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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 M] “이번에는 사륜차다!” 새로워진 메쉬코리아 사무실에 다녀왔습니다

by 신승윤 기자

2019년 05월 20일

※ 해당 인터뷰 기사는 <CLO M> 5월호 'CONTI‧NEW'를 발췌한 내용입니다.

 

실패를 도전으로 극복한 메쉬코리아, ‘소비자 중심주의’에서 답을 찾다

이륜차에 이어 사륜차로 진출, '물류 스타트업'에서 ‘IT 기반 3PL’로

"물류기업만이 물류산업에 대한 깊은 고민 가능", 물류가 모두에게 인정받으려면

 

 

글. 신승윤 기자

 

집들이에 초대받았습니다. 새로운 공간에서, 마음은 초심을 유지한 채,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합니다. IT 기반 물류 스타트업 ‘메쉬코리아’의 새로운 사무실은 총 2층으로 이뤄진 전용공간입니다. 벽면 색깔이나 문구부터 일러스트, 액자, 회의실에 비치된 기업 비전과 회의에 임하는 자세까지 모든 것이 기획된 것으로 고민과 노력의 흔적이 느껴졌습니다. 이륜차 기반 심부름 서비스에서 부릉 TMS, 이번에는 사륜차까지. 새로운 시작의 때마다 겪었던 역경, 발견한 비전의 이야기를 하나씩 들어봤습니다.

 

스타트업 특유의 자유분방함이 느껴지면서도, 삼삼오오 모여 열띤 토론을 나누는 구성원들의 표정에 괜히 긴장이 됐습니다. 사실 각종 기사나 보도자료, CLO 관련 기고문을 통해서만 만나봤지, 유정범 메쉬코리아 대표를 직접 취재해보는 것은 개인적으로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 총 2 층으로 이뤄진 메쉬코리아의 새로운 사무실

 

2012년 창업해 현재 180여 명의 직원들이 함께하고 있으며, 그 중 IT 인력이 80여 명을 차지하고 있는 메쉬코리아. 네이버, 현대자동차 등으로부터 1,033억 원의 누적 투자금을 유치했으며, 국내 6대 광역시에 진출해 1만5,000 명 이상의 배달 라이더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각종 매체에서 묘사하는 유 대표의 이미지는 귀공자였고, 실제 화려한 이력으로 미뤄본 바 ‘차가운 도시의 경영‧전략가’일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그의 너털웃음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죠.

 

로빈 후드를 꿈꾸다

 

미국에서 생활한 그는 2011년 국내로 돌아옵니다. 기존 이력들을 모두 정리하고 한국생활을 하게 된 계기는 아버지 때문이었습니다. 유 대표는 “당시 위독하셨던 아버지와 참 많은 시간을 보냈다”며 “아버지께서는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책임을 다하는, 사회에 유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삶을 살길 원하셨다”고 말했습니다.

▲ 유정범 메쉬코리아 대표

 

기독교인인 유 대표는 이를 ‘Good Greed’라고 표현했습니다.(막스 베버가 떠오르는 부분입니다.) 사업적 성공도, 가족과 사회에 대한 소명도 모두 이루고 싶은 그는 자신이 욕심쟁이인 것을 충분히 인정합니다. 때문에 매 순간을 보다 Proactive 하게 살아야 한다고 굳게 믿고, 이를 행동에 옮기려 매일같이 노력한다 말합니다.

 

그 가운데 뜻을 함께하는 동료들이 있었으니, 이들과 함께 새로운 사업을 구상했습니다. 스타트업 대표로서 그는 ‘로빈 후드’가 되고 싶었다며 웃어 보입니다. 고소득층들에게는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이로부터 얻은 부를 저소득층들과 공평히 나눌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없을까. 그렇게 탄생한 것이 메쉬코리아의 첫 번째 서비스 ‘부탁해’입니다. “그런데 대차게 망했죠. 허허허.” 그의 자조 섞인 너털웃음에 저도, 동석하신 홍보실장님도 모두 빵 터지고 말았습니다.

 

‘부탁해’로부터 배운 것

 

부탁해는 이륜차를 기반으로 한 일종의 심부름 서비스입니다. 배달대행을 원하는 점포와 이륜차 배달기사를 콜센터 없이 직접 연결해주는 무인화 배차 시스템을 내놓은 것입니다. 이로써 편의점, 배달이 불가능했던 지역 맛집, 프렌차이즈 가맹업체 등의 물량을 라이더들에게 제공했습니다. 유 대표는 “배달비를 지불하고서라도 생활편의를 얻을 의향이 충분한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수익을 창출한 뒤, 이를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이륜차 라이더들과 나눠 상생하는 모델을 꿈꿨다”고 회상했습니다.

▲ 메쉬코리아 사무실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부탁해' 서비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대표 표현대로 ‘망해버린’ 부탁해 서비스. 로빈 후드의 빨간 깃털색을 따다 그가 직접 손으로 그린 부탁해 로고 일러스트는 이제 추억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는 부탁해가 시장에서 자리 잡지 못한 이유를 ‘공급자 중심적’ 사고방식에서 찾았습니다. 수요자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보다, 공급자가 하고 싶은 일에만 몰두했다는 것입니다.

 

유 대표는 “세계최초 등의 홍보문구가 내포한 의미는 소비자로 하여금 ‘그러니까 돈 내야지’, 또는 ‘불편함도 어느 정도 감수해야지’와 같은 수요자의 양해 또는 희생”이라며 “부탁해는 배달비를 할인해도, 심지어 무료라도 사용하지 않을 서비스였다. 절대 다수의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 그 순풍을 타지 못하고 역으로 나아가려 했던 것이다. 2달이나 직원들 급여를 체납하며 생활고를 겪던 시절이었다. 허나 훌륭하신 스승의 조언과 동료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습니다.

 

메쉬코리아에게 부탁해는 아픈 기억일 수 있으나, 새로 이사한 사무실 곳곳에는 부탁해와 관련된 기록들이 다양하게 남아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부탁해가 남긴 유산 때문이라 합니다. 유 대표는 “부탁해를 통해 배운 것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안 되는 것을 빠르게 포기할 줄 아는 용기다. 그리고 두 번째는 IT만으로 절대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 나는 이 사회와 그 구성원들을 가르치고, 깨우쳐야 한다는 사고방식에 갇혀있었다. 허나 실제 현장은 달랐다. 오히려 현장 담당자 및 라이더님들의 무수한 경험과 노하우가 데이터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의 답이었던 것”이라 고백했다.

 

‘우문현답’ 정신으로 탄생한 ‘부릉 VROONG’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지금도 정기적으로 물류 현장을 방문한다는 유 대표는 “부탁해를 서비스할 당시 현장의 중요성을 분명히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라이더님들을 지원한답시고 컵라면 등을 선물로 드리면 욕만 바가지로 먹는다. 면 익는 시간도 아까운 그들에게는 에너지바나 유통기한이 긴 팩 두유 등 가벼운 간식과, 이 같은 물품들을 쉽게 담을 수 있는 다용도 조끼 등이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외에도 서래마을의 높은 언덕을 올라가다 50cc 오토바이가 퍼져버리거나, 날짜와 날씨, 교통상황, 노면상태 등을 고려해 최적의 경로를 감각적으로 찾아내는 베테랑 라이더들을 만나며 그는 ‘우문현답’의 힘을 직접 체감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서비스가 탄생하니, 바로 이륜차 라이더들을 위한 TMS(Transportation Management System) 서비스 부릉입니다.

▲ 부릉 스테이션 전경

 

부릉은 이륜차 라이더 및 배달 서비스가 필요한 점주들의 수요에 집중한 통합 플랫폼입니다. 라이더들에게 IT 기반 무인 배차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점주들을 위한 OMS(Order Management System)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장 POS(Point of Sales) 기기와 시스템을 연동해 주문 데이터를 수집 및 관리할 수 있으며, 트래킹 데이터와 주문배송조회 API를 제공해 점주가 배달 과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합니다. 나아가 M-Cash는 전자결제 시스템으로 점주와 라이더 모두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정산정보를 제공한다는 설명입니다.

▲ 부릉 OMS 플랫폼

 

유 대표는 “메쉬코리아는 라이더님들, 그리고 점주님들이 없으면 함께 망하는 기업”이라며 “이들이 보다 쉽고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그리고 새로운 참여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서비스 개발에 집중했다. 그 일환으로 6개월 가까이 부릉 고객들과 동행하며 업무환경을 파악했다. 그 결과 라이더의 전체 일과 중 픽업 및 배송에 소요되는 시간은 10% 내외라는 사실, 점주들이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주문을 배달앱이 아닌 매장전화로 받는다는 사실, 그리고 라이더와 점주 모두 결제와 정산, 소비자 CS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릉은 이와 같은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라이더들을 위해 스케줄링, 예약, 알람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는 한편, 오더의 선택과 경로설정에 있어서도 숙련자/비숙련자 버전을 구분해 선택할 수 있도록 합니다. 점주에게는 주문중개 프로그램과 POS기 연동 서비스, 정산기능까지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CS를 전담하는 그린센터를 열어 고객은 물론 라이더들만의 소통창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고객 클레임 등에 대응하다 발생하는 라이더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길 기대한다는 설명입니다.

 

계속되는 도전, 이번에는 ‘사륜차’

 

집들이 선물을 가져가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선물을 받아왔습니다. 게다가 저 같은 오덕들에게는 업계 포상인 피겨입니다. 이륜차에 이어 사륜차 부릉 피겨의 최초 수령자가 됐습니다. 짝짝짝.

▲ 부릉 이륜차에 이어 사륜차 피겨를 선물 받았다.

 

사륜차, 그 중에서도 콜드체인 및 새벽배송 영역을 간선운송으로 효율 개선할 것이라는 메쉬코리아. 유 대표는 이에 대해 “기존 택배 서비스가 할 수 없는 영역의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라며 “투자사 및 협력사들이 IT 기반 스타트업인 메쉬코리아에게 원하는 것이 이와 같은 영역에 대한 도전과 혁신이라 생각한다. RTE(Ready-To-Eat) 시장에 이어 RTC(Ready-To-Cook) 물류 시장의 혁신을 이루고 싶다”고 설명했습니다.

 

유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꾸준히 화물차를 확보해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화물전용 번호판을 직접 구매하고 있으며, 차량 또한 저탑냉장화물 전용으로 구매 및 개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간선 허브로는 부릉스테이션을 포함해 1층에 위치한 공간들을 꾸준히 확보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배송 물량 확보에 있어서는 프렌차이즈 등 기존 파트너들과 함께 B2B 중심으로 확장해나갈 것이라 예상됩니다.

 

완성된 음식뿐만 아니라, 조리를 앞둔 식자재까지 영업 전 신선도를 유지한 채 배달하겠다는 계획. 메쉬코리아의 오랜 파트너 버거킹을 예로 들면 이른 새벽 부릉 사륜차가 패티, 토마토, 양상추 등을 매장에 배달하고, 이후 완성된 햄버거는 부릉 이륜차 라이더들이 고객에게 배달하는 모습이 되겠습니다. 물류 스타트업에서 ‘IT 기반 3PL’로 불릴 날이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종합물류기업’, 갑니까?

 

유 대표와의 흥미진진한 대화 가운데 어느새 3시간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막바지로 갈수록 제 머릿속을 맴도는 하나의 이미지가 있었으니, 새집을 구경하다 발견한 벽면 일러스트입니다. 메쉬코리아의 시작, 그리고 미래를 점쳐놓은(?) 작품인데요. 잘 살펴보면 기차, 선박, 비행기 등 모든 배송수단 가운데 부릉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유 대표에게 물었습니다. “그래서 메쉬는 종합물류기업으로 가는 건가요?”

▲ 메쉬코리아 사무실 벽면에 그려진 일러스트. 과거부터 미래까지가 표현돼 있었다.

 

유 대표는 “종합물류기업이라는 기준은 서로 다르겠지만, 혁신의 영역이 남아있는 물류 분야라면 어디든 간다”고 답했습니다. 이어서 “오직 물류기업만이 물류산업에 대한 깊은 고민이 가능하다. 물류를 모두에게 인정받는 산업영역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구조의 혁신이 필요하다. 절대다수의 필드 플레이어가 아닌, 기득권에게 모든 주권이 있는 시장은 넌센스이며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정보 투명화를 기반으로, 유용한 플랫폼을 구축해 수요자들의 문제를 해결하며 성장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인터뷰 후 사무실 곳곳을 탐험하며 직원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눴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유 대표를 포함해 모든 직원들이 서로를 이름으로 호칭한다는 것. 그리고 ‘정범님’의 등장에도 모든 직원들이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업무에 몰두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개구쟁이처럼 사무실을 누비는 대표와 하던 일, 회의에 집중하는 직원들. 공간과 분위기 모든 곳에 유 대표와 동료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느껴지는, 흥미로운 집들이었습니다. ‘선한 욕심’으로 가득 찬 이들이 앞으로도 한결같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취재를 마무리 했습니다.



신승윤 기자


'물류'라는 연결고리 / 제보 : ssym232@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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