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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입스의 수직적통합 "데이터와 생산이 만난다면"

by 엄지용 기자

2016년 05월 17일

자라의 속도와 유니클로의 가격, 그리고 스트라입스의 고객맞춤 혁신
스트라입스의 수직적통합 “데이터와 생산이 만난다면”
 
글. 엄지용 기자
 

Idea in Brief

 

스트라입스가 생각하는 자라는 ‘속도로 혁신한 패션기업’이다. 자라는 내부에 디자이너를 고용하고 있지만, 디자인을 하지 않은 것처럼 빠른 공급망 운영 속도를 갖는다. 스트라입스에 따르면 자라의 핵심은 ‘재주문(Reorder)’이다. 다양한 많은 상품을 생산하여 시장에 공급하고, 시장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관측하여 잘 팔리는 상품은 바로 재주문하여 소비자 기호에 대응한다. 스트라입스가 생각하는 유니클로는 ‘가격으로 혁신한 패션기업’이다. 유니클로는 기본적인 아이템을 판다. 2년전에 팔았던 니트가 올해도 똑같이 팔리는 식이다. 유니클로의 대량생산으로 인해 구매력은 자연히 좋아진다. 조달 측면에서 원단 구매능력과, 판매능력 또한 자연히 동반 상승한다. 스트라입스는 자라의 ‘빠른 재주문’과 유니클로의 ‘기본아이템 판매’를 벤치마킹했다. 자라에도, 유니클로에도 없는 스트라입스만의 차별점은 커스터마이징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모양대로 만들어서 원하는 사이즈로 전달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세상 남자들의 70% 이상은 기성브랜드의 옷이 맞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신을 탓하며 옷에 몸을 맞추려고 한다. 세상의 모든 옷은 정해진 사이즈 ´S, M, L´ 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슬프게 하고, 이러한 세상에서 나에게 맞은 옷을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일이 됐다. 그래서 스트라입스는 몸에 옷을 맞췄다. (스트라입스)
 
스트라입스는 지난 2013년 4월 론칭한 커스텀 남성정장 전문 커머스다. 스트라입스는 온라인을 통해 맞춤의류를 판매하기 때문에 여타 커머스와는 다른 공급망 전략을 운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문, 배송의 2단계를 거치는 인터넷 쇼핑몰과는 달리 스타일리스트 방문 및 사이즈측정 - 고객주문(선택가능) - 생산 - 배송이라는 네 단계를 거치기 때문이다. 때문에 스트라입스의 생산 공장에는 생산을 위한 원자재를 제외하고 재고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의류생산 이후 즉각적으로 완제품이 고객에게 배송되기 때문이다.
 
▲ 스트라입스 주문 프로세스
 
재밌는 점은 스트라입스의 스타일리스트 방문이 단순히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멈춰있지 않다는 점이다. 스트라입스는 고객방문을 통해 고객의 사이즈, 주문지역과 같은 정량적 데이터는 물론, 패션취향과 같은 정성적 데이터까지 함께 모으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스트라입스의 공급망 전략 전반에 반영된다. 스트라입스는 지난해 11월 싱가포르 서비스를 론칭했다. 지난달에는 홍콩 지역 서비스를 추가로 론칭한 상황이다. 한국과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는 해외의 데이터 또한 수집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스트라입스는 자라(ZARA)와 유니클로(UNIQLO)를 벤치마킹했다. 자라의 속도혁신과 유니클로의 가격혁신을 흡수하면서 스트라입스만의 고객맞춤(Customization, 스트라입스 내부적으로는 ‘맞춤’이 아닌 ‘커스텀’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혁신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이를 위한 스트라입스의 1차 계획이 궤도에 올랐다. 스트라입스는 2016년 한 해 스트라입스의 고객맞춤 혁신계획, ‘생산’과 ‘데이터’의 통합에 대해 알아보자.
 
 
스타트업의 생산 공장 인수합병, 기행의 이유
 
스트라입스는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맞춤셔츠 생산공장 ‘드림팩토리’ 인수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스트라입스는 기획, 생산, 유통의 수직적 통합을 이룩했다. 당시 스트라입스와 같은 스타트업의 공장 인수는 극히 드문 사례라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스트라입스가 공급망 프로세스에 ‘생산’을 확보한 이유는 무엇일까.
 
스트라입스는 생산을 확보한 이유로 ‘IT를 결합한 생산최적화’를 말한다. 가령 셔츠 생산 공정에는 크게 재단, 봉제, 마감 과정이 있다. 기존에는 생산인력이 재단이 끝나면 이름을 기입해 봉제과정에 넘기고, 봉제가 끝나면 또 다시 이름을 기입해 마감에 넘겨주는 과정을 거쳤다. 스트라입스는 공장 인수 이후 이를 바코드, QR코드를 활용해서 관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스트라입스는 실시간으로 어떤 라인에서 어떤 제품이 만들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에 따라 어느 한 구간에서 생산이 정체되고 있는 병목현상(Bottle Neck) 발생구간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물론 스트라입스의 이러한 시도는 아직 테스트베드 단계에 머물러있다. 그러나 공정의 최적화에는 ‘정확한 측정’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스트라입스의 입장이다.
 
▲ 스트라입스는 지난달 10일 생산 공장 드림팩토리를 ‘스트라입스 팩토리’로 확장 이전했다고 밝혔다. 스트라입스 팩토리를 총괄하고 있는 김용환 이사는 “공장의 규모에 맞게 가장 효율적인 동선 등 스트라입스 팩토리만의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재단사를 비롯한 전문 장인들의 근로 환경이 완전히 달라져 생산성과 품질 또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승준 스트라입스 대표는 “스트라입스 생산 공정에서의 데이터 활용은 아직까지 재단, 봉제, 마감을 효율화하기 위해서 측정화하는 기술을 넣는 수준”이라며 “무엇보다 정확한 정보를 측정해야 전체 공급망 효율화가 가능할 것”이라 말했다.
 
스트라입스의 생산 내재화의 또 다른 이유는 ‘재단의 품질을 고도화하는 것’이다. 스트라입스에 따르면 맞춤의류와 일반적인 기성의류의 가장 큰 차이는 재단이다. 가령 고객에게 최적화된 사이즈, 고객이 디자인한 카라와 같은 변동 요소에 맞춰 ‘어떻게 자르는가’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스트라입스는 빠르면 몇 개월 이내에 재단 과정에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도입할 예정이다. 가령 현재 스트라입스는 생산인력이 가위를 사용하여 수동으로 재단공정을 진행한다. 아무리 오랜 경력이 있는 직원이라도 사람이 하기 때문에 여러 번의 작업을 정확하게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러한 재단 과정에 IT솔루션이 도입되면 수백 번의 재단 과정에 대한 균일화가 가능하다. 맞춤제품 공정은 자연히 간략해지고, 단가는 더욱 내려갈 수 있다.
 
이 대표는 “재단 최적화를 통해 재단 속도 상승은 물론 정확한 재단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스트라입스가 이미 축적하고 있는 신체사이즈 데이터 또한 재단 고도화에 사용될 것은 물론”이라 말했다.
 
 
생산에 집약되는 데이터
 
스트라입스의 2016년 핵심 키워드는 ‘생산혁신’이다. 이는 단순히 생산 리드타임을 줄인다는 개념이 아니다. 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하고 있는 데이터를 모아서 더욱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스트라입스의 의지를 반영한다. 그렇다면 스트라입스는 어떻게 데이터를 모으고, 그것을 활용하고 있을까.
 
스트라입스의 공급망 최전방에는 ‘스타일리스트’가 있다. 현재 스트라입스는 전국적으로 40여명의 스타일리스트를 채용하고 있다. 주문이 집중발생하고 있는 서울 지역에 30명이 있으며, 최근 많은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부산지역은 스타일리스트에 대한 추가 채용 계획을 갖고 있다.
 
▲ 치수를 재고 있는 스트라입스 스타일리스트 (사진제공 : 스트라입스)
 
스트라입스의 스타일리스트는 하루 평균 5~7명의 고객을 만난다. 스타일리스트는 고객접점에서 고객과 1:1로 상담하고, 사이즈를 측정하며, 현장에서 제품을 팔기도 한다.(스타일리스트는 현장결제가 가능한 카드리더기를 갖고 다닌다.) 그렇게 받은 주문은 공장에 모여 다음날부터 제작을 시작하여, 7일~10일 이내에 검수까지 마치고 택배로 배송되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활동하는 스타일리스트들은 고객과 관련된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한다. 스트라입스는 스타일리스트의 일반적인 상담순서를 규정했다. 고객의 직업을 물어보고, 평소 스타일을 함께 이야기하는 단계다. 스트라입스는 이런 과정을 통해 치수 데이터, 지역별 주문 집중도, 반복구매율과 같은 정량적 데이터는 물론 고객의 스타일과 같은 수치화되지 않은 정성적 데이터를 함께 수집한다. 그러나 정리가 쉬운 정량적 데이터와는 달리 정성적 데이터의 정리는 어렵다. 스트라입스는 이렇게 모은 여러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스트라입스에 따르면 평소 고객의 스타일과 같은 정성적 요소들은 아직 수치화된 자료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내부 분류표에 의거하여 간단하게 정리하는 수준이다. 그러한 정성적 데이터는 기존 정량적 데이터와 결합하면서 힘을 발휘한다. 가령 스트라입스는 ‘동일한 치수 데이터(정량적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고객이 ‘특정 스타일(정성적 데이터)’를 선호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을 조합하여 마케팅 접점에서 고객에게 상세한 주문추천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현재 스트라입스는 5만 명 이상의 고객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에 재구매 고객을 집중적으로 살피며 마케팅 부분의 고도화를 기획하고 있다.
 
스트라입스의 데이터는 ‘생산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고객 주문 이후 생산 공정에 들어가는 스트라입스의 생산 공장에는 생산 부자재 외의 재고가 거의 없다. 그러나 고객 주문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흰색 기본셔츠’와 같은 경우 배송 리드타임을 줄이기 위해서 미리 재고를 확보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고객의 맞춤 셔츠를 제작하면서 확보한 치수 데이터는 ‘재단 공정’에 활용될 전망이다.
 
 
생산과 데이터는 국경을 넘어서
 
스트라입스는 지난달 14일 홍콩 서비스를 론칭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싱가포르 지역 론칭 이후 두 번째 국가에 대한 도전이다. 스트라입스의 해외진출에는 독특한 특성이 있다. 현지 공장 OEM이 아닌 한국 공장의 생산라인을 그대로 가용한 것이다. 국내 생산공장 사용에는 OEM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생산 운영비, 그리고 국제물류에 따른 물류비가 따른다. 그러나 스트라입스는 이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입장이다.
 
스트라입스는 해외진출에 K프로덕트를 전면으로 내세웠다. 해외시장 진입 초기부터 한국공장에서 생산한 높은 품질의 제품을 강조한 것이다.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스트라입스 투자사) 대표에 따르면 한국의 셔츠는 일본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의 높은 품질을 가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의 일본셔츠와 비교해서 가성비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스트라입스가 처음부터 생산가격이 저렴한 국가의 OEM을 고려하지 않은 이유다.
 
한국공장 운영과 그에 따른 국제물류로 인해 스트라입스의 해외배송 리드타임은 당연히 길어진다. 그러나 스트라입스는 이에 대해서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이는 스트라입스가 진출한 국가의 특성에 따른 것이다. 싱가포르는 도시국가 특성상 대부분의 소비를 ‘수입’에 의존한다. 그렇기 때문에 싱가포르 국민 입장에서 물건을 주문하고 1~2주 뒤에 받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다. 가령 스트라입스의 대체재라고 할 수 있는 싱가포르 테일러샵에 고객이 맞춤복을 주문할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3주 후 제품이 도착한다.
 
때문에 스트라입스는 싱가포르 고객에 대해서 주문 3주 이내 배송을 목표로 한다. 현지주문 이후 2주 안에 해외현지까지 배송하고, 현지택배를 활용하여 1주 이내에 배송하여 3주 배송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여기에 내부적으로 생산 효율화 작업이 병행된다. 요일별로 생산 리드타임을 다르게 배분하는 식이다. 가령 싱가포르 주문 같은 경우 월요일에 주문 받은 것은 2주일 이내 생산을 목표로 다소 느리게 만들고, 금요일에 주문한 것은 1주일 이내 생산을 목표로 빠르게 만든다. 이렇게 해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생산된 주문을 한 주에 모아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여 물류비를 줄이는 방식이다. 결국 스트라입스의 국제물류 효율 역시 생산라인의 통합에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 스트라입스 싱가포르 오피스
 
이 대표는 “싱가포르 같은 경우 3주 이내 배송이 가능하다면 고객배송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며 “이후 진출하는 싱가포르 외의 국가와 같은 경우 해당 국가의 문화적 특성을 고려하여 다른 전략을 반영할 것”이라 설명했다.
 
 
자라, 유니클로와는 다르다
 
스트라입스는 자라와 유니클로를 벤치마킹했다. 임직원들에게도 초기부터 그것을 강조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러나 막연하게 그들을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 스트라입스만의 독특한 차별점을 구축했다. 그것은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이다.
 
스트라입스가 생각하는 자라는 ‘속도로 혁신한 패션기업’이다. 자라는 내부에 디자이너를 고용하고 있지만, 디자인을 하지 않은 것처럼 빠른 공급망 운영 속도를 갖는다. 스트라입스에 따르면 자라의 핵심은 ‘재주문(Reorder)’이다. 다양한 많은 상품을 생산하여 시장에 공급하고, 시장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관측하여 잘 팔리는 상품은 바로 재주문하여 소비자 기호에 대응한다. 결국 자라는 단순히 소비자 기호를 추측하는 것이 아닌, 소비자 반응을 보고 움직이는 것이다. 스트라입스는 자라의 그런 공급망 운영의 뒤에는 ‘각 지역별 생산공장’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별 생산공장을 내재화했기 때문에 더욱 빠르게 그 지역 상품들을 만들고 재주문에 대응하는 공급망 운영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스트라입스가 생각하는 유니클로는 ‘가격으로 혁신한 패션기업’이다. 스트라입스가 바라보는 유니클로의 지난 10년은 패션회사라기보다는 ‘속옷회사’에 가깝다. 유니클로는 기본적인 아이템을 판다. 2년전에 팔았던 니트가 올해도 똑같이 팔리는 식이다. 유니클로의 대량생산으로 인해 구매력은 자연히 좋아진다. 조달 측면에서 원단 구매능력과, 판매능력 또한 자연히 동반 상승한다. 스트라입스는 유니클로의 ‘기본 아이템 판매’를 벤치마킹했다.
 
자라에도, 유니클로에도 없는 스트라입스만의 차별점은 커스터마이징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모양대로 만들어서 원하는 사이즈로 전달하는 것이다. 스트라입스의 커스터마이징 혁신에 대한 1차 계획은 앞서 언급한 ‘데이터를 통한 생산혁신’이다. 거대한 패션기업의 아성에 도전하는 한국 기업 스트라입스의 도전은 이제 궤도에 올랐다.
 
▲ 이승준 스트라입스 대표
 
이 대표는 “스트라입스는 자라의 빠른 고객반응(Reorder)과 유니클로의 기본 아이템 판매를 벤치마킹했다”며 “장차 스트라입스는 자라에도 유니클로에도 없는 커스터마이제이션으로 패션시장을 혁신할 것”이라 밝혔다.
 
* 해당 기사는 CLO 통권 70호(2016년 4월호)에 수록된 기사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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