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송상화의 물류돋보기] 블록체인의 딜레마

by 송상화

2017년 12월 10일

블록체인

 

비트코인의 가격이 620만 원을 넘어섰습니다.(2017년 10월말 기준) 2016년 중순의 가격이 60만 원 수준이니 약 1년 만에 그 가치가 10배로 폭등한 것입니다. 2013년 12월, 가격이 100만 원 수준으로 폭등했다 바로 다시 폭락한 이후 2년간 잠잠하던 비트코인이 본격적으로 확장기에 들어선 셈입니다. 2012년 투자를 고려했던 많은 분들이 지금쯤 아쉬워하며 지금이라도 투자를 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으리라 예상됩니다.

 

이러한 비트코인 열풍은 비트코인을 구현하는 기본 원리인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으로, 블록체인을 실물 경제에 어떻게 응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은 기본적으로 거래장부가 전체 구성원에게 공유되는 ‘분산 장부’의 개념입니다. 과거 은행은 중앙집중형 시스템으로 모든 거래를 특정 장부에 기록하고 이를 중앙에서 관리했습니다. 반면 블록체인은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장부를 복사해서 가지고 있다가,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전체 시스템 내에 존재하는 모든 장부에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러한 분산 시스템의 특성 때문에, 블록체인이 실물경제에 응용될 경우, 특히 물류프로세스나 무역, 공급망에서 기업 간 거래에 적용될 경우 그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즉, 특정 주체가 전체 물류 및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거래를 인증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참여자가 함께 거래 기록을 관리한다는 점이 사람들의 관심을 잡아끄는 것입니다.

 

실제 IBM이 머스크와 함께 했던 해운물류 프로세스에 대한 블록체인 시스템 연구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물류기업, 정보시스템기업, 항만공사, 국책연구원 등이 참여하는 블록체인 실증연구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으로 인해 물류 및 공급망 전체 프로세스가 디지털화되고 모든 거래가 기록되는 미래형 프로세스로 도약할 수 있는 모멘텀이 생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과 관련 프로젝트가 증가하는 다른 한편에서는 블록체인에 너무 과도한 기대를 걸지 말 것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가트너의 블록체인 담당 레이 발데스(Ray Valdes)는 높은 확장성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이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발데스는 현재 이뤄지고 있는 수많은 블록체인 실증연구가 사실은 블록체인 없이도 구현할 수 있는 것들이며, 그 가운데 블록체인의 특성을 제대로 살린 프로젝트는 많지 않다고 역설합니다.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는 블록체인을 오히려 빼는 것이 좋겠다는 농담도 합니다. 그는 블록체인에 대한 경영진의 과도한 기대와 관심이 모든 프로젝트에 블록체인을 언급하게 만들고 있다며, 앞으로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Ethereum) 같은 블록체인 플랫폼보다 조금 더 고도화된 블록체인 플랫폼이 필요할 것이라 말합니다.

 

블록체인의 두 가지 특성

 

그런데 블록체인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의 특성을 면밀히 검토해야만 합니다. 블록체인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분산형 장부 시스템인데, 사실 이는 과거에도 분산형 데이터베이스와 같은 형태로 제안돼 왔습니다.

 

다만 블록체인 시스템이 기존 분산형 데이터베이스와 차별화되는 것은 블록체인이 단순히 동일한 분산 장부를 실시간으로 전체 시스템에 공유하고 업데이트 하는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이 보안성을 강화하기 위한 시스템, 그리고 특정 주체에게 관리되지 않더라도 자율적으로 관리 및 운영되는 시스템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먼저 보안성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블록체인 시스템은 거래 기록의 위변조를 막기 위해 새로운 거래 기록이 들어올 때마다 각각의 거래에 함께 기록돼 있는 암호키를 활용하여 해당 기록이 위변조되었는지 판단합니다. 모든 거래기록에는 암호키가 함께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누군가 거래 내용을 바꾸려 시도하더라도 변조 내역이 암호키와 맞지 않아 위변조 여부가 즉시 판명되는 것입니다.

 

또한 블록체인 시스템은 특정 거래기록이 과거의 거래기록과 일치하는지 시스템에 분산되어 있는 각각의 장부와 대조한 후 전체의 50% 이상이 승인할 때만 거래를 승인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습니다. 누군가 정확하지 않은 거래기록을 전달하려 하면 자신의 장부뿐 아니라 시스템 내 모든 장부를 다 조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트코인의 경우, 이중지불(Double Spending) 문제가 이에 해당합니다. A가 B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잔액 전체를 송금한 후 바로 C에게도 동일 금액을 송금하려 한다면 시스템이 이를 알아채고 막아줄 수 있어야 합니다. 블록체인 시스템에서는 전체 시스템의 승인을 받기 위해 분산 정부를 모두 조작해야 하기 때문에 만약 전체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노드가 엄청나게 많다면 이를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워집니다.

 

다음으로 자율적으로 관리되는 시스템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블록체인은 블록을 마이닝(채굴)하는 과정을 통해 참여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자율적으로 관리되는 시스템을 만들어냈습니다. 가령 비트코인 시스템에서는 거래기록을 일정 주기마다 하나의 블록으로 묶어 분산된 전체 장부에 기록합니다. 거래기록이 블록에 봉인되는 개념인데, 짧은 시간동안 거래된 기록을 블록에 봉인하여 전체 네트워크에 전파하는 것이 바로 블록을 채굴한 결과입니다.

 

참여자(노드)들은 블록을 만들고 인증받기 위해 자체 보유한 컴퓨팅 자원을 활용하여 서로 경쟁을 벌입니다. 블록을 만들어 인증하고 보관, 전파함에 있어 별도의 자원을 할당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참여하는 노드들이 스스로의 자원을 쓰는 것입니다. 비트코인의 경우, 블록을 생성할 때마다 일정 수준의 비트코인을 함께 생성함으로써 블록을 만드는 데 투자한 자원(컴퓨팅 자원을 설치하기 위한 설치비와 이를 운영하기 위한 전기비 등)을 보상합니다. 블록 생성에 따른 이러한 보상이 투자비보다 많으면 더 많은 참여자를 이끌어낼 수 있겠지요. 실제 비트코인 가격의 급등은 비트코인 채굴 과정에 활용되는 그래픽카드가 품절될 정도로 비트코인 채굴에 더 많은 참여자가 뛰어들도록 만들었습니다.

 

요컨대 이와 같은 두 가지 블록체인의 특성이 블록체인을 안전하면서도 효율적이고, 동시에 시스템 유지에 투입되는 비용을 저렴하게 만들었습니다. 과거에는 전체 네트워크를 하나 혹은 소수의 기관이 독점 운영했고, 이에 따라 수수료와 데이터가 특정 관리자에게 집중됐습니다. 그런데 이제 블록체인이 이러한 문제를 모두 해결할 미래의 ‘연결’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더욱이 블록체인 시스템에는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으며, 참여에 따른 인센티브도 제공되기 때문에 시스템에 참여하는 노드가 늘고 시스템은 더욱 안정화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의 다섯 가지 문제

 

하지만 이러한 블록체인의 장점이 때로는 블록체인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는 블록체인이 갖고 있는 여러 문제점 가운데 몇 가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블록을 만들고 인증하는 채굴 과정에 투입되는 자원의 투자 및 운영비가 생각보다 높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물론 블록체인 시스템 운영에 필요한 전체 비용은 과거 중앙집중형 시스템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5년 7월부터 2017년 6월까지의 비트코인 채굴 과정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년간 약 3천억 원 정도의 비용이 채굴에 투입되었고, 채굴 업자는 6천억 원 정도의 보상을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채굴업자가 큰 폭의 보상금을 받았을 수 있었지만, 이와 동시에 채굴에 소요되는 비용도 증가했습니다. 즉, 블록체인 시스템 운영이 공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언젠가 보상이 투자보다 적어지면 채굴에 따른 인센티브가 사라지게 되므로 수수료와 같은 형태의 보상이 별도로 필요해질 것입니다.

 

둘째, 블록체인 시스템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전체 시스템의 규모가 매우 커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블록체인 기반 실물 경제 응용시스템의 다수는 이더리움이나 비트코인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습니다만, 일부는 데이터 보안의 문제나 전체 거래 규모 때문에 개방형 시스템(퍼블릭 블록체인)이 아닌 폐쇄형 시스템(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 테스트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개방형 시스템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때문에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노드가 참여하고 있으나, 폐쇄형 시스템은 일부 기업 혹은 사용자만 참여하기 때문에 시스템의 규모가 작고 시스템의 조작이 일정 부분 가능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폐쇄형 블록체인은 개방형 블록체인과는 다소 다른 형태의 인증 체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검증이 된 개방형 블록체인과 달리 소규모 폐쇄형 블록체인 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셋째, 블록체인 시스템이 대형화될 경우 채굴 및 인증 과정에서 지연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분석 자료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날 수 있으나, 블록체인의 경우 전체 시스템에서 1초에 최대 7개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지만 여러 거래를 포함하는 블록 생성에는 1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생성된 블록과 비트코인의 수가 증가할수록 블록 생성에 필요한 문제의 난이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블록체인 시스템이 커지고 거래가 늘어날수록 블록 생성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는 아주 짧은 시간에 실시간 거래를 처리해야 하는 프로세스에서는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넷째, 블록체인 시스템이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분산 시스템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 설계가 매우 잘 돼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이 분산된 시스템이라 믿고 있지만, 실제 블록 채굴은 중국의 4개 업체에 의해 독점돼 있다는 자료가 있습니다. 블록 채굴 과정에 들어간 투자비, 운영비를 보상해주는 수준을 넘어 어느 정도의 수수료를 제공해야 블록체인 시스템이 자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기 때문에 시스템을 설계할 때에는 이 부분을 항상 고민해야 합니다. 특히 개방형 블록체인이 아니라 폐쇄형 블록체인을 사용한다면 시스템 운영에 참여하는 참여자 간의 수수료 배분 문제를 잘 해결해야만 할 것입니다.

 

다섯째, 데이터의 개방성 문제입니다. 비트코인의 경우 하나의 거래 기록에는 거래 기록의 주소, 암호키와 비트코인 액수를 포함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정보는 전체 블록체인에 텍스트 형태로 저장돼 있어 누구라도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블록체인을 국제 물류 프로세스에 도입한다면, 블록체인 내에 저장된 기록을 블록체인에 참여하는 모든 참여자가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블록체인의 강점이지만, 동시에 참여자들이 참여를 망설이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습니다. 물론 각각의 거래 기록 자체는 거래 기록의 주소, 암호키와 거래 기록으로만 구성되기 때문에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나, 설계 형태에 따라서는 민감한 부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블록체인 도입의 당위성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기술이 지향하는 분산되고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실물경제 지원 프로세스는 충분히 의미 있는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물류 및 공급망의 효율화가 ‘데이터’라는 에너지를 통해 이뤄질 거라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이제 데이터가 석유를 넘어 기계와 산업을 움직이는 주요 에너지원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막상 데이터는 소수 플랫폼을 차지한 기업이 독점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 거대 플랫폼이 실물경제의 데이터를 독점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마저도 독점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개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과는 달리 기업 간 거래를 처리하는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데이터가 특정 플랫폼에 편중되는 것을 매우 경계하고 있습니다. 데이터가 흘러 플랫폼에 집중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데이터가 흐르지 않으면 그것 또한 문제가 됩니다. 딜레마입니다. 여기서 블록체인 시스템 도입의 당위성이 생깁니다. 서로 공유할 수 있고 피해가 되지 않는 데이터가 전체 네트워크에 공평하게 저장될 수 있는 블록체인은 데이터 확보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데이터가 흐르지 않는 산업은 석유 에너지가 고갈된 기계와 마찬가지입니다. 블록체인 시스템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기술 발전이 이를 해결하여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해봅니다.



송상화

한국지역난방공사, 홈플러스그룹, POSCO, CJ대한통운, 현대엠앤소프트 등 제조, 유통, 물류 분야의 기업들과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하였고, 삼성전자, LG전자, CJ제일제당, 한국능률협회컨설팅, 한국생산성본부, 국군수송사령부 등과 함께 SCM 및 물류혁신 관련 교육을 진행하였다. Marquis Who's Who, IBC 등 인명사전 등재 및 논문상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관심분야는 SCM 최적화, 물류 및 유통 혁신, 위치 기반 서비스 및 네비게이션 최적화 등이 있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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