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

스마트항만의 조건

by 송영조 기자

2018년 08월 16일

심해항 입지와 디지털화로 친환경 및 스마트항만 꿈꾼다

안드레아스 블빈켈 빌헬름스하펜 컨테이너터미널 대표 인터뷰

 

글. 송영조 기자

 

독일 니더작센 주의 항구도시 빌헬름스하펜(Wilhelmshaven)에는 수심 18m 규모의 심해항(블빈켈 대표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수심 16.5m 이상의 항만을 심해항이라고 한다. 수심은 초대형선박 입항과 연결되는 요소다)이 있다. 이 빌헬름스하펜항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안드레아스 블빈켈 대표가 제3회 한독물류 컨퍼런스 참석차 5년 만에 방한했다. 빌헬름스하펜항은 총면적 약 340만 제곱미터로 270만 TEU의 화물을 수용할 수 있다. 빌헬름스하펜항 배후단지 입주 기업은 30년에서 75년까지 장기 계약을 맺고 지속적으로 사업 활동을 할 수 있다.

 

빌헬름스하펜항은 ‘친환경 항만’이자 ‘스마트 항만’이 되고자 한다. 여기에 심해항이라는 특성을 결합하여 기존 독일의 핵심항만인 ‘함부르크항’을 앞서는 독자적인 경쟁력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공급망물류 전반에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의 거대한 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 4차 산업혁명 선도국가라 불리는 독일의 항만은 어떤 모습을 갖췄을까. 블빈켈 대표를 만나 그 청사진을 들었다.

 

Q1. 한국에서 보낸 일주일, 성과는 있었나.

 

A1. 물론이다. 하루에도 서너 번씩 물류업계 관계자들과 만났다. 빌헬름스하펜항은 독일 유일의 심해항이다. 또 발달된 항만 배후단지를 자랑하기도 한다. 이런 내용과 함께 향후 한국기업과 협력을 희망한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Q2. 국내 해운업체들은 주로 독일 함부르크항에 취항하고 있다. 함부르크항도 평균 수심이 13.5m로 웬만한 대형 컨테이너선과 바지선이 입항할 수 있는 조건이다. 빌헬름스하펜항이 함부르크항을 대체할 만한 강점이 있는가. 한국의 잠재고객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A2. 현재 함부르크항의 물량 수용 능력이 한계치에 근접해 신규 화물을 유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내용과 별개로 우리 항만의 자체적인 세 가지 성과지표(KPI)로 고객을 설득하고 싶다. 첫 번째는 항해상의 이점이다. 우리 항만은 하구(estuary)까지의 거리가 약 23해리( 43km)로 접근성이 좋아 선박 입항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하역 작업과 통관에 걸리는 시간은 비용과 직결되기 때문에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18m의 깊은 수심은 조수 간만의 차가 거의 없어서 시간대를 불문하고 지속적인 물류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두 번째는 내륙 운송과의 연계 용이성이다. 빌헬름스하펜항의 컨테이너 터미널과 내륙으로 연결되는 고속도로까지의 거리는 900m에 불과하다. 트럭 복합운송으로 다섯 시간 내에 독일 대부분의 내륙 물류허브까지 도달할 수 있다. 철도 복합운송도 용이하다. 두 개의 노선이 독일 고속철도(Deutsche Bahn, DB)와 연결되어 독일 주요 내륙도시뿐 아니라 스위스, 오스트리아, 체코 등 인근 국가까지 연결된다. 현재는 정부의 제재 때문에 불가능하지만 향후 철도 네트워크를 러시아까지 확장하고 싶다.

 

세 번째로는 잘 발달된 항만 배후단지를 꼽고 싶다. 함부르크항을 말씀해주셨는데, 함부르크항만 해도 터미널과 배후단지가 수도와 위성도시처럼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 편이다. 반면, 빌헬름스하펜항은 항만터미널과 배후단지가 인접해 있어서 신속하게 화물을 처리할 수 있고, 그렇기에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내륙 운송과의 연계에 있어 우위가 생긴다.

 

배후단지는 내륙 운송을 위한 편의시설도 갖췄다. 트럭 서비스 센터에는 차량 311대를 수용할 수 있는 무료 주차장이 있다. 단순히 주차뿐만 아니라 급속 냉동 시설, 신선 제품 포장, 가공 처리 등 고객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부가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배후단지에는 FMCG(Fast-Moving Consumer Goods, 일용소비재), 배터리, 자동차 부품 등 모든 종류의 화물을 유치할 수 있다.

 

Q3. 빌헬름스하펜항이 ‘친환경 항만’을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A3. 우리 항만은 전기동력 선박을 위한 전력 공급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아직 디젤 추진선의 경제성이 더 높아서 해당 서비스를 요청하는 기업은 없는 게 아쉬운 부분이다. 또 하나, LNG추진선에 저비용, 고효율로 연료를 공급하는 기술인 ‘벙커링’에 필요한 제반 설비도 갖추고 있다. 우리는 지난해 2년마다 진행되는 항만환경평가제도(PERS)로부터 2015년에 이어 2회 연속 인증을 받았다. 향후 조선 및 해운업계의 친환경 선박제조 및 운항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빌헬름스하펜항의 친환경 항만 구축을 위한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Q4. 물류업계에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항만도 마찬가지라 생각된다.

 

A4. 공감한다. 빌헬름스하펜항 또한 지난 2015년 국제항만협회의 세계항만 컨퍼런스에서 IT부문 3위를 기록하는 등 디지털화를 위해 다분히 노력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화물차의 차량번호와 컨테이너 ID를 통합, 식별할 수 있도록 디지털 야드 리스트(Digital Yard List)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자동화된 이미지 인식 소프트웨어를 항만 데이터 관리 시스템에 통합해 전체 업무 흐름을 최적화할 것이다.

 

Q5. 항만의 디지털화가 기존 산업구조를 파괴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A5. 항만뿐만 아니라 물류 산업의 디지털화는 기존 환경에 필연적으로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아직은 단정하기 이르지만, 중소 포워더가 사라질 수도 있다. 온라인을 통해 계약이 이루어지고 세관 업무까지 디지털화되면 고객의 업무 환경 자체에 변혁이 있을 것이다. 모든 업무가 자동화되면 대규모 항만터미널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진다.

 

Q6. 마지막으로 향후 청사진에 대해 간단히 말해 달라.

 

A6. 선주들이 선주협회를 만들어 제휴하는 것처럼, ‘심해항 클럽’을 만들고 싶다. 우리는 수심 16.5m 이상의 항만을 심해항이라고 보는데, 전 세계에 열일곱 군데밖에 없다. 노하우를 공유해 심해항만의 특장점을 발전시키고 고객에게 알릴 수 있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송영조 기자

콘텐츠의 가치를 믿습니다.




다음 읽을거리
추천 기사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