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이재홍의 회계인사이드] ´쿠팡vs.티몬vs.위메프´ 재무제표로 읽는 소셜커머스 삼국지

by 이재홍

2016년 06월 27일

[이재홍의 회계인사이드] 이곳은 전쟁터다. 소셜커머스 3社 재무제표 분석
 
글. 이재홍 KEB하나은행 기업컨설팅센터 회계사
 

Idea in Brief

 

지난 5월, 소셜커머스 3사(포워드벤처스(쿠팡), 위메프, 티켓몬스터)의 재무제표가 동시에 공시돼 눈길을 끌었다. 높은 매출성장과 대규모 영업 손실은 시장의 예측치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외부에서는 이들 소셜커머스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는지 큰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소셜커머스 내부적으로는 그들이 그리는 큰 그림 안에서 계획대로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전통적인 유통업과 다른 방식으로 경쟁하고 있으며, 기존에 없던 파괴적인 방식으로 자신들의 판을 키워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쟁 방식은 그들의 재무제표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재무제표를 통해 소셜커머스 3사의 현황을 짚어본다.

 
2013년 거래액 기준으로 6조 5000억 원 규모였던 모바일 쇼핑시장은 2015년 24조 4000억 원으로 연평균 94%의 고성장을 지속했다. 특히 2014년 4분기 자료를 봤을 때 모바일 쇼핑(거래액 7조 4000억 원)은 인터넷 쇼핑 7조 7천억 원과 불과 3000억 원의 근소한 차이로 성장한 것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아동유아용품 같은 일부 제품군의 경우 14년 4분기를 기점으로 모바일이 온라인 거래액을 역전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2016년에는 모바일이 인터넷 거래액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의 성장은 소셜커머스의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소셜커머스 3사(쿠팡, 위메프, 티켓몬스터)의 매출액은 2013년 2373억 원에서 2015년 1조 5470억 원으로 5.5배 증가했다. 이러한 성장의 중심에는 쿠팡이 있었다. 쿠팡은 2013년 매출액 480억 원에서 2015년 1조 1340억 원으로 무려 2300%의 매출 성장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놀라운 성장률의 이면
 
그러나 소셜커머스 3사의 놀라운 성장 이면에는 직매입 거래 증가로 인한 회계적 착시현상과 자금부문의 출혈이 존재한다. 첫 번째로 쿠팡의 직매입 구조로 인해 실제 수치보다 성장률이 높게 보이는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소셜커머스에서 1만 원에 제품을 판매했다고 가정할 경우, 수수료 기준의 매출액은 1500원이었다면 직매입으로 변경 시 1만원이 매출로 계상된다. 쿠팡의 올해 직매입 매출액을 소셜커머스의 수수료율인 15%로 가정하여 순액 매출액으로 재계산해보면 14년 1830억 원에서 15년도에는 2920억 원으로 전년대비 약 60%의 매출증가를 이룬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60%의 성장률도 놀라운 성장이라 말할 수 있겠다. 그러나 수수료만 수익으로 인식하는 순액 기준에서 판매액 전체를 수익으로 인식하는 총액기준으로 적용함으로 실질적으로 165%의 성장률을 더 기록하게 된 것이다.
 
 
두 번째는 자금부분의 출혈이다. 성장성이 높고 거래방식이 변하고 있는 유통업체의 경우 매출총이익의 변동을 통해 회사의 실제 성장률과 수익성을 파악할 수 있다. 소셜커머스 3사의 직매입 부분의 매출총이익은 정체되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모습이다. 이는 매출의 폭발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직매입 부분에서 매출총이익이 발생하지 않고 있는 원인은 최저가 경쟁과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쿠폰 경쟁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 소셜커머스 회사는 지난해 중순부터 2만원 가치의 쿠폰을 제공한다는 사실이 인터넷 게시판 등에 퍼지면서 해당 사이트가 마비된 경우도 있었다. 상품을 많이 판매해도 이익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소셜커머스의 제로마진 판매정책이 높은 성장세에도 박수 받지 못한 상황을 만들어냈다.
 
쿠팡의 사정 : 로켓배송, 가시적 성과 보여
 
개인적으로 기업의 오퍼레이션 관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재고관리다. 경영학 교과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JIT시스템(재고가 없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생산시스템), 린시스템(생산과정에서 낭비를 제거하기 위한 관리 시스템)도 재고관리를 위한 기법 중 하나다. 기업에서 이렇게 재고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재고가 곧 돈이기 때문이다. 회사에 재고가 쌓여있다는 것은 그만큼의 현금이 창고에 쌓여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재고관리는 어렵다. 전통적인 유통채널 기업 또한 그 어려움을 잘 인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백화점의 특정매입판매방식이 재고관리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고안한 방식이다. 반면 직매입 방식의 경우 팔리지 않은 재고가 발생할 경우 유통업체가 고스란히 그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 재고 보관을 위한 창고비용, 재고의 진부화에 따른 가격하락 위험 등이 회사 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가적인 낭비 요소가 된다. 기존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섣불리 직매입 판매방식을 도입하지 못했던 이유다.
 
그런데 후발주자인 쿠팡에서 로켓배송을 통한 직매입 거래를 확대하고 물류센터에 대대적인 투자를 한다고 나섰다. 그 당시 쿠팡의 성공 가능성에 물음표를 던진 이들도 많았다. 유통질서를 교란한다는 의견과 오히려 유통질서를 정상화한다는 의견이 갈리기도 했다.
 
재무제표에서 재고관리의 효율성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재고자산 회전율을 구해보는 것이다. 재고자산 회전율은 매출원가를 평균재고자산으로 나누어 구한다. 재고자산 회전율이 높을수록 효율적으로 재고가 관리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쿠팡의 상품 회전율은 9.5로 신세계보다 두 배 가량 높다.
 
또한 재고자산 회전율을 통해 재고자산의 회전기간을 산출해 볼 수 있는데 365일을 재고자산 회전율로 나누어보면 된다. 재고자산 회전기간은 재고의 구매시점에서 판매시점까지 재고가 창고에 보관되어 있는 기간을 의미한다. 위메프와 티몬은 신세계와 비슷한 효율을 보여주고 있다. 짧은 업력에 불구하고 재고관리에서 대형업체와 밀리지 않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소셜커머스 3사 모두 이마트에 비해서는 효율이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마트의 경우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 취급액이 존재한다는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특히 쿠팡의 상품회전기간을 연도별로 비교해 봤을 때 14년 58일에서 15년 39일로 19일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혹자가 우려하고 있는 과감한 물류투자에 대한 효과는 재무제표가 증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위메프, 티몬의 사정 : 치열한 2위 싸움, 쿠폰이 뭐길래
 
쿠팡이 지난달 14일 오후 전자공시시스템에 실적을 공시하자 위메프와 티몬도 약 두 시간의 간격을 두고 실적을 공시했다. 쿠팡이 1조원이 넘는 매출로 경쟁자 없는 1위를 굳힌 반면 2위, 3위 업체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불과 200억 원의 차이로 위메프가 2위, 티몬이 3위를 차지했다. 그래서인지 티몬은 실적 발표 이후 즉각적으로 위메프가 쿠폰 할인 등 프로모션 비용을 매출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매출 부풀리기’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위메프는 2014년 실적을 발표하면서 타사와 달리 프로모션 비용을 매출에 포함시켰다가 정정한 바 있다.
 
소셜커머스에서 지급하는 할인 쿠폰은 매출액에서 직접 차감하도록 회계기준에서 정하고 있다. 사족을 달아 소셜커머스 업계에 한 가지 팁을 제공하고자 한다. 소셜커머스 업계의 매출액에 영향을 주지 않고 프로모션 행사를 계속 유지하고자 한다면 쿠폰보다는 적립금 형태로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 쿠폰의 경우 사용시점에 매출액에서 사용액을 차감하는 반면 적립금은 예상 사용액만큼 매출액 차감이 아닌 판매비와 관리비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표2 참조)
 
 
위메프와 티몬이 ‘업계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순위 싸움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업계 순위와 추가 투자유치가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매출 규모가 외부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중요 기준 중 하나인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는 업계 1, 2위 업체를 최우선 협상자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소셜커머스 입장에서는 아직까지 투자유치를 위한 매출액 극대화가 최우선 목표인 것을 알 수 있다.
 
외부와 내부의 온도차,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이유
 
기업의 가치평가 관점에서 소셜커머스 업계를 바라보는 외부인과 기업 내부관계자의 시각 차이가 크다. 외부인의 경우 수익성 없는 외형 성장은 곧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러나 내부인의 경우 외형 성장을 위해 계획적으로 수익성을 포기한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는 전통적인 기업가치 평가방법인 DCF(Discounted Cash Flow)법에 익숙한 외부인과 비교적 최근의 모바일 기업가치 평가방법인 CLV(Customer Lifetime Value)법에 익숙한 내부인의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DCF법은 ‘현금흐름할인법’이라고 부르며 기업에서 창출하는 현금흐름을 적정한 할인율로 할인하여 구한 현재가치로 기업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여기에서 기업이 창출하는 현금흐름이란 총현금유입에서 총현금유출을 차감한 순현금유입을 말한다. 순현금유입은 기업이 영업활동을 유지 또는 확대하면서도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한 현금을 의미하며 이를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이라 한다. 따라서 기업의 가치는 미래에 창출될 잉여현금흐름을 자본의 기회비용으로 할인한 현재의 가치로 측정할 수 있다.(주석3 참조) 때문에 외부인의 시각에서는 잉여현금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한 기업이 계속 기업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이며, 기업가치 또한 크지 않다는 의견이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높은 영업 손실은 ‘경영계획에 의한 전략적 투자’이며 기업운영에 큰 지장이 없다”는 공통된 의견을 비치고 있다. 이는 매출 규모, 즉 이용자 수의 증가로 인한 매출액의 증가가 곧 기업가치의 증가라는 모바일 기업가치 평가방법에 의한 상황 인식으로 인한 것인 듯하다.
 
비교적 최근의 기업가치 평가방법인 CLV법은 고객 1명이 창출하는 현금흐름에서 고객의 예상 잔류기간과 고객수를 곱하여 기업의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고객 1명의 유입으로 창출되는 현금을 매년 추정하고, 그 현금들의 현재가치를 모두 합하면 고객 한 명이 창출하는 총 현금흐름이 된다. 고객의 총현금흐름에서 최초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들어간 비용을 차감하면 고객 한 명의 순가치가 된다. CLV법에 따르면 고객수를 늘리고 그 고객이 이탈하지 않고 남아있는 기간을 늘리면 기업가치가 증가하게 된다. 즉 모바일기업의 가치는 이용자의 숫자에 의해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소셜커머스 업체의 파격적인 쿠폰발행과 대규모 광고홍보비의 지출은 고객숫자를 늘리기 위한 전략적 지출이 되는 것이다.
 
진짜 위기는 성장이 정체됐을 때
 
쿠팡의 재무제표 공시 이후 쿠팡의 지금 사업모델로는 길어야 1~2년 존속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올해 영업현금흐름이 (-)5000억 원까지 악화될 수 있으며 재무제표에 계상된 현금성자산 6천 5백억 원과 미국본사에서 송금하지 않은 투자금 4천억 원을 합하면 약 1조 정도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니 대략 존속기간을 2년으로 바라본 분석이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은 너무 단순하다. 실제 회사에 현금이 돌고 있으면 그 회사는 쉽게 망하지 않는다.
 
소셜커머스의 장점은 외상으로 사와서 현금으로 팔 수 있다는 점이다. 재무제표를 통해 매출채권 회전기간과 매입채무 회전기간을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365일을 매출채권 회전율로 나누면 되는데 매출채권 회전율은 매출액을 평균매출채권으로 나누면 구할 수 있다. 이렇게 구한 쿠팡의 2015년도 매출채권 회수기간은 7일이다.
 
같은 방식으로 매입채무 회전기간은 365일을 매입채무 회전율로 나누어 구한다. 매입채무 회전율은 매출원가를 평균매입채무로 나누면 된다. 쿠팡의 2015년 매입채무 지급 기일은 73일이다. 결국 회전율을 구하면 회전 기간을 구할 수 있는 회전율 공식은 매우 간단하다. 분자와 분모가 매번 헷갈리는데 매입채무 회전율의 경우 회전하는 것은 매입채무다. 자동차에서 회전하는 것은 바퀴이고, 바퀴는 아래에 있으니 매입채무가 분모에 오면 되는 것이다.
 
쿠팡의 경우 매출채권회수기간과 매입채무지급기간이 66일 차이난다. 지금 물건을 팔면 7일 후에 대금이 입금되고, 그 물건을 사온 돈은 73일 후에 송금한다는 뜻이다. 즉 약 두 달간 현금을 융통할 수 있다. 매월 매출액이 5% 성장하고 마진율이 1.5%라는 가정 하에 현금흐름을 산출해보면 <표3>과 같다. 6개월 동안 매출 성장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2578억 원 창출된다. 1년 기준으로 본다면 약 3600억 원의 현금이 만들어지게 된다. 마진율을 1.5%로 낮게 잡았지만 작년과 같은 대량의 쿠폰 발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마진율이 상승할 것이므로 현금창출능력이 더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정은 매출액 기준으로 월 5%, 연 70%의 성장을 가정했을 때 가능한 시나리오다. 성장이 멈추게 된다면 매출채권회수기간과 매입채무지급기간의 차이에서 오는 이점을 살릴 수 없다. 때문에 소셜커머스에 진정한 위기가 온다면 그것은 ‘성장이 멈춘 시점’이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제로마진 정책을 써서라도 매출을 늘리는 전략을 쓰고 있는 이유다.
 
 
소셜 3社, 손실보다 성장
 
쿠팡 5261억, 위메프 1445억, 티몬 1452억 원의 당기순손실. 실적만 보자면 매우 처참하다. 하지만 225%, 72%, 24%라는 숫자도 함께 봐야한다. 각사의 성장률이다. 15년도 재무제표는 소셜커머스의 놀라운 성장에 방점이 찍힌 재무제표다. 하지만 높은 비용구조는 지속적으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높은 광고비와 인건비, 쿠폰 비용을 줄이고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아직까지 숫자로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마존의 주가가 월마트를 추월하는 모습을 봤다. 유통공룡들도 이 전쟁에 참전한다고 한다. 공룡들도 생존의 문제를 인식한 것 같다. 더욱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질 예정이다. 이 전투가 끝난다면 기업의 존속에 성장률과 당기순손실 중 어떤 것이 생존에 더 큰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다.
 
* 해당 기사는 CLO 통권 71호(2016년 5월호)에 수록된 기사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이재홍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서 회계감사와 재무자문업무를 수행하였으며, 2012년부터 KEB하나은행 기업컨설팅센터에서 중소기업을 돕기 위한 기업전략수립과 회계, 세무자문(가업승계, 상속세 및 증여세)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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