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전투기 'F-35‘에 실린 미 공군의 미래 : 공급망 관리

by 설창민

2019년 09월 16일

미 공군도 피해갈 수 없는 공급망 관리, '작전준비태세'와 'F-35' 이야기

전투기를 상징하는 F, 명명규칙에 이어 '부품 공용화'까지 가능할까

세계 각국이 동시 운영하는 부품 조달 프로세스, 미 공군 공급망의 미래는?

 

글. 설창민 SCM 칼럼니스트

 

 

요즘 미 공군은 공급망 관리가 절박해 보인다. 냉전이 끝난 후 거대한 주적은 사라졌고, 세계 도처에 흩어져 있다. (외계인은 빼자. 영화를 너무 많이 보셨다.) 그 가운데 요즘 전투기는 전투기가 아니라 거대한 컴퓨터에 가까우며, 스텔스 코팅 등 점검할 부분이 늘어나 구세대 전투기에 비해 정비 시간이 길어졌다. 부품이 복잡한 만큼 부품 공급 업무도 복잡해졌고, 당연하게도 ‘작전준비태세’ 수치는 낮아졌다. 과연 미 공군은 이를 ‘부품공용화’를 통해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작전준비태세 80% - 그게 가능해?

 

지난 2018년 9월 17일, 당시 미국 국방장관이었던 제임스 매티스(James Mattis)는 해군과 공군을 상대로 4대 전술전투기 F-16, F-18, F-22, F-35의 작전준비태세를 2019년 9월까지 80%로 높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100 대의 전투기 중 80대는 언제든지 작전명령이 떨어지면 바로 이륙해야 하며, 정비를 하거나 다른 작전을 수행 중이라 투입하지 못하는 전투기는 20대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이를 기업의 공급망 관리에 빗대어 보자. 전투기는 재고다. 기업이 재고 회전률을 극대화해서 현금 흐름과 공급을 원활하게 하듯, 군도 국방예산 절감과 방위력 극대화를 동시에 추구한다. 100대의 전투기 중 항시 작전 가능한 전투기가 60대, 즉 작전준비태세가 60%라고 하자. 75대의 전투기가 작전준비태세 80%를 유지하면 이론상 작전 가능한 전투기는 60대로 똑같아진다. 제임스 매티스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 끝에 2019년 1월 사임했지만, 후임 패트릭 섀너핸(Patrick Shanahan) 국방장관 대행은 이 정책을 그대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면 군은 어떻게 작전준비태세를 높일 수 있을까? 기업은 재고 회전률을 높이려고 덜 팔리는, 즉 회전이 잘 되지 않는 제품의 생산을 중단한다. 물류 거점을 통합하기도 한다. 제조 리드타임을 줄이고, 생산 거점을 수요지 인근으로 전진 배치하며, 더 빠른 운송수단을 고려한다.

 

군이라고 다르지 않다. 미 공군은 중동에서 작전하는 F-22를 빼버리고, 작전준비태세에 보다 유용한 F-15C를 투입했다. 전투기들이 모여 있어야 준비태세를 갖추기 쉽기 때문에 2018년 10월 허리케인으로 플로리다 틴달 공군기지가 피해를 입자 기지에 주둔해 있던 F-22 55대를 다른 공군기지의 F-22 편대와 합치기도 했다. 또한 F-16과 F-22를 원활하게 정비하기 위해 7억5000만 달러의 예산을 추가로 배정했다. 군도 공급망을 관리하는 시대다.

▲ 미 전투기 F-22(좌)와 F-15C(우)

 

특히 요즘 미 공군은 공급망 관리가 절박해 보인다. 냉전이 끝난 후 거대한 주적은 사라졌고, 세계 도처에 흩어져 있다. 그 가운데 요즘 전투기는 전투기가 아니라 거대한 컴퓨터에 가까우며, 스텔스 코팅 등 점검할 부분이 늘어나 구세대 전투기에 비해 정비 시간이 길어졌다. 부품이 복잡한 만큼 부품 공급 업무도 복잡해졌고, 당연하게도 작전준비태세 수치는 낮아졌다.

 

실제로 2018년 3월 미 공군이 발표한 2017년 작전준비태세는 71.3%로 2016년도 72.1% 대비 내려갔는데, F-15C 71.24%, F-15E (우리나라 F-15K의 베이스다.) 75.26%, F-22 39.01%, F-16C 70.22%, F-35A 54.67%다. 최신기종이 오히려 준비태세는 낮다. 멋지기만 하지 재고 회전률은 형편없다.

▲ 2017년 미 공군 기종별 작전준비태세(출처: 미 공군)

 

유사시 우리나라에 출동할 F-22와 우리나라도 이제 막 도입하기 시작한 F-35A의 작전준비태세가 유달리 낮다. F-22는 워낙 생산대수가 적고(195대) 성능이 뛰어나므로 차치하더라도, 앞으로 전 세계에 3000대 넘게 보급될 F-35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어진 미 공군의 공급망 관리에 대한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번 기고에서는 F-35를 통해 공급망 관리의 기본을 다시 생각해 보자.

 

부품 공용화 – 그게 가능해?

 

냉전시대만 해도 미 공군에게 공급망 관리는 그야말로 애완견 사료였다. 소련을 이기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던 시대였고, 당연히 지금의 공급망 관리 기법을 활용한 예산 절감을 얘기하기 어려웠다. 국가 안보를 중요하게 여기는 공화당이 집권하고 있을 때는 더욱 그랬다. 그러던 1960년, 민주당 출신 대통령 당선자 존 F. 케네디(John Fitzgerald Kennedy)는 로버트 맥나마라(Robert McNamara)를 국방장관으로 지명했다.

▲ 포드 사장 출신의 로버트 맥나마라(Robert McNamara) 전 미국 국방장관

 

맥나마라는 하버드 MBA 출신에 2차 세계대전 당시 장교로 참전한 바 있으며, 자동차 기업 포드(Ford) 사장까지 오른 인물로 군과 민간 기업을 모두 거쳤다. 그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폭격기의 폭격 효율성을 통계적으로 분석해서 군의 비효율성을 몸으로 체험했다. 따라서 장관에 오르자마자 국방비에 비용 대비 효과 개념을 도입했고, 현대 전투기 제식명 부여 기준을 마련했다.

 

그 당시만 해도 각 군의 항공기 명명 방식은 다 달랐다. 예를 들어 육군과 공군에는 ‘전폭기’의 개념이 없었고, 전투기에 F로 시작하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그런데 유독 해군에만 ‘전폭기’의 개념이 있어 BF로 시작하는 이름을 붙여 주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당시 미군의 사무 행정은 군마다 모두 달랐으며 군수보급체계도 달랐다.

 

맥나마라는 이를 공군 기준에 가깝게 통일했다. 덕분에 우리는 F로 시작하는 항공기는 무조건 전투기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군용기 명명규칙은 기업에게는 모델명 부여 기준과 똑같다. 이것이 같아지면 관리 업무를 통일할 수 있다. 내수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뒤이어 맥나마라는 해군과 공군이 굳이 다른 전투기를 개발해서 운용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 통합 전투기를 개발하기로 한다. 포드 사장 시절 공용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한 경험이 있었다. 기업 관점에서 부품을 공용화하면 조달이 단순해지고 전용 부품이 남지 않아 재고 회전률이 높아진다. 그만큼 재고를 가져갈 필요가 줄어든다.

 

군도 같은 전투기를 운용하면 부품을 공유할 수 있어 적은 예산으로 작전준비태세를 높일 수 있다. 실제로 같은 전투기를 운용하는 부대는 장기간 정비중인 전투기의 부품을 빼서 당장 작전에 투입해야 할 전투기에 달아 작전준비태세를 유지할 수도 있다. (보통 최후의 수단이다.) 이는 공용화가 되어야만 가능하며, 이렇게 해서 개발된 전투기가 F-111이다.

 

그러나 F-111은 공용화에 실패했다. 공군과 해군이 원하는 사양이 완전히 달랐다. 공군은 큰 기체에 많은 무기를 실을 수 있는 공격기를 원했고 해군은 항공모함에서 이착륙하면서 항공모함을 방어할 수 있는 작은 전투기를 원했다. 전투기 크기부터 통일할 수 없었으며, 부품 공용화율은 30%에 그쳤다. 결국 F-111은 공군이 주로 사용하게 되었고, 걸프전 때 다국적군의 공격기로 이라크에서 맹활약을 했다. 한편 해군은 당시 개발한 기술을 활용하여 그토록 원했던 방공 전투기 F-14 톰캣 Tomcat 을 도입했다. 영화 ‘탑건’에서 톰 크루즈가 모는 바로 그 전투기다.

▲ 영화 Top Gun 포스터. 뒷배경에 F-14 톰캣 전투기가 보인다. (출처 : IMDB)

 

부품 공용화 – 응, 가능해!

 

실패로 끝난 F-111을 뒤로 하고 지난 1993년, 미 국방부는 JSF(Joint Strike Fighter)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3군 통합 전투기를 개발하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과거와 달랐다. 각 군의 니즈를 모두 수용한 통합 전투기를 만드는 대신, 부품의 대부분은 공용화 하되 각 군에 따른 세부 기능만 다르게 가져가기로 했다. 30년 동안 기술도 진보했다. 개발비 증가에 대비하여 미국만이 아니라 동맹국 수출을 염두에 두었다. 이를 위해 각국에서 JSF 참가 신청을 받아 출자를 받고, 설계 발언권이나 생산 할당, 정보 접근권을 주기로 했다.

 

미국을 제외하면 영국이 가장 많은 돈을 내고 참가했다. 사실 JSF 프로그램은 미 해병대와 영국 해군이 수직이착륙기 AV-8을 대체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했다. 영국, 이태리, 네덜란드, 터키, 캐나다, 호주, 덴마크, 노르웨이가 개발에 참여했다. 하나의 베이스 모델 또는 플랫폼을 개발해 놓고 고객의 니즈에 맞춘 파생 모델을 개발해서 전 세계에 판매하는, 현대의 글로벌 기업 경영 기법을 그대로 활용했다.

▲ 보잉 X-32 시제기

 

워낙 컨셉이 복잡해서 실증기 제작이 필요했다. 실증기로 보잉 X-32(아까 언급한 공군기 명명 규칙에 따르면 시제품 비행기의 이름은 X로 시작한다.)와 록히드마틴 X-35가 경합을 벌인 결과, 2001년 10월 26일 X-35가 베이스로 결정되었다. 사실 실증기를 먼저 개발한 것은 보잉이었다. 보잉은 이미 수직이착륙기 AV-8을 개발한 회사였기 때문에 록히드 마틴보다 앞서 가는 듯했으나, X-32는 JSF의 핵심 개념이었던 초음속, 수직이착륙 동시 수행이 불가능했다. 반면, 기술적 완성도를 고민한 록히드마틴은 한 대의 비행기로 초음속과 수직이착륙을 동시에 해 보였다. F-35 라이트닝은 이렇게 세상에 등장했다.

▲ 2017년 성남에어쇼에 전시된 F-35(출처: 필자 직찍)

 

F-35는 파생모델 개념을 도입하여 공용화에 충실했기 때문에 부품 공용화율이 80%다. 파생 모델은 A, B, C 총 3가지로 F-35A형은 미 공군의 F-16C/D형과 A-10을 대체하며, F-35C형은 미 해군의 F/A-18C/D을 대체한다. 수직이착륙기 F-35B형은 미 해병대의 AV-8 해리어 II+와 F/A-18C/D, 영국/이탈리아/스페인의 AV-8 해리어, EA-6B 전자전기를 대체한다. 한마디로 기업의 공급망 관리 기법을 최대한 활용한 사상 최초의 전투기다. 자, 이제 잘 팔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부품 조달 프로세스? 글쎄…

 

F-35는 3군 통합 전투기로 개발했고, 수출까지 고려했기 때문에 다른 전투기와 사뭇 다른 부품 조달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동시에 운용하기 때문에 'Autonomic Logistics Global Sustainment'라 불리는 후방지원 체계를 갖는다. ALGS를 통해 F-35의 부품 하나하나는 고유 번호를 갖게 되며, F-35 보유국가 전체를 대상으로 재고 관리를 받는다. 다시 말해서 특정 국가에 특정 부품이 부족하면 재고 여유가 있는 다른 국가에서 조달할 수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방만하게 재고관리로 운용비용을 늘리지 않으려는 계획이다. 한 마디로 글로벌 재고 풀링이다. 따라서 F-35 보유 국가끼리는 항상 무기 수출이 일어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본이 F-35를 도입할 때는 아베 정권이 무기수출 3원칙* 예외까지 뒀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공급망을 관리할 때 의도적으로 재고를 많이 가져가야 할 때가 있다. 하다못해 제조업도 시장에 처음 제품을 출시할 때, 경쟁사보다 더 빨리 공급하기 위해 재고를 약간 느슨하게 운영하기도 한다.

* ⓛ 공산권 제국에 대한 경우, ② 유엔 결의에 의해 무기 등의 수출이 금지되어 있는 국가에 대한 경우, ③ 국제분쟁 당사국 및 그러한 우려가 있는 국가에 대한 경우 무기 수출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

 

한 나라의 국가 안보가 걸려 있는 최첨단 전투기의 부품 조달을 글로벌 재고 풀링에 의존한다는 것은 어딘가 불안정하다. 보안 문제도 있을 것이다.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부품 공급이 멈추거나 시스템이 해킹당하면 큰일이다. 대당 천억 원을 넘는 첨단무기가 자연재해나 인재로 운용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물론 안전재고를 확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재고 풀링 또한 재고가 언제 필요한지, 언제 도착하는지에 대한 가시성을 확실히 확보한다면 할 만하다.

▲ ALGS 개념도. 세계 각국의 F-35 엔진부품 재고 풀이 있으며, 일본에서 해당 부품이 필요하면 재고 풀을 통해 교환(출처: 일본 방위성 防衛省 홈페이지)

 

그런데 최근의 소식들을 읽어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최근 미국 감사원(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은 F-35의 2018년 작전준비태세가 27%까지 떨어졌으며(5~11월, 전임무 수행 기준. 단일 임무 수행 기준 52%), 4300개의 수리부품이 Backlog*에 걸려 있다고 발표했다. 특히 공용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개발 과정에서 부품 사양을 수정해 버린 경우, 기존 부품을 활용할 수 없어서 작전준비태세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 재고가 없어 출하하지 못하는 상태

 

위에서 언급한 글로벌 부품 재고 관리를 위해 록히드마틴은 앨리스(Autonomous Logistics Information System)라 불리는 실행 시스템을 지원하는데, 이 시스템도 문제가 많아 보인다. 오죽하면 헤더 윌슨(Heather Wilson)미 공군부 장관은 이런 말을 했다. “요즘 공군 정비사들은 아이들 이름도 앨리스라고 안 짓는다.”

▲ Autonomous Logistics Information System(출처: 록히드마틴)

 

민간 기업 입장에서 보면 글로벌 부품 재고 관리 시스템은 글로벌 공급망의 한 축이다. 효율적인 부품 조달을 위해 부품을 공용화했다면, 재고가 필요한 시기와 도착하는 날짜 등 확실한 가시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보이지 않는 것 같다. 필자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래 미 국방부의 보고서에 언급된 내용을 살펴보자. 참고로 보안 문제는 빼고 순수 운용 문제만 살펴봤다.

 

첫째, 사용자들이 제대로 시스템을 활용하려면 이를 여러 차례 조작해야 하며,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원래는 자동으로 작동해야 하는 업무를 완료하기 위해 시스템을 조작하여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을 써야 한다. 셋업 Configuration 자체가 일이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둘째, 시스템을 운용할 때 필요한 데이터의 완성도가 미흡하다. 매일 수리부품 관리를 위해 필요한 전자 장비 기록 데이터를 정비사들이 직접 입력해야 하며, 그렇게 해야 ALIS가 어떤 부품이 필요한 지 추적할 수 있다. 이 데이터 입력이 미흡해서 작전 수행이 불가능할 정도다.

 

셋째, 사용자들이 일부 ALIS 기능을 신뢰하지 않는다.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로 인해 사용자들은 별도의 DB를 관리해야 하며, 이렇게 해야 데이터가 잘못 발생되었을 때 시스템 운용이 가능하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피식, 웃음이 나오는 분들 많을 것이다. 제조업체 공장의 부품 조달 현장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과 매우 닮았다. 시스템은 셋업을 잘 해 줘야만 제대로 된 부품 소요를 만들어 내는데, 전투기의 전자 장비 데이터를 일일이 ALIS에 넣어 주지 않으면 시스템은 자연스럽게 ‘데이터가 미흡’하니까 부실한 데이터를 쌓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시스템 개선 지원을 제때 안 해주면 각 공군 기지에서는 당연히 엑셀로 부품 소요를 관리할 수밖에 없다.

 

프로세스 이미지만 보면 최첨단 프로세스가 아닐 수 없다. 전투기는 공중에서 무리하게 기동할 때도 있으며, 이에 따라 특정 부위의 마모가 심해질 수 있다. 이때 전투기의 전자 장비 데이터를 ALIS에 내려 받으면 ALIS는 어떤 부품이 필요한지 판단해서 발주를 내고, 재고가 어느 국가의 어떤 기지에 있는지 확인해준다. 만약 전자 장비 데이터를 전투기 착륙 전에 ALIS로 제대로 받기만 하면 이론상 전투기는 착륙하자마자 수리가 가능해질 것이고, 전투기의 작전준비태세는 개선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자동화 프로세스는 셋업과 기준 정보 입력을 제 때 하지 않으면 절대 활용할 수 없다. 이상적인 프로세스지만, 실현되려면 많은 노력과 변화가 필요하다.

 

록히드 마틴도 이 문제를 알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ALIS에 1억8000만 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업그레이드 버전이 2020년, 그리고 그 다음 업그레이드 버전이 2021년 나올 예정이다. 단 시스템 본래의 구조 때문에 큰 개선은 어려울 것이고, 그 전까지는 별 수 없이 사람이 직접 잘 운용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제 막 F-35를 도입하기 시작한 우리나라는 어떻게 ALIS에 익숙해질 수 있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JSF 프로그램에 출자는 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이스라엘(무려 F-35 최초의 실전경험을 가지고 있다!)과 함께 F-35를 도입한 일본은 JIT의 종주국답게, 이 ALIS를 많이 우려하고 있다.

▲ 일본이 도입한 F-35

 

만약 인터넷 인프라가 없으면 F-35는 못 굴리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막말로 인터넷 인프라가 없는 야전 기지에서는 어떻게 활용할지, 만약 다른 기지로 전투기를 이전 배치하면 어떻게 될지도 알 수 없다. 실제 미 공군에서는 유타주(Utah) 힐 공군기지에서 처음 F-35 편대를 편성하면서 아이다호주(Idaho) 마운틴 홈 공군기지에 일부러 출장을 나갔다고 한다. 마운틴 홈 공군기지는 F-15E를 장비하고 있다. 기존 기지를 떠나 다른 기지로 이동해서 ALIS를 활용해도 문제없이 돌아가는지 확인했을 것이다.

 

전투기는 더 이상 기계가 아닌 최첨단 전자 장비다. 정비 시간은 더 걸리고, 국방 예산에 비해 부품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이를 부품 공용화, 재고 풀링과 같은 공급망 관리 기법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비바람 몰아치고 사막모래 날리는 혹독한 전투 환경에서 노트북 들고 다니면서 손에 익지 않은 시스템을 힘들게 써야 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다국적 기업에서도 오랜 시간을 들여 안정시킨 글로벌 재고관리 프로세스가 처음 군에 도입되었고, 그 프로세스로 관리하는 첨단의 전투기가 우리나라 영공도 담당하는 이상, 얼른 익숙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F-35는 단순한 전투기가 아니라 미 공군의 공급망 관리의 미래다.



설창민

군 복무 전 우연히 하게 된 창고 알바를 계기로 물류에 입문, 아직 초심을 안 버리고 물류하고 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 글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해서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dcscully)를 운영하고 있고, 다양한 실무 경험으로 물류업계 종사자들의 삶과 애환을 독특한 시각과 필체로 써내려가는 것이 삶의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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