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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시대, 유통·제조업체 덮친 소포장 열풍

by 김정현 기자

2016년 07월 01일

대용량 포장에서 소포장으로

1인 가구의 증가가 패키징에 영향 미쳐

편의점, 대형마트, 식품제조업체, 다양한 방식의 ´소포장´ 선보여

 

혼자사는 직장인 A씨는 올해도 어김없이 다이어트 중이다. 그녀는 인터넷에서 찾은 샐러드 레시피를 들고 인근 대형마트를 찾았다. 샐러드를 만들기 위한 재료는 양배추, 양상추, 당근, 양파 등이다. 비싼 파프리카는 가격대를 보고 살 예정이다. 재료를 고르기 위해 식품코너를 지나던 중 신선한 상품이 눈에 띄였다. 바로 1인분용 샐러드였다. 일전에 샐러드를 만들기 위해 양상추 2통을 구매했다가 이틀이 지나 시들어서 전부 버렸던 기억이 났다. 80g에 990원. 양상추 1통이 1000원~1200원 정도인걸 감안한다면 합리적인 가격이다. 자취하는 학생 B씨는 장을 볼 때 주로 소포장 상품들을 구매한다. 혼자 살면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게되면 남는 재료는 버리게 되는데 소포장 상품을 구매하면 요리도 쉽고 버릴 일도 없기 때문이다.

 

▲ 홈플러스에서 판매중인 소포장 샐러드

 

A씨와 B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편의점, 대형마트, 식품업체까지, 다양한 유통채널에서 소포장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소포장 상품에 집중하는 것일까.

 

인구구조의 변화가 가장 큰 이유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1인 가구 숫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이다. 통계청에서 집계한 ´가구유형별 추계가구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1인 가구 숫자는 2035년까지 126만 4976 세대로 증가할 전망이며, 이는 2010년(85만 4849세대)에 비해 48%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1인 가구의 증가는 유통업계, 식품업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인구총조사 통계청, 2010

 

편의점 소포장, 도시락의 변신은 무죄

 

최근 몇 년간 1인 가구 증가에 힘입어 편의점 업계가 급성장했다. 편의점은 백화점, 대형마트 등 여타 유통채널과 비교해 높은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2016년 3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유통업체 매출 동향 보고에 따르면 2016년 1월부터 2월까지 편의점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31.4% 증가했다. 반면 대형마트, 백화점 매출은 각각 -7%, -1.9%로 모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키움증권에서 발표한 ‘2016년 유통산업 전망’에 따르면 1인 가구수 증가 및 사회 구조적 변화에 따라 대형유통채널 대비 근린형 유통업체 성장이 부각될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편의점 업계는 1인 가구 확대 및 근거리형 쇼핑문화 확산에 따라 구조적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됐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CU는 1인 가구의 증가로 1인 가구를 겨냥한 상품을 출시했다”며 “이러한 노력이 편의점의 성장세를 이어갔던 이유라고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GS25 자료에 따르면 GS25 편의점 전체 매출에서 간편식 비중은 2014년 23.6%에서 28.3%로 증가했다.

 

각 편의점들은 도시락, 삼각깁밥 등 1인 고객이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각종 PB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편의점사들은 상품 개발뿐만 아니라 1인 가구 소비자를 고려한 상품 패키징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GS리테일 관계자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최상의 상태로 상품을 먹을 수 있도록 패키지를 개발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도시락 중에서도 비빔밥의 경우 나물은 따로 분리하고, 밥만 전자레인지에서 데워 비벼 먹을 수 있도록 포장되어 있다. 또한 부대찌개나 콩나물국밥 역시 국만 따로 데울수 있도록 별도 용기에 포장되어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소포장, 편의점의 대항마로 부상

(자료: 롯데마트)

 

편의점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에서도 소포장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대량 상품을 저렴하게 파는 것이 주 전략이었던 대형마트들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대형마트들은 과거 가격으로 경쟁을 하던 시대를 지나서, 이제는 1인 가구를 위한 다양한 상품들로 차별화하고 있다. 편의점에게 뺏긴 1인 가구 소비자를 유인하겠다는 것이다.

 

반토막 수박, 소포장 블루베리, 한 토막 갈치, 6개입 달걀 등 품목도 다양하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가정간편식 브랜드 ‘싱글즈프라이드’를 론칭했다. 롯데마트는 올해 2월 전국 100개점에 1인이 먹기 알맞은 미니회와 미니 초밥 판매를 시작했다. 롯데마트 한 수산 MD는 “미니 회의 경우 1인 가구 트렌드를 고려해서 기획했으며 고객이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패키징 또한 차별화 시켰다”며 “전용 케리어를 함께 제작해 편의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농협하나로마트 역시 1인 가구를 겨냥해 수박 반통을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전처리 식품(카레용 채소, 계란말이용 채소, 유부초밥용 채소) 또한 판매중이다. 농협 하나로마트 A지점 관계자는 “1~2인 가구 손님들은 대부분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양의 상품을 많이 찾는다. 음식물 쓰레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며 “소포장 제품을 선호하는 고객들이 최근 2~3년간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대형마트들이 이처럼 소포장 상품을 출시하는 이유는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와 이로 인해 소용량 상품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라 기존 운영하던 상품들의 용량도 소용량으로 변해가고 있으며 포장 또한 소형화 되고 있다”고 밝혔다.

 

식품 제조업체 소포장, 트렌드에 대응하라

 

소포장은 이제 유통업계뿐만 아니라 식품업계의 트렌드로 부상했다. 식품제조업체 O사의 경우 작년부터 간편식품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해당 업체는 소비자들의 HMR식품 소비가 급증하면서 한국인 소비자들을 위한 국/탕/째개류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한다. O사 한 관계자는 “찌개나 국물류 식품을 1인분 양으로 끓여서 바로 먹을 수 있는 반제품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1인용 샐러드, 도시락도 제조하고 있다”며 “1인 가구들이 남는 식재료 때문에 부담을 갖고 있고 이에 따라 변해가는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상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 아워홈)

 

이제 편의점, 대형마트, 식품 제조사할 것없이 여러 유통, 제조산업들은 소포장 상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편의점 상품 및 대형 식품 제조사 상품의 패키지 디자인과 제작을 하는 C사는 최근 소포장 패키지 디자인 의뢰가 늘고 있다고 말한다. C사 디자인팀 팀장은 “1인분 스파게티, 장조림, 감자와 같은 반찬이나 식재재까지 소포장이 늘어나고 있다”며 “최근 닭강정과 같은 상품들도 소포장 디자인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 일반 음식점들도 배달 음식들이 증가하면서 포장을 소형화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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