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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르트 아줌마들이 '연대책임'에 묶인 사연

by 신승윤 기자

2018년 10월 06일

야쿠르트 아줌마의 '연대책임', 1 원이라도 모자라면 '월급 없어'

종속되지 않은 위탁판매원, 연대책임 제도 강요 가능한가

 

글. CLO 신승윤 기자

 

(사진출처 : 한국야쿠르트)
 

한국야쿠르트의 제품판매원 ‘야쿠르트 아줌마’가 영업 활동 및 수입 정산에 있어 일명 ‘연대책임’ 제도 아래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십수 년 간 몇몇 한국야쿠르트 영업점 내에서 지속된 이 제도는 영업점 소속 야쿠르트 아줌마 중 단 한 명이라도 월간 판매수입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전체 수익 정산을 무기한 연기하는 방식이다.

 

여사님의 수익 구조

야쿠르트 아줌마는 한국야쿠르트 소속 직원이 아닌 위탁판매원이다. 한국야쿠르트 제품을 외상으로 선구매한 뒤, 고객에게 재판매하는 형태로 일한다. 매월 본인이 구매할 제품의 종류와 수량을 기록하고, 이를 지역별 한국야쿠르트 영업점에서 수령해 판매한다. 이후 월말 정산에 있어 판매수입금 전체를 영업점에 납입하면, 이에 대한 일정 비율(제품 판매금액의 24%)의 수익을 되돌려 받는다. 즉 야쿠르트 아줌마가 영업점에 납입한 판매수입금에는 외상 대금이 포함돼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구조 아래서 특정 영업점 소속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서로 간에 ‘연대책임’을 지고 있는 상태다. 만약 함께 일하는 동료 중 단 한 명이라도 판매수입금을 납입하지 않으면, 영업점 소속 야쿠르트 아줌마 전체에 대한 수익 배분이 정지된다. 즉 개인이 영업 및 판매수입금 납입을 성실히 이행함과 관계없이 월 수익은 체납될 수 있다. 게다가 해당 판매수입금 미납이 해결되지 않으면 수익 체납은 영구히 지속되는 식이다.

 

직원 아닌 위탁판매원

현재 야쿠르트 아줌마로 일하고 있는 A 씨는 연대책임 제도에 대해 “불성실한 인원들을 관리하는 데 있어, 영업점이 그 부담을 다른 야쿠르트 아줌마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과거 판매수입금을 사적용도로 사용한 인원 때문에 같은 영업점 소속 야쿠르트 아줌마들끼리 서로 돈을 빌리고 갚는 일이 있었다. 이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후 동료들을 나도 모르게 의심하기도 했다. 왜 성실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위험부담을 떠안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야쿠르트 아줌마 B 씨는 “물론 (한국야쿠르트)본사가 야쿠르트 아줌마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고 있지만, 이 제도는 부당하다”며 “영업점 사장들이 본인의 편의를 위해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수익구조를 악용하고 있다. 우리는 각자가 위탁판매자이며 일종의 자영업자다. 영업점과 야쿠르트 아줌마 개인이 계약하여 일한다. 그 가운데 생긴 문제에 대해 다른 인원들까지 연대책임 져야하는 제도는 잘못됐으며, 없어져야 하는 것”이라 말했다.

 

더불어 B 씨는 “정작 영업점은 미판매 재고에 대해 일절 반납을 받지 않는다”며 “때문에 판매수익금을 납입할 시, 재고에 해당하는 금액까지 사비를 들여서라도 모두 입금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납으로 처리되는 것이다. 때문에 영업 초기에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사정사정을 해 판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판매수익금을 미납할 경우, 나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피해가 가도록 영업점이 만들어놨기 때문”이라 하소연했다.

 

사실 확인을 위해 서울시 내 위치한 한국야쿠르트 영업점 다수에 연락을 취했으나 어떤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연대책임 제도가 실제 운영되고 있는지, 이 같은 제도가 합법적인지와 관련해 모든 영업점은 “말씀 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 한국야쿠르트 영업점으로부터는 어떤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한편 한국야쿠르트 본사 측은 연대책임 제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해당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 제도"라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연대책임에 의해 수익 체납이 발생한 사례가 없다. 오히려 본사는 판매수익금 납입과 관련해 유예제도를 시행하는 등 여사님들의 업무지원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운영 중“이라 말했다.

 

그러나 30여년 경력의 야쿠르트 아줌마 C 씨의 답변은 달랐다. C 씨는 “물론 실제 수익이 체납된 사례는 아직 없었다”며 “그러나 연대책임 제도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고, 영업점 소속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때문에 사비를 쓰거나, 돈을 빌려서라도 납입하는 것 아니겠나”고 답하는 등 양측의 주장이 엇갈렸다.

 

대법원 판결이 "아리송해"

지난 2016년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야쿠르트 아줌마는 근로자가 아닌 위탁판매원”이다. 때문에 “근로기준법상의 퇴직금, 연차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 더불어 “위탁판매원은 종속적인 관계에서 회사에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것이라 볼 수 없다”는 판결을 확정한 바 있다.

 

그러나 야쿠르트 아줌마들을 대상으로 몇몇 영업점들이 진행하고 있는 연대책임 제도는 개인 계약자 신분의 위탁판매원들을 강제로 종속시키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실제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근로자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4대 보험, 퇴직금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영업점은 ‘조직생활’이라는 명목아래, 불합리한 제도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냐는 내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한국야쿠르트 본사의 방침과도 반대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전동카트 ‘코코’를 개발 및 대여하는 한편,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수금 부담 해소를 위해 자동이체 및 카드결제 시스템 도입, POS기 무상 지급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이 같은 서비스에 대한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만족도 또한 높다고 알려진 바 있다.



신승윤 기자


'물류'라는 연결고리 / 제보 : ssym232@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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