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5G가 몰고 올 이커머스의 가까운 미래

by 박찬재

2018년 04월 19일

구매, 배송, 결제, 소비자… 그리고 물류 영역에서의 변화

통신기술, 결제기술, 유통기술… ‘물류’ 뒷받침돼야 발전

 

 

Idea in Brief

LTE보다 50배 빠르다고 하는 5G. 항간에는 5G를 보고 “굳이 내 핸드폰이 50배나 빨라질 필요가 있냐”고 부정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3G에서 LTE로 넘어갈 때도 사람들은 같은 의문을 갖고 있었다. 그 결과는 어땠는가. 온라인은 ‘모바일’로 그 영토를 확장했고, 다양한 신규 비즈니스를 잉태했다. 5G도 그렇다. ‘구매’, ‘결제’, ‘주문’, ‘배송’, ‘소비자’까지. 5G가 몰고 올 거대한 이커머스판의 거대한 변화를 미리 본다. 아, 물론 마지막에 ‘물류’를 빼놓진 않았다.

 

각종 첨단 기술을 선보이며, ICT 강국의 면모를 과시했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개막식의 막바지에는 1,200명의 평창 주민들이 함께 나와 ‘평화의 비둘기 공연’을 선보였다. 평창 주민들이 든 1,200개의 LED 촛불로 만든 비둘기는 마치 한 사람이 조종하는 것처럼 완벽한 싱크로율을 선보여 보는 이들의 눈을 의심케 했다. 이 공연은 KT 주도로 선보인 5G 기술을 활용한 것이며, 모든 LED 촛불의 밝기와 동작은 실시간으로 제어됐다.

 

굳이 핸드폰이 50배 빨라야돼?

 

LTE보다 50배 빠르다고 하는 5G(5 Generation)의 도래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직 LTE 투자비용도 회수하지 못한 통신사들은 지난해 하반기 이미 일부 지역에서 5G 시범 운영을 마치고 본격적인 서비스 도입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많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의문을 품는다. ‘내 핸드폰이 굳이 50배나 빨라질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기억하자. 3G에서 LTE로 넘어갈 때도 사람들은 같은 의문을 갖고 있었다. 3분 이상 걸리던 동영상 스트리밍을 3초에 볼 수 있다면 ‘조금 더’ 편리해지겠지만, 굳이 3G를 이용하면서 치명적인 불편함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때문에 LTE는 그저 사치스러운 기술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5G 실현에 필요한 기술(자료: KT)

 

그 결과는 어땠을까. 대표적으로 방송환경이 급변했다. 사람들이 TV로만 보던 방송을 ‘모바일 스트리밍’으로 보기 시작했다. 아프리카TV와 유투브를 필두로 1인 방송이 쏟아졌다. 방송 제작환경, 콘텐츠, 광고시장까지. 산업 전반이 뒤집혔다. 그밖에도 우리가 모바일 환경 변화로 인해 지난 5~8년 동안 겪었던 엄청난 변화들은 굳이 일일이 나열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5G 또한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4G라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우리들은 어마어마한 변화를 목도할 것이다. 그 변화는 크게 5개로 나뉜다.

 

구매: VR·AR 커머스의 도래

 

LTE 시대에 가장 두드러진 쇼핑의 변화는 단연 ‘모바일’이었다. 물론 다양한 요인들이 있겠지만, 모바일에서 영상을 보고 쇼핑하는 ‘V커머스’가 한 몫 했다고 할 수 있다. 1인 콘텐츠 제작자들이 솔직한 구매후기를 영상으로 남기기도 하고, 다소 자극적인 영상들이 SNS 담벼락을 채우며 구매를 자극하기도 했다. 모바일 환경에 친숙한 10~20대가 주 고객이었으며, 기성세대의 TV홈쇼핑이 모바일로 옮겨진 것이라 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5G’ 시대의 쇼핑 콘텐츠는 어떤 것으로 채워질까. 가장 먼저 5G의 압도적인 속도를 통해, 사물인터넷, VR, AR을 활용한 커머스 환경의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지난 기고에서도 언급했지만,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넘어서는데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구매경험’이다.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직접 시착해보거나 만져보는 경험을 온라인에서 구현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5G를 통한 AR, VR 구현으로 최대한 실체와 가까운 형태로 사물을 느낄 수 있게 된다. 5G 시대의 구매자들은 의류를 본인 체형에 맞춰보거나 실물의 정확한 사이즈를 살펴볼 수 있다. 쇼핑몰 모델들이 옷을 입은 화면을 VR을 통해 다각도로 돌려 보면서 각종 보정이나 체형 차이에 의한 구매 불안 요소를 없앨 수도 있겠다.

 

VR, AR을 활용한 쇼핑 콘텐츠는 비단 의류 쇼핑에 국한되지 않는다. 5G 시대의 미래를 상상해보자. 가상현실을 통해 인플루언서의 화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본인도 모르게 구매를 결정한다. 증강현실을 이용해 인테리어 상품을 자신의 방에 미리 배치해본다. 이 모든 시나리오, 그 이상을 가능하게 할 기술이 다가온다.

 

과거 우리는 1인 미디어의 등장을 예측하지 못했다. 그처럼 지금은 상상도 못할 다양한 콘텐츠들이 5G 시대의 도래와 함께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자연스럽게 온라인 쇼핑의 총량은 오프라인의 영역을 넘나들며 지속적으로 확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결제: 단순함은 궁극의 복잡함이다

 

만약 VR과 AR을 통한 경험으로 구매를 결정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결제창을 열고 결제가 될 때까지 여러 번의 절차(가령 액티브데스크톱이라던가)를 거친다면 구매 경험과 결제 경험의 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쇼핑 환경에서도 적지 않은 비율의 구매자들이 ‘결제의 불편함’으로 이탈하고 있다. 대기업, 스타트업 할 것 없이 결제 화면, 결제 버튼 하나를 줄이기 위해 혈안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동안 보안이나 호환성을 명목으로 계속 늘어나기만 했던 결제 화면이 결국 고객경험(UX)에 따라 빠르게 단순해지고 있다.

 

하지만 결제의 혁신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마치 오프라인에 있는 것과 같은 실감나는 쇼핑 경험은 ‘거의 없는 것과 같은’ 결제 경험을 통해 완성될 것이다. 이미 상용화되어 있는 홍채 인식, 안면 인식은 물론이거니와 앞으로 결제를 단순하게 하기 위한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할 것으로 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단순함은 궁극의 복잡함”이라 하지 않았던가.

 

주문: 보이스 퍼스트 패러다임

 

아마존의 ‘에코’를 언론으로 접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국내에서도 카카오, 네이버 등 IT업체들이 앞다투며 인공지능 스피커를 내놓고 있다. 직접 이 스피커를 사용해보면 몇 마디의 목소리로 음악을 재생하거나 택시를 잡는 것이 얼마나 편리한 경험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음성인식 기반 스피커의 본질 중 하나는 ‘선택의 이양’에 있다고 생각한다. 핸드폰을 켜고 음악 어플을 열어 가수 ‘A’의 신곡 앨범 B를 검색하는 대신, ‘신나는 음악 들려줘’, ’비오는 날 듣기 좋은 음악 들려줘’ 라고 스피커에 이야기하는 것이 점점 더 익숙해지고 편리해지는 것이다.

 

▲아마존의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

 

아마존은 이러한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에 쇼핑 기능을 넣어,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미국 소비자들은 처음에는 ‘최저가 검색’을 하지 않고 에코를 통해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불안해했지만, 아마존이 스피커를 통한 구매에 큰 할인폭을 적용하면서 소비자들은 마음놓고 에코를 통해 상품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다른 예로 아마존의 ‘대쉬버튼’ 또한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가령 세탁기 옆에 ‘세탁세제’ 버튼을 붙여놓고 필요할 때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아마존에 주문이 들어간다.

 

국내에서도 조만간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한 쇼핑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한 구매는 ‘온라인’의 형태를 띨까, ‘오프라인’의 형태를 띨까.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IT업체일까, 이커머스업체일까. 기존의 경계가 완벽하게 무색해지는 시점이 올 것이다.

 

배송: 당일을 넘어 실시간으로

 

5G와 관련된 ‘규격 선점 경쟁’이나 ‘주파수 변조기술 QAM’ 등의 기술적인 설명은 하지 않겠다.(사실 못한다.) 하지만, 데이터들의 왕복시간(RTT)은 5G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 꼭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5G에서는 ‘RTT’, 즉 지연시간이 실시간에 가깝게 줄어든다.

 

가령, 자율주행차를 LTE로 운영할 경우 응답속도가 0.03초 정도로써, 시속 100km로 달리는 차량이 사고를 인식할 경우 1m 이상 전진하고 나서 멈출 수밖에 없어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5G로 자율주행차를 운영한다면 지연시간이 0.001초 이하로 낮아지므로, 사고를 인지한 후 약 3cm의 오차로 차량을 제동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지연시간 단축은 자율주행차뿐 아니라 드론의 운행도 더욱 빠르고 정교하게 만들어준다.

 

즉, 무인운송의 여건이 마련된다. 물론 자율주행차, 드론 등을 활용한 무인운송은 한국의 지형과 아파트 방식의 주거환경 때문에 도입이 요원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긴 하지만, 일부 지역이라도 상용화되는 것을 상상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주문부터, 풀필먼트, 운송까지 완료되는 시점이 훨씬 앞당겨질 것이다. 무인 운송수단을 통해 결제 이후의 모든 과정이 자동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5G는 자율주행차 등 무인물류를 위한 기반기술이 된다.

 

현재 대형물류센터에서 어떻게 빠르게 운송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면, 미래에는 머신러닝을 통해 제품수요를 미리 예측하고 고객들이 주문하기도 전에 주거지역 인근에 안전재고를 비치하는 시스템을 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아마존은 이와 유사한 특허를 한참 전에 확보하기도 했다.

 

물론 그 품목이 소수의 생활용품으로 한정된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다루는 품목의 범위도 점차 확대될 것이다. 그럴 경우, 최종고객(End User)이 결제를 하고 제품을 수령하는 것이 거의 실시간에 가깝도록 구현될 것이다. 소유의 적시성이 극대화되고, 이것은 또 다시 온라인 쇼핑이 오프라인 쇼핑을 무력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소비자: 온디맨드 SKU의 시대

 

이커머스와 수많은 SKU(Mass SKU)는 필연적인 관계다. 기존 오프라인 유통망을 수직계열화하고 적은 SKU의 제품을 만들던 대기업의 방식과는 궤를 달리한다. 소비자들의 소득이 늘어나면서 수요는 점차 세분화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가오는 5G 시대,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숫자의 품종으로 제품이 만들어질 것이 예상된다. 화장품 스타트업 ‘먼슬리코스메틱’이나 ‘톤28’과 같은 브랜드들의 경우, 개인의 피부상태에 맞춰서 제품을 조합해주는 ‘맞춤형 화장품’을 제조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들이 성공을 이루자 최근에는 대형 화장품 브랜드들도 ‘맞춤형 화장품’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이들 업체가 온디맨드 서비스가 가능한 이유는 고객의 피부측정 결과를 시스템 안에서 관리하고 업데이트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품질이 상향평준화 된 상황에서 제조업이 경쟁할 수 있는 방법은 제품을 좀 더 잘게 쪼개어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모바일 쇼핑이 극대화되면서 이러한 추세도 지속적으로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물류

 

지금까지 살펴본 변화들 이외에도 폭발적인 통신 속도 증가와 지연시간 단축은 이커머스에 엄청난 변화를 야기할 것이다. 그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방법일수도 있고, 혹은 익숙한 방식에서 양만 늘어나는 것이 될 수도 있겠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또 있다. 아무리 이커머스 시장이 커진다하더라도, 그에 걸맞은 물류 서비스나 전문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반쪽짜리 혁신에 그칠 것이라는 점이다. 통신기술, 결제기술, 유통기술과 마찬가지로 물류기술도 함께 성장해줘야만 이커머스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커머스와 연관된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물류’에 대해 하루빨리 진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찬재

성균관대학교에서 무역 및 외국어를 전공하였으며, 2012년부터 두손컴퍼니의 대표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2015년 풀필먼트 서비스 '품고(poomgo)'를 런칭하여, 지금까지 100곳 이상의 이커머스 셀러들, 15,000종 이상의 제품들에 대한 물류를 수행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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