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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부터 파리까지', 철마가 달린다면

by 신준혁 기자

2018년 02월 16일

대륙철도의 장벽 '북한', 평창올림픽으로 물꼬 트나

광명시, 광명-파리 유라시아 철도 티켓 판매 "남북 철길 염원 담아"

▲유라시아 철도망

 

“중유럽과 동유럽을 지배하는 자가 심장부를 지배한다. 심장부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섬을 지배한다. 세계섬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유라시아’라는 개념을 처음 제안한 지리학자 핼퍼드 존 매킨더(Halford John Mackinder)의 주장이다.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대표적인 운송수단은 ‘철도’다. 그러나 한국에게 있어 유라시아 철도를 활용한 대륙물류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다가왔다. 대륙으로 연결되는 육로를 막고 있는 북한으로 인해서다.

 

단절된 육로를 연결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오래전부터 계속됐다. 그러나 ‘지속성’ 측면에서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과거 김대중 정부는 ‘6·15 남북한 상호 경제협력 공동선언문’을 통해 한반도 종단 열차를 다시 운행한다고 선언했다. 이후 2007년 12월 경의선 운행을 개시했지만,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으로 1년 만에 운행을 중단했다.

 

정부는 2015년 한반도 종단열차 시범운행 사업을 시행하기도 했다. 이 사업은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철로의 기반시설 공사를 목표했지만, 현재 군사분계선 이남의 파주 도라산역까지만 운행하고 있다.

 

평창올림픽, '대륙 가는 길' 트나

 

다시 한 번 대륙철도 연결의 목소리가 나타나고 있다. 평창 올림픽을 통해 얼어 붙어있던 남북 관계에 해빙기가 찾아온 상황에서,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수단으로 남북 상호이익을 만들 수 있는 철도 사업 확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광명시는 KTX광명역을 유라시아철도의 출발역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으로 사업개발에 착수하고 있다. 북한 개성-평양-신의주 철도 노선과 이어지는 중국의 단둥시와 교류협약을 맺었다. 마찬가지로 북한 나진-선봉과 이어지는 중국 훈춘시, 러시아 하산과 경제우호교류 협약을 체결했다.

▲ 중국 훈춘(琿春) 시. 중국, 러시아, 북한의 접경 위치에 있어 대륙연계 철도물류 거점으로 꼽힌다.

 

광명시는 이와 함께 남북관계가 개선돼 남북을 잇는 철길이 열리길 기대하는 메시지를 담아 유라시아 철도 승차권을 판매하고 있다. 이 승차권에는 광명에서 파리로 가는 2022년 1월 1일 00:07 발차(01열차 01호차 001석)가 표기돼있다. 

▲ 유라시아 횡단철도 표(출처: 광명시). 금액은 73만 4,000원로 표기돼있지만 실제 티켓은 무료(홍보 목적)다. 현재 광명시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와 함께 동해선 철도 연결사업(강릉-제천리 구간)을 진행하고 있는 희망래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를 통해 “우리는 민간 부분에서 (북방 철송 연결에)힘을 보태고자 출범했으며 침목, 자갈, 전력 등 철도 인프라 보수를 위한 기부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며 “민간 교류가 남북대화까지 확대되면 북방 경제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 말했다.

 

복합운송의 대안을 넘어

 

현재 남북을 연결하는 철도는 총 4개의 노선이 있다. 경의선, 동해선, 경원선 그리고 금강산선이다. 북한 내에선 금강산청년선, 강원선, 평양과 나진을 잇는 평라선이 있다. 나진은 러시아와 접경한 항구도시이며 경제특구로 지정되었다. 유라시아 대륙으로 보면 중국, 몽골, 러시아, 유럽을 통과하는 철도는 TCR(중국횡단철도), TSR(시베리아횡단철도), TMGR(몽골통과철도), TMR(만주횡단철도)이 있다.

 

만약 경의선이 보수되어 신의주까지 이어진다면 대륙철도와 연계하여 한국에서 유라시아까지의 물류가 가능해진다. 연결점의 중심에 있는 북한의 마음만 움직일 수 있다면, 한국-유럽 대륙철도 구상 또한 허상은 아니다.

 

한편, 해상철도 복합운송은 육로가 막혀 있는 현시점 유라시아 대륙철도를 이용할 수 있는 대안이 된다. 유라시아 대륙철도와 연결돼있는 항만거점까지 화물을 운송하고, 이후 선박 환적을 통해 최종 목적지까지 배송하는 방법이다.

 

BMW는 지난해 5월 경기 안성시에 BMW 부품물류센터(Regional Distribution Center)를 열었다. 이어 BMW는 철도를 통해 독일-러시아-중국 다롄까지 부품을 나르고, 다롄에서 부산까지 해상운송, 이후 다시 육로를 통해 안성 물류센터까지 전달되는 방식을 테스트했다. 이를 통해 물류 리드타임은 기존 해상운송(50일) 대비 절반 수준인 26일로 줄어들었다.

 

BMW그룹코리아 김효준 사장은 “2019년 유라시아 철도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철도를 이용해 독일부터 러시아,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부품이 공급될 것”이라며 “언젠가는 북한(육로)을 통해서 부품을 조달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신준혁 기자

시류(時流)와 물류(物流). 흐름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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