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김도현의 스타트업명강] 스타트업과 종교

by 김도현

2016년 12월 05일

스타트업과 종교의 상관관계, 왜 힌두교는 창업비율이 낮을까?
 
스타트업 종교 힌두교 인도
 
글. 김도현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여러분이 만난 스타트업 창업자 가운데 유난히 특정 종교를 가진 이가 많다고 느껴본 적은 혹시 없으신지요? 특정 종교를 믿게 되면 창업의지가 불타오르게 된다거나, 혹은 반대로 창업에 무관심해질까요? 뜬금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 애쓰는 연구자들이 있습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주제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있지요. 괴짜들의 노벨상이라고도 불리는 ‘이그노벨상’ 수상목록을 한번 살펴보시면 흥미로울 겁니다.) 
 
사실 이 질문을 처음 시작한 사람은 막스 베버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잘 알려진 대로 그는 직업소명설과 같은 개신교의 윤리관이 부의 축적으로 합리화되어 자본주의를 성장시키는 결정적인 동력이 되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그 뒤 한동안 학자들은 개신교 국가만이 자본주의를 꽃피울 수 있다고 믿기도 했지요. 하지만 일본,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의 사례는 그런 믿음에 균열을 가했습니다. 
 
이러한 학문적인 흐름을 이어받은 학자들 가운데에는 어떤 종교가, 혹은 종교의 어떤 면이 창업활동을 활성화시키는 것인지 꾸준히 탐색한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특정 종교를 믿게 되면 그 종교가 가진 가치관, 그리고 사회적 관계맺음의 방법에 익숙해지게 되고 따라서 사람들이 창업을 바라보는 관점을 다르게 만든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연구 가운데 특히 재미있는 것은, 종교의 전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인도´를 대상으로 한 일련의 연구들입니다. 인도에는 힌두교, 이슬람교, 불교, 그리고 기독교와 자이나교까지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고 있어서 연구자들에게는 아주 적합한 연구대상이 됩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인도를 대상으로 한 논문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기독교와 이슬람교, 그리고 자이나교를 종교로 가지고 있는 이들의 창업비율이 높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인도의 최대종교인 힌두교 신자들의 창업비율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게 나타납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힌두교의 어떤 면이 창업을 가로막는지 이리저리 궁리했습니다. 유일신교와 다신교의 차이에 주목하기도 하고 종교의 지역적 분포를 검토해보기도 했지만, 별 소득은 없었습니다. (창업비율이 다소 높은 자이나교나 불교 역시 유일신교는 아닙니다.)
 
그런데 최근에 나온 연구들을 보면, 힌두교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힌두교도들이 지키는 ´카스트 제도´가 창업을 가로막는 핵심원인이라는 점이 차츰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가장 낮은 계층에 속하는 힌두교도들에게서 극단적으로 낮은 창업 열의가 관측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결과는 꽤 흥미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사실 인도에서는 비힌두교인(예를 들면 기독교인)도 불가촉천민에 준하는 대접을 받습니다. 똑같이 하층계급 대접을 받더라도 기독교인들은 창업열의에 불타는데, 힌두교 하층계급은 창업을 꿈꾸지 않는다는 것은 좀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힌두교 하층계급민들은 어릴 때부터 자신들에게 직업선택권이 없으며 그것이 신의 뜻이라고 교육받는다고 합니다. 이들은 이런 교육을 내면화하면서 자신의 삶을 바꾸는 선택인 창업을 신의 섭리에 반하는 것이라고 믿게되는 것이지요. 반대로 기독교인들은 비록 하층계급 대우를 받더라도 그것이 부당하며 개선해야 할 어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이런 연구들에서 발견되는 것처럼 종교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자신이 겪는 일들을 신의 섭리라고 생각할 때와 그저 스쳐가는 우연이라고 생각할 때 사람의 행동은 적지 않게 달라질 테니까요. 그래서 때로 종교는 보통 사람으로는 할 수 없는 헌신과 몰입의 얼굴로 나타나기도 하고, 반대로 억압과 공포의 상징이 되기도 합니다. 
 
난데없이 종교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은 물론, 최근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뉴스들 때문입니다. 나름 소리 높여 기술혁신과 스타트업에 대해 이야기해 왔다고 생각했지만, 어쩐지 허무하게 느껴집니다. 오늘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보고 있는 뉴스들은 종교와 정치가 한 몸이 되었던, 청동기시대의 역사인 것 같습니다.


김도현

창업과 전략을 공부한 인연으로 스타트업이 바꾸어가는 세상을 관찰합니다. <국민대 창업지원단장, 한국벤처창업학회 명예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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