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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롱패딩 신드롬의 속사정

by 양석훈 기자

2018년 0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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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양석훈 기자, 박대헌 기자 

 

2017년 겨울 가장 핫한 패션 아이템을 꼽는다면 무엇일까. 단연 ‘평창 롱패딩’이다. 평창 롱패딩이 그야말로 대란을 일으켰다. 백화점은 평창 롱패딩을 구하기 위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 앞에서 노숙을 한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이뿐 아니다. 3만 장의 마지막 물량까지 동난 뒤에는 중고 물품 거래 사이트에서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평창 롱패딩을 판매한다는 거짓 게시물을 올린 뒤 31명으로부터 74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한 대학생이 붙잡힌 일도 있었다. 이 대학생은 평창 롱패딩의 판매가격인 14만 9천 원보다 5만 1천 원 더 비싼 20만 원에 상품을 판매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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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고 물품 거래 사이트에서 시중 판매가보다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자료: 중고나라)

 

평창 롱패딩 다음은 평창 스니커즈라 한다. ‘평창’이라는 이름을 내건 ‘평창 마케팅’이 한창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평창이라는 이름값에 롱패딩이 빚을 지고 있는 듯도 보인다. 무엇이 이런 해프닝을 만든 것일까. 패션업계 종사자, 평창 롱패딩을 납품한 신성통상, 평창 롱패딩의 유통을 담당한 롯데백화점 관계자로부터 각각 이야기를 들어봤다.

 

왜 ‘롱패딩’인가

 

과거에도 국내에서 열린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있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이 대표적이다. 그때도 ‘Be the Reds’가 가슴팍에 큼지막하게 적힌 붉은악마 티셔츠와 도깨비뿔 모양의 액세서리가 인기였다. 하지만 붉은악마 티셔츠와 액세서리는 응원할 때만 사용되었을 뿐 일상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번 평창 롱패딩의 경우는 달랐다.

 

여성의류쇼핑몰 경영이사이자,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박종윤 아스트라페 대표에 따르면, 평창 롱패딩의 성공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다. 그에 따르면, 평창 롱패딩 등장 이전에 롱패딩이 이미 재작년부터 10대 소비자를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었다. 박 대표는 “재작년과 작년에 상당히 많은 10대 온라인 쇼핑몰들이 롱패딩을 자체 제작하여 판매했다”며 “특히 10대 여성 쇼핑몰에서 롱패딩 수요가 많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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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롱패딩이 그야말로 대란이다.(자료= 강원도청 페이스북)

 

이를 유통 관점에서 보다 자세히 살펴보자. 과거 패션 트렌드는 오프라인 브랜드 업체가 주도했다. 그런데 이러한 경향이 바뀌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특히 10대 쇼핑몰을 중심으로 ‘바이럴 마케팅’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즉,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입소문이 패션 트렌드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요컨대 패션 트렌드의 발생과 전파, 그리고 확산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10대만의 커뮤니티가 존재하고, 그 안에서 한 아이템이 입소문을 타면 유행이 생긴다.

 

게다가 한국은 ‘교복 문화’가 있다. 교복이 가진 기능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겨울 아우터의 기능성은 중요하게 고려된다. 학생들에게 머리부터 발목까지 덮어주는 롱패딩만큼 기능적으로 뛰어난 아우터는 없다. 이와 더불어, 현재 롱패딩 시장엔 한때 ‘등골 브레이커’로 불리던 ‘노스페이스’처럼 시장을 선도하는 ‘값비싼’ 브랜드도 없는 상황이다. 즉 롱패딩은 기능성은 (거의) 완벽한데 가격은 합리적이다. 롱패딩이 재작년부터 10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게 된 배경이다.

 

박 대표에 따르면 패션 트렌드는 통상 3년 주기에 따라 바뀐다. 재작년부터 시작된 롱패딩 유행이 올해 정점에 이를 것이란 것을 많은 패션 업체가 예측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박 대표는 “평창 롱패딩이 나오기 전에 많은 소호몰이 롱패딩의 생산을 다 끝내 놓았다”며 “특히 동대문의 생산전문회사는 이번 겨울 시즌 전에 중국에서 다양한 형태와 품질의 롱패딩을 준비해뒀다”고 전했다.

 

이러한 흐름에 ‘평창’이라는 절묘한 마케팅이 더해졌다. 원래 롱패딩은 스포츠 선수가 벤치에서 입는 의상을 모티브로 한다. 이러한 롱패딩의 성격과 평창올림픽이라는 스포츠 축제가 보기 좋게 맞아 떨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10대에서 유행하던 것이 남녀노소 전 세대로 확장될 수 있었다. 평창 롱패딩과 붉은 악마 티셔츠의 차이가 여기에 있다. ‘평창 롱패딩 신드롬’은 온라인 채널의 성장으로 ‘아래서부터’ 발생한 유행의 흐름이 전 세대로 확산된 결과다. 즉 평창 롱패딩은 롱패딩의 유행이라는 흐름을 잘 타고 물살의 가장 높은 곳에 오른 것이다.

 

왜 ‘평창’인가

 

박 대표는 “올해는 (패션 업체가) 롱패딩으로 가는 게 맞는 상황이었는데 그 와중에 평창이라는 말이 붙었고, 마침 그 제품이 기존 브랜드보다 가격이 합리적이라 더 뜬 것”이라고 평창 롱패딩이 유행한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많은 언론이 평창 롱패딩에 ‘가성비가 우수한’, ‘거품을 뺀’, ‘착한 가격’ 등의 수식어를 달았다. 납품업체인 신성통상 염태순 대표 역시 자사가 책정한 제품의 가격이 ‘비정상의 정상화’라 강조하기도 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는 가격과 성능이라는 단어로 구성돼 있다. 우선 성능을 먼저 살펴보자. 옷의 성능(퀄리티)은 무게감(얼마나 봉제를 가볍게 할 수 있는지), 충전재(거위털과 오리털 등의 비율이 어떠한지)의 함량비 등에 따라 결정되는데, 이러한 성능을 높이는 데는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평창 롱패딩의 납품업체인 신성통상은 ‘탑텐’, ‘지오지아’, ‘올젠’, ‘폴햄’ 등의 유명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으로서 오랫동안 해당 분야에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그 다음 가격이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평창 롱패딩의 성공이 높은 가성비 혹은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 시장에 강하게 불어닥친 롱패딩 트렌드, 평창 동계올림픽에 어떻게든 기여하고자 하는 국민 심리, 한정판이라는 구매 유인, 심플한 제품 디자인과 레터링 등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 것으로 파악한다면서도, 그중에서 가성비와 가심비가 소비자들의 심리를 강하게 자극한 것 같다고 전했다.

 

신성통상 관계자에 따르면, 신성통상의 체계적이고 계열화된 소싱 및 생산 시스템이 원가 경쟁력 강화의 핵심이다. 우선 신성통상은 원자재와 부자재를 통합 소싱함으로써 구매력(Buying Power)을 극대화 한다. 즉 가격 협상력을 높여 원가를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 또한 신성통상은 해외에 봉제 공장을 직접 운용함으로써 봉제공임(공정당 비용)을 절감하였을 뿐 아니라 철저한 품질관리도 할 수 있었다. 끝으로 신성통상은 수십 년간 진행한 의류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제조업자 개발생산 방식) 수출 노하우를 바탕으로 생산 관리력을 끌어 올릴 수 있었다.

 

여기에 유통 구조를 단순화해 유통비를 크게 낮춘 것도 가성비 향상에 기여했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신성통상과 롯데가 올초부터 평창 롱패딩을 철저하게 기획한 덕분에 3만 장의 롱패딩을 빠르게 판매할 수 있었다”며 “아우터 단일 품목 3만 장은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 역시 평창 롱패딩의 성공 요인으로 ‘사전 기획’을 꼽았다. 롯데백화점은 2017년 5월 ‘2018 평창올림픽 총괄 라이선싱 사업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롯데백화점 관계자에 따르면, 롯대백화점은 2016년 12월부터 상품 본부 라이선스 팀을 꾸렸다. 그렇게 상품을 내놓기 1년 전부터 준비를 시작한 결과 가격을 낮추고 품질은 높일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이러한 결과 2017년 11월, 거위솜털과 깃털 비율이 8:2에 충전량이 400g인 평창 롱패딩이 14만 9천 원이라는 가격에 탄생할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애초 마진을 낮게 잡은 것 역시 평창 롱패딩이 인기를 얻은 비결이라 전했다. 애초 상품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념하고 홍보’하려는 목적으로 제작된 것이기 때문에 마진을 낮게 잡았다는 설명이다.

 

평창마케팅의 결말은

 

정리해보자면 평창 롱패딩은 이미 10대가 만들어 놓은 ‘롱패딩’이라는 유행에 적절한 마케팅, 적절한 이벤트, 적절한 상품이 들어감으로써 남녀노소 모두에게 크게 사랑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평창 롱패딩 신드롬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누군가는 날씨와의 상관관계를 말한다. 해마다 최저 기온을 경신하고 있고, 올해만 하더라도 11월 전국 평균기온이 6.8도로 평년(7.6도)보다 0.8도나 더 낮은 상황에서 롱패딩 없이 겨울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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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식간에 매진된 평창 롱패딩

 

또 다른 누군가는 ‘굿즈’ 산업의 확산을 그 성공 비결로 꼽는다. 어른들이 캐릭터화된 상품을 소유하려는 ‘키덜트 문화’의 성장과 ‘팬덤 문화’의 저변이 확대됨에 따라 굿즈 산업이 성장하고 있고, 이러한 흐름이 평창 롱패딩의 성공에도 기여했다는 거다. 원인이 이처럼 복잡하니 다양한 분석과 말이 나오는 것일 테다.

 

분명한 것은 평창 롱패딩 신드롬이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는 것이다. 이제 평창 롱패딩의 바통을 이제 평창 스니커즈가 이어 받는다. 평창 스니커즈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그것이 만들어낼 새로운 이야기들이 기대된다.

 



양석훈 기자

따봉충이 되고자 합니다. 단 하나의 따봉(좋아요)이라도 더 받기 위해 공부합니다. (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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