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다시 타오르는 대기업 혁신 허브 CVC,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①

by 이종훈

2019년 11월 28일

급증하는 CVC 투자액과 건수, 이들은 어디에 어떻게 투자했을까?

대기업이 만드는 국내외 새로운 투자 흐름, 'Corporate Accelerator'의 등장

 

글. 이종훈 롯데액셀러레이터 투자본부장

 

 

대기업의 혁신활동과 벤처투자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요즘 웬만한 기업은 다 CVC 활동하는 것 같다”고 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네 맞습니다.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 우리네 식의 표현이 적당한지 모르겠으나, ‘단군 이래’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Corporate Venture Capital(CVC, 기업 또는 사내 벤처캐피탈)는 스타트업과 같은 비상장 벤처기업에 대한 소액투자를 주목적으로 하는 투자기관의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과 같은 기존의 기업들 입장에서 성장과 생존을 위한 혁신전략 차원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의 중요한 축으로 운영하는 조직으로, 최근 그 중요성과 혁신생태계에서의 관심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사실 필자 역시 현재 모 대기업의 CVC 조직에 몸담고 있기에 CVC에 대한 생태계에서의 관심과 기대가 정말 반가운 사실이긴 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CVC에 대한 체계적인 소개는 몇몇 논문과 연구기관의 연구보고서에 국한되고 있어, 여전히 많은 기업인들에게 있어서도 CVC에 대한 이해도는 그리 높지 않은 것을 자주 발견합니다.

 

이러한 연유로 필자는 작년 본지에서 연재했던 <월간 혁신 이야기>를 통해 CVC의 개념, 탄생배경 및 주요 특징 등에 대해 소개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지난 시리즈에 이어 최근 CVC가 현재 어떤 모습으로 우리 혁신 생태계에 자리 잡고 있는지 알아보려 합니다. 과연 실제로 운영 기업과 스타트업 기업 양측의 혁신과 가치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왔는지, 그리고 이러한 긍정적인 성과를 위해서는 CVC 조직은 어떻게 활동해야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글로벌 동향: CVC 활동의 급증

 

VC 산업 관련 저명한 리서치기관인 CB Insight에 따르면, 2018년 CVC에 의한 벤처투자규모는 2017년에 비해 무려 47%나 증가했으며, 투자 건수는 32% 증가했습니다. 2018년 CVC 평균 투자 규모도 역대 최대(2630만 달러, 한화 약 309억9000만 원)에 달해 벤처투자 업계의 큰손이 되었습니다. 중국은 속칭 'BAT'로 불리는 바이두(Baidu), 알리바바 (Alibaba), 텐센트(Tencent)를 중심으로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 및 인수가 상당히 활발합니다. 단 이들은 별도의 벤처캐피탈 형태인 CVC 조직을 활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들의 다양한 스타트업 투자활동까지 포함한다면, 실로 어마어마한 수준의 전략적 투자가 일어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연간 글로벌 CVC 거래량 및 투자액 현황

 

2018년 기준 약 773개의 CVC가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실제 투자를 집행했는데, 설립 후 최초의 투자를 집행했던 새로운 CVC의 수는 264개로, 이 역시 사상 최대에 달했습니다. 2016년 195개에서 66%나 급증하였습니다. 이중에서 시드 단계에 참여하는 CVC 수는 332개로 2017년 대비 25% 증가하였고, Series A 참여 또한 419개로 2017년 대비 31% 증가했습니다. 이는 CVC가 재무적 접근 보다 한층 전략적으로, 초기 단계 기업들과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판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 신규 CVC의 최초 투자 건수

 

2018년에는 전 세계 투자 건수 점유율 중 아시아의 비중이 38%로 북미에 근접했습니다. 심지어 2018년 3분기에는 아시아의 비중이 북미를 잠시 앞서기도 했으며, 이런 추세라면 2019년은 아시아가 북미를 누르고 가장 큰 규모의 CVC 시장을 차지하리라 보입니다. 이의 배경에 중국의 지속적인 상승세도 있었으나, 일본 시장에서의 CVC 활동 건수가 1년 사이 101%, 투자 규모 또한 56%(9억 달러에서 14억 달러로) 증가한 점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같은 기간 유럽 투자 건수 점유율은 3년 내 최저치인 17%를 차지하여 대기업 혁신이 어디를 중심으로 일어나는지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 연간 글로벌 CVC 대륙별 투자 비율

 

글로벌 기업 주도 벤처캐피탈 생태계는 전통의 Google Ventures와 Intel Capital을 넘어 광범위한 수준으로 발전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18년 가장 활발했던 CVC는 70개 이상의 투자에 참여한 Google Ventures(1위)이며, Salesforce가 Intel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고 Intel Capital 근소한 차이로 3위를 차지했습니다.

 

Top 10 기업들을 살펴보면, 4곳이 북미 기업이며 나머지 6곳을 아시아 기업이 차지했는데, Baidu Ventures, Legend Capital이 Top 5 CVC로 등극하였고, 한국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카카오 벤처스가 8위로 Top10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최근 일본 기업의 참여 확대에 힘입어 전통의 SBI외에 미쓰비시도 최초로 Top 10에 올라섰습니다.

 

 

한국 시장에서는 별도의 벤처캐피탈 설립이 금융 산업으로 분류되어 일부 대기업 입장에서는 합법적인 활동에 제약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기업들이 내부조직 또는 별도의 조직을 통하여 상당히 활발한 스타트업 투자 활동에 나서는 중입니다. 가장 오랜 기간 별도의 벤처캐피탈을 운영해온 삼성, 한화, 코오롱, 롯데를 비롯하여 작년에는 LG도 미국 실리콘밸리에 약 5천억 규모의 자산을 가진 벤처캐피탈을 설립했습니다. 그밖에 SK, 현대자동차, GS 등의 기업들도 별도의 투자 조직을 통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CB Insight가 조사한 글로벌 CVC의 주요 투자 분야 중, 인터넷과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투자 증가세가 뚜렷하였습니다. 2017년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던 AI분야의 투자는 전체적인 증가세는 약해졌으나, 아시아 지역에서의 집중도는 큰 폭으로 늘어났습니다. 그 결과 아시아가 AI 분야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였습니다.

 

CVC? 이젠 Corporate Accelerator 시대!

 

글로벌 CVC 활동은 몇 년 전부터 스타트업을 시드 Seed 단계부터 발굴해 직접 육성하는 형태로 급속히 확대됐습니다. 해외에서는 Microsoft를 필두로 CitiBank, Akamai, Nike, Loreal 등 수많은 대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또는 외부 액셀러레이터들과의 협업을 통해 Corporate Accelerator를 운영 중입니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롯데 그룹이 2016년 롯데 액셀러레이터란 조직을 2016년 설립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설립 후 약 3년간 총 90여개 기업을 발굴하여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시키고 있으며, 최근에는 후속 투자를 위한 벤처투자펀드를 만들어 벤처캐피탈 영역도 함께 키워가고 있습니다.

 

그밖에 한화, 현대자동차, SK과 같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호반건설과 같은 중견 건설사 등도 별도의 액셀러레이터 조직을 통하여 우수한 창업자를 발굴하고, 그룹 내 사내벤처 활동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이는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서 한발 앞서 좋은 창업자를 발굴하는 동시에, 큰 조직 내부에 창업가들의 혁신 에너지 및 문화를 확산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Corporate Accelerator의 최근 활동에 관심을 가진 Forbes도 “Corporate Accelerators: What’s In It For The Big Companies?(기업 액셀러레이터에는 대기업을 위한 무엇이 있는가?)”라는 기사를 통하여 Corporate Accelerator들이 스타트업 육성 활동을 통하여 무엇을 찾으려 하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습니다.

 

① “Avoiding the Kodak Moment by Providing Insights”

: 불확실한 시장에서 혁신을 먼저 알아차리고 코닥과 같은 길을 걷지 않을 인사이트

 

② “Boosting Sales and Marketing”

: 기업과 관련된 산업의 기업을 성장시켜 마케팅과 세일즈 역량을 증대

 

③ “Attracting More Collaborations and Partnerships”

: 폭넓은 협력과 파트너쉽

 

④ “Creating a Culture of Intrepreneurship Across the Company”

: 기업가정신의 전 조직 내 확산

 

※ 본 기고는 [다시 타오르는 대기업 혁신 허브 CVC,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②]로 이어집니다.

 



이종훈

국민대학교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에서 전임교수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롯데액셀러레이터의 투자본부장을 맡고 있다. 기술경영학(MOT) 박사를 취득하였으며, 벤처기업 CFO로도 활동했다. 벤처기업 투자활동과 더불어 스타트업의 혁신, 액셀러레이팅, 벤처투자에 대한 연구 및 기고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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