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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의 원조 '야쿠르트 아줌마', 그녀를 만나다

by 신승윤 기자

2018년 08월 03일

첫 만남

 

숨을 쉬기도 힘들 정도로 더운 요즘, 어김없이 새벽잠을 설쳤다. 에어컨을 켰다 껐다, 한바탕 모기사냥을 하고나면 어느새 출근시간이더라. 그나마 샤워하는 시간은 기분이라도 좋다. 샴푸냄새 풍기며 집밖으로 한 발짝 현관을 나서는 순간, 뜨거운 공기가 한 움큼 목구멍을 헤집고 나면 생의 의욕은 수직하강하고 만다. 땀과 졸음이 꽉 들어찬 만원 지하철을 떠올리기만 해도 손이 떨린다.

 

그러던 중 그녀를 만난 것이다. 반복되는 출근길 가운데 몇 번이고 마주쳤겠으나. 잘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익숙한 그녀였다. 그런 그녀에게 이번에는 직접 말을 걸어보았다. 거짓말 보태지 않고 낯선 여인에게, 이렇게 길 위에서 말 걸어보기는 생전 처음이었다. 타오르는 갈증과 쑥스러움을 참아가며 그녀를 향해 다가가니, 그녀가 방긋 웃으며 맞이한다.

“어떤 거 드릴까요?”

“위… 위에 좋은 야쿠르트 있나요?”

 

그 맛을 한참동안이나 잊을 수 없었다. 무더위 가운데 송골송골 맺힌 차가운 물방울들. 그 야쿠르트 병을 잡는 순간, 서늘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는 것이 사막 가운데 오아시스가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달달하면서도 조금은 걸쭉한 것이 좋은 목 넘김이다. 그 맛을 다시 느끼려 다음날 같은 장소를 찾았으나, 그녀는 거기 없었다. 어찌된 일인가. 야쿠르트 아줌마. 어디계세요.

 

추적하다

 

오전 배달이 주된 업무인 그녀들을 매번 같은 장소, 정확한 시간에 만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배달 일정은 규칙적이면서도 늘 새로운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럴 줄 알고 대책을 마련해 뒀다. 최첨단 기술을 통해 그녀들의 실시간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한국 야쿠르트 앱의 ‘아줌마 찾기’ 기능이다.

▲ 한국 야쿠르트 앱의 '아줌마 찾기' 기능으로 실시간 추적이 가능하다.

 

가장 가까운 야쿠르트 아줌마를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골목사이를 한참 헤맸다. 위치 표시 기능에 오차가 있음은 둘째 치고, 배달업무로 분주히 움직이는 그녀들을 단숨에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았다. 만약 당신에 길가에 멈춘 채 영업 중인 야쿠르트 아줌마를 발견한다면, 그녀는 분명 배달 업무를 마친 뒤 자체 영업 중일 터이다. 결국 최후의 수단을 사용하는 수밖에… 그녀와 나를 연결해 줄 직통 번호로 전화를 건다.

▲ 가까운 야쿠르트 아줌마 및 영업점 전화번호 또한 제공한다.

 

첫 번째 대화

 

그렇게 만난 그녀는 저번과 다른 분이었다. 또한 전동카트가 아닌 일반 카트를 직접 끌어 영업 중이었다. 물론 탑승형태가 아닐 뿐, 운행용 핸들이 달린 자동 카트다. 이번에는 장에 좋은 야쿠르트를 추천 받아 맛을 음미하며, 그녀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 전동카트 '코코(CoCo)'가 아닌 일반 카트 영업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녀는 전동카트 코코(CoCo, 이런 귀여운 이름이 있는 줄 몰랐다)를 몰 수 없었다. 혹시 구매 비용이 비싸서냐고 묻자, 코코는 구매하는 게 아니고 대여하는 거란다. 일반 카트는 월 1만 원, 코코는 월 4만 원에 대여할 수 있으며 관리 또한 사측에서 담당한다. 항간에 돌고 있는 전동카트 구매비용이 몇 백만 원이 넘으며, 모두 그녀들이 자부담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왜 몰 수 없을까? 그녀는 원동기 면허를 취득하지 못했다. 코코를 몰기 위해서는 면허가 필수라는 것이다. 곧 있을 자격취득시험에 지원한 그녀는 사측에서 비용 등 자격시험을 지원하기 때문에 부담 없단다. 코코 타는 게 무섭지 않느냐는 물음에 제한 속도(약 8km/h)가 정해져 있고, 운전도 쉬워 겁낼 것 없다고 답했다. 다행히 코코를 몰고 짜릿한 레이스를 즐길 일은 없어 보인다.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법적으로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매일 자신의 영업을 스스로 준비한다. 정기배달에 따른 품목과 수량만큼 각자의 이동수단에 실은 뒤, 그 외 자체 영업용 물량을 챙긴다. 사측으로부터 제품을 구매한 뒤 고객에게 판매하는 위탁판매형태로, 매달 정산을 통해 판매수익의 일정 비율을 가져간다. 품목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판매 가격의 22~25%를 수수료로 받는다.

 

그녀가 전동카트 코코를 원하는 이유는 편의성 때문이다. 물론 차량으로서의 가치도 뛰어나지만, 코코는 움직이는 냉장고다. 수레의 경우 매일 제품과 함께 아이스팩을 실어야하며, 하루 장사의 마감에는 미판매 수량과 함께 다시 빼내는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물론 아이스팩 등 소모품은 사측이 지원한다지만 이 또한 엄연한 비용이며, 개인적으로 매번 수량을 체크해가며 각종 물품을 하역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한편 코코는 퇴근 여부와 관계없이 제품을 그대로 보관할 수 있단다. 주차 후 충전기만 꽂아두면 냉장고가 되는 것이다. 이 코코를 갖기 위해 그녀는 반드시 원동기 면허를 취득하리라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녀의 꿈을 응원하며 헤어진 뒤, 다시금 아줌마 찾기 기능을 가동시켰다. 이번에는 코코를 직접 만나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대화

 

경력 30년의 여사께서는 코코를 몰고 등장하셨다. 야쿠르트로 아들딸 키워 최근 손자까지 보셨다는 여사님. 유니폼과 함께 빛나는 자외선 차단 모자, 허리를 곧게 세운 채 능숙하게 골목골목을 누비는 모습에서 장인의 포스가 뿜어져 나왔다. 이미 다수의 야쿠르트를 섭취한지라 이번에는 떠먹는 제품으로 추천받았다. 동시에 여사님의 애마를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었다.

<야쿠르트 아줌마의 전동카트 '코코'>
 

· 1,450mm(길이) X 780(폭) X 960(높이)

· 배터리 포함 무게 380kg

· 배터리 용량 : 52V41Ah (10 시간 충전해 12 시간 이상 사용 가능)

· 속도 : 시속 4~8km

· 냉장고 크기 : 220L

· 냉장고 외부에 내부 온도를 확인·조절할 수 있는 온도계 장착

· 탑승 기능 : 발판형 탑승 가능

· 가격 : 800만 원

출처: 한국 야쿠르트 블로그

 

전동카트 코코의 냉장 공간은 크게 세 곳으로 구분된다. 때문에 각자의 영업 스타일에 맞게 수납 위치와 형태를 지정할 수 있다. 여사님은 제조일과 유통기한 등으로 구분하고 계셨다. 각 공간은 온도 조절기를 통해 항시 냉장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며, 동시에 잠금장치가 달려있어 제품 보안까지 가능하다. 배달 업무를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갈 경우 보관 공간을 열쇠로 잠글 수 있기에 맘 편히 일할 수 있다.

▲ 영업 스타일에 따라 '코코'의 냉장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앞선 설명처럼 코코를 이용하면 제품의 수량파악 및 하역 작업에 드는 수고를 확연히 줄일 수 있다. 지점별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자체 서버를 통해 사측으로부터 가져온 판매용 제품의 품목과 수량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으며, 코코를 이용하는 아줌마의 경우 이를 자신의 차량에 넣어두기만 하면 끝이다. 재고를 그대로 카트에 보관해 주차시켜놓으면 영업 준비 끝.

▲ 영업 지점에 위치한 코코 주차장. 전기충전을 위한 시설이 마련돼 있다.

 

여사님께서는 야쿠르트 아줌마를 좋은 직업으로 강력 추천하신다. 오후 2시, 이미 모든 하루 영업을 마치고 다음날 영업 준비까지 대부분 끝내놓은 채 퇴근하시는 여사님은 이후 시간을 가사 및 여가로 보내신다. 비교적 업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쓸 수 있다는 말씀이었다. 더불어 1년 전부터 수입원 하나가 더 생겼으니, 바로 신선식품 및 간편식 배달 서비스 ‘잇츠온’이다.

 

세 번째 대화

 

여사님의 설명에 의하면 ‘잇츠온’을 통해 채소나 과일, 반찬 등 신선식품을 주문할 수 있으며, 이 또한 야쿠르트 아줌마들께서 배달하신다. 야쿠르트를 아침 일찍 배달받는 것처럼 신선식품 또한 이른 아침 받아볼 수 있단다. 그렇다. 요즘 새벽배송, 새벽배송 하지만 30년 경력의 야쿠르트 여사님이야 말로 대한민국 새벽배송의 원조이자 산 역사였던 것이다.

 

잇츠온 식품 또한 야쿠르트와 같은 비율로 수익을 가져간다며, 야쿠르트보다 각종 식품이 단가가 더 높으니 많이 좀 주문해라는 여사님의 말씀. 그 말씀에 따라 직접 서비스를 이용해보기로 했다. 아침부터 대면배송을 받아본 적은 처음이라 조금은 설레는 마음과 함께.

 

세련된 도시인이 돼 보기 위해 샐러드를 주문했다. 배송은 주문일로부터 이틀 뒤 아침에 가능했다. 우선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한 배송이 가능한 지역인지 확인한 후 음식 주문을 마쳤다. 그랬더니 배송지역 일대를 전담하는 아줌마가 배정이 됐고, 배송 당일 고객센터 및 야쿠르트 아줌마 직통 번호를 알려줬다.

▲ 원하는 배송시간을 정해 주문하면, 지역별 담당 야쿠르트 아줌마가 배정된다.

 

배송 시간인 오전 9시보다 10분 정도 지연되긴 했지만, 편한 것은 언제든지 아줌마에게 전화를 걸어 배송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더불어 그녀들은 주변 지리에 능통한지라 단번에 배송지를 찾아왔다. 코코에서 꺼낸 샐러드는 차갑게 냉장된 상태였기에 신선함을 의심할 수는 없었다. 늦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샐러드 하나로 배가 부르겠느냐 걱정하는 그녀. 야쿠르트 아줌마의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친근함이다.

 

신선식품 특성상 대면배송이 되지 않으면 보관에 큰 문제가 생긴다. 이에 대해 고객 사정으로 직접 물건을 받지 못하면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전화 통화로 고객이 원하는 방식을 취한다고 답했다. 문고리에 걸어두거나, 원한다면 다른 시간에도 받을 수 있단다. 어차피 코코에 냉장상태로 보관하기에 이후 편한 시간, 또는 퇴근 후에라도 가져다주겠다는 그녀.

 

그렇다. 그녀 또한 이 동네 주민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야쿠르트 아줌마 본인이 퇴근한 이후에도 필요하다면 음식 배송을 진행한단다. 본인 거주지와 배송지가 가깝다면 직접 자택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다가 배송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코코에 보관해 두었다가 다시금 운전해 배송한다고 한다. 이는 고객 입장에서는 편리한 부분이나, 야쿠르트 아줌마 입장에서는 다소 번거로울 수도 있겠다.

 

그녀가 가져다 준 식사

 

배달받은 샐러드의 구성품은 이렇다. 봉투. 그 속에 냉장포장지. 그 속에 주문한 샐러드와 아이스팩이 들어있었다. 의외였던 것은 아이스팩이다. 아침시간에 신선식품 배송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즉시 섭취하거나, 냉장고에 보관하기 위함이다. 이에 야쿠르트 아줌마의 배송은 그 과정에서 냉장을 위한 별도의 장치가 필요 없는 코코를 이용하기에 아이스팩이 필요 없을 것이라 기대했다.

▲ 냉장 카트로 배달되지만, 어김없이 등장한 '아이스팩'

 

허나 판매자 입장에서는 그렇지만은 않았나보다. 미들마일(Meddle mile) 배송과정에서 아이스팩이 필요했을 수도 있고, 고객 사정상 대면배송이 불가능해 피치 못하게 제품이 실외에 머무는 경우를 염두 했을 수도 있다. 요즘 같은 폭염에는 순식간에 상할 수 있으니 말이다.(정확한 이유는 곧 만나 직접 들어볼 예정이다) 유제품처럼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 신선식품 패키징 관련 비용을 절약할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는 어긋나고 말았다. 동시에 아이스팩을 어떻게 버려야 할지 벌써 고민이다. 이미 냉동실은 다른 아이스팩들로 만원이라…. 아, 참고로 수저는 별도로 동봉되지 않더라. 참고하시길.



신승윤 기자


'물류'라는 연결고리 / 제보 : ssym232@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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