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

[초년병이 바라보는 현장① 메쉬코리아] 물류스타트업에서 살아간다는 것

by 엄지용 기자

2016년 09월 22일

초년병이 바라보는 현장 ① 메쉬코리아
물류스타트업, 신입사원은 이런 일을 한다
물류학 전공, 현장업무에 도움될까
스타트업 취업을 꿈꾸는 이들에 대한 조언
 
9월 21일 부산. 상반기 취업시즌에 고배를 마시고, 이번 하반기 또 한 번 취업전선에 뛰어든 한 학생과 소주 한잔을 기울였다. 학생이 지금까지 쓴 원서는 10여개. LG생활건강, 범한판토스, CJ대한통운, LS, BGF리테일, GS리테일... 물류, 유통, 제조업종의 구분도 없이 다양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하반기 공채시즌의 막이 열렸다. 쉽지 않은 도전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새벽까지 친구의 고민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며 더욱 깊은 생각에 잠겼다.
 
기자는 몇몇 지인들에게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 취업준비생이었던 이들이다. 이들이 취업하기까지 겪었던 과정들, 그리고 취업후 각 업계 현장에서 실제 겪고 있는 일들이 지금 이 순간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되지는 않을까?
 
고맙게도 많은 이들이 기자의 요청에 흔쾌히 응해줬다. 그들 또한 오랜 기간 취업에 도전했고, 수차례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 취업준비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공감하기에,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많다고 했다.
 

본격적인 공채시즌. 지금 현장에 있는 이들은 취업을 하기까지 무슨 준비를 해왔을까. 그리고 그들은 현장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현장과 취업준비생들 사이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해 CLO가 나섰다.

 

첫 번째 소개할 기업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투자금을 유치한 물류스타트업 메쉬코리아다. 오늘의 주인공은 메쉬코리아를 이끄는 유정범 대표나, 물류본부를 이끄는 전광일 본부장이 아니다. 물류학과 출신으로 올해 스타트업 취업을 하여 현장을 뛰고 있는 ‘임영록 사원’이다.
 
(사진= 임영록 메쉬코리아 물류운영1팀 사원)
 
Q1. 자기소개 부탁한다.
 
A1. IT물류스타트업 메쉬코리아에서 물류본부 물류운영1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메쉬코리아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물류 상품인 ‘부릉(배송 관련 IT제품)’, ‘부탁해(배달 안되던 맛집배달앱)’, 사륜(간선)-이륜 연계배송 등을 현장에 구현하고 고도화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Q2. 구체적으로 메쉬코리아에서 무슨 일을 하는가.
 
메쉬코리아는 배송기사를 직접 고용하지 않습니다. 각 지역 파트너사와 화주의 상품을 위탁 배송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때문에 제 업무의 대부분은 파트너사와 그 소속 기사들이 현장에서 겪는 불편을 해소하고 그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여 배송 품질을 높이는 것이 대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내부에서 저는 크게 두 군데 접점을 두고 일하고 있습니다. 한 곳은 법인 영업을 담당하는 ‘프라임본부’이고 다른 곳은 IT제품(Product)을 개발하는 ‘연구소’입니다. 스타트업의 가장 큰 특징은 현장과 개발자의 접점에서 일할 기회가 많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의 언어와 개발자의 언어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발생한 이슈를 개발자들이 이해하기 좋도록 적합한 요건을 갖춰 전달하고 자주 피드백을 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현장에서는 단순히 “OOO가 안돼요”라고 말할 때가 많지만 그 속에는 사용 환경을 개선하는 일과 관련된 어떠한 정보도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 때 저는 이륜차 기사님들이 사용하시는 스마트폰 기종과 OS, 저희 부릉 기사앱의 버전, 당시의 사용 환경 등을 소상하게 파악하고, 가급적 재연 가능한 요건을 구성해 연구소에 전달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후속 피드백을 보내면서 해당 이슈에 대한 PM 역할을 스스로 해낸다면 금상첨화겠죠. 개발 언어를 알고 있다면 베스트이겠지만 그보다는 모르는 분야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끈기 있게 소통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3. 회사생활을 하면서 학생시절 배웠던 것, 취업준비 과정에서 준비했던 것들 중 실제로 도움된 것은 무엇이 있는가.
 
저는 대학에서 물류학을 전공했고 IT 물류기업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입사 이후 제가 배운 학문을 현장에서 펼칠 기회는 적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현장은 배우는 일의 연속입니다. 물류학 교과서 그 어느 곳에서도 이륜차 배송의 가능성에 대해 알려주는 곳은 없었으니까요. 사실 사륜과 이륜은 너무나 달라서 e커머스 물류에서 잔뼈가 굵은 전광일 물류본부장님조차 처음 몇개월 간은 전국 파트너사를 찾아다니며 현장 목소리를 듣는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을 정도입니다.
 
다만, 가만히 살펴보면 현장에서 별 뜻 없이 행하는 것들 중에 책에서 배운 내용이 숨어있음을 발견하고 즐거워하는 일도 있습니다. 추석 직전에 소셜커머스 쪽 제휴사의 마트 물량을 각 부릉 스테이션에서 내려 받아 이륜차로 배송할 일이 있었습니다. 이 때 한 팀원이 파트너사에서 소유한 차량으로 여러 군데의 스테이션을 돌며 특정 동으로 가는 물건을 재수거해 이륜차 기사의 동선 근처에 도킹해서 배송하도록 하더군요. 밀크런(Milk-Run)과 이륜차의 신선한 결합이어서 기발하다고 생각했습니다.
 
Q4. 아직까지 그 숫자는 적지만 예전과 달리 스타트업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스타트업 취업과 관련해서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한다.
 
A4. 개발자가 아니라면 스타트업 취직을 위해서 ‘직무’를 보고 취업을 하는 것보다 회사의 비전과 사업방향이 본인과 맞는 회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그렇겠지만 메쉬코리아 역시 조직도 상에서 탑레벨의 관리자와 신입사원 사이의 장벽이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경영진과 소통이 잦으며, 본인이 하고 싶은 직무가 있다면, 같은 사업부 내에서라면 적극적으로 요구해서 직무를 변경하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반면, 스타트업이라 하더라도 회사 사업의 큰 줄기를 트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더욱이 스타트업은 대기업에 비해 경영진의 판단에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경영진의 태도나 커리어, 사업 방향을 면밀하게 따져보고 입사할 회사를 택하는 것이 실패를 줄이는 길이 될 것입니다. 대기업은 경영진의 판단 미스로 1000억을 날리고, 스타트업은 10억을 잃을 뿐이지만, 스타트업은 그 때문에 내일 회사가 망하기도 하니까요.
 
결국 스타트업은 실패의 대가가 너무 큽니다. 대기업은 최소한 연봉이라도 남지만 스타트업은 미래를 담보한 도박이 될 공산도 크기에 취업 결정에 특히 신중해야 합니다. 만약 금전적인 성과만 바라보고 스타트업에 취직했다간 수개월 내에 지쳐나가 떨어질 것이 분명합니다. 금전 외적으로 자신을 채워가는 것이 있어야 고갈되지 않고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메쉬코리아에서 일하는 제 경험에서 보자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그런 부분들을 잘 채워주는 것 같습니다. 쿠팡, 티몬, 11번가, 베인&컴퍼니,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구글 등 하나같이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회사에서 근무한 그 분들의 커리어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보다는 그들의 겸손하고 열정적인 태도에 감탄하고 많이 배우게 됩니다.
 
안정적인 기회를 박차고 나와 또 다시 모험을 택한 분들이 때로는 절박하리만치 치열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또한 절실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가끔 대기업에 있는 친구들과 술 한잔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 하다 보면 그런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행운인지 깨닫게 됩니다.
 
스타트업을 취직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아마 주변의 우려 섞인 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일단 이 안에 들어오고 나면 더 이상 그런 시선은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남은 것은 자기 스스로 만족과 확신을 가질 수 있느냐 하는 것뿐이고, 그런 확신을 가진 분에게만 스타트업이 좋은 선택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초년병이 바라보는 현장 ① 메쉬코리아 : 물류스타트업에서 살아간다는 것
초년병이 바라보는 현장 ② CJ제일제당
초년병이 바라보는 현장 ③ 현대모비스
초년병이 바라보는 현장 ④ and so on...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다음 읽을거리
추천 기사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