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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7년, '일본산 수산물'에 밥상 불안 여전

by 신준혁 기자

2018년 04월 02일

한국, WTO 2차심 패소 시 수입금지조치 철회해야

샘플 조사의 한계, 판매 현장 원산지 표시 미흡···먹거리 불안 여전 

WTO, 방사능, 수산물, 유통, 안전, 식품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와 관련,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 요청을 할 수 있는 기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한국이 최종심에서 패소하게 되면 빠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포함해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을 규제를 할 수 없게 된다.

 

WTO, “한국의 일본 수산물 수입금지는 국제협정 위반”

 

2011년 3월, 일본 열도 동북부 지역에서 리히터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후쿠시마 제 1원전이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났고, 다량의 방사능이 유출됐다. 유출된 방사능은 후쿠시마뿐만 아니라 도쿄 등 주변 지역으로까지 퍼져 농·수산물을 오염시켰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한국 국민들의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대한 불안감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세계무역기구(WTO)가 “한국 정부가 후쿠시마 주변 8개 현 수산물 수입을 금지한 조치는 WTO 협정에 어긋난다”며 1심 패소 판정을 내렸다.

 

소송 결과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동일본 대지진 당시 방사능 유출 직후 취한 ‘초기단계 수입금지’는 정당했지만, 지속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국제협정 위반사항이다. WTO는 이에 대해 “특히, 한국의 수입규제 조치는 WTO 위생 및 식물위생(SPS 협정)과 무역제한성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패소 판정이 내려진 직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이하 ‘협의회’)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국가 간 무역 분쟁을 해결하는 논리로 판단하는 재판에 맡길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안전하다’는 정부의 판단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산 수산물을 허용하는 WTO의 판결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로 국가의 주권을 침해하는 월권적 행위이다”라고 밝혔다.

 

일본산 수산물이 국내로 들어올 때

 

그렇다면 현재 일본산 수산물은 어떤 절차를 걸쳐 국내로 들어오고 있을까. 앞서 언급된 것처럼 한국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 직후, 후쿠시마를 비롯해 주변 8개현에서 생산된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일본산 식품은 일본 현지에서 수출하기 전에 방사능(세슘) 함유 여부를 검사하고, 일본 정부가 발행한 생산지증명서와 검사증명서를 구비해야 한다. 

 

식약처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로 들어오는 일본산 수산물은 세슘 기준 100베크렐(1kg당) 이하인 것만 통관이 허용된다. 기타 국가에서 들어오는 수산물의 세슘 기준이 370베크렐(1kg당)인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엄격한 수치다. 식약처 측은 현재 검사 결과 방사능 발견 내용을 포함한 처리 결과를 공개한다. 

 

또한, 일본산 식품에 대해 방사능 검사증명서를 요구하는 24개 국가 중 한국 정부만 유일하게 세슘이 미량 발견되면 스트론튬, 플루토늄 등 기타 핵종에 대해서도 추가 증명서를 요구하며 비교적 ‘까다롭게’ 검사한다는 설명이다. 만약 일본 측이 증명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해당 식품은 전량 반송조치 된다.

 

식약처가 공개한 '일본산 수산물 방사능 검사결과'(2011.3.14.∼2018.3.22.)에 따르면, 해당 기간 동안 검사를 진행한 샘플 중  4만 2,065건은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았고, 미량 검출된 131건은 추가 증명서 확인 이후 통관됐으며, 5건은 일본으로 반송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일본산 수입품이 아닌 국내 연안에서 잡힌 수산물은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이 검사한다. 전국 지원에서 샘플을 보내면 부산과 인천에 있는 관리원에서 보고서를 작성한다. 결과에 따라 부적합품은 전량 폐기되거나 출하가 연기된다.

 

샘플링 검사의 한계, 원산지 세탁 위험 있어

 

앞서 언급된 것처럼, 수입품에 대한 방사능 검사는 물량이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샘플 검사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전수 조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여전히 불안감이 남는다. 

 

실제로 샘플링 검사를 악용한 사례가 실제로 일어나기도 했다. 작년 11월,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식품위생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산물 수입업자와 유통업자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입건된 업자들은 2014년부터 1년여 동안 후쿠시마에서 어획된 수산물을 '홋카이도'에서 어획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국내에 판매·유통한 혐의였다.

 

당시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이들은 일본에서 수출 수산물 샘플에 대한 방사능검사만 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서류상으로만 검토하고 있고, 원산지 세탁의 경우 수입 당국이 이동경로에 대한 현장 확인을 일일이 할 수 없는 점을 악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제각각인 원산지 표시, 소비자 혼란 초래해

 

통관 과정에서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았더라도 시중에 일본산 수산물이 유통될 때 원산지 표시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기자가 직접 서울과 경기 일대 수산물 시장을 둘러본 결과, 원산지 자체를 표시하지 않은 업체가 다수 있었다. 복수의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에서 잡힌 몇 가지 어획 품종이 수산시장에서 팔리고 있었다.

 

하지만 소비자가 한 눈에 이를 알기는 어려웠다. 원산지를 묻는 질문에는 '일본산'이라고 대답했지만, 묻지 않는 경우에는 굳이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다수였다. 이 외에 하나의 수족관 안에 있는 모든 어종을 표시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원산지 표기법에 따르면, ‘원산지 표시판’은 크기가 가로와 세로가 29cm×42cm 이상으로 제작해야 한다. 또한, 글자 크기는 60포인트 이상으로, 소비자가 잘 볼 수 있는 위치에 표시판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식당마다 메뉴판에 표기하거나, 문 앞에 작게 설치하는 등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원산지 표기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소비자가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원산지를 구별하기 힘들고 의식하지 못한 채 일본산 수산물을 섭취할 수도 있게 된다.

WTO, 방사능, 수산물, 유통, 안전, 식품

정부 “즉각 상소”, 시민단체 “국민들에 알려야”

 

WTO는 무역 분쟁에 대한 판결을 2차까지만 진행한다. 1차 결정이 내려진 후 한일 양국은 패널 보고서를 회람하고 60일 내에 상소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올해 4월 말까지 상소 내용과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WTO는 상소 제기 후 원칙적으로 3개월 이내에 심판결과를 도출한다. 만약 한국이 2차심에서까지 패소하게 되면, 사실상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비롯한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을 규제를 할 수 없다. 2차 결과의 이행 시기는 양국 간 조율하여 최대 15개월까지 유예할 수 있다.

 

즉, 한국이 최종심에서 패소하게 되면, 빠르면 내년 후반기에 수입 금지 조치가 철회될 수 있는 것이다. WTO 권고 사항은 법적 강제성이 없지만 이를 무시할 경우, 일본은 무역 손해공고를 청구하거나 경제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즉각 상소한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분쟁해결 절차에 따라 상소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각 부처는 "수입 및 유통단계에서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며 "방사능 오염식품이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일이 없도록 안전성 확보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준혁 기자

시류(時流)와 물류(物流). 흐름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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