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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아시아 전진기지로 '인천공항'을 주목해야 하는 4가지 이유

by 박우람

2019년 03월 26일

 

글. 박우람 이지스자산운용 차장

 

2018년 7월 5일, 아마존은 직접 매입하여 판매하는 물품에 한정하여 수량 제한 없이, 총액 90달러 이상 구매하는 국내 고객에게 한시적인 “무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이 서비스가 개시된 직후, 다수의 뉴스에서는 “아마존, 국내 진출 포석?”, “떨고 있는 국내 e커머스”, “한국 진출 간보기?” 등의 다소 자극적인 제목으로 아마존의 한국 진출에 대한 추측성 기사들이 도배되었다.

 

사실 아마존은 이미 한국에 진출해 있다. 2012년,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 코퍼레이트 서비스 코리아”를 시작으로, 2014년에는 “아마존 웹 서비스(Amazon Web Service, AWS) 코리아”를 설립했으며, 2015년부터는 클라우드 서비스 확장에 주력해왔다. 또한2017년부터 한국의 셀러들이 “아마존 글로벌 셀링(Amazon Global Selling)” 서비스를 통해 전세계에 자신의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마존의 다양한 서비스 포트폴리오 가운데, 물류센터 직영을 기반으로 하는 배송 서비스인 FBA(Fulfillment By Amazon)는 국내에 제공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아마존이 위와 같은 배송 서비스를 우리나라에서 실험하면, 이를 마치 본격적인 국내 진출로 단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아마존의 한국 진출: 안하는 걸까, 못하는 걸까?

그렇다면, 아마존이 한국에서 FBA서비스를 시행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아마존이 해외에 진출해왔던 사례 속에서 부분적이나마 그 이유를 유추해볼 수 있다. 아마존은 해외 진출 시 물류와 관련하여서는 대부분 현지 업체들을 인수하거나 오프라인 유통업체와의 파트너쉽 형성을 통해 진입해왔다. 영국, 독일 그리고 중국 등이 그러한 예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우선은 직접운영 대신 아웃소싱을 통한 진출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반면 진출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한다는 의견도 존재하는데, 국내 택배의 높은 서비스 경쟁력과 쿠팡의 존재로 인한 배송 차별화 어려움 등이 그 논거가 되기도 한다. 한마디로 아마존의 입장에서 직접 운영을 통한 국내시장의 차별화 전략은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진출하지 못한다”는 의견의 근거인 국내 택배의 높은 서비스 경쟁력은 많은 이들이 동의할 만한 부분이라 판단된다. 그러나, 쿠팡의 존재로 인해 국내에 진출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몇가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존재한다. 이에 관한 필자의 가설은 다음과 같다. 아마존은 이미 쿠팡을 통해 한국 시장에 대한 모든 분석을 마쳤으며, 이를 토대로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대표적인 이유로는 쿠팡의 전현직 물류 담당 주요 임원들이 모두 아마존 출신이라는 점이다. 헨리 로 전 물류 수석 부사장, 앙드레 뽈 클레잉 현 수석 부사장, 쿠팡의 2인자로 불렸던 나비드 베이세 수석 부사장이 그들이다. 쿠팡은 이미 외형적으로 보이는 아마존의 물류 전략뿐 아니라 그 내면의 철학까지도 흡수한 것이다. 결국 아마존의 입장에서 쿠팡은 전혀 다른 출생 배경을 가진 또 하나의 쌍둥이 동생인 셈이다.

 

따라서, 필자가 생각하는 아마존의 전략은 한국 시장을 쌍둥이 동생인 쿠팡에게 일임하는 대신, 한국을 아시아 이커머스 전진 기지의 물류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한국의 물류센터에서 한국 립스틱과 중국의 보조배터리, 그리고 일본의 동전 파스를 한번의 주문으로 하나의 박스에 담아 48시간내에 아시아 전역으로 배송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물류 거점이 입지할 수 있는 위치는 한국내 어디가 될까? 필자는 인천국제공항 물류 단지 내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인천공항 물류 단지가 가지고 있는 다음과 같은 장점들이 글로벌 배송 기지가 위치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인천공항 물류단지 내 화물터미널 (출처: 인천공항공사)

 

인천공항 활용 공식

첫번째 장점은 글로벌 연결성의 확보이다. 인천국제공항은 아시아104개 도시를 연결하고, 일평균 1,050회의 항공기가 운항되는 등 전세계 2위 규모의 항공 물동량 처리 용량을 가지고 있다.

 

두번째 장점은 수출입 되는 상품들의 통관 및 처리 속도이다. 관세청의 통관시스템(UNI-PASS)은 세계 최초로 구축된 100% 온라인 통관 시스템이며, 세계 관세 기구 169개 회원국 중 가장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 수출입 통관에 소요되는 시간은 단 2분이며, 24시간 통관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세번째 장점은 비용절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 물류단지는 자유무역지대(Free Trade Zone)로 지정되어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이 절세형SCM 전략을 실행할 수 있다. 자유무역지역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물류 활동에 대한 부가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통관시 부과되는 관부가세 또한 면제 대상이 된다. 즉, 해외에서 반입되는 물품의 배송을 위한 포장, 라벨링 작업 및 보관 서비스에 대한 부가세를 면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운영에 따른 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 따라서, 아마존이 인천공항 내 물류센터의 운영을 아웃소싱한다면, 법인세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장점으로는 인천공항 물류 단지 운영사인 인천공항공사의 적극적인 지원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자유무역지역 운영 목적에 부합하기위해 관세 및 부가세에 대한 법규 등을 지속적으로 개선하여 입주 업체들이 물류활동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한다. 또한, 글로벌 환적의 경우 물동량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혜택들을 기대할 수 있다. 

 

 

아시아 장악을 위한 빅픽쳐

아마존은 과연 국내에 물류센터를 지을 것인가? 필자는 한국에 국한된 배송서비스를 제공하는 물류센터를 아마존은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인천공항물류단지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잘 활용한다면, 치열한 경쟁과 막대한 투자를 무릅쓰면서까지 국내에 신규로 물류센터를 건설하지 않더라도 동북아 및 동남아시아 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마존에게 새로운 시장으로서의 의미보다는, 아시아 커머스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플랫폼 전략의 전진 기지로서 더욱 가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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