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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by 김지훈 기자

2017년 03월 03일

청년실업

청년 백수들이 넘쳐난다. 몇 년쯤 취업 못하는 것이 지극히 ‘일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 작년 정부가 추산한 공식적인 청년실업률은 9.8%에 이르러 IMF 이후 최악이다. 경기 불황과 더불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신기술이 일자리에서 노동자를 몰아낼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청년들의 설자리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최근 성장세인 물류시장도 이러한 흐름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작아지는 기회를 잡기 위해, 젊은 ‘물류 마니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향후 산업구조의 변화를 예측하고 성장 가능성 있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다.

 

기자는 최근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는 최석준(27)와 안희영(26)씨, 그리고 한국청년물류포럼(이하 청물포) 회장 이동원씨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청물포는 물류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가진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국내 유일의 청년 물류 연합단체로, 내부 세미나, 외부현장 견학, 공개특강, 물류 토론 등을 진행한다.

한국청년물류포럼

▲‘택배단가 인상’과 ‘수직/수평 계열화 전략’에 대한 토론 중인 청년들

 

고민① 제조기반인가 물류전문인가

 

물류 취업전선에 뛰어든 청년들이 맞닥뜨리는 첫 번째 고민은 제조기업의 물류파트로 들어갈 것인가, 물류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에 들어갈 것인가이다. 제조기업 물류파트에서 일하길 희망하는 최석준씨는 “제조기업은 아무래도 화주 입장이다. 물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물류전문 업체에 비해 보다 안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통 화주는 ‘갑’이고 물류업체는 ‘을’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물류업체보다 제조기업에서 더 많은 인력을 뽑을 것이라는 기대도 최씨가 제조기업 취직을 희망하는 이유다.

 

안희영씨는 “취준생 입장에서는 산업 간 이동이 쉽고 다양한 경험이 가능한 제조 쪽으로 마음이 간다”고 전했다. 청물포 이동원 회장 역시 생산과 영업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궁극적으로 SCM(Supply Chain Management) 전반의 컨설팅 기르기에는 제조기업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CLO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표본: 물류에 관심 있는 청년 36명)에 따르면, 전체 중 51.4%가 제조업체 물류파트에 취업하길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민② 유통과 IT, 숨은 보석인가 그림의 떡인가

 

한편 제조기업과 더불어 유통과 IT 기반 업체에서 물류업무를 하고 싶다고 밝힌 이들도 많았다.(같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통과 IT는 각각 31.4%와 20%로 나타났다.) 이 회장은 “대체로 유통 쪽은 페이도 나쁘지 않을뿐더러 물류 역량이 꽤 좋은 경우도 많다”며 “특히 이마트가 매우 경쟁력 있다고 생각한다. 쓱(SSG) 물류센터와 같은 인프라가 굉장히 잘 구축돼 있다”고 밝혔다. 물류 역량이 좋은 유통업체는 순수 물류 전문 업체보다 더 경쟁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IT업체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최씨는 “그쪽에 관심이 있었는데, IT 기반 업체의 채용정보를 보면 대개 물류가 아니라 IT 기술 전공자를 뽑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회장에 따르면 국내 IT 기반 물류업체는 스타트업이 많은데, 정확한 정보 없이는 취업준비조차 힘들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최씨는 “요즘 트렌드가 워낙 그래서(온라인화) 컴퓨터 관련 공부도 조금 할 생각”이라 밝혔다. 취업준비생들이 갖춰야할 사항들이 더 늘어나는 것이다.

 

고민③ 취업, 무엇이 더 필요한가

 

과거에는 IT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전공과 학점, 영어점수 등으로 대표되는 기본 스펙이 취업 성공의 중요 요소였다. 소위 말하는 ‘몇 대 스펙’이 갖춰진다면 이후에는 자소서와 면접에서 취업 여부가 결정났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안씨는 “요즘 회사에서는 스펙보다 직무경험을 주로 보는 것 같다”며, “작게는 아르바이트부터 인턴, 계약직 같은 경험이 취업에 중요하게 작용되는 것 같아 이와 관련하여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씨와 이 회장에 따르면 주변에서도 직무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는 편이라고 한다.

 

한편 CLO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0%(1위)가 취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인턴 및 알바 경력’을 꼽았다.

 

고민④ 월급보다 더 중요한 것은

 

취업준비생들은 무엇을 보고 회사를 선택할까. 페이(임금)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다. 이 회장은 현대글로비스를 최고의 순수 물류업체로 꼽았는데, 그 이유는 높은 임금 때문이다. 하지만 임금이 동일하다면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 밝혔다.

 

자신의 관심 분야와 회사의 업무가 결합되는지 여부도 페이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 회장은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에서 물량을 많이 가져오기 때문에 자동차 관련 물류밖에 못 할 것 같다”고 우려하며, “생활품 전반에 관한 물류를 하고 싶어 CJ대한통운이나 이마트를 더 선호한다”고 밝혔다.

 

안씨 역시 “페이도 중요하지만 현대글로비스처럼 압도적으로 많이 주는 경우가 아니라면, 개인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는 회사를 선택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 있는 회사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향후 시장 전망도 취업준비생이 회사를 선택할 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가령 최씨는 3D프린터 도입에 따른 시장붕괴를 우려하며 식품 스타트업도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최씨는 “언젠가 3D프린터가 나와서 공산품을 집에서 만들게 될 것”이라며, “그 원재료나 식료품 물류만 살아남을 것 같아 이에 나름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씨는 또한 주변에도 콜드체인(Cold Chain) 물류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더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시장의 가능성도 고려요소다. 글로벌 10대 항만 중 7개가 중국에 자리하고 있을 정도로 현재 중국이 물류 및 해운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안씨는 “중국 이커머스 시장이 급격하게 발전하는 만큼 물동량도 어마어마하다”며, “이를 선점하기 위해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진출하고, CJ대한통운의 경우에도 중국에서 M&A를 진행하며 중국 내 시장 지배력을 키우는 모습”이라 밝혔다. 중국경제통상학을 전공한 안씨 역시 중국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다.

 

고민⑤ 일자리는 좀 있나

 

청년들의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취준생들도 취업이 예전보다 확실히 어려워진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한다. 이 회장은 “현대글로비스만 해도 어느 직무건 경쟁률이 최소 50 대 1이 넘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경기 침체와 함께 물류 노동 시장도 얼어붙은 감이 있다는 것이 전반적인 분위기라는 것이다.

 

더구나 한진해운 사태 이후 해운 쪽으로 취직을 준비하는 사람이 확 줄었다고 한다. 이 회장에 따르면 “예전에는 청물포 한 기수 2~30명 중에 10% 정도는 해운 쪽을 준비했는데, 이번에는 한 명도 없다”고 전했다. 심지어 한진해운 사태 이후 청물포 지원자 수도 많이 줄었다고 한다.

 

최씨는 “한진해운 사태는 정부의 무능함을 보여주기도 한다”며 “얼마나 물류를 간과하고 있는지가 잘 드러났다”고 말했으며, 안씨와 이 회장도 이에 동의했다. 이 회장은 “국가 물류 계획 자체를 세우고는 있지만, 3D프린터 때문에 배송 일감이 많이 줄어들 것이며, 스마트팩토리화가 이루어지면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은 많이 줄어들게 된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 것인지 걱정된다”고 밝혔다.

 

안씨는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점점 위축되고 움츠러든다”며,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 때문에 채용 규모가 점점 줄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씨는 “시기가 어려운 와중에도 취업을 하는 친구와 선배가 있으니 열심히 마인드컨트롤 하면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고. 주요 물류 업체 채용 정보(추후 계속해서 업데이트 할 예정)**

 

현대글로비스, CJ대한통운: 공시 자료 이외 채용 자료는 공개 거부. 공시 자료에는 신규 채용 인원에 대한 정보 없음.

 

한진: 연 60명 내외 채용. 구체적인 자료 없음.

 

대한항공: 항공사 인원은 여객 호조와 신규 항공기 도입, 노선 취항 등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2014-2015년 이후 신규 채용 인원이 늘어난 이유는 공격적인 신규 국제선 취항에 따른 기단 확대로 운항, 객실 승무원은 물론 지원부서 인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구분

2013

2014

2015

2016

2017(계획)

대졸 공채

200명

200명

200명

150명

150명

객식 승무직

800명

600명

900명

900명

870명

 

현대상선: 올해 신입 및 경력 직원 채용 계획: 추가 경력 직원 채용 검토 중이며 인원 및 일정은 아직 미정.

구분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계획)

대졸신입

31

26

11

38

29

0

고졸신입

18

5

0

6

4

9

경력

10

8

2

9

1

58


 



김지훈 기자

CLO 옆동네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과 인권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왠지모를 까리한 느낌을 받아 CLO에 불쑥 합류했는데, 합류 첫달 까대기 현장에 보내더군요.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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