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ERP 통합전략도 리뉴얼이 필요하다! 공급이 붙잡은 ‘아디다스’의 꿈

by 설창민

2019년 07월 16일

"공급 어려워 성적 부진" 아디다스도 SCM이 어렵다 

수요예측을 둘러싼 판매부서와 공급부서 사이에선 무슨 일이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유연성 극대화'에 

 

글. 설창민 SCM 칼럼니스트

 

 

아디다스의 스피드 팩토리(Speed Factory)

 

우리나라에서 막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2016년, 아디다스가 독일 안스바흐(Ansbach)에 공장을 세운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당시 언론은 아디다스가 무려 23년 만에 아디다스의 고향 독일에 공장을 짓는다며 잔뜩 흥분했다. 스포츠화는 대표적인 경공업 제품이라 선진국에 공장을 지을 산업이 아니다. 그러나 인더스트리 4.0과 맞물려 로봇이 자동으로 만드는 스마트공장, 이름하여 '스마트 팩토리'를 짓겠다는 것이었다. 

 

제조를 중국 등 아시아 공장에 아웃소싱하면 운송 리드타임과 생산 리드타임을 모두 포함해서 최소 두 달 후의 미래를 예측해야 한다. 하지만 독일 현지에서 생산한다면 생산과 운송 리드타임을 포함해서 2주면 충분하기 때문에(잊지 말자. 로봇이 생산하는 공장이다.) 회사는 소비자의 취향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공장은 현재 잘 운영되고 있고, 2017년에는 미국 시장을 겨냥해 아틀란타(Atlanta) 에도 공장을 세워 꾸준히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로봇이 생산하는 공장의 유연성을 자랑이라도 하듯, 올해 1월 29일에는 아예 신발 유통업체 풋라커(Footlocker) 만을 위한 스페셜 에디션을 스피드 팩토리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아래 사진으로 확인해보자.

 

이 화려한 무늬는 홀치기염색*으로 냈다. 대상물을 접거나 묶어서 염색하는 방식으로 일정한 무늬를 만들어내는데, 마치 ‘로봇이 생산하면 이 정도는 기본이다’라고 자랑하는 듯 하다.

* 홀치기염색(Tie-dye): 염색하기 전 원단의 일부를 실로 견고하게 묶거나 감아서 염색을 방지한 후 침염법(浸染法)으로 염색하는 방법. 감은 실을 풀면 묶은 모양의 무늬가 나타나게 됨. 가느다란 선이나 굵은 선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으며, 여러 색상을 사용할 수도 있음.(출처: 패션전문자료사전)

 

아디다스도 실패하는 SCM

 

이런 엄청난 공장들을 운영하는 아디다스가 수요 증가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바람에 2018년 실적 개선이 부진했다(가트너 SCM Top 25에 들어가는 BMW도 멀쩡한 자동차에 불을 지른다.) 지난 3월 13일 카스퍼 로스테드(Kasper Rorsted) 아디다스 CEO는 2018년 실적 발표회장에서 "아디다스가 고가품에서 중가품까지 시장을 확장하며 아시아 공급 업체들이 공급을 맞춰주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 출처: Adidas 2018 Annual Report

 

CEO가 공식적으로 공급 이슈를 밝힐 정도면 정말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실제로 아디다스는 예상보다 높은 수요로 인한 공급 차질을 겪었고, 판매기회 상실로 발생한 손실은 2~4억 유로에 달한다고 한다. 이로 인해 아디다스의 2019년 상반기 매출 성장세도 다소 낮을 것이라 예측될 정도다.

 

아디다스 칸예▲ 여담이지만, 예상보다 수요가 늘어난 이유 중 하나로 래퍼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오른쪽)가 디자인에 참여한 이지(Yeezy) 시리즈가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궁금하다. 아디다스 정도로 온 지구를 아우르는 글로벌 대기업의 CEO가 예상보다 수요가 많았고,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공식 석상에서 고백했다. 그것도 올해 상반기 내내 지속될 것이라 말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과거 기사를 찾아보니 과연, 아디다스는 아시아의 아웃소싱 공장들을 상대로 ERP* 통합 작업을 하는 모양이다. 

* 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 자원관리. 기업 내 생산, 물류, 재무, 회계, 영업과 구매, 재고 등 경영 활동 프로세스들을 통합적으로 연계해 관리해 주며, 기업에서 발생하는 정보들을 서로 공유하고 새로운 정보의 생성과 빠른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시스템.(출처: 기업을 바꾼 10대 정보시스템)

 

아웃소싱 공장들을 상대로 자사의 ERP를 구축하고, 그 ERP를 통해 생산계획, 자재소요계획, BOM*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현대 SCM에서 흔히 하는 혁신 활동이다.

* Bill of Material: 모든 품목에 대해 상위 품목과 부품의 관계와 사용량, 단위 등을 표시한 list, 도표, 또는 그림을 의미.(출처: 매경용어사전)

 

특히 요즘은 클라우드 컴퓨팅이 발달하면서 굳이 과거처럼 아웃소싱 공장이 원청의 시스템을 설치해서 쓰거나, 원청의 시스템에 접속하지 않아도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아디다스 측에서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필자의 추측으로는 ERP 통합 작업이 원활하지 않거나 과정에 오류가 있었거나 또는 아웃소싱 공장들이 ERP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공급 탓’ 하기 위한 4 가지 조건

 

본격적으로 하나씩 짚고 넘어가보자. 이 상황을 진정 '공급 차질로 인한 성장 저하'로 보려면 어떤 전제가 필요할까?

 

첫째, 영업부서가 진행한 수요예측이 유효한 발주보다 많아야 한다. 발주보다 적으면 말이 안 되며, 계획을 실행하는 기간 동안에도 발주가 들어온다면 경험을 활용하여 수요예측에 보다 여유를 두는 것이 맞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영업부서가 진행한 수요예측’이라는 표현이다. 영업부서가 수요예측을 하지 않는 기업도 많다. 다른 담당자에게 일임하는 경우인데, 이는 영업사원은 바쁘고 외근이 많으며, 판매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수요예측이 있어야 판매할 재고를 만들 수 있는데, 그걸 안 하겠다면 둘 중 하나다. 수요예측을 하지 않아도 공장에 가서 부탁하면 공급해 줄 것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거나, 제사 준비는 형제자매들이 다 하고 본인은 맨 마지막 음복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거나. 단언하는데 수요예측을 하지 않는 영업부서는 공급에 불만을 가져서는 절대로 안 된다. 

 

영업부서는 업무 특성 상 수요예측을 위한 정보를 100% 전달하기 힘들다. 그래서 더욱 직접 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수요예측 담당자의 수요예측을 확인만 한다면 제대로 볼 수 있을까? 영업부서가 수요예측을 할 때, 수요예측이 유효한 발주보다 많아야 제대로 공급 측에 큰소리칠 수 있다. 수요예측이 발주보다 적었다면 영업부서는 시장의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책임을 져야 한다. 

SCM 아이다스 공급망관리

위 그림에서 왼편을 보면 거래처의 발주는 1500인데 수요예측은 1000이었다. 영업부서에서 1500만큼 판매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하지 말아야 한다. 판매기회 상실이지만 공급 탓을 할 수 없다. 반면 오른편을 보면 거래처의 발주는 1300인데 수요예측은 1500이었다. 그럼에도 공장에서 재고를 포함해 1000밖에 공급하지 못했다면 이는 명백한 공급 측의 책임이다. 

 

이때 판매기회 상실을 얼마로 볼 것인지는 기업마다 입장이 다를 수 있다. 아마 공장에서는 발주와 공급의 차이만큼(300)이라고 말하겠지만, 영업부서는 수요예측과 공급의 차이만큼(500)이라고 할 가능성이 있다.

 

SCM 아디다스

둘째, 공급 사유로 예상보다 빨리 재고가 소진되었을 때다. 위 그림에서 왼편이 원래 계획이다. 수요예측은 1000 이었고, 예상 재고는 200, 따라서 800만큼 공급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발주는 1000 이므로 1000 만큼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오른편에 있는 실제 실행 결과를 보니 이런, 재고가 100밖에 없었다. 공급은 예정대로 800이었는데, 900 밖에 판매하지 못 했다. 알고 보니 원래 1000 을 판매하기로 하고 그만큼 발주를 받았는데, 계획을 실행하는 기간보다 앞서 100 만큼을 팔아 버린 것이다. 이로써 재고는 100만 남고, 발주 또한 900 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수요예측을 발주보다 약간 여유 있게 하는 것은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런 사황이면 공급을 탓할 수 없다. 공급을 탓하지 않으려 해도, 이런 상황에선 공급 측은 미안한 마음에 어떻게든 추가 공급을 해주려 애를 쓴다. 단 재고가 100밖에 남지 않은 원인이 공급 측의 문제, 가령 먼저 보내 준 재고가 불량품이었거나 포장을 다시 해야 해서 시간이 걸린 문제라면 당연히 공급 측의 책임이라 할 수 있다. 

 

셋째, 앞뒤 볼 것 없이 약속한 만큼 공급하지 못했을 때다. 여기에 별 다른 이유는 없다. 위 그림을 보면, 계획과 달리 실제는 800이 아니라 600만큼만 공급되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원자재 구매가 늦었거나, 생산이 늦었거나, 운송수단 수배가 늦었거나, 운송이 차질을 빚어서 오래 걸렸거나, 도난을 당했거나.

 

거래처 발주는 1000 이었으나 공급600 + 가지고 있던 재고200= 800이므로 당연히 판매는 800 만큼만 될 것이다. 계획에서는 본 공급 예정수량 800을 보통 공급확정수량이라고 부른다. 공급확정수량만큼 다 줘도 영업부서의 재고가 빨리 소진되어 버리면(그림 <재고가 빨리 소진되었을 때>처럼 거래처에 예정보다 빨리 팔아 버렸다던가) 재고가 모자라 계획만큼 못 팔게 될 텐데, 그나마도 맞추지 못한다면 영업부서는 큰 타격을 받는다. 

 

요컨데 공급하기로 약속된 수량은 공장이 영업부서와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 이것이 어떤 이유료든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은 분명 문제다. 

 

마지막으로 정상적으로 거래처가 매입을 인정할 수 있는 시간에 공급하지 못했을 때다. 사실 현재 가지고 있는 재고와 수요예측을 보고서 공급수량을 계산해 놓으면, 여기에는 특정 시기에 공급해야 할 수량은 나오지만, 이를 언제까지 공급해야 거래처가 매입을 인정할 수 있는지, 거래처가 매입 후 자신들이 생산이든 판매든 경영활동에 사용하기 위해 공급받아야 하는 최소한의 날짜와 시간이 언제인지 찾아볼 수 없다. 

 

쉽게 설명하면 이런 상황이다. 만약 거래처 물류센터가 밤늦게까지 운영된다면 정규 근무시간 중 생산해서 보내면 된다. 대형마트는 일반적으로 주말에 매출이 많은 편이라 금요일 밤까지는 매장에 진열을 해 놓아야 주말 장사를 할 수 있다. 이러 경우 늦어도 수요일이나 목요일까지는 물류센터에 상품을 입고시켜야 하기 때문에, 공장에서 생산을 끝내야 하는 날짜는 화요일이나 수요일이 된다. 한 주가 금요일까지 있어도 그때까지 미뤄져선 안 된다. 

 

▲ 아디다스의 스피디 팩토리

 

SCM, 4차 산업혁명의 본질

 

지금까지 공급을 탓하기 위한 전제조건들을 살펴봤다. 아디다스의 경우 ERP 통합 작업과 연결지어 보면, 확실히 약속한 공급수량을 못 지킨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 본다. 이렇듯 영업부서가 제대로 팔지 못한 책임을 온전히 공급 탓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어찌 보면 영업부서는 억울하다. 위에서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영업부서는 수요예측을 양껏 하고 싶어도(팔 수 있다는 전제하에) 공장이 가지고 있는 생산 능력이나 원자재 부족 때문에 스스로 한계선을 정해 버리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만난다. 사실 영업부서가 공급 측을 불신하는 두 가지 근거는 공급 확정 수량을 공급할 수 없다는 점도 있지만, 공장에서 한계선을 정해 버리고 여기에 맞추라고 하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이 두 가지 문제의 뿌리는 똑같다. 바로 생산의 유연성, 공급의 유연성과 연결된다. 유연성이 부족하기에 한계선을 정할 수밖에 없으며, 약속한대로 공급을 해주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유연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이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은 SCM과 동의어라고 말할 수 있다. 



설창민

군 복무 전 우연히 하게 된 창고 알바를 계기로 물류에 입문, 아직 초심을 안 버리고 물류하고 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 글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해서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dcscully)를 운영하고 있고, 다양한 실무 경험으로 물류업계 종사자들의 삶과 애환을 독특한 시각과 필체로 써내려가는 것이 삶의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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