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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편의 구라까이] 그들은 당신의 '진짜' 파트너인가

by 김철민 편집장

2017년 12월 04일

친구, 적

글. 김철민 편집장

 

서부극 걸작 중 <관계의 종말>이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는 오랜 친구였지만 어느 순간 적으로 돌아서버린 한 시대의 두 영웅, 빌리와 팻의 엇갈린 우정을 다룬다. 이 영화가 나왔을 때 이 둘을 가리키는 적절하고도 유명한 문구가 있었다. ‘최고의 적, 치명적인 친구’.

 

물류업계에선 흔히들 물류를 ‘인류(人流)’로 칭한다. 거칠게 말하면 인맥, 좋게 말하면 ‘네트워크’에 의해 돌아간다는 거다. 그렇다. 시간이 흘러도 물류의 변하지 않는 본질은 ‘네트워크’ 사업이라는 거다.

 

최근 30년간 국내외 물류시장의 역사는 기업 간 인수합병(M&A)으로 요약된다. M&A는 네트워크 확대와 매출을 올리는 데 주로 사용됐다. 가령 글로벌 1위 DP DHL(Deutsche Post DHL, 구 독일우체국)그룹은 199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특송회사 DHL의 주식매입을 시작으로 사세 확장에 나섰다. 이 회사는 이듬해 스위스 물류기업 단자스(Danzas)와 미국 항공운송업체 에어본익스프레스(Airborne Express)를 인수했다. 2002년 DHL 지분 100%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한 DP DHL은 2005년 영국의 3PL업체인 엑셀(Exel), 인도 블루다트(Blue Dart Express) 등 공기업 민영화 이후 총 22차례의 M&A를 시도했다. 그 결과, DP DHL은 연매출 73조 원, 직원 수 49만 명(2017년 기준)을 보유한 세계 최대의 물류공룡이 됐다.

 

국내에도 해외업체 M&A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곳이 있다. 얼마 전 베트남 물류기업 제마뎁의 물류·해운 부문을 인수한 CJ대한통운이다. 한계에 봉착한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것이다. 한국처럼 ‘저단가’ 물류 때문에 고민이 많은 옆나라 중국에서도 M&A가 한창이다. 국제물류부터 물류부동산까지 M&A 분야도 다양하다.

 

한편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조직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도 높은 M&A 대신 합작투자법인(JV: Joint Venture)을 설립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일례로 삼성SDS는 작년부터 해외 물류업체와 JV를 적극적으로 설립했고, 이는 곧 삼성SDS 물류BPO의 매출 및 영업이익 증대로 이어졌다. 관계를 맺는 또 다른 방식에는 ‘전략적 투자’라는 것도 있다. 주로 스타트업인 피투자자는 전략적 투자유치를 통해 시장지배 사업자인 전략적 투자자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맺어진 관계는 모두 ‘최고의 적, 치명적인 친구’의 관계와도 같아 언제나 종말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가령 전략적 투자의 경우 모기업의 갑질과 불공정 문화가 투자 담당자의 강직함을 한 순간에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스타트업을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만들기도 한다. JV는 참여 기업 간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완벽히 통제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있다. M&A도 마찬가지다.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물류사업의 특성상 기존 피인수 업체의 영업망이 생각보다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 더욱이 한국계 회사에서 M&A를 하면 인사와 재무를 시작으로 중요 시스템 꼭짓점부터 재편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피인수 회사에 속한 이들에게 불안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영화 <관계의 종말>은 비극으로 끝난다. 현실에선 달라야 하지 않을까. 결국 ‘관점의 차이’가 필요하다. 관계의 결합이 제로섬이 아니라 윈윈이 되려면, 유명한 철학자의 말대로, 파트너를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해야 한다. ‘일단 내 필요부터 채운 뒤 고려할 대상’이 아니라 가치를 공유하는 ‘진짜’ 파트너로 봐야한다. 최고의 적, 치명적인 친구가 아니라 ‘최고의 친구’가 돼야 한다.

 

본지 11월호에서는 최우정 신세계 그룹 전략실 부사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물류센터 자동화의 미래’에 대해서도 다뤘다. 미래 물류센터에서도 마찬가지다. 인간과 기계와의 관계가 종말로 치닫지 않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김철민 편집장

Beyond me(dia), Beyond logistics
김철민의 SCL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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