] 마켓컬리, 신선식품 유통물류 폐기율 1%의 비밀

by 엄지용 기자

2016년 06월 21일

대한민국 물류스타트업백서⑬ 마켓컬리
생물전복이 온라인으로 배달된다? 폐기율 1%의 비밀
 
글. 엄지용 기자
 

Idea in Brief

 

마켓컬리는 지난해 5월 금융·투자, 컨설팅 업계를 거친 김슬아 대표가 창업한 신선식품 온라인 유통업체다. 서울·인천·경기 일부지역 고객에게 전날 오후 11시까지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새벽까지 배송해주는 샛별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마켓컬리는 초기 투자금의 대부분을 유통, 물류, 머천다이징, CS 등 기업내부 프로세스 구축에 대부분을 투자했다. 창업 이전 신선물류업체 ‘데일리쿨’을 인수하여 물류를 내재화했으며 수요예측 시스템, WMS, TMS, 전방 쇼핑몰 시스템 등 4개의 시스템을 자체 구축했다. 서로 유기적으로 연동된 시스템은 마켓컬리의 핵심역량이 되어 ‘빠른 배송’, ‘높은 품질’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상품가격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이 됐다.

 

 

▲ 김슬아 더파머스 대표
 
완도산 생물전복을 온라인으로 주문하여 집에서 받아먹을 수 있을까. 생물전복의 판매가능 시간은 하루가 채 안 된다. 전복의 계류시간은 6시간이다. 때문에 완도에 있는 생산자에게 전복을 주문하고, 고객에게 배송되는 과정까지 전복을 살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여기에 더해 전복에 대한 고객수요를 사전에 예측하여 미리 물류센터에 매입해두고, 이것을 전날 오후 10시에 주문한 고객을 대상으로 다음날 새벽에 배송하는 것은 어떨까. 게다가 전복의 폐기율은 1% 이내로 유지하면서 말이다. 신선물류 관점에서 그야말로 극악의 난이도라 할 만하다.
 
 
 
이것을 해낸 업체가 있다. 마켓컬리는 생물을 포함한 신선식품을 신선도를 유지한 채 고객 문전까지 배송하는데 성공했다. 게다가 마켓컬리가 판매하는 상품들은 여타 경재업체와는 달리 100% 직매입 구조를 통해 유통된다. 즉 1차적으로 마켓컬리의 물류센터에 매입, 보관되며 이렇게 보관된 상품들이 고객의 주문에 따라 배송되는 구조인 것이다. 마켓컬리에 따르면 이렇게 유통되는 상품들의 폐기율은 1%가 채 안 된다. 그 비밀은 무엇일까.
 
 
성장의 비밀 : 투자금은 내실을 위해
마켓컬리는 지난해 5월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맥킨지(McKinsey & Company), 테마섹(Temasek Holdings) 등 금융·투자, 컨설팅 업계를 거친 김슬아 대표가 창업한 신선식품 온라인 유통업체다. 좋은 음식은 식재료가 기본이 된다는 가치 하에 특히 식자재 유통에 집중하고 있다. 서울·인천·경기 일부지역 고객에게 전날 오후 11시까지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새벽까지 배송해주는 샛별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마켓컬리는 창업 1년차의 신생업체임에 불구하고 빠르게 성장했다. 마켓컬리의 월 거래액은 지난 3월 기준 20억 원을 기록했다. 충성고객 또한 착실하게 형성하고 있다. 고객의 한 달 내 재주문율은 50% 이상이며, 두 달 내 재주문율의 경우 80% 이상이다.
 
 
마켓컬리에 입점하고 있는 생산업체들의 만족도 또한 높다. 마켓컬리에 입점하여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한 수산식품업체 관계자는 “마켓컬리는 좋은 상품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제공한다”며 “이는 결국 단가경쟁으로 부딪쳐야 되는 여타 대형마트의 유통행태와는 다른 것”이라 말했다. 현재 마켓컬리에 입점하고 있는 생산업체는 500여개다. 이들이 판매하고 있는 1100여개의 품목(SKU, Stock Keeping Unit) 중 마켓컬리가 온라인 독점판매하고 있는 품목은 약 200여개다.
 
 
마켓컬리가 이렇게 빠르게 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 대표는 초기 투자금의 대부분을 유통, 물류, 머천다이징, CS 등 원활한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내실 확충에 투자한 것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이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투자금을 마케팅과 같은 기업외형 확장에 쓰는 것과는 다소 다른 행보다.
 
 
특히 마켓컬리가 물류에 들인 노력은 각별하다. 마켓컬리는 창업 전 신선물류업체인 ‘데일리쿨’을 인수했다. 데일리쿨은 반찬, 간편식과 같은 식품에 대한 서울권 새벽배송을 해주던 업체다. 마켓컬리는 데일리쿨 인수를 통해 냉동·냉장·실온 배송이 전부 가능한 차량 80여대를 확보했다.
 
 
마켓컬리는 차량과 함께 신선식품 보관이 가능한 물류센터 또한 확보했다. 총 건평 350평 규모의 물류센터는 각각 실온(150평), 냉동(50평), 냉장창고(150평)로 나뉜다. 크게 3개로 나뉜 물류센터는 그 안에서도 각각 다른 온도로 상품이 보관된다. 실온센터에서는 상품군 별로 6개의 다른 온도가 존재한다. 가령 열대과일 같은 경우는 열대과일 방을 따로 두고 히터와 온도계를 활용하여 1년 내내 27도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빵 같은 경우는 온도뿐만 아니라 습도까지 함께 관리한다. 올리브오일과 같은 경우는 겨울철에 냉해를 입을 수 있는 품목이므로 직사광선을 피해서 1년 내내 17도를 유지하여 관리한다.
 
 
물류센터 내 식품 온도관리는 자연스럽게 배송까지 이어진다. 마켓컬리가 보유한 80여개 차량은 냉장·냉동·상온배송이 전부 가능하다. 빵 같은 경우는 특별히 운전석 옆을 개조하여 전용용기를 만들었다. 이렇게 배송되는 상품은 서울·경기·인천 지역으로 출차 후 12시간 안에 새벽배송 된다.
 
 
 
김슬아 더파머스(마켓컬리 운영사) 대표는 “마켓컬리가 창업 전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두 가지 과제는 물류와 브랜딩”이라며 “특히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진성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직접 물류 프로세스를 구축한 것”이라 말했다.
 
 
가격의 비밀 : 철저한 검수를 통한 직매입
마켓컬리에서 판매되는 농수산식품의 가격은 동일상품 기준 대형마트 식품코너 대비 30% 이상 저렴하다. 가령 대형마트에서 100g당 1320원에 판매되는 상추가 마켓컬리에서는 990원에 판매되는 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켓컬리는 ‘싼 가격’을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는다. 가격은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그것보다는 좋은 생산자의 상품을 입점 시키기 위한 ‘검수’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 마켓컬리의 설명이다.
 
 
마켓컬리의 검수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지표로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GAP인증에 준하는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외 상품 자체의 안전성, 맛 등 주관적인 영역에 대해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한다. 첨가물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식품 첨가물이 들어가는 경우 오히려 식품 안전성이 높아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마켓컬리 MD들이 고민을 통해 검수까지 들어온 상품은 통상적으로 100개 중 8개만 최종판매단에 올라갈 수 있다. 보통 MD기획서가 올라오고 상품판매가 되기까지는 대략 7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제철상품을 빠르게 판매하길 원하는 생산업체 입장에서는 상당히 느리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켓컬리는 철저한 검수를 고집한다. 자체적으로 최고의 상품이라 생각되지 않는다면 입점 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마켓컬리가 판매하는 품목은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2개 이상의 동일상품이 없다”며 “이는 이미 충분한 검토를 통해 최고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마켓컬리는 이렇게 검수를 통해 판매가 결정된 상품을 100% 매입하여 재고로 보유하여 판매한다. 재고관리 및 상품판매에 대한 부담을 생산자가 아닌 마켓컬리가 가지고 온 것이다. 때문에 판매가격은 자연히 경쟁업체에 비해 저렴해졌다. 이는 유통망 축소와 재고관리 부담의 이전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결과다.
 
 
김 대표는 “마켓컬리의 직매입 구조로 인해 생산자는 재고문제를 전혀 떠안지 않아도 된다”며 “이렇게 형성한 직거래 공급망으로 인해 공급가격은 당연히 경쟁업체보다 저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시스템의 비밀 : 직매입의 이유
마켓컬리는 생산자 직매입 구조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직매입 구조는 반대로 생각하면 재고부담이 마켓컬리에게 이관되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마켓컬리는 오랜 기간 보관이 어려운 신선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생산자에게 직매입한 상품들이 판매되지 않고 일정 기간 이상 보관될 경우, 해당상품을 전량 폐기해야 되는 위험부담 또한 마켓컬리가 안고 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켓컬리가 판매되는 상품의 직매입 구조를 고집한 이유는 무엇일까. 마켓컬리는 빠른 배송속도를 위해서는 직매입 구조만이 답이라고 설명한다. 김 대표에 따르면 현재 국내 전날 밤 11시에 주문을 해서 다음날 새벽에 주문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업체는 마켓컬리가 유일하다. 이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재고를 회전시켜 즉각적인 상품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혹여 발생할 수 있는 재고상품의 폐기에 대한 부담도 그리 큰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 마켓컬리의 설명이다. 마켓컬리에 따르면 재고로 보유한 신선식품이 유통기한을 넘겨 폐기되는 경우는 전체의 1%가 채 안 된다. 그렇다고 고객에게 신선도가 떨어지는 안 좋은 상품을 판매하는 것도 아니다. 마켓컬리가 이렇듯 낮은 폐기율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마켓컬리가 독자적으로 구축한 시스템이 만들어낸 결과다.
 
 
공급망의 비밀 : 시스템, 연결성을 만들다
마켓컬리의 시스템은 지난 2013년 김 대표의 컨설팅 경험을 기반으로 초안이 설계됐다. 이는 ‘직매입 기반의 온라인 신선유통 시스템’이다. 당시 국내에는 현재 마켓컬리와 같이 신선식품을 온라인을 통해 대규모로 판매하는 동시에 유통기한을 관리하며 실시간 선입선출을 했던 사례가 존재하지 않았다. 때문에 마켓컬리는 초기 시스템 설계를 위해 닐슨 등 리서치업체에서 고객 구매 데이터를 샀다. 해당 초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켓컬리의 판매품목(SKU)이 15개인 시절부터 직접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켓컬리는 이렇게 경험을 기반으로 수요예측 시스템,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 TMS(Transportation Managemnet System), 전방 쇼핑몰 시스템 등 총 4개의 솔루션을 자체 구축했다. 4개의 시스템은 서로 연동되면서 상품판매부터 배송완료까지의 공급망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 각각의 시스템을 보다 자세히 살펴본다.
 
 
먼저 수요예측 시스템은 물류와 품질관리를 위한 고객단의 정보를 수집하여 예측한다. 이를 통해 상품발주부터 산지 물량입고까지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다. 두 번째 WMS는 쇼핑몰 시스템과 연동되어 고객단에서 실제 주문이 발생할 때마다 재고를 자동 차감시킨다. 이를 통해 실제 존재하지 않는 재고가 쇼핑몰에서 판매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WMS는 상품의 폐기율을 낮추는 데도 도움을 준다. 가령 WMS는 유통기한이 가까워지고 있는 상품에 대해 자동으로 알람을 울린다. 해당 상품에 대해서는 쇼핑몰 단에서 타임세일과 같은 고객 혜택을 부여하여 상품의 유통기한이 지나기 전에 고객 유인, 판매가 가능하다.
 
 
세 번째 TMS는 크게 두 가지 기능을 제공한다. 하나는 자동배차(Routing)다. 가령 오늘밤 배송예정 물량을 가장 적절한 차량에 배차하고 그에 따른 배송경로를 설계하는 역할을 한다. 둘은 실제 고객단의 배송 이후 완료 처리이다. 마켓컬리 배송기사가 새벽배송 이후 배송된 상품에 대한 인증샷을 찍으면 고객에게 자동으로 문자가 전송되는 식이다. 이에 따라 배송상태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며, 고객문전에 상품이 도착한 시간 또한 정확하게 기록된다.
 
 
마지막으로 쇼핑몰 시스템은 CS를 지원한다. 고객이 어떤 제품이 구매했는지 사진과 함께 기록에 남기며, 여기에 부가적으로 고객의 잠재적인 클레임을 차단할 수 있는 일부 CS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혹 상품에 대한 고객의 칭찬이나 불만이 있을 경우 마켓컬리에 상품을 납품하는 생산자에게도 공유되어 제품품질개선에 활용된다.
 
 
마켓컬리는 이렇게 연동된 4개의 시스템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를 KPI(Key Performance Index) 관리 수단으로 활용한다. 시스템에는 입고, 출고, 바코드 처리 등 재고관리와 관련된 기본적인 정보가 기록된다. 이를 통해 물량에 따라 유연하게 발주량을 늘리고, 줄이거나 보관 장소를 변경하는 등 다양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고객이 선호하는 상품 특성에 따른 고객화(Customization) 또한 가능하다.
 
 
가령 마켓컬리는 구이용 삼겹살을 팔 때는 깻잎의 판매량이 증가하고, 수육용 삼겹살을 팔 때는 쌈배추 판매량이 늘어난다는 등의 마켓컬리 고객에 한정된 독창적인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보는 리서치업체에서는 구매할 수 없는 마켓컬리만의 독자적인 정보며, 얼마든지 공급망 운영에 활용할 수 있는 힌트가 된다.
 
 
마켓컬리는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개발기간만 총 10개월을 소모했다. 이는 마켓컬리 서비스 개발보다 오래 걸린 작업이었다. 그만큼 마켓컬리는 시스템 자체를 핵심역량으로 보고 오랜 기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최초 오라클 기반의 타이어 공장 재고관리 시스템을 사와서 발전시킨 시스템은 이제 마켓컬리만의 독창적인 신선식품 공급망 관리역량이 됐다. 마켓컬리가 빠른 배송, 높은 품질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상품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이유다.
 
 
김 대표는 “독자적으로 구축하여 연동시킨 시스템이 마켓컬리의 전문성이자 핵심경쟁력”이라며 “판매상품의 높은 품질을 유지하며, 고객만족도를 높이고 동시에 상품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요인”이라 강조했다.
 
* 해당 기사는 CLO 통권 71호(2016년 5월호)에 수록된 기사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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