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

금호 형제의 난, 대한통운은?

by 김철민 편집장

2009년 07월 29일

박삼구 회장 수렴청정 “구조조정 일정 차질 없다”
경영권 분쟁 따른 구조조정 장기화 시나리오 업계 주목
금호, 대우건설 매각 속 대한통운 지켜내기 ‘절치부심’


금호아시나아그룹이 ‘형제경영’의 전통을 깨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들어가게 되면서 대우건설 매각 등 현재 진행 중인 그룹 구조조정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관련기사 "금호아시아나그룹 형제경영 막 내려")

특히 금호의 변화된 경영체제에서 대우건설 매각이 진행될 것으로 보여 국내 1위 물류기업인 대한통운의 향방에 관련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박삼구 회장(64)과 박찬구 회장(61) 간 형제간의 갈등은 대우건설 등 무리한 M&A; 추진에서 비롯됐다는 게 시장의 전반적인 분석이다. 박삼구 회장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에 적극적이었던 반면 박찬구 회장은 이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그룹 회장으로 추대된 박찬법 부회장 체제하에서 대우건설을 비롯해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금호생명 등 주요 자산의 매각과 그룹 구조조정 일정이 어떻게 진행될지 시장의 반응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일부에서는 박삼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서 ‘수렴청정’을 하지 않겠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지만 두 형제가 법적으로 경영권 분쟁이 들어가면 향후 매각 일정이 장기화될 수 있다.

 

구조조정이 장기화되면 유동성 위기에 놓여 있는 금호아시나의 경영은 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 대우건설 등 구조조정 일정 차질 없다
박삼구 회장은 7월 28일 기자회견을 자청한 자리에서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게 되면 대주주로서 그룹 재무구조 개선약정 이행에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 “그룹 재무구조 개선에만 역할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향후 그룹 구조조정 일정에는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각오로 풀이된다.

 

또한 산업은행과 채권단은 금호아시아나의 기업 지배구조 변화에 관계없이 구조조정은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호아시아나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총수 일가 퇴진이 금호아시아나에 대한 구조조정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 실사를 진행 중인 대우건설 매각 등 구조조정은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 그룹 내 주력계열 ‘대한통운’ 포기 못해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산업은행 측은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해 대한통운까지 매각할 필요는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대우건설이 보유한 대한통운 지분 23.95% 만으로 경영권이 위협받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여기에 현재 금호그룹 전체가 보유 중인 대한통운 지분은 자사주 포함 73.25%(표 참조)로 현재로서는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없다는 견해다.

 

그러나 연말까지 대우건설 주식에 대한 풋백옵션(Put back Option, 일정조건에 주식을 되팔 권리)이 모두 행사될 경우 금호그룹이 보전해줘야 할 자금 규모에 따라 대한통운 매각 시나리오는 가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우건설 매각 방식과 관련 산은 등 채권단은 경영권 분쟁 우려에 따라 대우건설 지분의 ‘50%+1주’ 방식을 요구한 반면 금호그룹 측은 FI들의 대우건설 지분(39.6%)를 매각하면서 매수자에 이사회 의결권과 금호아사이나 보유 지분에 대한 우선 매수청구권 등을 보장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 대우건설에 웃고, 우는 대한통운
대우건설이 금호그룹에서 분리되면 대한통운은 더 이상 계열사가 아니다. 이 때문에 대한통운이 계열사일 때 적용됐던 보유주식에 대한 지분법평가를 시가평가에 따라 적용 받게 된다.

 

결국 주식의 시장가치를 반영하는 게 아니라 대한통운의 당기순이익을 지분률 만큼 장부에 반영해야 하는 것. 대우건설 장부상 대한통운 주식가치는 취득가인 주당평균 17만1000원으로 평가돼 있다. 그러나 2분기말 재무제표의 기준이 되는 6월 30일 종가 8만1600원을 적용하면 약 4885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대우건설 매각과 대한통운을 별개의 사안으로 보기에는 양측의 얽힌 관계가 복잡해 금호그룹 측이 주장한 것처럼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매각을 따로 분리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 경영권 분쟁 속 건설-물류 관심 기업들 가시화
금호아시아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진행될 경우, 혼란스런 분위기를 틈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건설과 물류, 두 분야 모두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이 속속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관계자들은 대표적인 업체로 포스코와 롯데를 염두하고 있다.
롯데의 경우 대한통운 인수에 FI(재무적투자자) 자격을 행사하고 있다. 여기에 롯데는 건설과 유통계열사 간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건설사업 확대와 물류(택배)사업 진출을 호시탐탐 엿보고 있다.

 

지난해 롯데홈쇼핑이 기존 물류 거래처인 현대택배와 일방적으로 계약을 종료하고, 대한통운 측에 물량을 일부 맡긴 것도 어떤 방식으로든 대한통운과의 인연(?)을 만들기 위한 속셈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배적 견해다.

 

최근 대우로지스틱스 인수 좌절로 해운업 진출이 물 건너간 포스코도 물류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다. 건설업뿐만 아니라 연간 수조원의 물류비가 발생하는 화주인 포스코 입장에서는 계열사 내 물류사업 진출 혹은 물류기업 인수를 쉽게 포기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과 물류, 두 사업분야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대표적 기업이 포스코와 롯데가 아니겠냐”며 “대우건설 인수와 함께 대한통운 경영권 확보까지 담보된다면 이들 업체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철민 편집장

Beyond me(dia), Beyond logistics
김철민의 SCL리뷰




다음 읽을거리
추천 기사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